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리더 - 사람의 마음을 읽는 자 스토리콜렉터 68
크리스토퍼 판즈워스 지음, 한정훈 옮김 / 북로드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예전에 봤던 일본 드라마 중에 '사토라레'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10m 근방의 사람들에게 생각이 전달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을 사토라레라고 불렀는데, 주인공의 이런 능력 때문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었다. 극 중에서 사토라레의 이웃 사람들은 주인공의 생각이 들리지 않는 척을 했는데 자신의 생각이 남에게 모두 들린다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지 알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나서서 배려한 행동이었다. 이처럼 속으로만 하는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들킨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한 일이다.

마인드 리더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전직 CIA 요원 출신인 존 스미스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 들리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원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모두 들리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한 한시도 조용할 틈이 없다. 주인공의 이런 능력 때문에 부모에게서도 버림받고 사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했지만 사실 이런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았다. 소위 권력이 있거나 돈이 많은 사람들이 비밀스럽게 일을 처리하기를 원할 때 의뢰를 받아 일을 해결해 줌으로써 나름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에버렛 슬로언 또한 그런 인물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거대 소프트기업의 회장이면서 억만장자이기도 한 그에게 존은 한 가지 의뢰를 받는다. 현재 자신의 부를 이루게 해준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훔쳐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프레스턴의 기억을 지워달라는 것.
프레스턴은 슬로언의 회사 직원이었으나 퇴사 후 회사를 만들어 제2의 저커버그로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인물이었다.
만일 프레스턴이 알고리즘을 훔쳐갔다는 사실이 명백하다면 소송을 하면 될게 아닌가 하지만 그는 단순히 파일로 복사해간 것이 아니라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모두 외웠갔던 것이다. 그래서 슬로언이 만든 알고리즘은 모두 프레스턴의 머리속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프로그램을 삭제하는 것만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존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지우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내키지 않는 일이었지만 슬로언은 존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자신의 소유인 외딴섬을 존이 죽을 때까지 대여해 주겠다는 것인데 사람들의 온갖 생각들에 시달리던 존으로써는 결국 그 의뢰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프리스턴을 만나기 위해 슬로언의 직원인 켈시와 함께 떠나고, 쉽게 업무가 끝날 거라는 예상과 달리 프레스턴을 마나자마나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마인드 리더의 스토리를 봤을 때 처음으로 든 생각은 영화화하면 딱이겠다는 것이었다. 책이지만 마치 영화처럼 장면이 생생히 구현되는 듯한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스토리의 전개나 캐릭터들 또한 대중적으로 흥행할 만한 모든 요소들을 갖췄다.
초능력자급의 능력에 매력적인 외모와 비밀을 가지고 있는 듯한 전직 CIA 요원과 아름다운 외모와 몸매에 뛰어난 재원이기도한 여성, 백만장자 의뢰인과 천재적인 프로그래머의 등장. 쫓고 쫓기는 스릴과 액션까지 마치 본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해도 좋을 정도로 흥미로운 스토리지만 타인의 마음을 듣는 주인공의 고뇌와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등 이야기의 깊이가 표면적인 것에서 끝난다는 점이 아쉽다. 원치않게 타인의 생각을 읽음으로써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어긋나 상처받고 그로인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보다는 단순히 쓸데없이 시끄러운 소리들을 듣게 되어 만성 두통과 소음에 시달리는 정도로 약간은 가볍게 치부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라면 미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인 정도의 저주받은 능력이 아닐까 싶은데 말이다.
그리고 주인공과 러브라인을 펼치는 켈시 또한 또한 뭔가 대단한 역할을 할 것 같이 등장하지만 스파이물에 나오는 흔하디 흔한 여성 캐릭터의 이미지로 소비되는데 그친다. 딱 한 번의 활약을 제외하고는 주인공이 프레스턴을 응징하게 되는 동기부여 정도의 역할만을 한다. 
또 악당인 프레스턴 또한 엄청난 기억력의 소유자로 슬로언이 개발한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모두 외워 다른 프로그램을 개발한 천재적인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등장하고 나서 자신의 그런 뛰어난 두뇌를 이용한 대결을 보여주기 보다는 단순히 킬러를 고용해 주인공을 살해하려는, 천재답지 않은 다소 평이한(?) 계획을 세운다. 천재라는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그런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허세와 물질적인 욕심에 찌든 중2병 찌질이 정도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와 캐릭터들은 깊이는 없을지언정 대중적으로 불호가 없을 만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대박이 날만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대중적이란 얘기는 가독성이 좋다는 말과도 비슷한 의미이다. 책 자체가 얇지 않은 두께지만 읽어나가는데 막힘이 없을 정도로 재밌고 속도감 또한 뛰어나다.
흥미로운 설정과 매력적인 캐릭터, 속도감 있는 문체, 그리고 이해하기 쉬운 전개와 명확한 선악의 구분. 두고두고 곱씹으며 생각할만한 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가볍게 즐기기에는 손색없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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