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의 법칙>

첫째, 지구 위에 사는 인간은 누구나 일정한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기묘한 생각을 갖고 있으며, 그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사람들은 그런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P33

피아노의 경우를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피아노 건반에 옳은 키와 그른 키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키는 옳게 눌리는 순간도 있고 그르게 눌리는 순간도 있습니다. 도덕률은 본능 중 하나도 아니고 본능을 모아 놓은 것도 아닙니다. 도덕률은 본능들을 지휘하여 일종의 곡조(우리가 ‘선‘이나 옳은 행동‘ 이라고 부르는 곡조)를 만들어 내는 어떤 것입니다. - P37

우리가 보통 자연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예컨대 날씨가 나무에 작용하는 방식-은 엄밀한 의미에서 진짜 법칙이 아니라 단지 하나의 표현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 돌이나 나무에 적용되는 자연 법칙이란 단지 ‘자연이 실제로 늘 하는 일’을 의미할 뿐입니다.

그러나 ‘인간 본성의 법칙’이 말하는 바는 어떤 인간이든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지만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문제를 다룰 때에는 현실의 사실들 너머에 있는 무언가가 끼여듭니다. 사실(인간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가) 외에 무언가 다른것(인간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이 더 있는 것입니다. - P46

이제 우리가 한 종류 이상의 실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때가 된 것 같군요. 즉, 이 특별한 사례를 볼 때, 인간의 행위라는 일상적 사실들 너머에는 아주 명백하게 실재하는 무언가 - 우리가 만들지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압박하는 실재적 법칙 - 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해야겠습니다. - P50

이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으로서 우리가 열 수 있는 유일한 봉투는 인간 자신입니다. 그 봉투를 열어 보았을 때, 특히 ‘나‘ 라는 인간을 열어 보았을 때 제가 발견한 것은 ‘나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며 어떤 법칙 아래 있는 존재‘라는 사실, 즉 ‘내가 일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원하는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 P57

이것이 우리가 빠져 있는 끔찍한 곤경입니다. 절대 선이 우주를 다스리지 않는다면, 어떤 노력을 해도 우리에게는 소망이 없습니다. 반면에 절대 선이 우주를 다스린다면 우리는 매일 그 선의 원수가 되는 셈이고 다음 날이라고 해서 사정이 나아질 기미 또한 전혀 없으므로, 이 경우에도 역시 우리에게는 소망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 선 없이 살 수도 없고, 그 선과 더불어 살 수도 없습니다. 하나님은 유일한 위안인 동시에 최고의 공포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인 동시에 가장 피하고 싶은 존재인 것입니다. 그는 우리의 유일한 동맹자가 될 수 있는 존재이지만, 우리는 스스로 그의 원수가 되어 버렸습니다. - P63

그리스도인들은 왜 인간이 지금처럼 선을 미워하는 동시에 사랑하는가에 관해 설명해 줍니다. 하나님이 어떻게 도덕률 배후에 있는 비인격적 정신인 동시에 인격일 수 있는지에 관해서도설명해 줍니다. 그들은 여러분과 제가 충족시킬 수 없는 이 법이 어떻게 우리를 위해 충족되었는가, 어떻게 하나님 자신이 인간이 되어 그를 인정하지 않는 인간들을 구원하셨는가에 관해 말해 줍니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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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한’ 기독교는 여러 방으로 통하는 문들이 있는 마루에 더 가깝습니다.
•••
쉽게 말해서 여러분이 물어야 할 것은 "이곳의 예배 스타일을 내가 좋아하는가?" 가 아니라 "이 교리들은 참된가? 여기에 거룩이 있는가? 나의 양심이 이쪽으로 나를 움직이고 있는가? 이 문을 두드리길 꺼리는 것은 나의 교만이나 단순한 취향 때문이거나 특정 문지기를 개인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은 아닌가?" 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의 방을 찾게 되었다면, 다른 방을 택한 사람들과 여전히 현관 마루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해 주십시오.

만약 그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여러분의 기도가 더더욱 필요합니다. 또 만약 그들이 여러분의 원수라면, 여러분에게는 그들을 위해기도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것이 그 집 전체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규칙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 P21

있는 내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끔찍이도 두려워하고 피하던바로 그분이 드디어 나를 찾아오셨다. 1929년 마지막 학기에 나는 드디어 항복하고 말았다. 결국 하나님은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그 날 밤의 사건은 그때까지 영국에서 볼 수 없었던, 가장 맥빠지고 마지못해 하는 회심이었을 것이다. 그때 나는 그사건이 그렇게 휘황찬란하고 분명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보지 못했던 것이다. 하나님은 얼마나 겸손하신지 그러한 꼴의 회심자라도 마다하지 않고 받으셨다. 성경에 나온 탕자는 그래도 제 발로 집을찾아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조금의 틈이라도 주어지면 탈출 기회를 엿보는, 혐오에 가득 찬 눈을 번득이며 엎치락뒤치락 발버둥치며 질질 끌려서 오는 이 탕자에게 하늘의 높은 문을 활짝 여시고 나선 분의 이 사랑을 그 누가 마땅히 찬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예기치 못한 기쁨]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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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물에 대하여 - 2022 우수환경도서
안드리 스나이어 마그나손 지음, 노승영 옮김 / 북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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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헬기의 책을 읽고서야 나와 내 동시대인들이 지배 담론에 얼마나 단단히 사로잡혀 있는지 깨달았다. 그의 글은 교육이 ‘투자‘ 이고 자연이 미개발 ‘자원‘에 불과하다는 경제학 언어에 포위되지 않았다. 자연이 더 숭고한 것, 더 귀한 것, 정의를 넘어서는 것, 어쩌면 ‘성스러운‘ 것일 가능성은 우리 시대에 타당한 논증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헬기에게는 관광객 유치나 고용, 수출 실적을 거론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었다. 그는 아름다움과 자연과 숭고함을 자신이 느끼는 대로 쓸 수 있었다. - P69

해수 산성화의 밑바탕에 있는 과학을 들여다보고 얼마나 많은지구촌 주민이 바다의 건강에 의존하는지 살펴본다면, 2019년에 해수 산성화 개념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1930년에 ‘홀로코스트‘ 라는 단어가 1960년에 비해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과 비슷하지 않은지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해수 산성화 개념의 중요성이 ‘홀로코스트‘ 만큼 커지면 미래 세대의 가장 간절한 소원은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 낙원의 완전한 상실을 막는 것이 될 것이다. - P90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
•••
건강에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가족, 공감, 기도, 활력, 아니면 다른 분야에서 보내는 시간 등도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세계경제 위기에 타격을 덜 받을 것입니다. 저는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위기는 우리에게 돈 이외에도 가치들이 있음을 잊지 말라고 일깨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질적 가치에 연연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마음의 평화, 만족, 기쁜 삶을 선사하는 다른 일들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나: 삶의 의미는 어떻습니까? 찾으셨는지요? 자신을 위해서말입니다.

저의 믿음이나 경험, 저 자신의 삶에 비추어 보건대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롭거나 도움을 줄 수 있으면 행복해집니다. 자신의 삶이 쓸모가 있게 되는 거니까요. - P122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
•••
나: 존자께서는 이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해 전혀 쓴소리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티베트는 중국의 폭압에 시달립니다. 용서가 정의나 처벌을 대신할 수 있나요?

거기에는 전혀 모순이 없습니다. 용서는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상대에게 아무런 증오와 분노를 갖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타인의 불의를 받아들인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는 중국의 부당한 태도와 정책에 맞서 투쟁하지만 그들이나 우리나 모두 똑같은 인간입니다. 우리에게는 공동의 풍요로운 문화유산이 있습니다. - P124

"미래에는 빙하 해빙이 전쟁의 불씨가 될지도 모릅니다. 중국에서 물이 부족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중국 정부가 방글라데시로 흘러드는 브라마푸트라강의 물길을 중국으로 돌리기로결정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역사적인 인더스 수계 배분 조약이 가뭄 때문에 유명무실해져 인도와 파키스탄이 강물을 독차지하면 어떻게 될까요? 빙하 해빙은 불안정, 흉작, 기근, 갈등 등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재난을 일으킬 것이 분명합니다." 그가 그리는 미래상은 무시무시하다. - P130

『도덕경』에서는 없음이 쓰임이 된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 자체의 쓰임새를 알아보지 못한다. 비어 있는 곳은, 바퀴통은 끊임없이 유린된다. 생명의 바퀴가 회전을 멈출 때까지.
_
그러므로 있음이 이로운 것은
없음이 쓰임이 되기 때문이다. - P158

동물은 지구의 열매와 같아서 사과나무에 열린 사과처럼 자란다. 나무는 시들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 P165

‘바람직한 경제 전망‘ 이라는 말 속에는 지구에 치명적이고 미래에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들이 숨겨져 있다. ••• 경제성장은 지속 가능성과 지속 불가능성을 구별하지 않는다. 튼튼해지는 것과 뚱뚱해지는 것, 자궁에서 태아가 자라는 것과 종양이 자라는 것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상상해보라. 그들에게 성장은 무조건 좋은 것이다. 양성이든 악성이든.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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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의 용도와 의미뿐만 아니라 전쟁의 본성, 연민의 한계, 그리고 양심의 명령까지

7부터

그렇다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분쟁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염려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
[타인의 고통]은 사진 이미지를 다룬 책이라기보다는 전쟁을 다룬 책입니다. 제게 있어서 이 책은 스펙터클이 아닌 실제의 세계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논증입니다. 저는 이 책의 도움을 받아서 사람들이 이미지의 용도와 의미뿐만 아니라 전쟁의 본성, 연민의 한계, 그리고 양심의 명령까지 훨씬 더 진실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 P13

아마 극한의 상태에서 발생한 현실의 고통을 담은 이미지를 쳐다볼 수 있는 권리를 지닌 사람은 그런 고통을 격감시키려 뭔가를 할 수 있었던 사람(즉, 그런 사진이 촬영됐던 군사 병원의 외과 의사)이나 그런 고통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었던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의도했든 안 했든, 나머지 우리는 관음증 환자이다. - P67

초창기 전쟁 사진들 중 걸작이라고 칭송 받은 사진들이 대부분 연출된 것이었다거나 피사체에 손을 댄 흔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P84

주검들뿐만 아니라, 적나라한 얼굴을 공개하는 것도 늘 엄격하게 금지되어 왔다.
•••
이것은 일종의 품위 차리기인데, 타인들(즉, 자신들의 적)에게는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졌던 그런 품위차리기이다.

사진 배경이 되는 장소가 될 수 있는 한 멀리 떨어져 있고 이국적이면 이국적일수록, 우리는 죽은 자들이나 죽어 가는 자들의 정면 모습을 훨씬 더 완전하게 볼 수 있다.
•••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런 고통은 다름 아닌 바로 그런 곳에서 발생하는 일이라고 믿게 만든다. 곳곳에 존재하는 이런 사진들, 이처럼 끔찍하기 짝이 없는 사진들은 이 세상의 미개한 곳과 뒤떨어진 곳(간단히 말해서 가난한 나라들)에서야 이런 비극이 빚어진다는 믿음을 조장할 수밖에 없다.
•••
대중에게 공개된 사진들 가운데 심하게 손상된 육체가 담긴 사진들은 흔히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찍힌 사진들이다. 저널리즘의 이런 관행은 이국적인(다시 말해서 식민지의)인종을 구경거리로 만들던 1백여 년 묵은 관행을 그대로 이어받은것이다.
•••
자신들이 저지른 폭력의 희생자를 전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망각한 채, 자신들보다 어두운 피부를 지닌 이국인들을 잔혹하게 대하는 광경을 사진에 찍어 전시하는 것고 이와 똑같은 일이다. - P109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진들의 초점, 모든 것을 그들의 무능함으로 환원하는 그 초점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의 사진들에 달려 있는 설명에 그가 찍은 무력한 사람들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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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유명인들만 그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나머지 사람들을 그들의 직업, 인종, 곤경을 상징하는 일종의 본보기로 환원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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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단일한 방향 아래에서, 그 이주민들이 겪고 있는 상이한 고난과 그 고난을 불러온 상이한 원인을 한데 뭉그러뜨려 버린다.
•••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고통이나 불행은 너무나 엄청날 뿐만 아니라 도저히 되돌릴 수도 없고 대단히 광범위한 까닭에 아무리 특정 지역이 개입을 하고 정치적으로 개입을 하더라도 그다지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느끼게 만들어 버린다. 어떤 문제가 이 정도의 규모로 인식되어 버리면, 고작 연민의 늪에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해당 문제를 추상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 P120

사람들이 사진을 통해서 뭔가를 기억한다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사진만을 기억한다는 데에 있다.
•••
가슴이 미어질 듯한 사진들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던져줄 수 있는 능력을 좀체 잃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사진들은 뭔가를 이해하는 데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사는 우리가 뭔가를 이해하도록 만들어 줄 수 있다. - P135

연민은 변하기 쉬운 감정이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런 감정은 곧 시들해지는 법이다. 따라서 정작 문제는 이렇다. 이제 막 샘솟은 이런 감정으로,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알게 된 지식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만약 ‘우리’(그런데 ‘우리’란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다면, 그리고 ‘그들’(그런데 ‘그들’은 또 누구인가?)이 할 수 있는 일도 전혀 없다고 느낀다면, 사람들은 금방 지루해하고 냉소적이 되며,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
어떤 이미지들을 통해서 타인이 겪고 있는 고통에 상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텔레비전 화면에서 클로즈업되어 보여지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특권을 부당하게 향유하는 사람들 사이에 일련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암시해 준다.
•••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어 있지는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보여주는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도 증명해 주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연민은 어느 정도 뻔뻔한(그렇지 않다면 부적절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우리가 상상하고 싶어하지 않는 식으로, 가령 우리의 부가 타인의 궁핍을 수반하는 식으로)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휘저어 놓는 고통스런 이미지들은 최초의 자극만을 제공할 뿐이니.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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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셜리 클럽 오늘의 젊은 작가 29
박서련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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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의 책임은 절반 정도 그 표정을 짓는 사람에게 있고, 나머지 절반은 표정을 해석하는 사람에게 있다는 생각을 해요.
•••
가끔 생각나요. 나에게 차가운 얼굴을 보여 준 사람들. 그렇지만 사실은,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람들이 내게 냉담한 표정을 지었던 게 아니라 내 마음이 그런 게 아니었을까. - P19

어른스럽게 행동할 기회가 올 때마다, 나는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사랑에 대해서. 돌이켜보면 그건 사실 나도 사랑에 빠져 보고 싶다, 라는 생각에 더가까웠던 것 같아요. 사실 난 이제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된 것 같아, 라는 생각은 아무도 안 하잖아요. 사랑에 빠지는 데에는 아무 준비도 필요 없으니까. 생각은 사랑에 빠진 다음에 해도 충분하니까.

나도 알아요. 그런데도 준비하고 싶었던 거예요.

이제 알겠죠, 내가 얼마나 사랑에 빠지고 싶어 했는지. - P31

이 아이디어의 멋진 부분은, 어떤 사람을 보더라도 그 생각을 하면 무시할 수 없게 된다는 거예요. 저 사람은 사실 정체를 숨긴 공주일지도 몰라. 비록 지금은 힘도 없고 볼품도 없지만 알고 보면 공주일지도 모른다고, 그 사람이 공주인 나라에는 국민이 그 사람 하나뿐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공주는 공주. 나는 공주 대 공주로 저 사람을 대해야만 해. 이렇게 생각하고부터는 사람의 차림새 같은 걸 오히려 신경 쓰지 않게됐어요. 공주는 어떤 옷을 입고 있어도 공주니까. - P113

지금부터 다른 도시의 셜리들이 리틀 셜리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을 알아보려고 해요. 이 대륙 안에 있는 이상 셜리 곁엔 항상 클럽이있다는 걸 기억해요. - P153

다 알지만 여전히 생각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까지 하나하나 빠짐없이 사랑받고 싶다고.

이런 나라도 사랑해 줄 수 있어요? - P156

네가 찾고 있는 사람도 혼혈이라고 했지. 여러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은 그 문화적 배경에서보다 그들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 안에서 정체성을 찾게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 안에서 우리가 된다.
네가 찾고 있는 사람에게 네가 주는 사랑이 그 사람을 완성해 줄 거다. - P199

여전히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니까요. 흐릿한 주제에 복잡하죠. 늘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는건, 다른 사람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뜻도 돼요. 이런 내가 누구를 보고 싶어 하고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건 너무 이기적인 일 같았어요.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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