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 사람이 만드는 기업의 미래
강성춘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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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이라고 하면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원래 인사이드 아웃은 '속을 뒤집다'는 뜻으로 패션이나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는 인사이드 아웃이 어떤 의미로 사용됐을까?

기업이 자신의 문화와 특성을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동시에 사람에게 내재된 역량을 사업과 연계하여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인적자원관리의 관점을 말한다. 즉, 기업에 속해있는 사람을 통해 역량을 확보해야만 새로운 경영환경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말로 사람이 모든 문제의 핵심이자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기업도 결국엔 사람이 모여서 이뤄진 집단으로 영속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람관리가 중요하다. 기업을 이루는 개인의 지식, 경험, 역량 등을 자산으로 어떻게 하면 개인의 가치를 제대로 된 곳에 적절하게 사용할지가 모든 기업의 숙제이다.

한국이 개발 도상국인 시절에는 직장에서 제 때 월급만 줘도 직원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개인과 회사를 분리하고, 급여가 높은 회사라도 개인이 성장할 수 없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미련없이 떠나기도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나 탄력 근무제가 시행되고, 회사에 얽매여 있기보다는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다양한 근무형태가 생겨나고 있지만 인사제도는 여전히 개발 도상국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개인의 변화 속도가 5G 라면 인사제도의 변화는 여전히 2G 속도인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 혁명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환경이 도래하면서 상사의 명에 무조건 순응하며 집단을 중요시하는 직원보다는 개인의 창의성과 능력이 중요시 되기 때문에 개인의 변화 속도에 발맞춰 인사제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업의 본질과 상관없이 무조건 개인의 창의성과 특출난 능력만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어떤 업종이냐에 따라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나 인재상도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모든 기업에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관리 제도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야 말로 오산이며 각 회사의 본질과 가치에 맞는 적절한 대안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항상 '우리 회사에서는 인재가 없어'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경영자라면 꼭 봐야할 챕터다. 실제로 그 회사에 인재가 없을 수도 있고, 인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재의 가치를 못 끌어내서일 수도 있고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저자는 그 원인으로 3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경험에 대한 자기 확신, 둘째는 사람에 대한 무관심, 셋째는 제도에 대한 집착 이다.

보통 연륜이 쌓이면 사람보는 눈이 저절로 생긴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는 여러 사람에게 뒷통수(?)를 맞아보면 저절로 깨닫게 된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정말 별로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이런 경험을 하면서도 면접장에만 들어가면 이상하게 자신이 점쟁이마냥 한 눈에 인재를 알아볼 것이라는 믿음에 휩싸인다.

책에서는 실제로 이런 믿음이 얼마나 근거 없고 부정확한지에 대한 근거들을 제시하며 사람과 관련된 체계적인 교육이나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대부분 기업의 경영 철학에 '인재제일' 이라는 말은 빠지지 않고 꼭 들어가는 단골멘트이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에 인재 육성을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지 물어보면 자신있게 대답하는 경영자는 드물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 GE 의 경우 직원들의 교육 훈련에 1인당 매년 3백만원, 기업 전체로는 1조원 이상 사용한다고 한다.

인재제일이라는 말을 쉽게 내뱉지만 정말로 인재가 제일이라고 생각하는지는 경영자 스스로 질문해봐야할 일이다.

일반적으로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인사 제도가 있다. 제대로 된 인사 철학이 없는 기업은 유행에 따라 다양한 인사 제도를 도입하곤 하는데 이 경우 인사 제도가 사람에 대한 제도라는 것을 잊어버리곤 한다. 사람에 대한 제도는 말 그대로 사람과 함께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회사가 정말로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어떤 역량과 어떤 태도를 가진 사람이 우리 회사에 필요한 것인지 깊은 고민 없이 유행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효과가 없을 땐 또 다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제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거라는 단순한 생각일 뿐이다. 하나의 제도가 그 기업에 제대로 정착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 조직의 공통적인 생각과 문화가 제대로 반영되는게 먼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부 어떻게 사람을 관리할 것인가에서는 직무성과주의, 내부노동시장형, 스타형, 몰입형으로 나누어 사람관리의 4가지 패러다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각 시대별 패러다임이 지향하는 인재상과 사람에 대한 철학, 내적 적합성을 알 수 있는데 직무성과주의에서는 비용으로 사람을 전제하고 직원들이 맡은 일을 잘하는 직원이 될 것을 요구한다. 사람을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을 엄격히 통제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조직의 성과에 기여하는 것이다.

내부노동시장형은 그 조직만의 고유한 문화와 특성을 잘 이해하고 내재화한 사람으로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사람을 육성한다.

그리고 스타형은 말 그대로 창의적이고 뛰어난 소수의 개인이 기업을 이끌어간다는 전제로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함으로써 기업의 혁신을 꾀한다. 대표적으로는 애플같은 기업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몰입형은 평범한 직원들이 서로 협력하고 헌신함으로써 소속의식과 연대의식을 극대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3부 변화하려면 사람을 먼저 이해하라 편에서는 각 패러다임마다 기업과 직원들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의무와 보상이 다르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각 패러다임에 맞는 의무와 보상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상호간의 조율이 필요하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어떤 것인지 명확한 철학과 규정이 있고, 또 그 철학에 일관성이 있어야 내적 적합성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각 패러다임별로 채용, 개발, 평가, 보상, 직무설계가 내적 적합성을 갖추도록 설계되어야 하는데 직무성과주의를 추구한다면서 개인의 개발을 위한 최소한의 직무교육만 시키고 스타형과 같은 창의적인 성과를 바라는 것은 내적 적합성에 맞지 않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서문에서 저자는 학생들과 경영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쓴 것이라는 말을 밝히고 있다. 물론 저자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쉬울 수 없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풀어서 쓴 이야기지만 그래도 사실 썩 쉽게 읽히는 책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전략적 인사관리에 관한 일반 서적이 지극히 드물다는 점과 논문이나 전문서적에 비해 쉽게 쓰였다는 점에서 평소 인사관리에 관심이 있었던 독자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책장이 쉽게 넘어가는 책은 아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만한책은 아니라는 걸 감안하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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