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몬스터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11
김해등 지음, 경하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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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영원한 숙제 일기.

예전만큼 매일매일 써야 하는 힘든 숙제도 아닌데도 아이들은 그마저도 힘들어하죠.

아니라 다를까 이번 겨울방학에 달랑 숙제라곤 일기뿐이었던 저희 아이도 

일기장에 단 세 줄 쓰면서도 글씨는 엉망이에요. 그런데 주니어김영사 저학년 문고

<일기 몬스터>에 나오는 주인공 동구가 딱 그 짝이네요. 마음은 무지 잘하고 싶은데

마음따로 몸따로인 이유. 이 책을 읽으니 아이들이 일기를 쓰기 싫어하는

진짜 이유를 알 거 같네요. 일기만 썼다하면 동구를 괴롭히는 일기 몬스터들..

혹시 우리 아이도 이런 요상한 몬스터들때문에 힘든 건지

아이의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봐요.

 

매주 화요일 선생님께서 아이들 일기 검사하는 날

반에서 최고로 잘 쓴 일기짱을 한 명 뽑아서 칭찬해요. 

이름하여 '살다 살다 칭찬' 이에요. 말 그대로 살다 살다 이렇게나 잘 쓴 일기는

처음 봤다는 선생님의 칭찬이죠. 이번 한 주,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배고픈 길고양이를

만난 일 하나만 가지고 일기를 끝까지 잘 쓴 태우 꺼가 뽑혔어요. 반면에 동구는 일기장에

글자라곤 '나는 오늘'밖에 없고, 쓰다 말다 한 글자들이 어지러운 낙서처럼 보였고요.

모두가 입을 모아 다음 번에는 태우 일기보다 더 잘 써 올거라 큰소리 치지만 

동구만은 자신없어요. 다른 애들은 선생님이 일기장에 써 준 답글을 자랑하며

떠들 때 동구의 일기장에는 칭찬 한마디가 없었으니까요. 

대신 동구만 아는 일기 괴물에 대해 선생님도 알고 있는 듯해요. 

 

마치 동구가 일기 쓸 때 선생님이 바로 옆에 있었던 것처럼요. 

연필심을 부러뜨리는 이빨 괴물, 지우개를 집어 삼키는 먹보 괴물 얘기가

써 있어서 깜짝 놀랬어요. 오늘따라 태우의 목소리가 더 쩌렁쩌렁,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간 부러운 녀석. 평소 공부든 뭐든 다 잘 하는 모범생이라서 일기 쓰는 것쯤

얼마나 쉬운일 일까 차라리 태우 녀석에게 비밀을 털어 놓으면 

이 답답한 마음이 좀 플릴 것도 같은데.. 이대로 집에 가면 엄마의 잔소리는

안봐도 비디오죠. 엄마 입에서 '미련 곰탱이' 말이 안 나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를 건네는 순간, 엄마의 폭풍 잔소리는 잔소리로 끝나지 않네요.

아니, 일기가 무슨 공부냐고요? 하다 하다 일기 과외까지 받는

동구의 처지가 참 딱하기도 하네요. 

 

그것도 같은 반 친구  태우에게 일기 쓰는 걸 배우라니요.

더는 엄마에게 대꾸할 기력도 없는 동구는 태우를 본체만체한 채

일기장을 펴고 일기를 잘 쓰려 마음을 단단히 먹는데요. 웬일로 일기 쓸 내용들도

술술 떠올라 잽싸게 일기장에 옮기려는 순간 습관적으로 '나는 오늘..' 이란 말이 툭 나와요.

그걸 태우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콕 끄집어내니 다시 머릿속이 검은 먹물을

뒤짚어 쓴 듯 새까매졌어요. 좀 전까지 생생하게 생각났던 글감들이 어디로 다 사라졌는 지 

갑자기 일기장 위로 희멀겋고 끈적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게 아니겠어요. 

배는 남산 만하고 몸에 붙은 털은 지우개똥처럼 지저분한 먹보 몬스터가 어김없이 나타나 

태우 손에 든 지우개 하나까지 지우개란 지우개는 모조리 집어 삼키기 시작해요. 

태우가 놀라 뒤로 자빠지거나 말거나 닥치는 대로

혓바닥으로 쓸어 담 듯 모조리 삼키고 있어요. 

 

심지어  동구와 태우를 바람개비처럼 휭휭 돌리며

못살게 굴어요. 엄마가 동구의 비명 소리를 듣고 방문을 열 때까지

죽어라 발버둥 치고 비명을 질러 댔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동구야 그렇다치고

친구 집에 과외 선생님으로 온 태우는 웬 날벼락이래요?  태우같은 공부짱 일기짱이

일기 몬스터에게 시달리고 신던 양말이 다 벗겨질 정도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어요.

"어휴, 내가 너 때문에 못산다. 못살아." 먹보 몬스터만큼 강력한 엄마의 잔소리 파워가

아니었다면 먹보 몬스터의 장난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을 거예요.

이건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련인지 엄마는 방바닥에 내팽개쳐진 동구 일기를 보면서도

고약한 먹보 몬스터의 소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해요. 다음 날에도 이빨 몬스터며

악기 몬스터가 자꾸자꾸 나타나 동구를 마구 괴롭히는데

어떡해 일기를 잘도 아니고 그냥도 쓸 수 있겠어요?

 

한 번만이라도 선생님께 칭찬 받고 싶은 동구의 마음을

몰라줘도 너무 몰라주는 몬스터들때문에 일기짱으로 뽑히는 건

하늘에서 별따기보다 어려운 일같아요. 친구이자 동구의 과외 선생님인 태우가

큰 맘먹고 나만의 비법을 전수하기 전까지는 별나라 별구경이 더 쉬운 일이겠죠.

과연 엉터리 일기 과외를 받고 동구는 '살다 살다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요? 

처음 책 읽기 전에는 우리 아이처럼 일기 못 쓰는 친구들에게 선생님이 일기 잘 쓰는 비법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닐까 기대 했었는데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은 일기에 담긴

아이의 마음이 더 중요하네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잘 쓴 일기보다

아이의 진짜 모습이 담긴 솔직한 일기가 휠씬 멋져요.

저부터도 아이가 마음의 자물쇠를 잠그기 전에 아이 맘에 상처주는

일기 몬스터가 되지 말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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