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의 책임은 절반 정도 그 표정을 짓는 사람에게 있고, 나머지 절반은 표정을 해석하는 사람에게 있다는 생각을 해요. ••• 가끔 생각나요. 나에게 차가운 얼굴을 보여 준 사람들. 그렇지만 사실은,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람들이 내게 냉담한 표정을 지었던 게 아니라 내 마음이 그런 게 아니었을까. - P19
어른스럽게 행동할 기회가 올 때마다, 나는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사랑에 대해서. 돌이켜보면 그건 사실 나도 사랑에 빠져 보고 싶다, 라는 생각에 더가까웠던 것 같아요. 사실 난 이제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된 것 같아, 라는 생각은 아무도 안 하잖아요. 사랑에 빠지는 데에는 아무 준비도 필요 없으니까. 생각은 사랑에 빠진 다음에 해도 충분하니까.
나도 알아요. 그런데도 준비하고 싶었던 거예요.
이제 알겠죠, 내가 얼마나 사랑에 빠지고 싶어 했는지. - P31
이 아이디어의 멋진 부분은, 어떤 사람을 보더라도 그 생각을 하면 무시할 수 없게 된다는 거예요. 저 사람은 사실 정체를 숨긴 공주일지도 몰라. 비록 지금은 힘도 없고 볼품도 없지만 알고 보면 공주일지도 모른다고, 그 사람이 공주인 나라에는 국민이 그 사람 하나뿐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공주는 공주. 나는 공주 대 공주로 저 사람을 대해야만 해. 이렇게 생각하고부터는 사람의 차림새 같은 걸 오히려 신경 쓰지 않게됐어요. 공주는 어떤 옷을 입고 있어도 공주니까. - P113
지금부터 다른 도시의 셜리들이 리틀 셜리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을 알아보려고 해요. 이 대륙 안에 있는 이상 셜리 곁엔 항상 클럽이있다는 걸 기억해요. - P153
다 알지만 여전히 생각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까지 하나하나 빠짐없이 사랑받고 싶다고.
이런 나라도 사랑해 줄 수 있어요? - P156
네가 찾고 있는 사람도 혼혈이라고 했지. 여러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은 그 문화적 배경에서보다 그들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 안에서 정체성을 찾게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 안에서 우리가 된다. 네가 찾고 있는 사람에게 네가 주는 사랑이 그 사람을 완성해 줄 거다. - P199
여전히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니까요. 흐릿한 주제에 복잡하죠. 늘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는건, 다른 사람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뜻도 돼요. 이런 내가 누구를 보고 싶어 하고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건 너무 이기적인 일 같았어요.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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