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댁 말썽쟁이 일공일삼 61
캐서린 패터슨 지음, 이다희 옮김 / 비룡소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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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한적한 마을에 존경받는 교회 목사님

항상 마을 사람들의 크고 작은 일들을 내일처럼 챙기느라 정작 가족은 뒷전일 터.

1순위가 마을에서 불우한 이웃이라면 다음은 교회 신도 그리고 나머지가 가족.

그 중에서도 마을에서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니는 요요 소문난 말썽쟁이 로비가 

바로 오브 더 탑 이 책의 주인공이죠. 본디 사람들은 목사님의 아들이라 하면 얌전하고

점잖기를 기대하는 법이지만 로비는 그런 사람들의 기대가 아주 비현실적이라 딱 잘라 말해요.

뭐 이를 테면 보는 시선들이 목사님 아들은 늘 청결해야 한다든지, 착해야 한다든지

그런 게 본인과는 맞지 않다는 거예요. 그렇다보니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다른 애도 아니고..목사님 아들이 그러면 안 되지!" 늘 예의 주시하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신경써야 하는 억울한 면이 없진 않네요. 구구절절 로비의 말이

틀린 말 하나 없어요. 사람들의 기대처럼 목사인 아빠는

한없이 선하고 보통 사람의 여덟 배에서 열 배는 청결하다니까요. 

 

로비가 자꾸 어긋나고 삐뚤어지는 이유는 환경탓이 큰 거 같아요.

물론 사건의 중심에는 반항심 많은 로비가 있지만 마냥 생각없이 사고를 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목사님댁 아들로 품위를 유지하려 싸움을 피하는 건 가족에 대한 사랑도 없고, 

용기도 없고 의리도 없는 비겁한 변명일 뿐. 그의 생각은 '목사는 내가 아니라 우리 아빠'라는

사실이죠. 그렇다고 본인 스스로가 목사인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건 아니에요.

평소 아버지는 누구하고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 좋지만 괜히 자기때문에

자식교육 운운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걸 원치 않아요.

결국은 모두 책임을 목사인 아버지 탓을 할 테니까요. 그래도 목사님 아들로 

충격적인 속바지 게양 사건은 좀 심했네요. 마치 거친 사나이들의 서부영화같은

온갖 멋진 척 갖은 폼은 다 잡지만 한편으로는 귀여운 구석이 넘쳐나요. 

책표지에서 풍기는 반항아같은 느낌이 어릴적 TV 시리즈로 봤던 톰소여 느낌이 확 나죠. 

이야기 배경이 되는 마을 풍경이나 정서가 상당히 비슷한 거 같아요.

 

톰소여 모험에서 빼놓을 수 없는 통나무 별장.

로비 역시 숲에서 버려진 통나무집을 차지하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는데요. 

사나이 자존심에 상처가 될 위기는 또 찾아오죠. 그런데 가장 힘든 위기의 순간마다

그보다 두 살 많은 엘리엇 형이 있어요. 로비의 설명에 따르면 인생이라는 경주에서

형을 앞지르는 순간부터 형과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없고, 야구도 수영도 모든 걸

같이 할 수 없는 거리가 그를 철들게 한 거 같아요. 누구든 형을 얕잡아보거나

놀리는 건 참을 수 없어요. 그 때문에 자주 싸울 수 밖에 없다는 건 형을 그만큼

사랑하고 책임감도 느끼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하물며 부모님에게는 큰 아들이 

가장 아픈 손가락이 틀림없죠. 마을 독립기념일 축제때 행방불명 된 엘리엇 형때문에 

아버지라는 큰 산이 힘없이 무너져내리는 걸 지켜봤던 로비. 그토록 사람들이

목 아프게 우러러보는 키 큰 목사님이 아니라 엄마한테 매달려 우는 겁먹은

아이같아서 울컥했죠. 한편으로 형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을 질투하면서 

주어진 환경을 자기 식으로 해석하는 글들이 재밌어요. 

 

자기가 가진 장단점부터 자기가 읽은 온갖 책을 비유하며

자기 논리대로 세상과 맞서 뒷걸음치지 않고 정면돌파하는 거죠. 때론 거칠게

충동적으로 위기를 모면하다 더 큰 위기를 겪고 정신 못차리게 혼쭐 나기도 하지만 

패기는 절대 기죽지 않아요. 타고난 심성도 곱고요. 무엇보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말, 

세상이 끝난다는 종말론을 믿으며 더 이상 하느님을 믿지 않기로 결심하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목사님 아들로 하느님을 믿지 않기로 결심한 자체도 논란거리지만 

여전히 행동의 잣대를 기독교의 교리에 두는 거가 모순 덩어리죠. 비록 때와 날은

알지 못해도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얼마나 어리석고 억울한 일인지 더 늦기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해보고 싶어하죠. 첫번째로 낭만적인 기차 여행을

꿈꾼다거나 단 한번도 타보지 못한 자동차를 상상하면 후회따윈 없을 거 같아요.

그만큼 모험 가득한 십대 소년의 순수한 성찰이 로비의 날것 그대로죠. 

세계적인 동화작가 캐서린 패터슨의 화려한 수식어 없이도 이 책이 빛나는 이유이기도 해요.

저 개인적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비룡소클래식을 읽는 기분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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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리더야! 처음 성장그림동화 2
루앙 알뱅 글, 안 몽텔 그림, 예빈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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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첫 사회생활을 돕는 바른 인성 그림책.

나 아닌 우리를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가 되는 법을 생각해봐요.

이제 엄마, 아빠 말보다 자기 주장과 고집이 세지는 꼬마 숙녀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담은

주니어김영사 <내가 리더야!> 자기 키 몇 배는 큰 여왕 의자에 어른스럽게 팔장을 끼고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주인공 마틸다의 관심사는 법이에요.

 

그것도 어른들 마음대로 정해 놓은 멍청한 법.

뭐 예를들면 잔디를 밟지 마세요! 라든지 조용히! 같은 흔한 경고문 정도지만 

마틸다는 굉장히 기분 나쁜 모양이에요. 그 중에서도 끔찍하게 생각하는 법은

'어린이는 금지!' 라는 법이래요. 마치 어린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어린이 인권 대변인 같은 제스처가 미래의 리더답네요.

 

그러다보니 불공평한 어른들의 법에 당당히 맞설 수 밖에요.

잠 잘 시간에 이 안 닦고 사탕 먹는 것쯤.. 일단 집에서 부모님 말씀을 안 듣는 건

둘째 치고라도 학교, 병원 밖에서도 어른들의 말을 무시하고 자기 생각대로 멋대로

행동하는 건 너무 해요. 꼭 마틸다가 만든 제멋대로 법이 천방지축 말썽만 피우는

청개구리 법은 아닌지 그 바람에 엄마와 아빠는 흰머리가 늘고요. 선생님은 폭발 직전에

할머니, 할아버지는 마틸다를 슬슬 피하기까지.. 주위 사람들이

이만저만 짜증나는게 아니에요.

 

그림책 삽화만 봤을 때는 비오는 날

앙증맞은 토끼 실내화를 신고 천진난만하게 좋아하는 마틸다가

한없이 귀엽다가도 이게 실제 상황에 몰입하면 어떤 엄마가 화를 참고 가만두겠어요.

당사자 마틸다만 빼고 울그락불그락 화가 난 어른들 표정이 이해돼요.

그럼에도 마틸다는 이대로 물러서지 않아요. 도대체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을 만들었고, 

누가 법을 바꾸는 지 궁금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보다 많은 친구들이

마틸다가 만든 새로운 법을 지키면 휠씬 행복할 거라 생각들었죠.


 법1, 잠자러 가는 시간을 정해 놓지 않는다.

법2, 매일 저녁 이 닦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법3, 시금치는 먹지 않는다 등등

대부분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를 법으로 '잔소리 금지!' 라고 해놓은 거 같네요. 

거기에 이걸 메일로 국회에도 보내고 직접 영국 여왕도 만나러 궁전 앞에 도착해요.

다행히 여왕님은 마틸다의 이야기를 관심있게 듣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덜컥

마틸다의 새로운 법을 채택하겠다고 해요. 단 사람들이 바뀐 법에

대해 잘 알고 그 법이 잘 지켜지도록 애써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죠.

그리고는 마틸다를 믿고 휴가로 여행을 떠났어요.

 

다음 날, 마틸다는 텔레비전에 나와 새로운 법을 발표했어요

집집마다 뉴스를 접한 어른들은 충격적인 소식에 제정신이 아닌 듯 보이고요.

어느 부모가 아이들이 아주 늦게까지 잠자리에 안 들고, 온종일 잠옷만 입고

시금치 대신 초콜릿을 먹고, 맛없는 학교 식당은 오락실로 바뀐다는데 실망을 않겠어요.

저라도 이런 새로운 법이 있어도 지키지 않을 거 같아요. 반면에 아이들만 기뻐서 

춤추고 뛰고 좋아하는 게 눈에 선해요. 마틸다는 세상에서 이보다

근사한 일은 또 없을 거라고 자기덕분에 세상 모든 아이들이 

가장 좋은 법이 생긴 거라 확신해요.

 

하지만 행복은 잠시뿐.. 행복해야 할 아이들에게

위험한 상황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매일 아파서 병원을 찾는 아이들때문에

의사들은 일손이 모자르고 치과 의사돌도 썩은 이때문에 잠시도 쉴 틈이 없어요.

이뿐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만들 우유가 바닥이 났고요. 선생님들은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을 더 이상 돌보러 하지 않는데요. 마틸다역시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한 일이라 많이 놀란 눈치예요. 책상 앞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쌓여만 갈 수록 마틸다의 머리는 지끈지끈 아파 와요. 

이렇게나 자기 결정에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걸 느껴요 

 

그 이후로 철부지 마틸다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스스로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하고 저녁식사 시간에 얼굴을 찌푸리지 않고

시금치를 먹는 모습 상상이 가나요?  그저 처음부터 엄마, 아빠 말을 고분고분 잘 따르는

착한 딸이 아니라서 이런 변화들이 놀라운데요. 우리 아이가 원래 부모님 속 끓이지

않는 착한 딸이라면 아이에게 칭찬 많이 해주시고요. 지금까지 우리 아이가 철부지

청개구리처럼 군다면 인상쓰지 마시고 기다려주세요. 언젠가는 우리 아이도

자기 주장만 옳다고 생각하진 않을 거예요. 마틸다처럼 제멋대로 법 없이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법을 곧 찾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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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몬스터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11
김해등 지음, 경하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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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영원한 숙제 일기.

예전만큼 매일매일 써야 하는 힘든 숙제도 아닌데도 아이들은 그마저도 힘들어하죠.

아니라 다를까 이번 겨울방학에 달랑 숙제라곤 일기뿐이었던 저희 아이도 

일기장에 단 세 줄 쓰면서도 글씨는 엉망이에요. 그런데 주니어김영사 저학년 문고

<일기 몬스터>에 나오는 주인공 동구가 딱 그 짝이네요. 마음은 무지 잘하고 싶은데

마음따로 몸따로인 이유. 이 책을 읽으니 아이들이 일기를 쓰기 싫어하는

진짜 이유를 알 거 같네요. 일기만 썼다하면 동구를 괴롭히는 일기 몬스터들..

혹시 우리 아이도 이런 요상한 몬스터들때문에 힘든 건지

아이의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봐요.

 

매주 화요일 선생님께서 아이들 일기 검사하는 날

반에서 최고로 잘 쓴 일기짱을 한 명 뽑아서 칭찬해요. 

이름하여 '살다 살다 칭찬' 이에요. 말 그대로 살다 살다 이렇게나 잘 쓴 일기는

처음 봤다는 선생님의 칭찬이죠. 이번 한 주,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배고픈 길고양이를

만난 일 하나만 가지고 일기를 끝까지 잘 쓴 태우 꺼가 뽑혔어요. 반면에 동구는 일기장에

글자라곤 '나는 오늘'밖에 없고, 쓰다 말다 한 글자들이 어지러운 낙서처럼 보였고요.

모두가 입을 모아 다음 번에는 태우 일기보다 더 잘 써 올거라 큰소리 치지만 

동구만은 자신없어요. 다른 애들은 선생님이 일기장에 써 준 답글을 자랑하며

떠들 때 동구의 일기장에는 칭찬 한마디가 없었으니까요. 

대신 동구만 아는 일기 괴물에 대해 선생님도 알고 있는 듯해요. 

 

마치 동구가 일기 쓸 때 선생님이 바로 옆에 있었던 것처럼요. 

연필심을 부러뜨리는 이빨 괴물, 지우개를 집어 삼키는 먹보 괴물 얘기가

써 있어서 깜짝 놀랬어요. 오늘따라 태우의 목소리가 더 쩌렁쩌렁,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간 부러운 녀석. 평소 공부든 뭐든 다 잘 하는 모범생이라서 일기 쓰는 것쯤

얼마나 쉬운일 일까 차라리 태우 녀석에게 비밀을 털어 놓으면 

이 답답한 마음이 좀 플릴 것도 같은데.. 이대로 집에 가면 엄마의 잔소리는

안봐도 비디오죠. 엄마 입에서 '미련 곰탱이' 말이 안 나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를 건네는 순간, 엄마의 폭풍 잔소리는 잔소리로 끝나지 않네요.

아니, 일기가 무슨 공부냐고요? 하다 하다 일기 과외까지 받는

동구의 처지가 참 딱하기도 하네요. 

 

그것도 같은 반 친구  태우에게 일기 쓰는 걸 배우라니요.

더는 엄마에게 대꾸할 기력도 없는 동구는 태우를 본체만체한 채

일기장을 펴고 일기를 잘 쓰려 마음을 단단히 먹는데요. 웬일로 일기 쓸 내용들도

술술 떠올라 잽싸게 일기장에 옮기려는 순간 습관적으로 '나는 오늘..' 이란 말이 툭 나와요.

그걸 태우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콕 끄집어내니 다시 머릿속이 검은 먹물을

뒤짚어 쓴 듯 새까매졌어요. 좀 전까지 생생하게 생각났던 글감들이 어디로 다 사라졌는 지 

갑자기 일기장 위로 희멀겋고 끈적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게 아니겠어요. 

배는 남산 만하고 몸에 붙은 털은 지우개똥처럼 지저분한 먹보 몬스터가 어김없이 나타나 

태우 손에 든 지우개 하나까지 지우개란 지우개는 모조리 집어 삼키기 시작해요. 

태우가 놀라 뒤로 자빠지거나 말거나 닥치는 대로

혓바닥으로 쓸어 담 듯 모조리 삼키고 있어요. 

 

심지어  동구와 태우를 바람개비처럼 휭휭 돌리며

못살게 굴어요. 엄마가 동구의 비명 소리를 듣고 방문을 열 때까지

죽어라 발버둥 치고 비명을 질러 댔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동구야 그렇다치고

친구 집에 과외 선생님으로 온 태우는 웬 날벼락이래요?  태우같은 공부짱 일기짱이

일기 몬스터에게 시달리고 신던 양말이 다 벗겨질 정도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어요.

"어휴, 내가 너 때문에 못산다. 못살아." 먹보 몬스터만큼 강력한 엄마의 잔소리 파워가

아니었다면 먹보 몬스터의 장난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을 거예요.

이건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련인지 엄마는 방바닥에 내팽개쳐진 동구 일기를 보면서도

고약한 먹보 몬스터의 소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해요. 다음 날에도 이빨 몬스터며

악기 몬스터가 자꾸자꾸 나타나 동구를 마구 괴롭히는데

어떡해 일기를 잘도 아니고 그냥도 쓸 수 있겠어요?

 

한 번만이라도 선생님께 칭찬 받고 싶은 동구의 마음을

몰라줘도 너무 몰라주는 몬스터들때문에 일기짱으로 뽑히는 건

하늘에서 별따기보다 어려운 일같아요. 친구이자 동구의 과외 선생님인 태우가

큰 맘먹고 나만의 비법을 전수하기 전까지는 별나라 별구경이 더 쉬운 일이겠죠.

과연 엉터리 일기 과외를 받고 동구는 '살다 살다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요? 

처음 책 읽기 전에는 우리 아이처럼 일기 못 쓰는 친구들에게 선생님이 일기 잘 쓰는 비법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닐까 기대 했었는데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은 일기에 담긴

아이의 마음이 더 중요하네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잘 쓴 일기보다

아이의 진짜 모습이 담긴 솔직한 일기가 휠씬 멋져요.

저부터도 아이가 마음의 자물쇠를 잠그기 전에 아이 맘에 상처주는

일기 몬스터가 되지 말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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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범스 8 - 저주 받은 학예회 구스범스 8
R. L. 스타인 지음, 나오미양 그림, 노은정 옮김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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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초등 6학년 딸아이가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 책.

저도 웬만해서 아이들이 보는 책은 다 좋아라하는데.. 딱 무서운 이야기책은 

쳐다도 보기 싫거든요. 그런데 비룡소 구스범스 시리즈에 꽂힌 저희 딸아이 성화에

못 이겨 저도 함 읽어 봤어요. 책 표지부터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악당 조커 같은 

무서운 그림이 썩 내키진 않았지만 일단 아이가 재밌다고 하니깐

두 눈 질끈 감고 읽기 시작했죠. 구스범스 여덟번째 이야기 <저주 받은 학예회>

전 세계적으로「해리 포터」시리즈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어린이책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이유를 알 거 같아요.

저처럼 표지만 보고 지레 겁 먹을 필요가 전혀 없어요. 

 

작가 스스로 본인 직업을 어린이에게 오싹함을 선물하는 거라 자신하잖아요.

바로 전 세계 32개국 어린이들을 열광시킨 그 오싹한 즐거움으로.. 드루와 드루와~

오즈밀 초등학교 연극반 친구들의 학예회로 여러분을 초대해요. 

 

숙제가 없는 주말이면 공포 영화 세 편을

연달아 보는 강심장에, 보통 또래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거나

평상시 노는 게 좀 유별난 십대 소녀 비키. 그의 오랜 단짝 친구 지크랑은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게 별로 없는 친한 사이죠. 둘은 지난해 학예회 뮤지컬에서

단역을 맡았다가 올해 연극에도 출연하기로 마음먹어요. 오늘이 그 연극의 출연자

명단이 발표되는 날, 남 골탕먹이기 좋아하는 지크의 장난이 또 발동. 

꼭 이런 결정적인 순간을 그냥 조용히 넘어갈 지크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이없게 속을 비키도 아니네요. 암튼 두 사람은 나란히 극 중 제일 중요한

배역을 맡게 되는데요. 그 기쁨도 잠시 연극 연습을 하기 위해 모인

강당에서 학교에 떠도는 무시무시한 소문을 듣게 돼요.

 

여느 학교마다 있을 법한 무서운 학교 유령 이야기라 흘려듣기에는

그 소문의 진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우연히 학교 도서관 지하실에서

발견된「유령」이란 대본에 수수께끼에 싸인 유령의 저주가..

 

이때도 어김없이 몸이 근질근질한 지크의 장난에 심장이 쿵!

심장을 쥐었다 폈다~ 각 장마다 이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 전개가 긴장의 연속이네요.  

아이들은 심란한 분위기에서 각자 대본을 받아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는데요.

연극 내용이 어디에서 본 듯한 이야기. 알고보니 작가가 유명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패러디한 거였네요. 오래된 극장 지하에 가면을 쓴 유령하며 

운명처럼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 절묘하게 들어 맞아요.

비키는 여주인공답게 의상을 갖춰 입고 무대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상상해요. 

같은 배역을 맡은 티나역시 입술만 달싹이며 비키의 대사를 읽고 있는 게 신경쓰여요.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 유령이 솟아 나오거나 사라질 수 있게 하는

특별한 무대장치도 여간 불안한 게 아니고요.

 

선생님이 직접 안전 점검이 끝날 때까지는 접근 말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돌아간 텅 빈 강당에 남아 이동무대 아래.. 구멍속으로 들어가보는 비키와 지크.

이상하게도 자꾸만 밑으로 밑으로 내려가고 점점 속도도 빨라지는데요.

 

학교 지하실보다 휠씬 더 깊은 곳까지 내려온 불길한 느낌. 

아무리 겉으로 용감한 척, 온갖 센 척을 다해도 영영 이곳 지하실에 갇혀 버릴까

불안한 속마음은 감출 수 없어요. 아니라 다를까 이 때, 아이들 곁으로 다가오는 거친 숨소리.

두 번 다신 이 페이지를 넘겨보고 싶은 않을 정도로 소름 돋는 유령과 맞닥뜨려요. 

전 책 표지보다 더 고약하고 무서운 인상에 이대로 유령의 실체가 밝혀지는 줄 알았죠. 

하지만 그 뒤로도 여러번 '내 집에 얼씬 거리면 가만 두지 않겠다'라는 경고성 메시지는

오히려 유령놀이에  빠진 아이들 장난으로 덮어 씌워요. 나중에는 누가 진짜 유령인지,

누가 가짜 유령 노릇을 하는 건지 의심 가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에요. 

학교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험상궂은 야간 경비원도 그렇고 

지나치게 비키를 라이벌로 견제하는 티나도 그렇고 

며칠 후 새로 전학 온 남학생까지.. 

 

드디어 무대의 막이 오르고 안개 속에서 서퍼런 가면을 쓴 유령이 나타나자

천연덕스럽게 연기인 척, 주어진 연극 대사가 아닌 죽어서 이 날 만을 기다린 진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 때 그 자리에, 유령의 저주로 사라진 죽은 영혼이 

다시 유령이 되어 무대에 함께 서 있는 거죠. 오랜만에 머리카락이 주뼛주뼛 

날선 오싹한 기분에 몸서리 실컷 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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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을 차리다 - 한반도 음식 문화사 작은 역사 3
주영하 글, 서영아 그림 / 보림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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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만나는 우리의 역사, 한반도 음식 문화사

<밥상을 차리다>는 보림출판사의 작은 역사 시리즈 그 세 번째 이야기.

시간을 거슬러 음식에 담겨 있는 우리 역사와 문화를 함께 배워요. 사냥 중심의

구석기시대부터 이후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된 청동기시대를 거쳐 고구려, 고려, 조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식재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봐요.

먼저, 각 장의 제목만 보더라도 전체적으로 역사의 흐름을 따르지만

흔히 역사책에서 보던 뻔한 제목이 아니라 전혀 새롭고 감각적이네요. 

제 1장, '요리하는 동물'에서 직접 사냥하고 채집한 음식만을

요리해 먹던 구석기시대 사냥꾼들을 만나러 가봐요.

 

지금으로부터 50만 년 전, 이때는 사람들이 먹잇감을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살아가던 시기라 처음에는 뾰족한 돌 조각이나

나뭇가지를 주워다 도구를 썼지만 사람보다 힘센 동물을 상대하기에는 여의찮죠.

나중에는 날카로운 날을 세운 돌도끼나 돌촉을 단 창과 화살도 만들고 찍개 등의

사냥 도구를 쓰면서 사냥뿐 아니라 나무 열매를 따거나 식물의 뿌리를 캐는 일도

전보다는 수월해졌어요. 사냥한 고기는 날이 더운 여름에는 작은 동물을 사냥해서

바로 먹거나 추운 겨울에는 큰 동물을 잡아서 오래 저장해 두고 먹었데요. 

그리고 음식을 불에 익혀 먹으면서 요리법도 생겨났고요. 

그릇 대용으로 나무토막의 속을 파내거나 긴 나뭇잎을

둥글게 싸서 그릇을 삼았데요.

 
여전히 채집이나 고기잡이, 사냥으로 먹을거리를 얻던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식생활에서 달라진 점이라 하면 아무래도 

썩거나 타지 않는 토기를 사용하면서 음식물을 저장하거나 조리가 쉬워졌고요. 

도구도 돌을 갈아서 전보다 휠씬 정교하고 쓰임새도 다양해져

껍질이 단단한 도토리나 야생 곡물의 껍질을 벗기고 가루를 내어 끓여 먹었다죠. 

그러다 청동기시대에 본격적인 농사를 지으면서 곡물이 주식이 되고

증기를 이용한 시루를 많이 썼고요. 철기시대에는 높은 열과 압력에 강한 

쇠솥으로 밥을 지었다죠. 그림설명을 덧붙여 각 시대마다 다른 조리 도구와

가공 기술에 대해서 궁금증이 풀려요. 거기에 장 담그는 기술이며 

삼국시대 김치에 대해서 자세히 다뤄요.

 

다음으로 고구려 고분 무용총에 그려진 

벽화 속 고구려 사람들의 식생활을 살펴 볼 차례. 

벽화에 사냥 장면이 많은 걸 봐서 고구려 사람들은 고기 요리를 즐겨 먹었고

그 중에서 양념한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운 맥적을 가장 즐겨 먹었다고 하네요.

또한 음식 풍속과 관련된 벽화에는 주인과 손님 앞에 각자 먹을 음식상이 따로 놓이고 

상의 높낮이도 차이를 보이네요. 생일이나 잔치때 떡이나 과자, 과일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고임 음식에는 축하의 뜻이 담겨 있고요. 이걸 두고 일본에서는

'고구려병'이라고 했다는데 예나 지금이나 특별한 날 잔치떡이 빠지지 않는 이유네요.

그 밖에도 시대마다 모양과 크기가 다른 그릇이나 수저도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볼 수 있고요. 아이들 눈에 평범한 수저도 

예사롭지 않게 보일 거 같네요.

  

더욱이 불교가 국교인 고려 시대에는 

아이들이 이름도 잘 모르는 나물이 한가득. 지금 우리가 즐겨 먹는

오이, 가지, 우엉, 연근, 무 등을 고려 사람들도 즐겨 먹었다니 정말 놀랍네요. 

특히나 아욱, 미역, 토란 같은 채소로 국을 끓어 먹고 나물을 조리할 때는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썼고요. 이때부터 밥과 국을 함께 먹는

우리나라 음식의 기본 구조가 완성되었다네요. 그리고 물에 불린 콩을

맷돌에 갈아서 만든 두부는 큰 인기. 당시 절에서 두부를 대량으로 만들어

백성들에게 팔기도 했다네요. 고려 말, 두부 맛에 반해서

시 다섯 편이나 지은, 문인 이색의 시에 물컹거리지만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의 두부의 식감이 그대로 전해져요.

 

반면에 유교 국가인 조선시대에서는

쌀밥과 국을 중심으로 반찬 가지수에 따라서 5첩, 7첩, 9첩 반상에

대해 알아보고요. 임금에게 올리는 진짓상도 반찬 수가 그리 많지 않은 소박한 밥상이네요.

밥상 가운데 가장 큰 그룻이 밥그룻과 국그릇이고 그 크기가 요즘 밥그릇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큼지막한 사발에 가깝고요. 밥을 일컫는 여러가지 재미난 말들도

참 많네요. 그리고 음식으로 병을 다스리는 책이며,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이 쓴 요리책

《도문대작》은 조선 팔도 유명한 지역특산물과 별미가 무려 130종이 넘고요. 

기축년 창경궁에서 열린 순조 임금의 생일잔치는 또 얼마나 화려한지

책 접힌 날개 뷰뷴울 펼치면 참석자들 자리 배치나 산해진미 가득한 상차림, 

비단으로 수 놓은 꽃 장식, 춤과 악기 등 품위와 격식을 갖춘

궁중 잔치의 면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기축년의 궁중 잔치를 그린 병풍 '기축년 진찬도병'의 한 장면.

잔치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머리에 꽃을 꽂은 세세함까지.. 이 궁중잔치에

관한 설명만 3페이지에 해당되는데 책 설명을 읽고 그림을 보다보면

감탄이 절로 나오죠. 초등 저학년 교과서에서 다루는 일년 열 두달 우리 고유의

명절 음식에 관한 내용도 정리가 잘 되어 있고요. 분명 책은 그림책인데 

글밥은 엄청나서 사회, 역사책 여러 권을 한꺼번에 읽은 듯 해요.

그 이유가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참고 문헌만도 금방 셀 수 없이 많고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책을 정성스럽게 만든 정성이 다 느껴질 정도예요.

끝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짜장면, 라면, 햄버거, 콜라,

각종 가공식품 등장에 오늘날 우리 밥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도 안 할 수 없는데요.

 

저역시 책을 읽고나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매일 차리고 치우고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쯤으로 이래저래 외식이 잦고

대충대충 한끼 떼우기 일쑤. 다시 한번 한솥밥을 먹는 식구의 의미,

집밥의 소중함을 깨달아요.  최근 신문기사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만 먹고

채소같은 싫어 하는 음식을 피하는 식습관이 잘 고쳐지지 않는 이유가 

식사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기사를 봤어요. 아무래도 온 가족이

함께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하는 시간도 점점 줄고 그 시간마저 TV나, 스마트폰에  

빼앗긴다면 부모의 관심은 언제나 아이의 언저리에 머물겠죠. 그런 점에서

아이와 함께 장도 보고 요리도 해보면서 식사시간을 오래 가져봐요.

가족이 둘러 앉은 식사시간이 하루중 제일 기다려지고

행복이 넘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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