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보물찾기 2 한국사탐험 만화 역사상식 13
곰돌이 co. 글, 강경효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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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찾기 짱과 함께 떠나는 조선시대 한국사 탐험 두번째 이야기.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세종대왕을 비롯한 조선 전기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다뤄요.

전편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비밀조직 트레저 마스터 회장이 가까스레 깨어나고

조직 내 배신자가 있음을 암시하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설의 해태상을 손에 넣으려는

트레저 마스터들의 경쟁이 불붙고요. 본의 아니게 트레저 마스터 조직의 비밀을 알게 된

이상 후계자 전쟁을 마냥 두고 볼 수 없는 팡이의 활약이 더해져

황금 해태상을 놓고 트레저 마스터 VS 보물찾기 짱의 추격전이 시작돼요. 

추격전이 펼쳐지는 곳마다 조선의 역사가 깃든 유적지로 눈여겨 볼만 한 장소네요.

 

특히 이달 15일, 세종대왕의 탄신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 

경기도 여주 영릉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자랑스런 우리 문화재이니만큼

우리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우적지 중 하나죠. 게다가 만 원 지폐를 잠깐 살펴보면 

이곳에서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문화재가 있어요. 지폐 주인공인 세종대왕은 누구나 잘 알지만 

그 뒤 배경이 되는 다른 관련 그림에 대해서는 이름조차 금방 떠오르지 않는데요.

뭐 용비어천가 정도는 기억난다고 쳐도 조선 왕권을 상징하는 '오봉일월도'며

지폐 뒷면에 고구려 시대부터 내려오던 천문도를 조선 시대에

새롭게 복원한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설명이 쉽지 않죠. 그리고 천체의 위치를

측정하는 '혼천의'도 매번 같은 그림의 지폐나 인쇄 그림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가치를 알아 본다면 휠씬 더 기억하기 쉬울 테고요.

 

이 다음에 아이들과 영릉에 갈 일 있으면 꼭 만원짜리 지폐를

챙겨야 할 거 같아요. 이왕이면 여행지에서 놓치지 쉬운 여행 팁도 알 수 있는

여행가이드로 조선시대 보물찾기만한 책도 없겠네요. 은근 적인지 동지인지 헷갈릴 정도로

보물찾기 짱과 죽이 잘 맞는 주니어M이 잠시 관람객인 척 위장하고 현장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서 

조선 왕릉을 구석구석 관람할 때는 저도 넋놓고 여행하는 기분이 드네요. 

앞서 만 원 지폐에서 봤던 '혼천의'외 한자리에서 조선의 과학 기구를 다 볼 수 있어 놀라워요. 

해의 움직임으로 시각을 알 수 있는 해시계와 별시계를 하나로 합쳐서 시각을 잴 수 있는

'일성정시의'나 혼천의와 마찬가지로 천체의 움직임과 

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간의'는 그 자체로 멋진 야외 조형물 같고요. 

 

비의 양을 재는 '측우기', 해시계 '앙부일구' 등

그야말로 세종 대왕의 업적을 전시한 거대 박물관이 따로 없어요. 

하지만 영릉을 여행하는 관광객 사이에 끼어서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주니어M이 더 놀란 건

 다름 아닌 조선 4대 왕 세종 대왕을 모신 무덤이라는 거때문에 소름끼치게 놀라죠.

실제 중국 진시황릉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비교하면 조선 왕릉은 너무 평범해보일 지 몰라도 

조목조목 조선 왕릉이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된 이유를 알고 나면 놀랄 일은

그보다 더 많아요. 그중 결정적인 이유로 뛰어난 보존 상태를 꼽는데요.

그건 세계적으로 아주 드문 일이라고 하네요. 그도 그럴것이 조선 왕릉에는

바로 훔쳐갈 만한 귀한 보물이 없기때문이라니 조직적으로 세계 유물만을 노리는 

트레저 마스터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얘기가 아닐 수 없네요. 

낯빛이 새하얗게 질린 주니어M의 충격은 꽤 큰가봐요. 

  

왜냐하면 이번 후계자 경쟁에서 당당하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던 지라 사사건건 라이벌 마크에게 비교당하는 모양새가 자존심 상했죠.

반면에 조직 내 막강 최고요원 마크는 배신자로 낙인이 찍혔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M경이 지목한 해태상을 찾는 데만 집중하는데요.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비겁하게 남을 속이고 이용하는 것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요. 

결국 영릉에 이어 숨어들어 온 곳은 세종대왕의 손자 단종의 유배지로 유명한 강원도 영월.

신기하게도 사방에 둘러싼 소나무들이 유독 한 집을 향하는데 과연 이곳이 자신의 처지와

꼭 닮아있다는 의미심장한 마크의 얘기가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닌 거 같아요. 

자신이 믿고 따라던 삼촌의 배신? 주니어M도 모르는 또 다른 비밀이 있는 거 같아요. 

조선 7대 왕 세조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단종의 관계처럼요.  

 

한편, 카트린느의 초대장을 받고 파리로 간 토리는 

누군가에 납치된 기즈 공을 구출하기 위한 납치사건을 해결중인데요.

CCTV 확인 결과 카트린느의 가정교사로 위장한 트레저 마스터였던 게 밝혀지면서

이번 납치 사건 역시나 비밀조직 트레저 마스터 새 후계자 경쟁과 연관있다는 걸 알아내요.

그렇다면 기즈 공이 수집한 수집품 중에도 특정 해태상이 있다는 건데 이때문에

평소 인자하던 카트린느 가정교사 아돌프가 드디어 검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죠. 

거기에 또 한명의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스터리한 여인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점점 더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보물찾기 짱의 골머리도 아플 듯 싶어요. 

  

2편 마지막 주니어M의 구출 장면에서 자신을 절벽 끝에서

구해진 보답으로 팡이와 팡이 친구들을 트레저 마스터 본부로 초대하는 장면과 

팡이와 나란히 후계자 선정 회의장에 나타난 주니어M의 대반전을 예고하네요.

하지만 한국사 보물찾기 시리즈중에서도 조선시대 보물찾기는 조선 건국부터 후기까지

모두 5권 구성으로 비중이 큰 편을 고려한다면 좀 더 신경써야 할 부분이 보여요.

스토리 위주의 본문이야 틀린 글자는 애교로 봐 줄 수 있지만 중요한 역사적 사실과

정확한 정보를 전해야 하는 역사상식 정보 코너는 자칫 책에 대한 신뢰뿐 아니라

우리 역사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어 더 신경써 보게 돼죠. 

 

더 더욱 페이지 130쪽 조선 전기 집권 세력인 훈구파와 

성종의 지지 세력으로 성장한 사림파를 다룬 페이지의 제목을 잘못 쓴 건 옥의 티네요. 

저도 웬만해서 틀린 글자를 잘 못 찾는데 이건 눈에 잘 띄어 지적을 안할 수 없어요.

그 나머지 부록으로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기출문제와 해설지 증정도 좋고 

꼼꼼한 해설지에 정답뿐 아니라 처음보는 오답풀이도 인상적이네요. 

그러니 조선시대 보물찾기 본문만 잘 살펴도 국가공인 자격증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점수를 쑥쑥 높일 수 있다는 말씀. 총 11문제 백점 만점에 나의 한국사 점수는? 

 이렇게 초등 문제집에 어울릴만한 기출문제가

아이들 학습만화 부록에도 참 잘 어울릴 줄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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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쉽다! 8 : 왜 사람들은 도시로 모일까? - 더불어 살아가는 도시와 촌락 사회는 쉽다! 8
유다정 지음, 김령언 그림 / 비룡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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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처음 배우는 초등학생을 위한 똑소리 나는 어린이교양서

비룡소 <사회는 쉽다!> 시리즈 여덟번째 이야기. 시작을 '도시에 사는 서진이와

농촌에 사는 동혁이의 하루'로 시작하는데요. 아무래도 도시에 사는 친구들은

도시에 살면서 도시가 좋은 이유가 있고 한편으로는 도시보다는 느긋하고 여유있는 농촌생활을

동경하기도 하죠. 만화에서 방과후 서진이는 학원만 서너 곳 돌다 저녁은 편의점 삼각김밥 먹고

한밤중에 집에 오는데 동혁이는 냇가에서 신나는 물놀이도 즐기고

저녁은 온 가족이 들러앉아 이야기꽃 피우다 숙제걱정 없이 잠들고 비교가 되네요. 

왜 도시 사람들은 어른이나 아이나 바쁘게 살아가는 걸까요?

 

왜 그럼에도 더 많은 사람들은 농촌보다는 도시에 모여 살까요?

왜 그럴까요?  먼저 도시와 다른 농촌의 생활 모습과 농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보고 도시와 농촌 모두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봐요. 

주로 논이나 밭에서 농사를 짓거나 비밀하우스, 과수원을 하기도 하고 소, 닭, 돼지 같은

가축을 기르기도 하는 농촌 마을과 바다에서 고기를 잡거나 아에 바닷물을 가둬서 

물고기를 양식하고 염전으로 소금을 얻기도 하는 어촌 마을이 다르고요. 

높은 산비탈을 깎아서 무, 배추같은 고랭지 채소를 키우고 약초를 재배하는 산촌 마을도 

지형적인 특징이 다른데요. 이런 산과 들, 바다로 둘러싸인 시골의 작은 마을을

촌락이라고 하는 걸 아이들은 평소 잘 쓰지 않는

어려운 단어에 이해가 쉽지 않아요. 

  

촌락은 따라서 발음하기도 어렵고 우리나라 행정구역

특별시, 광역시, 도, 시, 군, 읍, 면 등 사회교과서를 통째로 외워야 할 판이에요. 

그렇다고 도시라고 다르지 않죠. 지금처럼 거대한 도시가 없던 기원전 7세기에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 대부분과 이집트, 소아시아를 지배했던 로마 제국의 수도 로마도

지금의 서울보다 작았고요. 약 250년 전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에 사람들은 사람의 손을

대신할 수 있는 기계를 하나둘 발명하면서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사회 모습이

완전히 바뀌게 된 것이죠. 특히 증기 기관차 발명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러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늘고 점차 도시는 더 많은 공장을 짓고 길을 닦고

학교, 병원 같은 생활에 필요한 여러 편의 시설을 갖추며 빠르게 발전해 왔지요.

 

과거 강 주변 농사 짓기 좋은 평야에 생겨나기 시작하던

고대 도시는 촌락과 구분이 전혀 없죠. 도시가 하나의 국가를 이뤘던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는 높은 도시라는 뜻이고요. 조그마한 마을이었던

로마가 강력한 군대의 힘으로 큰 도시로 성장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네요.

그러니 오늘날 도시가 어떻게 생겨나고 계속해서 발전해 왔는지

도시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줘요. 도시는 빽빽하게 늘어선 고층 건물들 하며

사방으로 뻗은 도로, 그 위를 쉴새없이 달리는 차들도 많고요. 복잡하기는 땅 위나 아래

매한가지여서 복잡한 도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땅속에 터널을 파고

철도를 놓은 지하철말고도 땅속으로 연결된 가스관, 수도관, 하수관,

전기, 전화선이 묻혀 있어요. 정말 복잡한 미로로 그려진 땅속 삽화를 보니

내집 짓기 힘든 두더지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겠어요^^

 

그리고 많은 걸로 따지면 뭐니뭐니 해도 사람 많다는 게

도시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도그럴 것이 우리나라 인구수가

5만 명이 넘는 곳을 도시로 분류하는데 부산과 대구, 대전, 인천, 광주, 울산처럼

큰 도시들은 인구수가 100만 명이 넘고요. 우리나라 수도 서울은 무려 1000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모여 사는지 알 수 있어요. 

괜히 도시에 짓는 건물들이 높게높게 자라겠어요?  마치 농촌 마을에 과수나무 자라듯

회색빛 도시에서는 키 큰 빌딩이 자라고 없는 게 없는 백화점이 자라고 있잖아요.

다양한 직업도 촌락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파티 플래너, 푸드 스타일리스트,

방송 프로듀서, 국제공무원 등 특색있는 직업도 생겨나고요. 

모두 하는 일은 달라도 앞서 만화에서 본 서진의 하루와 같이

도시 사람들은 하나같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어요.

 

내 일을 열심히 오늘을 사는 사람들 저마다 꿈꾸는 미래가 있듯 

사람들이 꿈꾸는 도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전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환경 오염 걱정이 없는 생태도시로 유명한 브라질 쿠리치바도 좋고, 독일 환경 수도

프라이부르크도 살기 좋고 네덜란드 자전거 도시 델프트 다 아이와 한번 여행해보고

싶은 곳이네요.  당장 도시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본다면 

분명 도시정책도 중요하지만 정책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노력도 중요하네요. 

독일 프라이부르크 '쓰레기 제로'를 목표로 페트병 대신 유리병을 사용하고 상품 포장을 줄이고

크고 작은 행사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노력은 모두의 실천이 필요한 거니까요.  

아이들이 알쏭달쏭 궁금해 하는 여러 질문, 낱말풀이, 퀴즈 등 초등 4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다루는 도시와 촌락 단원은 이 책 하나면 충분해요. 저희 아이도

작년 학교 사회 시험볼 때 <사회는 쉽다!> 읽었으면 더 잘 봤을 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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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실험왕 31 - 자석과 전류 내일은 실험왕 31
스토리 a. 글, 홍종현 그림, 박완규.이창덕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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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국내 대회를 거쳐 세계 올림피아드에 진출한 새벽초 실험반!

저주의 쪽지를 만든 범인이 의심가는 비밀 실험실에 몰래 잠입하는데 성공한 우주와 친구들은 

결정적 증거를 찾고도 진짜 범인을 밝혀내지 못하는 상황에 할 말을 잃고 마는데요.

실험실 곳곳 범인 거랑 똑같은 성분의 쪽지가 발견되어도 되레 당당하게 발뺌하는 뻔뻔함이

실력으로 위장한 야비한 속임수였다는 게 소름 끼쳐요. 그것도 범인으로 지목된

멘사 3인방은 같은팀도 아닌데 어떤 이유에서 이런 비밀 실험실을 만들고

 수상쩍은 실험을 하는 지 여전히 마음이 꺼리고요.

 

그만큼 대회 안팎으로 각국을 대표하는 경쟁팀끼리 

더더욱 자존심이 걸린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되는데요. 한편 패배를 예언하는

저주의 쪽지에도 불구하고 독일팀 승리를 이끈 세나가 내일 열리는 새벽초 예선전에

응원을 보내고 다시 마지막 예선 2차전 준비에 집중할 때. 하필이면 비밀 실험실 쪽지 사건때

보여줬던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인 러시아 A팀을 상대해야 하는 운명이라 

부담을 안 느낄 수 없어요. 대회 당일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어디 한 눈 팔 여력이나

있겠나싶지만 그런데 누군가 어려움을 겪는 난처한 상황이라면 그냥 모른 채

지나칠 수 없는 오지랖짱 우주이기에 대신 수고비는 알아서 챙기는 센스.

그나저나 손이 잘 닿지 않는 하수구에 떨어뜨린 지갑과 휴대폰을 어떻게 꺼낸다는 건지

우주랑 닮은 구석이 많은 중국 대표 강림까지 두 팔 걷고 나서는데요.

  

하수구 안이 깜깜해서 물건이 떨어진 위치를 알 수 없는 일.

이대로 안되는 일은 빨리 포기하는 편이 낫겠다 싶지만 이래봐도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과학 꿈나무에게는 포기란 모르죠. 필요한 게 없으면 필요한 그 무엇을 만들면 되니깐

주변에서 힌트를 잘 찾아봐요. 항상 이런 위기상황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 속에 

놀라운 과학의 원리가 숨어 있기 마련이잖아요. 지금쯤 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보일랑 말랑. 역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진 실험왕답게 자석을 이용한 

발전기를 만들어 손전등 역할을 톡톡히 해내네요. 바로 우리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하면 생각나는 수력, 풍력 발전 모두 발전기 안에 있는

자석을 움직여 전기를 만드는 그 원리!

 

원통에 에나멜선을 충분히 감고 에나멜선 양 끝을

전구와 연결한 다음, 원통 안에 네오디뮴 자석을 넣고 흔들면 전구에 불빛이 반짝반짝~

이렇게 간이 발전기가 완성이고요. 이때 에나멜선을 많이 감을수록 전력이 세진다니 

이제는 자석과 전류가 친구라는 말이 이해가 되네요. 마침 이번 실험키트에 준비된

에나멜선과 네오디뮴 자석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어 좋네요. 그런데 자석으로 전기를 만드는

일은 보통 힘든 게 아니에요. 좀 더 세게! 좀 더 빠르게! 원통을 위아래로 흔들다 거의 실신직전의

우주가 이대로 중요한 예선전을 잘 치를 수 있을 지 걱정이에요. 저기 머나먼 한국에서도

우주를 걱정하는 또 한명의 우주바라기가 한창 태권도 발차기 연습 중에도

우주를 응원하는 마음은 일편단심이고요. 과연 강팀 러시아를 상대로

잘난 체 하는 콧대를 꺾을 수 있을 지 빨리 대회장으로 응원가봐요.

 

각 팀의 실험 주제가 발표된 가운데 대회장 분위기는 한껏 뜨거워지는데요.

어쩐지 대회장 분위기는 실험 주제만 놓고서는 자석의 성질을 이용한 자기 부상 열차보다

속도면에서 단연 뛰어난 러시아팀의 수소 로켓의 승리를 예상하는 분위기예요. 

그러나 우주의 말처럼 열차를 로켓에 비교할 수 없는 법. 각자 맡은 역할을 나눠서 

자기 부상 열차를 일반 열차와비교하는 실험에 집중해요. 우주랑 지만이는 레일을 맡고 

원소랑 나란이가 열차를 맡는데 아니 실험말고 뭘 그리도 신경쓸 게 많은 지 

다정해 보이는 두사람 사이를 떼어놓기 바쁜 우주네요. 최대한 나란이를 좋아하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게 자연스럽게 두사람 사이에 끼어

위험요소를 멀찌감치 제거하죠. 

 

그러니 항상 영문도 모르고 우주에게 까이는 원소는 억울하기만 해요.

그러거나 말거나 나란이가 설명해주는 말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지 알겠다는 표정에

뿅뿅 하트만 없지 그 마음이 다 느껴져요. 실제로 자기 부상 열차에 사용되는 자석이 전자석인데

전자석은 전류의 세기로 자석의 세기를 조절해서 열차의 속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다네요.

그런데 자석을 붙인 레일 위에 열차를 올리자 바닥에 거의 닿아 있는 수준.

반면에 상대편 수소 로켓은 대회장 높은 천장에 닿을 정도로 실험이 매우 성공적인데요. 

그보다 지난번 비밀 실험실때 뻔뻔하게 친구들을 속인 방법 그대로 뒷통수를 친 거. 

이건 대회에서 이겨도 진 기분이고 져도 두번 진 기분이네요. 

마지막에 상심에 빠진 우주를 위로하는 지만이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오직 실험을 좋아하는 정도로 대결하면 전부 이길 자신 있다는 말에 

완소남 원소까지 아프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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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층 나무 집 456 Book 클럽
앤디 그리피스 지음, 테리 덴톤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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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보통 나무집하면 나무 위에 오두막집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 그런 시시한 구닥다리 나무집과 비교도 안될 엄청난 스케일의 나무집이 있어요.

도저히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기 힘든 테마파크 수준의 호화별장같다고나 할까요. 

왜냐하면 그냥 나무 위의 집 자체만으로도 모험가득하고 환상적인 로망이 있는데

거기에 무슨 나무집이 아파트도 아니고 무려 13층이라니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일단 들뜬 마음으로 문을 열고 높디높은 사다리를 올라 13층 나무집으로 Go~

이 책의 작가 이름을 그대로 딴 앤디와 테리가 자랑하는 13개의 방으로 빨리 구경가봐요.

반갑게 인사하자마자 "뭘 망설여? 당장 올라와!" 자신있게

보여주는 자신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겠죠^^

 

정말 입이 쩌-억 벌어질 만큼 없는 게 없는 대단한 나무집이네요.

온갖 게임이 가득한 게임방부터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 수영장, 볼링장, 극장, 덩굴 그네

또 식인 상어 수조, 상큼한 레모네이드 분수대, 지하 비밀 실험실로 가는 엘리베이터..

 이 모든 게 이야기만 들어서는 머릿속으로 상상이 안되는 걸 이렇게나 완벽하게 

그림 하나하나 다 보여줘요. 얼핏 보면 그림을 쉽게쉽게 그린 듯 하지만

그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디테일은 넘 놀라워요. 어디서 보지 못한

특별한 많은 방뿐 아니라 아이들이 깜짝깜짝 놀라는 별별 기계도 넘 신기하죠.

뭐든 거대하게 만드는 확대기도, 배고플 때마다 자동으로 입속으로 쏘아주는 마시멜로 기계도

아이들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아이들 마음을 넘 잘 알아요.

 

아이들 마음 내키는대로 먹기 싫은 채소는 바로바로 증발시키는 기계만 봐도  

이곳이 아이들 천국이란 느낌이 팍 드는 이유네요. 그렇다고 이 집에서 맨날 게임만 하고

놀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이들이 함께 글쓰고 그림 그리는 작업실이기도 하죠.  

여지껏 두 사람이 만든 책만도 산더미예요. 그러니 이 많은 책들의 아이디어가

전부 어디서 얻는지 이제야 궁금증이 좀 풀리는 듯 하죠.
  

딱 한눈에도 매일매일 엄청난 일들이 어디 심심할 겨를이나 있겠어요.

세상에나 이미 수조에 식인 상어를 키우는 것도 모자라서 이번에는 바다원숭이를 키울

생각에 신이 난 테리. 신기하게도 바다 밑바닥에 거대한 왕국을 짓는 바다원숭이를

주문한 모양이네요.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원고 독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하 비밀 실험실에서 바다원숭이 알 부화시키는 장치 개발에 엉뚱한 시간을 쓰고 있어요. 

그런데 먹이를 먹은 바다원숭이는 순식간에 몸집이 커져서 정신없이 유리병에서 비커,

비커에서 양동이, 다시 양동이에서 욕조로 옮겨 넣는데요. 이상하게도 몸집만 커진 게 아니라

제품설명서와 달리 눈이 세 개 바다원숭이가 아리따운 인어 아가씨로 변해 버린 거 있죠. 

묘한 두 사람 사이, 안중에도 없는 앤디는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데요. 

이러다 1년전 약속한 원고를 제때 끝내지 못하고 

예전 원숭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닌지 한 시가 급하네요.

 

누군 13층 나무집에서 쫓겨나도 인어 아가씨랑

바닷속 13층 모래성에서 살 상상에 마냥 행복해하는 테리는 인어 아가씨의 진짜 정체를

전혀 몰라요. 이대로 가만있으면 두사람 모두 무시무시한 바다 괴물의

저녁밥 신세가 되고 말 거예요. 이럴 때 거대 바나나를 만들었던 확대기를

반대로 크기를 줄이는 축소기로 쓸 수 있다면요.

아주 손쉽게 바다괴물을 물리칠 수 있을텐데.. 처음에 그저 아이들 장난감 정도로

봤던 별난 기계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빛을 발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게다가 하필이면 바다원숭이 판매 회사에서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보상 차원으로 다시 보낸 바다원숭이 알이 또 사고를 칠 줄도

꿈에도 몰랐겠죠. 이제는 자다가 바다원숭이 꿈에 가위 눌릴 판이에요.

그도 그럴것이 조금전 끔찍한 바다 괴물은 한마리를 상대했지만 이번 상대는 실험실을 비롯한

나무집 전체가 진짜 원숭이들로 가득해요. 이전 최악의 직장으로 기억되는

 원숭이 집 악몽이 떠올라요. 그야말로 그 좋던 13층 나무집이 온통 원숭이들 차지.

부엌은 말할 것도 없고 볼링장, 수영장, 전망대에도 말썽꾸러기 원숭이들을 피할 곳이 없네요.

정말 뭐든 손에 잡히는대로 뭐라도 쥐고 방어라도 해야 닥치는대로

물건을 집어던지는 원숭이들을 상대할 수 있어요. 그러기에는 야구 방망이처럼

휘두르기 좋은 거대 바나나만한 게 없네요. 급기야 바나나를 휘두를 때마다 

마치 최면에 걸린 듯 얌전해지는 원숭이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숭이 무리를 거대 바나나 하나로 단숨에 제압하고 말죠.

그리고 불청객 퇴치용으로 거대 새총이 딱일 줄이야. 

 

원래 용도는 아이 키우는 엄마라면 이런 장난 절대 못하게

두들겨 말렸을 용도지만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 마음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하겠어요.

13층 나무집 꼭대기에 바나나에 최면 걸린 원숭이들을 하늘 멀리멀리 날려버리는

 대반전이 짜릿하네요. 어쩜 책 한권에 이야기가 마무리가 되는 듯 하다가

또 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고..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보여요.

그러니깐 이 무슨 거대 바나나맛에 반하나? 안반하나? 거대 고릴라까지 출현. 

영화 킹콩에 나오는 고릴라와의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네요.

 

평상시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못하는 것들

13층 나무집에서는 실컷 해보니 아이들이 신났어요. 평소 테리가 즐겨본다는

TV 왈왈쇼도 재밌고 마지막에 슈퍼영웅으로 등장하는 이웃집 고양이 실키의 활약도 넘 멋져요.

가만보면 부모입장에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두고 자꾸만 딴짓하는 아이들 마음을

잘 이해 못하죠. 결국은 마음이 먼저 해야 결과도 따라오는 법. 부모 눈에야

벌써 해봐야 소용없는 딴짓이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모험이자 도전인 걸 

한번 고쳐 생각해봐야겠어요. 가끔은 부모의 걱정과 우려의 눈초리를 접고

아이들이 빠져드는 세계를 지켜봐 주세요. 세상에는 13층 나무집처럼 

일어날 일도 일어나지 않고 일어나지 않을 일이 짠~하고 일어날 지 모르잖아요. 

그나저나 다음번은 13층 더 커진 '26층 나무집'이라니

우왕우왕 이제 손꼽아 기다릴 일만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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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벤트 일공일삼 62
유은실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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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살 아이의 눈으로 본 할아버지의 죽음과 낯선 장례식 풍경.

바쁜 맞벌이 엄마, 아빠보다 할아버지랑 더 살가운 할아버지와 손자이기에 

죽음을 맞는 할아버지와의 이별이 꿈같고 동화같고 슬픈 드라마같은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어려서 참 감당하기 힘든 이야기일테지만 언젠가는 

이별의 아픔도 슬픔의 무게를 온전히 견뎌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죠. 다만 그 시간이

더디게 더디게 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애들은 제외 대상. 이 책은 아동문학에서 보기 드문

죽음과 장례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사람이 나고 살면서 

죽음을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요.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영욱이는

아직도 할아버지랑 한 방 쓰는 게 좋아요. 할아버지의 얼룩덜룩한 검버섯도 좋고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타령같은 동요도 잠이 잘 와요. 엄마나 누나 눈에는 

이름도 무서운 '저승꽃' 그대로 쳐다보면 밥맛이 뚝 떨어진다는데 영욱이는 달라도 넘 달라요.

오히려 할아버지 얼굴에 그려진 보물지도같기도 하고 진짜 보물을 찾아서

부자가 되는 상상도 하고요. 주름 진 할아버지 얼굴을 줄공책 삼아서 손가락으로 

토끼, 로켓, 공룡 그림도 마구 그려요. 보통 잠투성 심한 아이가 엄마 젖 찾는 거처럼

영욱이는 할아버지 검버섯 아니면 뭐가 허전하데요. 

그래서 요런 별난 취향때문에 억울하게도

변태라는 말도 듣는 모양이에요.

 

 정작 할아버지 본인도 끔찍히 싫어하는 검버섯을

유일하게 좋아하는 사람이 영욱이인 셈이죠. 올해 할아버지 연세가 일흔아홉에 

키가 177센티미터면 할아버지 말씀대로 노인정에서 인기가 많으실 듯.

게다가 컴퓨터에 관해서는 할아버지가 직접 할아버지 얼굴을 포토샵 할 정도로 수준급

 노인정 어르신들이 잘 모르시는 휴대폰도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는 매너남이시니

당연히 인기가 많으시겠죠. 하지만 집에서는 인기고 뭐고 자식이 아버지를 닮았다는 소리에

버럭 인상부터 쓰는 그저 별 볼일 없는 사람쯤. 가족 중에서도 이 집의 실제 가장인 

영욱이 아버지가 제일 심해요. 그러니깐 영욱이네 증조할아버지한테 물려 받은

재산도 사업 실패로 빚만 지고 깡패 협박에 남은 빚은 자식 몫이 됐으니 

자식은 자식대로 부모를 원망하고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없는 사람처럼 참고 살아요.  

 

작년, 제 작년부터 할아버지는 입버릇처럼

'이 나이가 죽기 딱 좋은 나이'라 하셨죠.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할아버지가 죽을까 봐 걱정이 됐었던 영욱이도 지금은 할아버지가 으레 그러려니

익숙한 할아버지 코 코는 소리같데요. 그건 영욱이뿐 아니라 가족 모두 '다'에게

할아버지는 양치기 소년이에요. 이번에는 진짜로 죽을 거 같다고

집합하라는 전화만 여러 번.

 

할아버지 휴대폰에 저장된 아빠랑 고모들, 거기에 딸린 식구들까지

가족 '다'에게 전화하면 다들 여러 번 양치기 소년에게 당한 마을사람들처럼 원성만 자자해요.

할아버지가 자식들 보고 싶으니까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죠. 안그래도 인기없는 할아버지가

더 형편없는 사람이 되는 게 영욱이는 넘 싫어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양치기 소년의 결말은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아무도 한걸음에 달려와 주는 이가 하나 없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할아버지가 평소 모습과 많이 다르게 아프셨던 건 아니어서 영욱이도 잘 몰랐어요.

걸핏하면 하루 세 병 마시는 활명수도 영욱이가 말려서 한 명만 마셨는데 

진짜로 많이 아파서 꼼짝 할 힘도 없으셨어요. 혼자 양치질도 화장실도 갈 힘이 없어

영욱이가 부축해드리다 그만 중심 잃고 할아버지랑 같이 고꾸라질 뻔 했지요.

계속해서 온 몸을 적시는 땀이 흘러 내려요.

 

그 와중에도 할아버지는 무슨 대단한 이벤트라도 준비하신 듯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자식들을 기다리시는 거 같아요. 방 안에 할아버지가 몰래 감춰 둔

비밀 상자에 뭐가 들었는지 정말 말씀으로다 이벤트다 그러시는 게 아니라 

진짜 오래되고 소중한 보물 같은 걸 숨기셨는 지 아무도 몰라요. 이왕이면 고려시대 그릇이나

오백 년쯤 된 옛날 책 같은 거.. 그걸 사랑하는 손자 영욱이에게

전부 주겠다는 편지 같은 게 진짜 깜짝 이벤트죠^^

 

그러나 영욱이의 야무진 기대가 너~무 컸을까요? 

현실은 할아버지가 쓰던 빤스 상자나 물려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겠어요.

비싸봤자 생활용품 가게에서 오천원이면 살 수 있는 종이 상자가 뭐라고..

보통은 여러 개의 풍선이 달리고 조금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이벤트는

일상의 소소한 별별 일이 다 무늬만 이벤트라 불러요. 옛날에는 그마저도 자식들에게 언감생심

1년에 한 두번 있는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은 커녕 술 마시고 들어와 식구들 깨워놓고

잔소리 하기, 지금은 이혼한 할머니랑 싸우기, 재산 날리기가 할아버지의 메인 이벤트였다니 

제대로 헛다리 짚은 영욱이도 살짝 서운할 만도 하겠네요. 미련은 여전히 할아버지의

비밀 상자에 둔 채 영욱이와 단둘이 잠이 든 할아버지는 이대로 영욱이 곁을

영영 떠나고 말아요. 아침에 일어나 집 안 구석구석 다 찾아도

집엔 남은 사람은 영욱이 혼자였어요.


 저도 어려서 영욱이네와 같이 부모님 대신 

할머니 손에 자라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애틋했는데요. 저희 할머니는 참빗으로

항상 단정히 머리 빗고 옥비녀하셨던 기억이 여전해요. 그리고 영욱이네 할아버지처럼

활명수 비슷한 박*스를 무슨 만병통치약으로 절대 손 못대게 하셨어요. 

제가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할머니가 90세 이듬해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 내내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던 기억이 있어요. 

 

잘난 효자도 못난 자식도 부모님 돌아가시면 모두가 못난 불효자죠.

그토록 할아버지를 미워했던 영욱이 아버지도 할아버지 영정 사진 앞에서는 눈물이 납니다.

영욱이가 그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고요. 할아버지가 직접 포토샵 한 '잘생긴' 

영정 사진 앞에서 웃다 울다 어린 영욱이 눈에 비친 낯선 장례식 풍경이 제단에 놓는 음식부터 

화환에 적힌 글씨 하나까지 세세하게 담아내죠. 혹 할아버지가 죽어서도

인기가 없을까 화환 하나 없는 텅 빈 복도가 참 쓸쓸하게 느껴져요. 괜시리 줄줄이 늘어선

옆 화환이 부럽기도 하고 인기란 게 죽어서도 티가 난다는 게 속상해요. 

그리고 내일 입관을 앞두고 가족 회의가 한창인데 드디어 할아버지의 비밀 상자가

열리는 순간, 모두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표정들이 단체 깜놀. 오랫동안 장례를 진행해 온

장례식 매니저조차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니 이벤트가 혼란과 충격 그 자체네요.

나중에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보다 할아버지가 준비한 이벤트가

더 충격적이어서 말들이 많아요.

 

할아버지 살아 생전에는 요상하게 할아버지 검버섯을 좋아한다고

손주 영욱이가 변태 소리 듣더니 할아버지 장례식 때는 죽은 할아버지가 변태 소리는 다 듣네요.

  만약에 영욱이가 생각하는 영혼 세계 입장권이 누군가에 의해 뒤바뀔 수 있다면 

할아버지의 소원은 물거품이 되는 거 아닌지 가슴이 두근거려요. 

 

영욱이는 할아버지의 소원을 지키는 정의의 사도처럼

한 발 한 발 떨리는 발걸음으로 입관실 안으로 들어가죠.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를

가까이에서 뵙는 꿈같은 순간이에요. 뭐 하나 놓칠세라 할아버지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봐요.

그 때, 할아버지 검버섯 사이로 아주 조그맣고 하얀 점 두 개랑 길고 검은 점 하나가

움직여요. 어! 바람결에 흔들리는 하얀 쪽배를 타고 어디로 어디론가 흘러가는 토끼! 

어른들 눈에는 어린 애가 놀라 헛것이 다 보인다고 걱정하지만 영욱이는 할아버지가

죽어서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어요. 모든 비밀은 영욱이와 할아버지만 아니까요. 

이 책은 저뿐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 조금씩 잊혀졌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고 그리워지는

가족드라마같은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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