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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4월
평점 :

결혼식 당일 사라진 신부, 그리고 30년 만에 닿은 연락... 도대체 왜, 아무 말도 없이 결혼식 당일 날 사라졌을까?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신부가 결혼식 당일 왜 사라졌는지 이유가 궁금해서였다. 결혼식 당일 날 사라진 신부가 30년 만에 시체(?)로 발견됐다면 오히려 평범한 이야기일텐데, 살아있는 채로 30년 뒤 연락이 닿았다는 설정이 독특했다. 그리고 이것이 실제 경험담에서 출발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내가 읽은 것은 인쇄물로 된 책이었지만 원래는 전자책으로 출간된 책답게 판형이 작고 내용이 그리 길지 않아 가볍게 읽기 좋았다. 내용도 남녀 주인공이 페이스북 메세지를 주고 받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짧게 짧게 끊어서 진행된다. 짜투리 시간에 한 챕터 씩 읽어도 금방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아마 책을 좀 빨리 읽는 편이라면 1~2시간 내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용은 짧아도 결혼을 약속한 남녀 주인공들의 연애사와 학창시절을 충실히 그려내 두 사람의 감정선을 따라가기엔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별로 특별할게 없는 학창시절 이야기도 흡입력있게 읽어져 가뜩이나 짧은 내용인데 페이지가 넘어가는게 아쉬웠다. 신부가 결혼식 당일에 왜 사라졌는지가 궁금해 페이지가 빨리 넘어갔는지도 모르겠다.
남녀 주인공 미즈타니와 미호코는 대학 연극 부에서 만나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해 결혼을 약속한다. 그런데 결혼식 당일 신부인 미호코는 식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미호코의 부모 형제도 그녀가 갑자기 왜,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28년이 흐르고 어느덧 50대가 된 미즈타니는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한 장의 사진을 보게 되는데 그 사진 속에는 결혼식 당일 갑자기 사라졌던 미호코의 모습이 있었다. 미즈타니의 마음 속에서 미호코는 이미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호코에게 메세지를 보내게 되고, 메세지를 보낸지 2년이 되던 해 드디어 미호코로부터 답신이 온다. 그렇게 30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이 SNS를 통해 메세지를 주고 받으며 과거 두 사람이 사랑했던 그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마지막엔 미호코가 사라진 이유가 드러난다.
책이 짧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승전결이 있을텐데 결에 다가가기 전까지 미호코가 왜 결혼식 당일에 증발했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미즈타니와 미호코가 숨기고 싶었던 어두운 과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그것이 미호코의 증발에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데 마지막 10페이지를 남겨둔 시점에 갑자기 퍽하고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이 등장한다. 문제는 이 반전이 서서히 풀리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바닥이 쑥 꺼져버리는 씽크홀처럼 마지막에 급작스럽게 등장해 약간은 당황스러웠다. 아마 어떤 독자들은 결말이 약간 쌩뚱맞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결말이 급작스러웠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개연성이 없다는 의견과 생각지도 못했던 충격적인 반전이라는 의견으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거나 결말에 대해서는 추리가 적중한 사람이 드물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장르를 미스터리 추리로 생각했던 나로써는 이야기의 결말이 오로지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반전을 알고 책을 다시 읽어보니 초반부터 의심스러운 문구들이 꽤나 많이 있었다. 결말을 알아야지만 보이는 그런 문장들이었다. 그래서 반전을 알고 난 후 처음부터 다시 읽는 이야기는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주인공들이 주고 받는 별 거 아닌 흘러가는 듯한 문장들이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었다.
물론 반전이 좀 급작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반전을 알기 전과 알고 난 후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는 재미가 있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