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0주년 개정증보판)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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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몇 년 전인가부터 긴 호흡의 책은 집중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용이 재미 없어서라면 당연히 그럴 수 있지만 내용이 충분히 재밌는데도 이상하게 2,30분이 지나면 집중이 안되고 어느샌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궁금하지도 않는 인터넷 기사들을 서칭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꼭 독서가 아니라 다른 활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인터넷에서 서론이 긴 글들은 제대로 읽지도 않고 스크롤을 내려 결론만 확인하고 꺼버린다던가 티비를 보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핸드폰으로 또 손이 옮겨가곤 했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게 돼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런 집중력 저하 외에도 핸드폰 번호 같은 단순한 번호나, 노래 가사 같은 것들도 잘 생각나지 않는 기억력 저하도 자주 겪곤 하는데 이런 증상은 나만 느끼는 게 아닌지 친구나 회사 동료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결론은 세월탓, 나이탓(?)이려니 했다.

( 예전엔 노래방 가사 없어도 노래 잘 부르고, 네비 없어도 길을 잘 찾아다녔었는데, 어떻게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으로 항상 끝이 난다.ㅎㅎ)

그런데 이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는 그 원인이 바로 ‘인터넷’에 있다고 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편리함과 많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인간을 더 똑똑하게 만들거라고 기대했던 인터넷은 우리의 기대와 달리 인간을 더 똑똑하게 만들지도, 더 나은 선택을 하게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의 인내심과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기억력을 더 나쁘게하며, 충동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저자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자가 말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인간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등등)을 몸소 느끼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나는 저자의 이런 주장에 적극 동의하는 바이다.

책에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다양한 논문결과와 사례, 그리고 의학적이고 역사적인 사실들을 소개함으로써 주장에 신뢰를 더 하고 있다.

책은 크게 1,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에서는 뇌의 특징과 문자와 책의 기원, 깊이 읽는다는게 어떤 것인지 등 인터넷 탄생 이전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의 탄생, 그리고 인터넷이 글쓰기와 책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또 인터넷이 인간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2부보다 오히려 1부가 더 흥미롭게 느껴졌는데 ‘뇌의 가소성’과 ‘책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는 장이 기억에 남았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뇌는 성인이 된 이후에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진리처럼 여겨졌으나 마이클 머제니치의 실험에 의해 영장류의 뇌는 광범위한 가소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가소성’이란 ‘뇌가 변하는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뇌세포가 발달하고, 완전한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뇌세포가 파괴되며, 늙어가기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통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는다(?)며 공부도 어릴 때 해야 된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여러가지 연구와 실험에 의해 뇌가 완전히 형성된 성인의 뇌도 나이가 들수록 가소성이 감소하긴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스스로 새롭게 정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뇌는 그 때 그 때 상황을 봐가며 과거 방식을 바꿔 스스로를 새롭게 정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p59)

인간의 뇌세포는 경험과 환경, 그리고 필요에 의해 유연하게 변화하는데 책에서는 사람이 실명을 하거나, 사고로 팔 다리를 잃은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실명할 경우 시각적 자극을 처리하던 뇌의 부분, 즉 시각 피질이 그냥 멈추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즉각 청각 처리를 위한 회로로 채워진다.

사고로 팔이나 다리를 잃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검사 역시 뇌가 얼마나 집중적으로 스스로를 재정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고 당사자들의 뇌 속에서 잃어버린 사지의 감각을 접수하던 부분들은 신속하게 다른 신체 부분이 느끼는 감각을 접수하는 회로로 교체된다. (p62~63)

이렇게 뇌의 특정회로는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데, 신체의 기능 일부가 손상되는 극단적인 경우 외에도 어떤 육체적, 혹은 정신적 행동의 반복을 통해서도 변화될 수 있다. 그래서 아무리 낡은 뇌라 하더라도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는 일단 회로가 만들어진 뒤에는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활동들은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수행되고, 그에 반해 사용되지 않는 회로들은 가지치기 당해 그 기능이 쇠퇴한다.

진짜로 그랬던 건지, 기분 탓이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책을 연속해서 몇 일에 걸쳐 읽었을 때 첫 날에는 집중하기 어려웠다면,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짧은 시간 내에 책에 몰입되고 집중력이 유지됐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너무 오바일까 ㅎ.

2부에서는 인터넷의 사용이 우리의 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인터넷의 확산에 기여한 대표적인 장점인 쌍방향성, 하이퍼링크와 알람 기능, 검색 가능성, 멀티미디어 등은 필연적으로 산만함과 정보의 분절화를 가져온다.

일반적으로 책에서는 모르는 정보가 나올 경우 바로 그 정보에 대해 찾아보기 보다는 문맥이나 흐름으로 그 의미를 유추해보곤 한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하이퍼링크를 타고 바로 그 정보에 대해 넘어갈 수 있다. 그럼 그 정보에 대해 어느 정도 읽어보다가 다시 원래 읽던 곳으로 넘어오게 되는데 이렇게 여러가지 링크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집중력은 떨어진다. 그래서 오히려 책만 쭉 읽던 사람보다 인터넷으로 여러가지 정보를 얻은 사람이 사실은 그 정보에 대한 이해력과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여러가지 실험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어떤 활동을 할 때 시도때도 없이 알람이 울리면서 방해를 받고, SNS 나 메신저 등을 통해 다른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시도하면서 집중력에 끊임없는 브레이크가 걸린다.

이렇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산만함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면 그만두면 될텐데, 계속해서 손이 가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인터넷의 중독성 때문이다. 인터넷은 시각과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충족시켜주는 멀티미디어로 스크롤과 드래그, 클릭 등의 신체적 반복을 권장하고 클릭할 때마다 새롭고, 빠르고, 흥미로운 정보를 전달하면서 중독성을 불러일으키는데, 인터넷이 얼마나 빨리 우리의 뇌에 영향을 미치고,중독성을 일으키는지 2008년 진행된 인터넷 사용으로 인한 뇌의 변화에 관한 연구에서도 잘 드러난다.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않는 초보자와 숙달된 검색자로 나눠 구글을 검색하는 동안 뇌를 스캔하는 실험이었는데, 인터넷 초보자가 하루에 한 시간 씩 5일 동안 인터넷 검색을 한 후 다시 뇌를 스캔했더니 실험 전의 뇌와 다르게 인터넷 숙달자들의 뇌 활동과 동일해진 것이다.

 

단지 6일간의 실험으로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않던 이들의 뇌 앞쪽 부분에 완전히 똑같은 신경 회로가 활동하게 된 것이다.

우리의 뇌가 하루 단 한 시간 컴퓨터에 노출되는 것에 그렇게 민감하다면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어떻게 되겠는가? (p202)

이렇게 인터넷의 확산은 필연적으로 우리의 뇌에 산만함을 가져온다. 물론 인터넷이 우리의 뇌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웹 서핑은 아주 다양한 뇌 활동을 수반하기 때문의 노인의 경우 사고의 예리함을 유지시켜준다. 정보를 검색하고 훑어보는 것은 십자말풀이를 하는 것처럼 뇌를 훈련시키는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중력에 있어서는 단연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같은 시대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없이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도 집필기간 동안은 스마트폰없이 생활했지만 그 이후에는 역시나 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종속돼 바보가 돼 가는 것을 느꼈다면 최소한 그 흐름을 피하기 위한 노력은 해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은 2010년에 처음 출간됐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출간 당시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영향이 훨씬 커진 상태이다. 그래서 2010년보다 개정보증판이 출간된 2020년 현재에 의미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집중력과 기억력이 저하된 것 같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나, 집중력을 높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바보가 되어 가는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던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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