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포식자들」은 「주가급등 사유없음」 에 이어 두 번째로 읽게 된 장지웅 작가의 책이다. 전작에 이어 이번 책을 읽어보니 저자는 남들이 꺼려하는 이야기들을 직설적이지만 쉽고 재밌게 풀어내는 능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가급등 사유없음」에서도 보통의 주식 관련 서적에서는 보기 힘든 작전 세력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이런 세력들의 비밀스런 움직임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아주 공개적인 공시(DART)를 통해 사전에 포착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었다.
이번 책 「금융시장의 포식자들」에서도 역시나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이야기, 머리 속에는 있지만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는 이야기에 대해 속시원히 드러낸다. 그런데 그 정도가 너무 직접적이고 노골적인데다가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프레임이라 작가의 초고를 본 편집자의 극렬한 반대(?)로 순화시킨 것이 지금의 결과물이라고 하니 책을 끝까지 읽어보지 않아도 전반적인 내용이 꽤나 파격적일 것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책을 관통하는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 바로 제목인데, 「금융시장의 포식자들」 역시 제목에서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바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히는 자, 피식자가 아닌 먹는 자, 즉 포식자의 마인드를 장착해야 한다는 것으로 여기서 포식자는 우리가 흔히 불법과 비리의 온상, 그리고 돈만 밝히고 약자를 짓밟는다고 생각하는 글로벌 기업, 대기업, 그리고 최대주주나 기관인데, 우리는 이들과 같은 프레임으로 시장경제를 바라보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장경제의 포식자를 대기업과 노조, 기관, 글로벌 기업 그리고 옆나라인 일본과 중국으로 정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각 장마다 우리가 지금까지 상식이고 정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말로 맞는 것인지 뼈를 때리다 못해 뼈가 뽀사지도록(?) 냉정하게 말해준다.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넘버원 기업인 삼성의 경영승계 과정에 대한 챕터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경영 승계를 적폐이자 불법적인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인식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보통 우리는 전문 경영인이 기업을 더 건실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 경영인은 시한부 월급쟁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즉각적인 성과를 내지 않으면 다음 임기를 보장받기가 어렵다. 그래서 기업의 영속성을 위한 장기적 비젼보다는 자리를 보장받기 위한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할 수 밖에 없어 회사를 크게 키우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의 오너이자 주주의 경우에는 기업의 이익과 존속이 자신의 재산과 직결되기 때문에 전력을 다할 수 밖에 없으며, 대신 책임도 자신이 지는 것이라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미래 먹거리를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책에서 예로 든 것이 삼성의 반도체 투자로, 故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산업에 진출했던 1980년대 당시 삼성 대내외 상황을 고려했을 때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아주 낮은 위험한 투자였다. 실제로도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이후 단 몇 년만에 1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고 하니 아무리 미래를 위해 필요한 투자였다 하더라도 오너가 아니었다면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지금 누구나 알고 있듯이 성공적인 열매를 맺었다. 이렇게 한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결정할 정도의 판단은 전문 경영인으로서는 부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편집자의 허락 하에(?) 작가의 생각을 맘껏 쓸 수 있는 짧은 페이지가 있는데 여기서도 작가는 현재 우리나라의 역린이나 다름 없는 부동산에 관한 일화를 하나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해운대에 놀러 갔다가 엘시티를 사게 됐는데, 엘시티를 매수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