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석산의 공부 수업 - 공부의 기초부터 글쓰기, 말하기, 독서법까지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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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대한민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누구나 '공부', '공부' 얘기를 지겹도록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대학만 가면, 혹은 취직만 하면 이제 더 이상 지긋지긋한 공부는 거들떠 보지도 않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취직을 하고 나이가 들수록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업무에 필요한 자격시험이든 혹은 외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든, 그것도 아니면 재테크를 위한 부동산 공부나 주식 공부 등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선 죽을 때까지 공부를 놓을 수 없겠다는 걸 느끼게 되면 이제 더 이상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없어도 자발적으로 공부에 나서게 된다.

학교 다닐 때는 어떻게 하면 시험을 잘 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었지 어떻게 하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공부가 정말로 필요한 상황이 되니 어떻게 하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책은 크게 1부 '공부의 기초'2부 '공부의 활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부의 기초 편에서는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그리고 공부의 활용 편에서는 읽고, 쓰고, 말하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마 <공부수업>이라는 제목을 보고 이 책을 선택했다면 2부 보다는 1부에 더 많은 관심이 갈 것이다. 실제로도 공부 비법에 대해서는 1부에서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1부를 집중해서 보는 것이 도움이 되긴 하다. 하지만 공부 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해서 더 깊은 통찰을 주는 것은 2부였다. 읽고, 말하고, 쓰는 것은 비단 공부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죽는 날까지 계속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1부만 보고 덮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저자가 공부 비법에 대해 소개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한 번만 봐도 무조건 기억에 남는다던가 혹은 더 빨리 익힐 수 있는다던가 하는 기상천외한 방법은 없으니 지나친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똑같은 양의 공부를 하더라도 더 효율적이고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학습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을 그대로 실천한다면 반드시 효과는 있을 것이다.

물론 저자가 소개하는 효율적인 학습법도 반드시 성실하고 꾸준한 실천이 필요하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공부 방법 중 저자는 가장 중요한 것이 기억력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모든 것을 검색할 수 있는 시대이므로 기억력보다는 창의성이 중요하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래도 모르는 것을 검색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단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한데 아는 것의 80%는 기억하는 것이라고 한다. 축적된 기억이 있어야 필요할 때 꺼내서 검색이든 다른 방법을 통해서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공부 방법의 가장 첫 번째로 기억력 학습법에 대해 소개한다.

두 번째로는 시차를 두고 테스트하기이다. 말 그대로 어떤 것을 외우고자 할 때 그 자리에서 모두 외워버리겠다는 생각보다는 시차를 두고 여러 번에 나눠서 반복적으로 외우는 것이 더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를 외울 때에도 당일에 몇 시간에 걸쳐 모두 외우는 것보다는 당일에 다 못 외우더라도 1시간 정도만 외운 후 다음 날 다시 외워보고, 그 이튿날 또 다시 외워보는 식으로 시차를 두고 외우면 더 빠른 시간 내에 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수면의 효과에 의한 것이기도 한데, 잠을 자는 사이 뇌는 쉬지 않고 정보를 저장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의 해결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그 결과 잠을 자고 나면 전 날에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이 풀리기도 하고 기억들을 다시 끄집어내어 반추하는 과정을 통해서 비교적 더 짧은 시간 내에 외울수 있도록 한다.

세 번재는 섞어서 하기 이다. 말 그대로 여러가지를 섞어서 익히는 것인데 이것은 단지 공부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기술을 익힐 때도 마찬가지이다. 테니스를 배울 때 포핸드만 몇 일동안 계속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서브, 포핸드, 백핸드, 스매싱 등 다양한 기술을 매일 조금씩, 섞어서 배우는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한 가지 기술만을 계속해서 배우는 것보다는 느릴 수 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모든 면에서 훨씬 나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도 하루종일 한 과목을 쭉 하지 않고 한 시간마다 다른 수업을 돌아가면서 하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가지 과목을 섞어서 하는 것 외에도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테니스라는 한 가지 분야에서 여러가지 다양한 기술들을 섞어서 연습하는 방법도 있다.

그 외에도 25분 집중하기가 있는데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사람은 한 번에 25분 정도를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25분 정도를 집중하면 조금 쉬어야 다시 집중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25분 알람을 맞춰놓고 집중할 시간과 휴식 시간을 정하는 게 좋다고 한다. 25분 간 집중하는 동안에는 집중에 방해되는 핸드폰이나 라디오, TV 등 모든 요소를 차단하고 집중해야하며 집중이 끝나고 쉴 때는 명상이나 가사 없는 음악 듣기, 그림보기 등 이완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고 휴식 시간은 10분 이내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쉬는 시간에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의 활동은 뇌가 계속해서 긴장상태를 이어가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휴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5분간을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서는 공부 외의 다른 요소들을 사전에 미리 준비해놓고 정확히 25분을 집중하는 것이 좋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전날 잠들기 전에 미리 공부 계획을 세워 다음날 바로 공부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정해두어야 한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놔야 군더더기없이 바로 공부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서 백색 소음이 도움이 된다며 노래를 듣는 경우도 있는데 뇌는 실질적으로 한 번에 한 가지 일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공부 외의 다른 요소는 모두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외에도 잠을 이용하는 공부법, 남이 만든 요약을 읽지 않기, 공부습관 들이기 등 공부를 잘 하는 법과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소개하고 있으니 공부를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따라해 보도록 하자.

2부에서는 시험을 잘 보는 기술과 읽기, 쓰기, 말하기의 기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는 말하기의 기술 중 "말하지 않을 때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말하는 기술에 대해 설명하면서 말하지 않을 때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니 역설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모든 인간관계는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침묵할 때를 알야야 한다고 한다. 말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되는 상황이라면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이는 말을 해도될지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라는 뜻이다. 이 경우 평등하지 않은 자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한다. 보통 자신이 나서서 말을 해야하는 경우는 사실 별로 없으며, 반드시 말을 해야하는 경우라면 처음부터 고민하지 않고 말할 내용을 준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조어 중에 <안물안궁>과 <할많하않>이 이런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단어로 저자의 생각 또한 할 말이 많아도 하지 않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리고 말하지 않으면 자연히 듣게 되므로 최소한 안해도 될 말을 해서 손해보는 일도 없을 뿐더러 남의 말을 잘 듣고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는 평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손해 볼 일이 없다.

누군가는 이 책을 보고 이미 다 알고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실천하기 위해서는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스스로 납득을 하는 것이 먼저이다. 이 방법이 왜 효과적인지 그리고 어떤 도움이 되는지 저자의 경험을 함께 읽어가다 보면 책에서 설명하는 이 기술들을 꼭 실천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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