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기댈 곳이 필요해
박영하 지음, JUNO 그림 / 콜라보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순전히 제목 하나만 보고 신청했는데 표지의 그림체가 꽤나 낯이 익었다. JUNO 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으로 표지 뿐만 아니라 책 중간중간에도 그림들이 있었는데 작가가 글로써 표현하고자 했던 상황들과 미처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수많은 감정들을 잘 포착해 한 장면으로 딱 떨어지게 표현해 놨다. 굳이 이 책이 아니더라도 평소 이 분이 그리는 어른들의 고단하고 외롭고 평범한, 혹은 무기력한 일상을 그려낸 일러스트들을 보고 감탄하곤 했는데 이 책에서는 박영하 작가의 글과 JUNO 작가의 그림이 시너지 효과를 내 독자들에게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 같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내용은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화나고, 때로는 지쳐 기댈 곳이 필요한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로 크게 7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불안, 화, 우울, 고단함, 슬픔, 자괴감, 후회. 이 7가지 주제는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감정일 것이다. 그나마 나이라도 어리다면 친구나 부모님, 혹은 다른 이들에게 사는게 왜 이렇게 힘드냐며 하소연을 하거나 조언을 구할 수도 있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나면 남들에게 나의 감정이나 치부를 솔직히 꺼내놓고 이야기 하기도 쉽지 않고 또 일단 말을 꺼내 놓더라도 혹시나 저 사람이 속으로는 나를 깔보거나 무시하지는 않을까 의심하면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어린 시절에는 어른이 되면 이런 감정들을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을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막상 나이를 먹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속은 철없고 생각없는(?) 어린시절 그대로인데 신체만 세월을 정통으로 맞아서 노쇠했을 뿐이었다.

한창 가치관이 형성될 청소년기에 성인이란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과 활동을 해야하는 것인지, 또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올바르게 사는 것인지 진지한 고민들 없이 공부만 하다보니 막상 나이를 먹어도 제대로 된 어른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워졌다. 그러다보니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미래는 불투명하고 사회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에게 휘둘리며 상처를 받기도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정신적인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는 걸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어 문제가 있어도 정신과나 전문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는 것도 쉽지가 않다.

아무래도 상황이 그렇다보니 이런 성인들을 위한 에세이를 통해 남들도 나랑 똑같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정신과 전문의들을 책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해보기도 한다.

사람마다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이 책에 나온 여러가지 감정들 중에서도 "불안" 지수가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주제들보다 이 주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읽어봤는데 글에서 저자는 불안을 잠재울 방법으로 '불안의 실체가 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라고 한다. 불안은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가 왜 불안한지를 명확하게 글로 써봄으로써 막연한 두려움, 불안을 손에 잡히는, 눈에 보이는 대상으로 치환시켜준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에 의하면 일상에 흔히 하는 걱정의 96%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거나 이미 일어나서 돌이킬 수 없거나 또는 스스로의 힘드로 통제할 수 없는 걱정이고 오직 4%만이 자신이 대처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나마 그 4%의 일도 문제가 닥쳤을 때 그 때 해결하면 될 걱정들이다.

불안도 마찬가지다. 사실 아무리 불안해하며 잠 못 이뤄봤자 해결되지 않는 일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걱정 대신 망각이 더 나은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차라리 정 불안하다면 걱정거리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해보고 노트에 한 줄이라도 써보는게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뭐라도 할 때는 오히려 불안하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가 가장 불안하다.

 

 

 

 p32~34 일단 실체를 볼 수 있어야 싸움에 이길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이해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온전히 이해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나 역시도 다른 사람을 백프로 이해할 순 없다. 그래서 항상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실체에 대해 혼란스럽고 이해받을 수 없어 외롭기도 하다. 게다가 요즘같이 경쟁이 치열해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만 하는 사회라면 타인과의 진정한 교류는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위로받고 기대고 의지할 수 밖에 없는게 인간의 특성이라면 위안 받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 헤매기 보다는 저자의 말처럼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나의 위로와 응원이 되려는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

 

 

 

p.236 나를 믿는게 삶에서 가장 남는 장사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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