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죄 : 프로파일링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박소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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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죄」는 중국에서 웹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어 엄청난 인기를 얻은 작품의 원작 소설이다. 흔히 중국의 3대 추리소설 작가로 레이미, 쯔진천, 저우하오후이를 꼽는다고 하니 중국에서 레이미 작가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특히 레이미는 범죄심리학 교수로 경찰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작품에 등장하는 프로파일링이나 수사기법들이 실제와 흡사해 독자들이 사건을 더 현실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다.

심리죄는 중국 현지에서 총 5편의 시리즈로 출간되었는데 이번 심리죄:프로파일링은 시리즈 중 2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한국에서 첫 번째 편을 건너뛰고 2편인 프로파일링부터 출간된 점이 약간 의아하긴 하지만 사건들이 한 권에서 마무리되기 때문에 꼭 1편을 보지 않아도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다. (아마도 시리즈 중에 이 프로파일링 편이 가장 인기가 많아서 먼저 출간된 게 아닌가 싶은...) 그리고 프로파일링에서 1편에 해당하는 전편의 내용들을 일부 등장하기 때문에 현재 주인공의 상황을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다.

주인공은 J대에서 범죄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 '팡무'이다. 그는 2년 전 발생한 어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로 뛰어난 프로파일링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능력으로 경찰들이 해결하지 못한 사건들을 프로파일링 해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C시 공안국의 '고문'이 되었다.

최근 J시에서는 연이어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있었는데 죽은 피해자들의 시신은 모두 하나같이 가슴에서 배까지 갈라져 있었고 현장에는 피해자들의 혈액과 다른 물질을 섞어서 마신 흔적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선 흡혈귀의 짓이라는 소문이 떠돌았고 담당 형사인 '타이웨이'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팡무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타이웨이는 처음엔 팡무의 능력을 의심하지만 팡무의 프로파일링 덕에 범인을 검거한 후에는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이가 된다.

처음에는 이 흡혈귀 사건이 중심이 되는 내용인가 했는데 이 사건은 의의로 이야기 초반에 해결된다. 사람의 배를 갈라 피를 마신다는 자극적인 소재는 책 한 권을 통째로 할애해도 무방할 정도로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인데 도입부에 이런 에피소드를 배치함으로써 처음부터 확실하게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흡혈귀 사건 이후 모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차에 팡무가 다니는 J대학교에서 커플 한 쌍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살해당한 남학생은 축구팀 골키퍼로 두 손이 절단되었고 왼손과 오른손이 각각 왼쪽과 오른쪽 축구 골대 기둥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살해된 남학생의 여자친구는 머리,몸통,다리가 토막난 후 원래 형태대로 맞춰진 상태로 자신의 집에서 발견된다.

연이어 J대학 병원에서 링거 치료를 받던 여성 환자가 사망하고, 또 학교 강의실에서 온 몸의 살가죽이 벗겨진 채 죽어있던 여자와 피해자에게서 벗겨낸 가죽이 씌워진 마네킹이 환경미화원에게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계속해서 J대학과 관련된 살인사건이 일어나자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인생을 살려고했던 팡무도 결국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사건을 조사하던 중 팡무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이 사건들이 자신을 향한 도전장이자 세계의 유명 사이코패스 살인범들의 수법을 모방한 범죄라는 것을 밝혀낸다.

2년 전 이미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던 경험이 있는 팡무가 과연 이번 사건을 또 견뎌낼 수 있을지, 그리고 범인은 어떤 이유로 팡무를 노리고 있는 것인지 진실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쉽사리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보통 추리소설이라고하면 일본이나 영미권이 강세고 중화권 문학은 액션, 무협같은 장르가 발달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다양한 매체들의 발달로 나라와 관계없이 장르별로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생겼고 심리죄도 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추리소설에서 사이코패스 범인과 천재 프로파일러의 대결 자체는 흔한 소재지만 보통 프로파일러들이 자신과 무관한 타인들의 사건을 다룬다면 심리죄에서는 주인공인 팡무를 둘러싼 사건들과 팡무의 주변인들이 살해당하는 일이 주를 이룬다. 프로파일링 편에서도 그렇지만 시리즈의 첫 편에서도 역시 팡무는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들을 잃는 비극적인 사건을 겪는다.

그래서 주인공은 주변인들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과 죄책감, 두려움을 겪고 있고 소설에서는 이런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심도깊게 묘사하고 있다. 사건이 거듭될수록 이 모든 일이 자신 때문이란 생각에 괴로워하는데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중간 중간에도 주인공의 내면적 고통을 묘사하는 부분들이 꽤 자주 등장하다보니 살인사건으로 인해 팽팽하던 긴장감이 느슨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500페이지가 넘는 꽤 긴 분량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계속 이어져도 피로도가 높겠지만 살인사건과 수사과정에 좀 더 집중하고 개인적인 고뇌에 할당하는 분량은 좀 더 줄여도 좋지 않을까싶다.

그리고 일반적인 추리소설은 '이 중에 과연 범인이 누구일지 골라보세요'라며 범인에 대한 힌트를 중간중간에 뿌려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범인에 대한 힌트가 거의 없다시피하다 마지막에 뜬금없이 나타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중간에 과연 누가 범인일지 추리하는 재미는 약간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약간의 아쉬운 점이 있긴하지만 자극적인 소재와 연이어 발생하는 흥미진진한 살인사건으로 뒷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흡입력이 넘치기 때문에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라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자행된 연쇄살인범들의 범죄를 모방하는 범인을 통해 현실의 살인사건과 이야기 속 사건들이 뒤섞여 더 실감나게 느껴졌다.

심뢰죄:프로파일링에 이어 출간된 심리죄 교화장에서는 주인공인 팡무가 경찰이 된 이후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고하니 다음 편에서는 인간적으로 한층 더 성숙된 팡무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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