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고 다 말하지 말고 들었다고 다 믿지 마라 - 인간관계가 편안해지는 26가지 심리 법칙
홋타 슈고 지음, 이정미 옮김 / 스몰빅라이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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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회사 생활이든, 학교 생활이든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이 사람과 사람간의 문제일 것이다. 회사에서도 퇴사를 고려할 때는 일이 너무 많아서라기 보다는 상사나 동료와의 문제 때문인 경우가 많고, 학교에서도 공부를 못해서라기 보다는 따돌림을 당하거나 교우관계의 문제로 자퇴나 전학을 생각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피하려고 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또 피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손해는 모두 내가 감수해야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어떻게하면 부담스러운 부탁을 상대방이 기분 상하지 않게 거절할 수 있을지 등 인간관계에 대한 명쾌한 대처방법이 있다면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렇게 수요가 많은만큼 시중에는 대인관계에 대한 심리학이나 처세술에 관한 책이 이미 차고 넘칠만큼 많다. 이 책도 역시 인간 관계와 심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이미 출간된 기존의 책들과 다른 점을 꼽자면 인간 심리에 관한 법칙을 인류학, 뇌과학, 언어학, 빅데이터 과학 등 다양한 학문을 통해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지만 자신만의 영역이 있다. 물론 인종간, 나라간 차이는 있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이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해오는 것을 불편해한다. 이런 현상은 엘리베이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친구, 동료들끼리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다가 엘리베이터와 같이 좁은 장소에 갇히면 갑자기 어색하게 대화가 끊긴다거나 혹은, 엘리베이터에 혼자 타고 있다가 모르는 사람이 타면 최대한 벽 쪽으로 붙으려고 하기도 한다. 이것은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퍼스널 스페이스가 좁아져 경계심과 긴장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본능에 충실하게 반응하는데, 이런 인간의 본능과 심리를 최대한 과학적으로 설명해 놓은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그리고 이런 과학적 방법을 통해 심리법칙을 26가지로 추려 설명해 놓았는데 이 중에는 법칙9. 말하는 능력보다 듣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법칙12. 뇌는 자기 얘기를 할 때 쾌감을 느낀다, 법칙 18. 체면이 손상되면 관계도 손상된다 와 같이 우리가 평소에 많이 들어본 이야기들도 있고 법칙2. 요란한 선물 포장은 실망을 부른다, 법칙10. 눈맞춤에도 맞춤선이 필요하다, 법칙22. 몸이 구부정하면 마음도 구부정해진다 와 같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법칙들도 있다.

내용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는 관계의 장벽을 제거하는 방법, 두 번째는 막힌 관계를 뚫어주는 방법, 세 번째로는 관계가 술술 풀리는 방법이다. 이렇게 3개로 나뉘어져 있지만 사실 이 3가지가 따로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연관된 내용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보지 않고 앞, 뒤 순서 상관없이 궁금한 내용부터 먼저 봐도 무관하다.

각 장의 중간과 마지막에는 "좋은 관계를 위한 솔루션" 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26가지 법칙에서는 말 그대로 인간의 심리에 대한 법칙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면 여기서는 실질적인 대처법, 즉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싫은 사람 앞에서 웃으며 이야기하는 법" 에 대해, 두 번째는 "비호감 캐릭터의 유형별 대처법"을, 세번째는 "대화에 약한 사람들을 위한 처방전"을, 그리고 네 번째는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대화 도중 스마트폰 이용의 장단점"을 설명한다.

좋은 관계를 위한 솔루션 5가지 중에서는 "비호감 캐릭터의 유형별 대처법"이 가장 인상깊었는데, 책에서는 비호감으로 잘난 체하는 사람, 반응이 없는 사람, 늘 부정적이거나 자학적인 사람, 거만한 사람, 관심받고 싶은 사람을 뽑았고, 윗사람 혹은 아랫사람을 대하는 법과 유명인사나 지위가 높은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설명하고 있다.

책에서 나온 대처법을 잠깐 설명하자면 잘난 체하는 사람은 괜히 경쟁하거나 이기려하지 말고 그냥 잘난 척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방법이다. 만일 잘난 척이 주야장천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대놓고 상대방에게 "지금 잘난 체하는 거지?"라고 정곡을 찌르며 물어본다. 이렇게 상대방이 "지금 당신은 날난 체하는 중이네요."라고 결정지어버리면 상대방은 심리적 리액턴스(자신의 자유의지로 행동하고 싶은 마음)가 생겨 "아니야!"라고 반박하며 자랑을 멈출 수도 있다.

그리고 늘 부정적이거나 자학적인 사람은 겸손하게 보이려는 의도 때문인 경우도 있고, 혹은 무언가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미리 기대치를 낮추기 위해 '셀프 핸디캐핑'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셀프 핸디캐핑을 하는 사람은 안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책임감을 덜거나 비난을 피하려고 하기 때문인데 보통 자신감이 부족이 원인이다. 그래서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찾아서 칭찬해주고 셀프 핸디캐핑은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준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이 빠르기 때문에 자신까지 끌려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최대한 빨리 부정적인 세계에서 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

거만한 사람은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인데 일방적으로 조언을 하는 경우가 많다. 거만한 사람은 자신이 최고가 되고 싶거나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내면은 자신감 부족으로 강하게 보이고 싶어 거만하게 행동한다. 이럴 때는 반응없이 조용히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 자신이 인정받았다고 생각하고 거만함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에 동조한다고 생각하고 상대방을 좋게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요즘 말로 관심병자(?)라고도 하는 관심 받고 싶은 사람의 경우,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믿으며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인정해주길 바란다. 이런 사람들은 인정욕구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대단해, 다른 사람과는 다르네"라고 칭찬해주는 것이 좋지만 단, "맞아. 나도 그래, 뭔지 알 것 같애."와 같이 상대방 의견에 공감하는 것은 안된다.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면 자신도 평범해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글을 읽으니 예전에 한참 우스갯소리로 유행했던 인디병이나 홍대병도 이런 이유에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위에서 설명한 것 외에도 인간관계와 관련하여 다양한 과학적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도 책에서 밝히고 있듯이 과학이란 것이 항상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지금은 맞더라도 미래엔 바뀔 수도 있고, 지금은 틀리더라도 나중엔 맞을 수도 있다.

과학적 옳고 그름을 따지고 이론적으로 사실을 입증해내는 것도 물론 가치있는 일이지만 역시 인간 관계는 사람과 사람간에 일인만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잘 지내고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상대방에게 진심을 다하는 태도와 애정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선행되어야할 자세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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