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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망이다
제프 헨더슨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오프라 윈프리 쇼>,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화 확정!
이것이 <나는 희망이다>의 주인공 제프의 흔적이다. 이 책 한 권은 그의 자서전이기에 앞서, 뒷골목 흑인들의 삶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보통 자서전. 그것도 인생 성공기를 쓴다고 하면 지금까지 자신의 '오른 손'이 한 일만 추려서 부각시키고, 그것들을 낱낱이 적는 기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는 단박에 내 선입견을 깨주었다. 적어도 이 책만큼은 가식이란 단어는 취급불가인양, 너무나 솔직하다. 예를 들자면, 친할아버지의 도벽을 이어받아 지갑을 훔친 이야기가 그렇다. 가문의 치부라 여기고 언급조차 꺼릴 주제가 아니던가. 그런데 왠걸. 이건 그 중에서도 약과에 속한다. 그럼 이건 어떤가? 훔친 신형 자전거를 끌고 가다가 경찰에게 들킨 일이 있다. 소식이 어머니에게까지 전해지자 제프는 거짓으로 뉘우친 척 둘러댄다. 사실, 마음 속에선 앞으로 다신 '흑인이 갖으면 의심받을 만한 물건'은 위험하니 안전한 것으로 훔쳐야지, 라고 자기합리화한 교훈을 되새기고 있었다.
이쯤 되면 대체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킨거냐며 성난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올 만하다. 그런데 밥벌이 하기도 힘든 흑인 어머니의 밑에서 자랐고, 아버지의 새어머니가 받아들이지 않아 출가를 하게 되는 삶을 살게 되었는데, 오로지 그만을 탓할 수 있을까?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하지만 여락한 환경에 처했다고 해서 모두가 불량 청소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저자인 제프 핸더슨이 긴 시간동안 탈선의 길을 걸었지만, 훗날 자신의 꿈을 찾아 제자리로 돌아온 케이스 중 하나라고 본다. 그러니까 그는 정말 희망이다. 적어도 과거의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극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
청소년기의 무분별한 성관계, 불량 청소년을 롤 모델로 삼으며 동경하던 마음, 장성할 때 까지 마약 거래를 하며 배를 채운 세월은 돌이킬 수 없다. 모두 손가락질 받아 마땅한 과거의 흔적들이다. 하지만 그런 과거가 있기에 그는 희망으로 존재할 수 있다. 다른 어떤 성공 신화보다 따끈따끈하지 않은가. 가난과 범죄에 찌들은 LA 뒷골목의 똘마니가 라스베이거스 최고의 호텔 벨라지오에 진출한 것이다. 전과가 있으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총주방장의 위치에서 건재하는 거물이 되었다. 또한, 2001년 최고의 요리사 상까지 수상한 이력이 있다.
나는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당당하게 그를 욕하지 못했다. 고백하건데, 초반에는 욕지기가 올라올 뻔 했었다. 뭐 이런 X가 다 있나.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라고 인상을 쓰면서 말이다. 하지만 점점 책장의 무게가 왼쪽으로 쏠리면서 내 생각의 무게도 바뀌어 갔다. 양파 껍질의 핵심부분까지 까서 들여다 본다면 기분이 이럴까? 그는 욕을 먹고 싶어서 알몸이 된 것이 아니다. 가식을 벗고 진심으로 진실을 전하고 싶어서.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은... 그러니까 같은 상황을 겪지 않은 사람의 말은 듣지 않는 그들을 위해서. 수십 년 전의 또 다른 자신을 위해서가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미치자 오히려 처음에 욱하던 내 마음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현재의 지위는 어두운 과거가 있기에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