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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층 나무 집 ㅣ 456 Book 클럽
앤디 그리피스 지음, 테리 덴톤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3월
평점 :
보통 나무집하면 나무 위에 오두막집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 그런 시시한 구닥다리 나무집과 비교도 안될 엄청난 스케일의 나무집이 있어요.
도저히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기 힘든 테마파크 수준의 호화별장같다고나 할까요.
왜냐하면 그냥 나무 위의 집 자체만으로도 모험가득하고 환상적인 로망이 있는데
거기에 무슨 나무집이 아파트도 아니고 무려 13층이라니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일단 들뜬 마음으로 문을 열고 높디높은 사다리를 올라 13층 나무집으로 Go~
이 책의 작가 이름을 그대로 딴 앤디와 테리가 자랑하는 13개의 방으로 빨리 구경가봐요.
반갑게 인사하자마자 "뭘 망설여? 당장 올라와!" 자신있게
보여주는 자신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겠죠^^
정말 입이 쩌-억 벌어질 만큼 없는 게 없는 대단한 나무집이네요.
온갖 게임이 가득한 게임방부터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 수영장, 볼링장, 극장, 덩굴 그네
또 식인 상어 수조, 상큼한 레모네이드 분수대, 지하 비밀 실험실로 가는 엘리베이터..
이 모든 게 이야기만 들어서는 머릿속으로 상상이 안되는 걸 이렇게나 완벽하게
그림 하나하나 다 보여줘요. 얼핏 보면 그림을 쉽게쉽게 그린 듯 하지만
그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디테일은 넘 놀라워요. 어디서 보지 못한
특별한 많은 방뿐 아니라 아이들이 깜짝깜짝 놀라는 별별 기계도 넘 신기하죠.
뭐든 거대하게 만드는 확대기도, 배고플 때마다 자동으로 입속으로 쏘아주는 마시멜로 기계도
아이들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아이들 마음을 넘 잘 알아요.
아이들 마음 내키는대로 먹기 싫은 채소는 바로바로 증발시키는 기계만 봐도
이곳이 아이들 천국이란 느낌이 팍 드는 이유네요. 그렇다고 이 집에서 맨날 게임만 하고
놀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이들이 함께 글쓰고 그림 그리는 작업실이기도 하죠.
여지껏 두 사람이 만든 책만도 산더미예요. 그러니 이 많은 책들의 아이디어가
전부 어디서 얻는지 이제야 궁금증이 좀 풀리는 듯 하죠.
딱 한눈에도 매일매일 엄청난 일들이 어디 심심할 겨를이나 있겠어요.
세상에나 이미 수조에 식인 상어를 키우는 것도 모자라서 이번에는 바다원숭이를 키울
생각에 신이 난 테리. 신기하게도 바다 밑바닥에 거대한 왕국을 짓는 바다원숭이를
주문한 모양이네요.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원고 독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하 비밀 실험실에서 바다원숭이 알 부화시키는 장치 개발에 엉뚱한 시간을 쓰고 있어요.
그런데 먹이를 먹은 바다원숭이는 순식간에 몸집이 커져서 정신없이 유리병에서 비커,
비커에서 양동이, 다시 양동이에서 욕조로 옮겨 넣는데요. 이상하게도 몸집만 커진 게 아니라
제품설명서와 달리 눈이 세 개 바다원숭이가 아리따운 인어 아가씨로 변해 버린 거 있죠.
묘한 두 사람 사이, 안중에도 없는 앤디는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데요.
이러다 1년전 약속한 원고를 제때 끝내지 못하고
예전 원숭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닌지 한 시가 급하네요.
누군 13층 나무집에서 쫓겨나도 인어 아가씨랑
바닷속 13층 모래성에서 살 상상에 마냥 행복해하는 테리는 인어 아가씨의 진짜 정체를
전혀 몰라요. 이대로 가만있으면 두사람 모두 무시무시한 바다 괴물의
저녁밥 신세가 되고 말 거예요. 이럴 때 거대 바나나를 만들었던 확대기를
반대로 크기를 줄이는 축소기로 쓸 수 있다면요.
아주 손쉽게 바다괴물을 물리칠 수 있을텐데.. 처음에 그저 아이들 장난감 정도로
봤던 별난 기계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빛을 발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게다가 하필이면 바다원숭이 판매 회사에서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보상 차원으로 다시 보낸 바다원숭이 알이 또 사고를 칠 줄도
꿈에도 몰랐겠죠. 이제는 자다가 바다원숭이 꿈에 가위 눌릴 판이에요.
그도 그럴것이 조금전 끔찍한 바다 괴물은 한마리를 상대했지만 이번 상대는 실험실을 비롯한
나무집 전체가 진짜 원숭이들로 가득해요. 이전 최악의 직장으로 기억되는
원숭이 집 악몽이 떠올라요. 그야말로 그 좋던 13층 나무집이 온통 원숭이들 차지.
부엌은 말할 것도 없고 볼링장, 수영장, 전망대에도 말썽꾸러기 원숭이들을 피할 곳이 없네요.
정말 뭐든 손에 잡히는대로 뭐라도 쥐고 방어라도 해야 닥치는대로
물건을 집어던지는 원숭이들을 상대할 수 있어요. 그러기에는 야구 방망이처럼
휘두르기 좋은 거대 바나나만한 게 없네요. 급기야 바나나를 휘두를 때마다
마치 최면에 걸린 듯 얌전해지는 원숭이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숭이 무리를 거대 바나나 하나로 단숨에 제압하고 말죠.
그리고 불청객 퇴치용으로 거대 새총이 딱일 줄이야.
원래 용도는 아이 키우는 엄마라면 이런 장난 절대 못하게
두들겨 말렸을 용도지만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 마음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하겠어요.
13층 나무집 꼭대기에 바나나에 최면 걸린 원숭이들을 하늘 멀리멀리 날려버리는
대반전이 짜릿하네요. 어쩜 책 한권에 이야기가 마무리가 되는 듯 하다가
또 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고..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보여요.
그러니깐 이 무슨 거대 바나나맛에 반하나? 안반하나? 거대 고릴라까지 출현.
영화 킹콩에 나오는 고릴라와의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네요.
평상시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못하는 것들
13층 나무집에서는 실컷 해보니 아이들이 신났어요. 평소 테리가 즐겨본다는
TV 왈왈쇼도 재밌고 마지막에 슈퍼영웅으로 등장하는 이웃집 고양이 실키의 활약도 넘 멋져요.
가만보면 부모입장에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두고 자꾸만 딴짓하는 아이들 마음을
잘 이해 못하죠. 결국은 마음이 먼저 해야 결과도 따라오는 법. 부모 눈에야
벌써 해봐야 소용없는 딴짓이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모험이자 도전인 걸
한번 고쳐 생각해봐야겠어요. 가끔은 부모의 걱정과 우려의 눈초리를 접고
아이들이 빠져드는 세계를 지켜봐 주세요. 세상에는 13층 나무집처럼
일어날 일도 일어나지 않고 일어나지 않을 일이 짠~하고 일어날 지 모르잖아요.
그나저나 다음번은 13층 더 커진 '26층 나무집'이라니
우왕우왕 이제 손꼽아 기다릴 일만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