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플랄라
안니 M.G. 슈미트 지음, 아카보시 료에이 그림,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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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랄라 위플랄라 숲 속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은 춥지요. 설탕, 커피, 겨자에 후추. 위플랄라 위플랄라 숲 속."

 

'커다란 새를 타고 창공을 날고 있네. 발 아래로 보이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집들도 엄청 작아보이겠다.' 표지를 보고 기대감에 부픈 내 환상은 책을 펼치기도 전에 환상 세계 저편으로 들어서고 있는 듯 했다. 일러스트를 한층 편안하게 느껴지도록 배려한 크림빛(또는 상아색) 컬러는 긍정적인 느낌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시작부터 나는 그렇게 색다른 모험담을 기대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큰 새는 큰 새가 아니었다. 단지, 줄어든 브롬 가족을 태운 평범한 비둘기였다. 그러니까 넬라 델라, 요하네스, 브롬 선생이 사람의 크기일 땐 할 수 없었던 모험을 검지만하게 작아졌단 얘기다. 아무렴 어떤가. 이야기는 속도감있게 바로 시작되어 흥미를 잃을 틈이 없었다. 그들이 작아진 건 모두 '위플랄라'라는 요술을 부리는 난쟁이 때문이었다. 녀석은 신기하게도 사람을 돌로 만들기도 하고 원래대로 돌리기도 하는 요술을 부렸다. 하지만 언제나 요술이 가능한 건 아니었다. 그 때문에 또래 위플랄라 친구들에게 무시를 당했고, 사람들이 사는 이곳까지 오게 된 이유였다. 이 곳에서도 항상 일에 쫓기는 브롬 선생에게 환영받지 못했지만 말이다. 

 

위플랄라는 도깨비도, 요정도 아닌 '위플랄라'라는 새로운 종족으로 한 명의 위플랄라는 작품의 세계관 전체를 앞도한다. 듣도 보도 못한 이 녀석은 독특한 캐릭터였다. 삐죽삐죽 고슴도치같이 삐친 머리에 생쥐만큼 작은 신장. 거기다 금새 밝아졌다 눈물을 흘렸다 하며 조울 증세(?)도 살짝 보이기도 하고. 멀쩡한 사람과 고양이 등을 돌로 바꿔버리고도 큰 잘못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오히려 자기가 온 세계에선 '재미있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들어 버리던 '마이다스의 손'도 딸을 황금으로 만들고는 후회했다는데. 비록 연고가 없다고는 하나 사람을 돌로 만들고 그런 생각을 안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녀석은 좀처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다행히 위플랄라는 갓 태어난 아이처럼 사람의 문화를 몰랐고, 동화이기에 유하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다. '위플랄라의 요술실력이 일취월장해지면 모두 원래대로 돌아 올수 있다. 돌로 생활하는 동안은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 라는 설정이 있으니 말이다.

 

쉽사리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또 다른 사건이 벌어졌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브롬 가족들이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돈을 내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그들 모두를 자신만한 크기로 만들어 버린다. 작아진 그들은 인간이 두려워져 여기 저기 도피처를 찾아 떠나게 된다. 역경 속에서 만난 사람은 소중해지는 법. 그들은 핑크 선생과 로티와 친구가 된다.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을 잡으려 한다면 그만한 공포가 또 없을 것이다.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상황. 그러니까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또 다른 희망이 피어나고,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동화를 통해서지만 사람의 본능, 이기심 또한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대체 이 녀석은 언제 능수능란하게 요술을 쓸 수 있을까. 격려하며 조금은 답답해하며 본 기억이 난다. 훈훈한 해피엔딩을 예상하면서도 위기의 순간엔 나도 모르게 움츠려 드는 걸 발견하곤 했다. 언제까지고 접시를 든 석상인 채로 벼락스타가 된 시인을 보면 잘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참 아리송한 순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 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역경을 딛고 이겨내면 반드시 보상이 따라온다. 위험한 순간일 수록 가족들은 더 뭉쳐야 산다. 

 

개인적으로는 참 유사한 상황전개로 궁금증을 자아내던 영화가 한 편 떠오른다. 영화 <요술쟁이 아나벨>. 위플라라는 신참 수호요정(남자)와 같고, 블롬 가족은 아나벨 가족과 같은 처지라고 볼 수 있다. 정말 생각할수록 비슷한 에피소드를 가득 담은 것 같다. 하지만 그 영화와 비교해서, 무엇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위플랄라>는 일러스트에서 개성이 넘친다. 서양인의 특징인 오뚝한 코에 다소 시크한 표정의 눈매가 아주 인상적이다. 지금껏 어디서도 이런 일러스트는 못 본 것 같다.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다른 누구와도 겹치지 않는 개성이 있어서 새로운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일조한 것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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