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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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MBC 환불 원정대에서 화사가 상상 연애 중이라며 한 외국 배우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내 화제가 된 바이 있다. 미켈레 모로네라는 다소 생소한 이탈리아 배우였는데 그 배우가 출연한 넷플릭스 영화 365일의 원작이 바로 소설 <365일>이다.

<365일>은 넷플릭스에서 2020년에 가장 많이 본 영화로 유명하다고 한다. 보통 원작과 영화 혹은 드라마 둘을 다 본 사람들은 원작이든 영상이든 둘 중 한 가지에는 실망하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비교하지 않고 편견없이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의 장르는 어른들을 위한 로맨스물(?)이라고 하는데 한 마디로 수위가 높다는 뜻이다. 영화 자체도 넷플릭스에서 심의 통과 하는데 꽤 긴 시간이 걸렸다고 하니 영화를 안봐서 알 수는 없지만 원작 소설도 19금 딱지가 붙지 않고는 출간하기 힘들 것 같다.

어쨌거나 소설의 줄거리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소설에는 여 주인공인 라우라와 남 주인공인 마시모가 등장한다. 이탈리아가 배경인만큼 마시모는 마피아 가문의 수장으로 등장하는데,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성격으로 신경을 거스리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총으로 쏴죽이는 인물이다. 하지만 외모만큼은 여자라면 누구나 반할 정도로 완벽하다. 그런 그에게 치명적인 약점 아닌 약점이 있었으니 총에 맞아 죽을 고비를 넘긴 후 꿈인지 환영인지 모를 환상 속에서 매일 같은 여자를 본다는 것이다. 실존인물인지 아니면 단순한 헛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마시모는 어느 순간 매일 보는 그 여자에게 집착하며 화가에게 초상화까지 그리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업무차 들른 시칠리아에서 마시모는 자신의 환상에 등장하던 그 여인을 실제로 만나게 되는데, 그 여인이 바로 라우라였다.

라우라는 지극히 평범한 호텔 세일즈 매니저로, 번 아웃에 빠져 일을 그만둔 후 남자친구와 함께 시칠리아로 여행을 오게 된다. 이 곳에서 우연히 마시모를 만난 라우라는 마시모의 계략에 빠져 납치되고, 365일 이라는 기간 내 자신을 사랑하게 되지 않을 경우 돌려보내 줄테니 그 기간동안 자신과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게 된다.

지극히 상식적인 라우라로서는 당연히 그 제안을 거절하려고 하지만 자신의 가족들을 인질로 삼은 마시모 때문에 거부할 수 없게 된다. 처음에는 강제로 마시모와 함께 지내게 됐지만 라우라는 점점 마시모에게 끌리는 감정을 거부할 수 없는데...


일단 성인을 위한 로맨스도 로맨스니 남자 주인공인 마시모는 로맨스 주인공의 조건은 모두 갖추고 있다. 완벽한 외모에, 탄탄한 근육질 몸매, 엄청난 부, 그리고 거대한 범죄조직인 마피아를 이끄는 젊은 리더. 평소에는 거슬리는 사람 누구에게나 총질을 해대는 잔인한 성격이지만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한 그런 설정이다. 이 때 여 주인공은 남 주인공에 비해 아주 보잘것 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이다. 물론 외모와 성격은 평범하지 않았다. 가족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 사람의 따귀를 걸핏하면 날리는 불같은 성격에, 시도 때도 없이 샴페인을 마셔 꽐라가 돼서 깽판을 치고 필름이 끊긴다.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진작에 마시모 손에 죽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며 결국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사실 납치,감금이라는 설정과 폭력성, 그리고 주인공들의 비정상적인 행동 등 이해할 수 없는 점들이 많긴 하지만 뭐 그 정도의 개연성은 아주 가볍게 무시하고 지나간다. 원작만 이런 줄 알았는데 영화에서도 맥락없고 공감할 수 없는 인물들의 감정선 때문에 말이 많은 것을 보면 개연성과 스토리에 무게를 두는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성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비현실적인 설정과 짧은 장면, 장면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묘사를 얼마나 극적으로 보여주느냐가 이 소설의 관건이기 때문에 마치 이야기 일부가 짤린 것처럼 줄거리가 튀는 부분들도 많아 전개가 부드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장 드라마가 시청률 면에서는 독보적인 것처럼 원작이 출간된 폴란드를 비롯한 독일, 헝가리, 브라질 등에서도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니 사람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는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19금을 표방하는 에로(?) 로맨스 소설이다 보니 자극적이고 수위가 아주 높다. 영화는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왠지 원작 소설이 더 수위가 세지 않을까 싶다. 이미 넷플리스를 통해 영화를 접한 팬들이라면 소설을 봐도 놀랍지 않겠지만 원작 소설을 먼저 보는 것이라면 예상보다 강한 수위에 놀랄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하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만약 개연성을 중시하는 독자라면 19금 막장 로맨스는 적절치 않은 장르라는 점을 감안해야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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