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인상깊은 구절


"난 죽을 수도 없고, 당신 앞에서 사라질 수도 없다. 내가 사라진다면, 나는 당신을 용서한 게 돼버리니까”
우리는 행복해지려고 함께하는 게 아니에요.
 

헉! 충격 그 자체의 사랑이야기.

아니. 이게 무슨 얘기지? 왜 계속 땀이 흐르고 뜨뜨미지근한 공기를 강조하는 거지? 이런 저런 생각들로 꼬리 물기 연상 퀴즈를 하면서 책을 봤다. 완독을 하고 다시 첫장을 펼쳐보니 중요 인물들이 한 장에 전부 등장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로 이 책을 대했을 땐, 정말이지. 시작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 인상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뭔가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점점 오기가 발동했다. 결국, 5시간 만에 앉은 자리에서 홀라당 다 읽어버렸다. 보통 어떤 책일까, 탐독하면서 느긋하게 읽어버릇 했는데... 굉장한 집중력을 쏟아부으며 본 이 책은 아름답지 않았다. 물론 어딘가 허술하다거나 졸작이라는 평은 아니다. 단지, 작가와의 신선한 첫만남을 기대한 내게 찬물을 확 끼얹은 듯한 느낌 정도로 표현하면 알맞겠다.

 이 책은 화사한 노란색. 아니, 레몬의 이미지를 쓰고 찾아와 날 후미진 골목으로 이끌어준 책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계속 무더운 날씨, 뭐 하나 부러울 게 없는 불우한 인생 이야기가 진행된다. 저자 요시다슈이치의 <악인>에 대한 명성으로 이 책을 손에 들었는데, 조금은 날 갑갑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이런 삶이 있겠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리얼리즘은 있었다. 슬픈 이야기라니까 밝지만은 않겠지. 각오는 했었지만 이건 아니었다. 책을 부여잡고 설마, 설마 하면서 읽었는데... 그 설마였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 하지만 절대 아름답지 않은, 원죄 속에 후회의 꽃이 활짝 핀, 사랑이야기였다. 

 

범인은 누구인가? 사실, 소설에선 중요하지 않다.

처음 시작은, 살인사건이 일어난 후!

아들 '메구무'가 죽고 언론의 먹이감이 된 사토미. 그러나 아들이 죽고도 짙은 화장으로 치장하기 일색인 그녀였기에 비난하는 눈길이 가득하다. 결국 살인자라고 많은 사람들이 기정사실인 듯 떠드는 가운데. 바로 옆집에 사는 슈ㄴ스케 부부는 그들에게 닥쳐올 위기를 모른 채, 남얘기 하듯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글의 흐름대로라면, 부부는 지켜보는 자로서 사건을 풀어가야 마땅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할 뻔 했다. 처음부터 집중 조명된 것은 옆집 여자 '사토미'였으니까. 이렇게 살인사건을 미끼로 부부의 '과거'가 주가 될 줄은 몰랐다. 사실, 오자키는(슈ㄴ스케) 운동하던 시절, 끓어오르는 성욕을 감당하지 못한 벌을 받는 중이었다. 집단 성폭행으로 피해 여자뿐 아니라 자신의 삶까지 엉망으로 만들었고, 하루도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런 과거를 지닌 남자가 옆집에 산다.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용의자에 오르는 건 당연할 터.

비밀리에 그의 뒷조사가 시작되고 기자인 와타나베는 (고바야시를 뺀다면) 유일하게 수사를 풀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눈엔 살인자로 지목당한 당사자도, 관계된 주변인들도 와타나베 만큼은 심각해보이지 않았다. 내 멋대로의 생각이지만 사실은, 사실을 밝힐 의지가 없어보인다고 해야 할까?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그냥 몇 번의 질문에서 혹시 가나코가 범인이 아닐까, 막연한 추측을 할 뿐. 작가는 애시당초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군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그저 이 사건은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위해 깔아놓은 밑밥인 듯.

'가나코'란 이름의 비밀. 이 부부가 불행하게 사는 법. 숨겨진 엄청난 과거로 인해 이번 사건에 배후로 얽히게 되기까지. 또, 마지막 '시냇물 고향 온천'에서 목욕을 마치고 떠나는 가나코.

 

작가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람들의 비뚫어진 시선. 그리고 나만큼은 피해자가 되지 않을 거라는 자만을 꼬집고 싶은 것 아니었을까?
그런 사건. 편파적인 시각. 남자들만 한 가득인 운동부에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성적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저지른 실수라며 옹호할 수 있는 문제라면, 여자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습격당한 사냥감 아닌가?! 아마도, 작가는 이기적인 우리 사회를 꼬집고 싶었던 거 같다. 



그리고 작별.

메모 속 메세지, 사요나라.   

책 제목의 이유를 알것 같다. 일본에서 보통 연인이나 친구사이에는 잘 쓰지 않는 인사, 사요나라. 오랫동안 못 볼 이별을 예고하는 인사말이다. 함께 하면 불행하기에 함께 사는 부부. 놓아주는 것이 행복을 빌어주는 걸까? 그건 사랑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처럼 느껴졌다.

 

독자를 향한 그녀의 질문이 이어진다.

그런 일을 당한 여자와 마주 할 수 있을까? 나는 나를 용서해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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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무어 7 - 숨겨진 도시 율리시스 무어 7
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지음, 이현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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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율리시스 무어 7 : 숨겨진 도시. 먼저, 출판사의 섬세함에 반했다!

역시 웅진 주니어! 별 다섯개 주어도 아깝지 않은 정성이 보였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포장 능력! 출판사에서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 표지의 일러스트는 물론이고, 표지를 벗겨내고 들어나는 딴딴한 겉면도 마법서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 게다가 책을 펼치면 불에 그을린 듯한 느낌을 주는 무늬가 책장의 앞면과 뒷면에 새겨져서 엔틱한 느낌을 더한다. 본문에도 특별한 느낌을 주는 고급 종이에 가장자리만 짙게 만든 것이 세심함을 더했다. 한 가지 더! 아이들을 위한 주사위 게임이 준비되어 있다. 겉 표지를 책과 분리하여 펼치면 목적지까지 먼저 도착할 수 있는 (마치 부르마블이나, 윷놀이 처럼) 게임 판이 준비되어 있다.

 

(1~6편까지) 전 편을 보지 않아도 함께 하는데 무리가 없다.

율리시스 무어를 1권부터 보지 않은 독자임에도 불구하고, 7권을 읽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단지 1권부터 읽었다면 3명의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떨칠 수 없었지만. 뭐, 그래도 새로 등장하는 아니타에 의해 내용이 전개되어 한치의 흐트림 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 문체 또한 쉽고 깔끔하다. 연령 불구하고 모두에게 사랑받을만한 책이라고 자부한다.

 

숨겨진 도시, 킬모어 코브에서 상상의 여행자들 모이다.

상상의 여행자로서 1권부터 쭈욱~ 모험을 함께 하던 아이들은 모두 조금씩 성장하여 어느덧 13살이 된다. 책 읽기보다는 수영을 즐긴다는 줄리아, 이제는 앞머리가 덥수룩하게 자란 그녀의 오빠 제이슨, 빨간 머리의 넓은 어깨, 릭. 이렇게 세 사람이 늘 모험을 함께한 주인공이라면, 새롭게 등장하는 주인공은 모험심과 호기심 많은 '아니타'였다. 넷은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 되며, 그로부터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원래, 아니타는 베네치아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사는 12살 소녀로, 우연히 엄마의 작업장인 '낙서의 집'에서 도움을 청하는 수첩을 발견한다. 정확히 말하면 책 속의 여인 그림이 살아 움직여 말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아무튼, 상상속에나 등장할 만한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아니타는 친구인 톰 마소에게 사정을 털어 놓고, 여행을 떠나게 된다. 원래 그 집은 화가 모리스 모로가 생전에 살았다고 전해진다. 불태워진 그림을 복구하는 엄마를 따라 낙서의 집에 모녀가 자주 왕래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불운의 집으로 여겨 근처에도 잘 가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상상의 여행자 무어씨'에게 돌려주라고 적힌 수첩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아니타는 사라진 도시, 킬모어 코브를 찾아 떠난다. 단서는 동요와 번역가 선생이 준 시계뿐.

 

아니타는 과연, 어떤 모험을 떠나게 될까? 

아쉽게도 톰 마소는 여행에 동참하지는 않느다. 대신 아니타로부터 일정을 듣게 된다.

모리스 모로가 남긴 수첩. 그리고 율리시스 무어의 책. 펼칠 때마다 바뀌는 책 속의 인물들. 도와달라고 청하는 책속의 여자. 킬모어 코브에서 만나게 되는 네스터 할아버지. 그 밖에 피해야 할 위험 인물들. 플린트 삼형제와 애연가 클럽의 사람들인 가위손 형제와 우두머리인 보이니치 등등.

모험심 강한 그들의 앞날엔 먹구름이 끼인 것 같지만, 잘 해결해 나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서 8권이 출판되어 죽음의 도시를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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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음식테라피
김연수 지음 / 코코넛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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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때 섭취한 바른 먹거리가 여든까지 간다?

식단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지만, 실상은 바쁘거나 비용 부족, 혹은 극단적인 편식 등으로 아이에게 충분한 영양소가 골고루 섭취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생기기도 한다. 하긴, 나 역시 아주 어릴 적엔 편식도 심하고 물도 많이 안 마신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날이 갈수록 인스턴트 메뉴가 늘어나는 상황에 오죽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라나는 새싹들은 비료가 필요한 법. 태양과 물까지 많은 것을 챙겨야 한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아이가 좋아할 만한 요소를 첨가해서 (모양이나, 맛 등) 수저라도 한 번 더 가게 하는 것 쯤은 알겠는데,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지침서를 펼쳐 보았다.

역시나, 바른 먹거리를 강조한 풀무X처럼 이 책도 바른 먹거리가 두뇌발달을 책임진다고 말한다.


성장기에 뇌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시각, 촉각, 후각, 미각, 후각의 작용을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섭취하면 그 자체가 두뇌 훈련이 된다는 것!

그러니까 이 책은, 음식에서 느낄 수 있는 아이의 오감을 최대한 발동시켜서 뇌세포들이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엄마표 음식을 소개하는 책이다.

 

요약하면, 두뇌발달과 성격 개선을 위한 메뉴.

표지를 보면 티끌 하나 없이 해맑게 웃는 아이가 보인다. 이런 미소천사가 평소엔 착하고 예쁘다가도 밥 먹을 때만 되면 울거나, 여기 저기 돌아다니거나, 소세지 반찬만 찾는다면? 밥을 먹이려 쫓아다니는 엄마는 정말 기진맥진, 한숨이 절로 터져 나온다. 그래서 내 아이도 이랬으면~ 하는 엄마들은 이 책을 보면 좋을 것 같다. 

일단, 오감을 자극해서 두뇌발달에 도움이 된 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성격 개선은 조금 다른 문제인 듯 한데. 음식과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내 아이가 또래보다 말을 잘 못하는 상황이라면 언어능력 발달을 위해선 장어 샐러드를 해준다. 만약 아이가 장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복어와 은대구, 민어로도 대체 가능하다. 생선에 단백빌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서 원기보충에 그만일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의 행동 개선이다. 아이가 말을 잘 못하는 것은 엄마가 얼마나 말을 걸어주고 잘 들어주는 가가 관건이며,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서 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 그 외에도 아이의 체질에 따라 알맞는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늦은 밤, 잠을 안 자고 보채는 아이는 바나나를 먹이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몸에 열이 많거나 더위를 많이 타는 아이는 차가운 성질의 식품인 감자가 적당하고 반대로 추위를 많이 타는 아이가 겨울에 감자를 찾는다면, 되도록 주지 않는 것이 좋다. 아, 그리고 감자는 감기에도 효과가 있다. 감기에 걸려서 열이 많이 났을 때 이마에 얇게 썰은 감자를 얹어주면 해열 작용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아이 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좋은 정보가 많이 담겨 있다.

이 밖에도 좋은 정보가 가득하니,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른다면, 이 책을 보는 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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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타 왕조현
유경선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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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왕조현.

그녀의 이름은 왕조현이다. 보통, 왕조현이라 하면 천녀유혼의 히어로! 홍콩의 미녀스타 왕조현을 떠올릴 것이다. 지명도를 무시 못할테니까 그녀를 떠올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녀는 '그 왕조현'이 아니다. 그저 동명이인일 뿐.

그것은 마치 영화배우 김태희와 이름이 같은 민간인을 떠오르면 대입이 딱 맞을 것이다. 명사의 떠오르는 이미지 때문에 괜시리 동명이인으로 손해보는 사람이 생겨나는 건 사실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그녀 역시 마찬가지. 네임벨류에 맞지 않는 평범한 외모 때문에 컴플렉스를 갖고 있다. 왕조현이란 이름을 얻은 대가치곤 너무 크지 않나. 사람들의 비웃음. 썩은 미소 등등.

그런 결과를 만드는 건 신이라도 어쩔 수 없다. 미녀스타의 이름을 지녔다는 죄로 감내해야 하는 일종의 과제였으니까.

그런 그녀의 직업은 소규모 영화사의 홍보 팀장. 7년 넘게 한 우물만 판 댓가로 팀장직을 꾀 찼지만, 그녀의 목표는 프로듀서였다. 자신의 영화를 만들고 싶은 부푼 꿈을 안고 영화계에 발을 디뎠지만, 여자는 물론 남자에게도 3D업종임을 여러 일화를 통해 경험한다. 처음 입사할 때와는 다르게 해마다 잊지 않고 늘어나는 나이는 벌써 서른을 훌쩍 넘겼고, 한 남자만 바라보는 순애보적인 사랑도 하루 아침에 남이 되어 산산이 부서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서가 되기엔 먼 얘기였다. 그러니 의욕은 점점 후퇴하고 게으름은 전진한다.

어찌된 게 그녀의 앞날엔 먹구름이...

싸가지 패셔니스타 장민혁의 무협조가 태반으로 이어지고, 천방지축 아이돌 윤찬영의 음주운전 사고가 터지고, 뒤이어 더 큰 핵폭탄 급 라이벌 효령이 끼어들어 악성기사를 퍼뜨리는 등. 가관이 아니다. 거기다 늘상 보는 사람이나, 가끔 부딪히는 사람이나, 죽고 못사는 친구나 누구하나 그녀를 궁지에 몰아 넣지 않는 자가 없다. 자꾸만 눈에 가시임을 자처하는 라이벌 한효령과 무좀걸린 발에 약을 도포하는 의식을 시작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입만 열면 윽박지르기 일쑤인 반 대표, 많은 기자와 영화 관계자가 모인 자리에서 연이어 망신을 당하는 일까지. 도움주려던 친구의 실수나, 제 딴엔 의욕이 넘쳐 저지르는 부하 직원의 만행이나 하나 같이 불구덩이에 집어넣는 결과를 낳는다. 과연 그녀는 앞날을 어찌 해쳐갈까?

 

<올.미.다>와 <온에어>의 장점을 한 권에 뒤섞은 듯한 하모니.

영화판을 소재로 한 무비스타 왕조현은 띠지의 홍보문구대로 정말 재기발랄한 문체가 빛났다. 영화사 홍보팀장 왕조현에 맞게, 제작발표회부터 영화가 막을 내리기까지의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고, 로맨스도 유쾌하게 이어진다. 일하는 여성의 삶을 재미 요만큼, 감동 요만큼, 리얼리티 요만큼 담아서 풀어놓은 듯이.

시종일관은 아니지만 가끔 웃음이 뭍어날 수 있는 책이었다. 1인칭 시점이라 몰입감도 좋았고 대체로 공감이 많이 갔다. 명품 옷에 대해 열망하는 것을 뺀다면 말이다. 상사에게 깨지고, 무능한 부하직원은 눈치없이 굴기도 하고, 거기다 새로 들어온 학벌이나 조건 좋은 부하직원은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데 사장 또한 인정해주는 분위기라면? 뭔가 공감간다고 여기는 사람 참 많을 것이다. 나이는 점점 차오르는데, 오랫동안 사귄 연인은 어느 순간 남이 되어 직장이란 곳에서조차 마주해야 한다면 그만큼 씁쓸한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위기의 순간에 아낌없는 조언과 자신의 옷과 구두, 백 등을 아낌없이 빌려줄 줄 아는 의리파 친구들이 있었다.

친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왕 씨 성을 가진 모임인 '스타킹'의 일원으로 조현과 친구들이 한 자리에 있는 장면을 상상하면, 외람되지만 마치 올드 미스 다이어리가 떠올랐다. 확실히, 주인공 왕조현은 미자(예지원)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왜냐? 속으론 심사가 뒤틀리더라도 앞에선 잘 참고 내색하지 않는다. 분하지만 상황에 맞게 행동한다. 그것이 그녀의 철칙인 것처럼 말이다. (물론, 좋은 의미에서는 프로근성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세 처자들의 수다에서도 올.미.다 성격이 잘 드러난다. 뭐든 얘기 잘 들어주고 그녀의 편을 들어주며 따뜻하게 응수해주는 선희는 김지영. 그리고 카리스마에 한 성격하는 도연은 오윤아와 판박이 같단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뒤에 나오는 노브라, 배 부른 모습 같은 것에서도 살짝. 문란한 사생활을 담은 건 아니지만 성격만 본다면 그런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표절이니 뭐니 하는 게 아니라, 성격구조나 캐릭터가 딱 떨어진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뿐.

그런데 거기다 살짝 드라마 <온에어> 스타일이라고 할까? 유명 대사인 "분칠한 것들은 믿으면 안 된다." 라는 대사가 몇 번인가 등장하고, 분 칠한 것들에 해당하는 인기 절정의 미남 영화배우 장민혁도 등장한다. 실제 배우로 따지면 조인성 정도 수준이 아닐까 싶다. 민혁은 대외적으로는 친절하고 매너 넘치는 이미지의 톱 배우였고 패셔니 스타로 등장하니까. 물론, 실제 성격은 싸가지로 통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길. 조인성 씨가 싸가지라는 건 아니다.) 그를 자세히 아는 사람은 정 많고, 좋은 일도 하며, 자신을 변호하는데 서툰 사람이라는 걸 알테지만. 그런 소재가 쓰여지다 보니 아무래도 기존의 작품들이 떠오르는 건, 홍보팀장 왕조현을 무비스타 왕조현으로 떠올리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려나?!

아무튼 결론은, 무리없이 읽히고 재미가 살아있는 유쾌한 소설이라는 거. 한 번쯤 읽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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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련의 박살 일본어
조혜련 지음, 요리구치 타즈 감수 / 로그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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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가~!!! 역시! 조혜련!

그녀와 함께라면 참 즐겁다. 예를 들면, 여자로서 하기 힘들다는 골룸 연기가 그렇다. "마이 프레셔스. 골룸!" 내복과 소갈머리 가발이 어우러지는 절묘한 표정 연기. 나는 그때의 감동(?)을 잊지 않으며 서평을 쓰기 위해 '웃지않는 가족'을 다시 봤다. 망가지는 모습을 마다않고 열연을 펼치는 그녀의 골룸 연기는 가히 큰 상을 받을만 하다. 비록, 그녀에게 최우수상이 돌아가진 않았지만. 똑같이 분장한 김현철 씨는 묻힌 걸 보면 참 그 영향력이 대단한 것 같다. 큰 화제가 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어쩜 저렇게 스미골과 똑같냐, 대단하다. 라는 찬사가 대부분의 반응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그 프로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렇다. 그녀의 남편이나 자식된 입장에선 생계형 개그였다고 마음 아파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런 것 하나만 봐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칭하는데,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어느 방송에서 일본 진출이 꿈이라고 했던 그녀. 그런데 그냥 꿈으로 끝날 수도 있는 소망을 현실로 바꾼 것이다. 자신의 의지로 잠을 줄이며 일본어 공부를 하고, 비행기 티켓조차 스스로 해결해서 일본 방송국에 진출하고, 틈틈이 한세까이(반성문)쓰면서 개선하는 그녀. 일본어로 개그를 구사하는 그녀는 내게 있어 '정말 대단한 사람'으로 승격되었다. 이제는 NHK의 MC까지 하니까 더 말해 뭐하겠나 싶다. 물론, 이런 이미지는 브라운관에 비춰지는 모습이라서 인간 조혜련이 어떤 사람인가 다 알수는 없겠지만 인간미 넘치는 사람일 거라 확신한다. 순간 순간 개그맨 후배들을 챙기는 모습에서도 그런 것이 느껴진다. 그녀를 보면 이런 예감이 든다. 웃기는 개그우먼으로 또 조연이지만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기자로서, 앞으로 도전하는 여자들의 롤 모델이 될 거라는 것. 또, 적어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기에 실수가 있어도 곧 쉽게 용서가 되는 사람이 될 거라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 그녀가 편찬한 두 번째 책이다. 일본어 책인데 어째 펼치면서도 웃음짓게 만든다.

 

인간미 넘치는, 편한 친구. 혜련 같은 책.

초~야사시이~~! 나는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를 이런 감탄사로 표현하고 싶다. 상냥하다, 라고 말이다. 물론, 기존의 일본어 서적도 성공적이고 핵심적인 것도 많다. 예를 들면 무작정 따라하기 같은 책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이지 디테일까지 신경썼다는 게 눈에 보인다. 한국인이 일본에 갔을 때 실수할 수 있는 여담과 문화적인 배려까지 담겼다. TV에서만 봤지만 조혜련 씨는 이웃 집 아줌마 혹은 언니처럼 쉬운 일본어의 세계로 살며시 이끌어주는... 궁금했던 걸 콕 찝어주는... 일본에서는 어떤 일화가 있었는지 보여주는 에세이 같은... 일본 애니에서 자주 들을 수 있지만 지나칠 수도 있는 디테일에 대해 친근하게 알려주는... 친구 같은 그런 책이다.

쉽고 재밌고 심플하기까지! 더이상 무엇을 바랄까 싶다. 핵심만 쏙쏙 집어주니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왕초보 일본어 입문서로는 손색이 없다. 디테일한 차이점이 있어서 좋다. 더구나 인터넷 사이트에 무료 공개한 MP3 파일 덕에 컴퓨터 하면서 들으면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책이라는 말에 동감할 정도! 소장하고 있는 일본어 책 중에서 맨 끝장 까지 무탈하게 본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으니까. 이 책은 소리가나가 존재한다. 원래 '소리가나'는 없는 책을 봐야 한다고 누군가 말했었다. 읽을 때 한글에 의존하기 때문에 읽기에 약해지는 건 사실이겠지만, 즐기면서 익히는 책이라는 점에선 필요해 보였다.

 

자, 그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일색인 것은 여기까지.

단점 하나만 말한다면?

한 가지 있긴 있다. 페이지 116쪽에 치명적인 오타가 존재한다. 현영과 붐의 성격을 말하겠다고 큰 제목과 목차에 나와 있지만, 실제로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체, 붐은 어딜가고? 정형돈 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 이제 붐에 대해 들려 줘. 기다려도 소용없다. 출판사 측의 실수가 아닌가 싶다. 편집할 때 실수하셨나봐요. 저런, 저런. 그 외에 또 단점을 말하라면, 아마도 너무 쉬워서 혹시라도 시시하다는 사람 나올까 걱정이다, 요 정도?! 이러니 저러니 해도 쉬운 건 사실이니까. 박살 일본어 이 후에 또다른 일본어 서적을 내면 재구매율도 높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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