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
쯔진천 지음, 박소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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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진천은 중국의 추리소설 3대 작가로 손꼽힐 정도로 흡입력있는 추리 소설을 써온 작가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해진 작품인 「무증거 범죄」와 「동트기 힘든 긴 밤」 외에도 사회 비판적이고 무거운 작품들을 많이 써왔는데 이번에는 평소 쯔진천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경쾌한 코믹 활극으로 돌아왔다.

일단 책 시작 전 등장 인물들을 정리해놓은 페이지를 보고 '아, 이거 뭔가 줄거리가 복잡하겠구만' 이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예상만큼이나 등장인물들도 많고 사건 또한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다.

처음 겉면의 줄거리를 봤을 때는 약간 덜 떨어진(?) 2인조 강도단이 비리 공무원에게 돈을 갈취하는 내용이려니 했는데 이 사건은 앞으로 벌어질 대장정의 단초일 뿐 핵심 사건은 아니었다. 억만금을 도둑맞아도 경찰에 신고할 수 없는 비리 공무원을 털겠다는 단순한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한 일이 아주 사소한 우연이 겹치면서 각자 관련 없었던 개별 사건들 간에 연결고리가 생기고 또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전혀 예상치못한 전개를 보여준다.

이와중에 주인공인 형사 장이앙 또한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며, 싼장커우 시의 히어로로 급부상하게 된다. 그 동안의 행적으로 봐서는 다분히 소 뒷걸음 치다 쥐잡은 격으로 범인을 검거한 것 같지만 우연이 반복되니 이게 정말로 우연일 뿐인건지, 아니면 어리숙한 얼굴로 뛰어난 추리력을 감추고 있는 능력자인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앞서 이야기 시작 전 등장인물들을 정리해놓은 페이지가 따로 있다고 했었는데 소개 페이지에 나온 인물들만해도 대략 40여명 정도 된다.

그러니 이 많은 인물들 간에 벌어지는 사건 또한 하나의 큰 사건으로 이루어져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 개별적으로 진행된다. 각 사건들이 벌어지는 시기 또한 순차적인 것들도 있고, 동시에 벌어지는 것들도 있고 제각각이다. 그러다보니 자칫 흐름을 놓치면 이 인물이 어디에 등장했던 사람인지, 그리고 이 사건과 저 사건이 서로 헷갈려 뒤죽박죽될 수도 있는데 스토리가 묘하게 헷갈리지 않도록 잘 배치가 돼 있고 어렵지 않게 이야기가 전개 된다. 작가의 말에서 쯔진천 본인 스스로도 가장 잘 쓴 작품이라고 자평할 정도니 복잡한 플롯과 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매끄럽게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알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기존 쯔진천 작가의 본격 추리물이나 무거운 분위기를 선호했던 독자들로서는 이번 작품의 가벼운 분위기나 사건의 규모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연이어 터지는 강도, 살인 사건들이 발생하지만 거기에 대해 인물들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담당 형사조차도^^;) 사건이 발생한 계기와 동기 또한 순전히 우연의 장난이라고 봐도 무방한 것들도 있다. 그런데다가 사건 해결 또한 주인공인 형사 장이앙이 순전히 요행으로 어찌저찌 이뤄지다보니 그저 운이 좋았을 뿐 철저한 수사와 끈질긴 집념으로 이뤄낸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헐렁하게 보이긴 하지만 또 개별 사건들간의 연결 고리 자체는 치밀하게 짜여져 있어 우연에 기대 대충대충 사건 해결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한 편으로는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히 계산된 플롯이구나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 묘한 이야기였다.

어쨌거나 쯔진천 작가의 기존 스타일에서는 많이 벗어나지만 그래도 재기발랄하고 엉뚱한 형사가 등장하는 수사물을 선호한다면 만족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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