마침내, 고유한 나를 만나다 - 나에게 질문하는 순간 관계가 풀리는 ‘자아 리셋’ 심리학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8
김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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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이나 어색한 자리에서 잘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좋은 주제가 있다. 몇 년전에는 혈액형이였고, 현재는 MBTI이다.

사람의 성격을 몇 가지로 딱 나눌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정형화된 유형으로 분류하고 혹시라도 나와 같은 유형의 사람에게는 동질감까지 느끼기도 한다. 자기 자신은 다른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잘 아는 것이 당연한데도 혈액형에서부터 MBTI, 심리테스트까지 사람들은 왜 이렇게 본인에 대해 정의받고 규정짓고 싶어하는 것일까.

사실 나 역시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를 때가 한 두번이 아닌지라 도대체 진정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됐다.

책의 부제는 나에게 질문하는 순간 관계가 풀리는 '자아 리셋' 심리학 이다. 저자는 왜 하필이면 자아를 리셋하자는 것일까. 저자가 말하는 자아의 리셋은 자아를 초기로 돌리자는 것이 아니라 자아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자아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형태가 아니며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형성된 무형의 성질이기 때문에 내가 믿고 싶고 그러려니라고 생각하는 정보 처리 과정에 가깝다. 그래서 이 자아라는 것이 진짜로 내가 생각한 것이 맞는지 환경 혹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그렇지 않는데도 그냥 그렇다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내 생각인데도 이것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든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상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내가 나를 잘 모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자아 리셋의 출발점이자 다른 학문의 토대가 된다고 한다. 내가 나를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점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진짜 자아를 찾는 첫 걸음이 되는 것이다.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재 챕터는 내 안의 나, 즉 겉으로 드러난 의식이 아니라 밑바닥에 깊게 잠자고 있는 무의식의 세계와 자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무의식을 크게 세 가지로 정의하는데 첫째는 '억압된 것', 둘째는 '의식과 다른 사유', 셋째는 '사회적 관계 혹은 문명의 산물' 이다. 흔히 무의식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나 의식과 전혀 상관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무의식은 평소에 억압되어 있는 것일 뿐 의식에 대해 알게 모르게 계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평소 좋지 않은 감정이 있었던 사람에게 뼈있는 농담을 한다던가 싫어하는 사람이 준 물건을 잃어버린다던가 등등 의식하지 못할 뿐 여러가지 형태로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에 드러난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내 안의 욕망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욕망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욕망과 욕구의 차이부터 살펴봐야 한다. '욕망'의 사전적 정의는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이며, '욕구'는 '무엇을 얻거나 무슨 일을 하고자 바라는 일' 이다.

라캉은 욕망충족 불가능한 것, 채워도 채워도 부족한 것으로 문화적이며 사회적인 것을 대상으로 하지만 욕구식욕과 같이 본능적이며 생물학적인 것이며 채워질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저자는 인간은 성장하면서 욕구가 충족됨에도 채워지지 않는 무엇인가가 생길 때 비로소 욕망이 시작되며, 이 욕망이야말로 인간의 삶을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고 나의 존재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욕망은 물질을 소유하거나 혹은 타인의 부러움을 받거나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니며 나의 정체성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나만의 욕망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 번째 챕터는 내 안의 불안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대 사회에 일정 부분 불안없이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루에도 여러 번 사소한 불안과 마주하게 되는데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 지각할까봐 불안하고, 공부를 제대로 안했을 땐 시험을 못 볼까봐 불안하다. 지나친 불안은 히스테리나 강박증 등 신경증으로 표출되기도 하지만 불안을 잘 다스린다면 오히려 아침에 늦지 않게 일찍 일어날 수 있도록, 시험을 망치지 않게 공부를 더 열심히 하도록 만들어주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불안은 우리에게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삶을 되돌아보고 나와의 관계를 일깨우는 신호로 작용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 네 번째는 타자와 관계 맺기이다. 인간은 우주에 덩그러니 홀로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굳이 가족이나 연인, 친구 관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공동체와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영화 캐스트어웨이에서 톰행크스는 무인도에서 타자의 존재를 대신해 배구공을 윌슨이라는 친구로 만들어내지 않던가. 물론 타인은 때때로 고통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타자와의 관계를 갈망할 수 밖에 없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공동체를 떠나서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하면 개인이 사회와 타자를 올바로 이해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챕터에서 다뤄진 불안에 관한 내용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저자는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불안의 조건이 두려운 이유는 그 두려움의 원인이 모호하고 불확실하며, 나 혼자 온전히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우리의 실존성, 즉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특성과 아주 많이 연관되어 있다.

결국 인간은 이런 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이 곧 불안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다.

p180

무한한 가능성이 불안을 낳기도 한다고 한다.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가 오히려 불안을 야기시키는 것인데 불안을 피하기 위해서 자신의 운명을 남에게 맏긴다면 불안으로 인한 고통은 피할 수 있을 수 있을지 모르나 나의 실존과 가능성을 제한하게 된다.

자신이 결정하는 것을 피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내 운명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을 믿고 불안을 견뎌내는 것이 불안을 제대로 다스리는 올바른 방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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