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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이 알려주지 않는 마음의 비밀
대니얼 리처드슨 지음, 박선령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쓴 저자 대니얼 리처드슨은 런던대 실험심리학과 교수이다. 저자의 직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보통의 심리학 서적들과 달리 실험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설명해주는데 책장을 몇 장 넘기다보면 이게 심리학책인지 뇌과학책인지 모를 정도로 철저히 과학적인 사고에 근거하여 인간의 심리를 파헤치고 있다.
이야기는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챕터들마다 우리가 상식적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실들을 하나씩 격파(?)해 나간다.
'제1장 생각은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 편에서 재밌었던 부분은 “우리는 뇌의 10%밖에 사용하고 있지 않다” 는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뇌의 우수성과 그 능력의 끝을 알 수 없는 우수한 뇌를 일부분밖에 사용하고 있지 못한 인간의 무능함(?), 그리고 10%를 넘어 사용하고 있는 천재들에 대한 경외심 등 뇌에 대해 가지는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말인데 사실 이 말은 “거짓”이다.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된 이유는 뭘까? 이 말은 천재의 대명사인 아인슈타인이 한 이야기인데 정확하게는 “사람들은 자기가 지닌 잠재력의 10%만 달성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은 인간의 잠재력에 대해 이야기한 것인데 이 말이 후대를 거치면서 아인슈타인의 천재성과 연관지어지며 잠재력=뇌가 된 것이다.
실제로 뇌의 크기는 얼마 되지 않지만 평소 신체 에너지의 20%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만일 평소 알던 상식대로 우리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않는데도 신체 에너지의 20%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면 뇌를 50%정도 사용했을 때에는 에너지의 100% 를 사용해 다른 장기들에게는 에너지를 공급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웠던 챕터인 ' 제 3장 당신의 마음을 바꾸는 간단한 말' 에서는 내용들이 재밌기도 했지만 동시에 인간에 대한 많은 정보들도 얻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답이 진짜고, 자신의 의견은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이나 믿음과 상충될 때는 객관적인 사실도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도록 왜곡되게 해석을 한다는 것이다. 설사 그 사실이 숫자와 같은 계산 가능한 데이터이고 수학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더라도 숫자들을 정확하게 계산하지 않고 데이터의 의미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자신의 '직감'에 따라 판단한다. 이런 문제는 자신의 의견이 사실에 근거한다고 굳게 믿을 때 주로 발생하는데 이런 현상을 "소박실재론" 이라고 한다고 한다.
소박실재론을 다시 설명하면 나는 사실에 근거하여 있는 그대로 현상을 파악하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나와 다른 의견을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여기며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절대적 사실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아주 편협한 일부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한 심리학과 교수의 실험에서도 알 수 있다. 교수가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소박실재론의 정의를 물어보면서 동시에 어떤 사람들이 이런 오류를 저지르냐고 질문하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남들은 대부분 그렇지만, 나는 아니다" 라고 답했다고 한다. 남들은 이렇게 편견에 사로잡힌 판단을 해도 나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사실은 누구나 그렇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음, 사실 내가 이런 질문을 받았대도 똑같이 대답했을 것 같기는 하다^^;) 여하튼 심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 조차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보면 이론을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 것과는 엄청난 괴리가 있는 것 같다.
그 다음으로 등장하는 이론은 "인지 부조화"에 관한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은 의식하지 못한채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욕구' 가 있고 이런 욕구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이치에 맞지 않고 모순된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인지부조화가 발생했을 때는 불쾌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스스로의 모순된 행동을 합리화, 정당화하려고 한다.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극단적인 예가 바로 사이비 종교이다.
여기 종말론을 주장하는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는 교주가 세상의 종말이 올꺼라고 한 예언을 철석같이 믿고 자신의 모든 것을 사이비 종교에 바쳤지만 실제로 교주가 예언한 심판의 날이 되어도 세상이 끝나지 않은 것을 직접 목격한다. 이럴 때 보통의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을 속였다고 교주를 비난하고 고소하겠다고 난리를 쳐도 모자라겠지만 실제로는 교주를 비판하고 의심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 종교에 대한 믿음과 헌신이 더 강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이로운 것을 선택하고, 조금이라도 더 득이 되는 것을 선택한다는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계속 마이너스만 되는 상황을 선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지부조화를 피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성향 때문인데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도 자신은 틀리지 않았고 기존의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이 옳았다고 정당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설사 이런 고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눈에 뻔히 보이더라도 말이다.
이 밖에도 책에서는 이성적이고 냉철하며 사실적인 판단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사실은 아주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결정이었다는 것을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설명해준다.
처음에는 심리학을 빙자한 뇌과학 책이 아닌가 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과학적 사실에 기초한 인간의 심리를 알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됨으로써 단순히 변덕스러운 사람의 마음이라고만 생각했던 것들이 이해가 되면서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또 사람이란 생각보다 더 비이성적인 존재라 이런 오류를 쉽게 저지르는 존재란 사실을 항상 자각하고 자신의 무의식적인 편견을 경계하려고 노력한다면 지금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