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강 -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Dear 그림책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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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한 동심이 찾아낸 대자연의 비밀과 아낌없는 나눔의 미덕을 그린 수작.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픽션부문 명예상 수상작 <비밀의 강>은 작가 생전에 어린이를 위해 쓴 유일한 작품. 1955년 유작으로 출간 당시만 해도 흑인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화책에 대한 저항감이 컸다는데요. 이미 1956년에 뉴베리 명예상을 받은 걸 시작으로 반세기가 지나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에 힘입어, 2011년 매혹적이고 환상적인 일러스트로 작품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하네요. 

 

 이야기는 플로리다 외딴, 숲속 마을에 사는 칼포니아라는 여자 아이가 키우는 버기 호스란 강아지 얘기부터 시작하는데요. 영어로 '마차를 끄는 말'이라는 뜻의 버기 호스가 강아지 이름치고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하필 생긴 모습 어느 한구석이 닮았다든가 마차를 끄는 큰 말들처럼 먹성도 힘도 엄청나게 좋다든가 하는 이유보다도 작가는 칼포니아가 얼마나 타고난 시인인지를 강조하는 듯해요. 창밖에서 시끄럽게 아침 잠을 깨우는 새 소리마저 "사랑해? 사랑해?" "그럼, 물론이지." 사랑고백쯤으로 들리고요. 매일매일 똑같은 평범한 일상도 어린 소녀가 읖조르는 시 한편에 세상에 다시 없을 아주 멋지고 근사한 날로 기억돼요.

 

무슨 일이 일어나든 너무너무 좋은 날. 만일에 엄마 아빠를 사랑하지만 않았다면

줄행랑치고 싶은 날. 왜나하면 날씨도 고삐까지 풀려버린 멋진 날이니까.

 

하지만 버기 호스는 칼포니아가 이런 화창한 날에 여행이든 모험이든 집을 떠나지 않길 바라나봐요. 칼포니아 눈치를 살살 살피며 당장 주인없는 강아지처럼 축 늘어져 있다가 "일어나, 잠꾸러기. 오늘은 왠지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거든. 일어나봐, 버기 호스." 한껏 기분이 들뜬 몇마디에 어쩔 수 없이 졸졸 따라나서는 모습이 넘 귀여워요.

 

 

 

 그런데 단란한 아침식사 시간에 아빠가 하시는 말씀이 요즈음엔 마을에서 통 생선이 잡히지 않아 걱정이래요. 칼포니아 아빠는 마을에서 가난한 이웃들에게 생선을 팔며 정직하게 살아왔는데 더이상 이런 식으로 불경기가 계속되면 조만간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지 모른데요. 옆에서 칼포니아는 아빠가 하시는 말씀을 다 알아듣지 못하지만 근심이 가득한 아빠의 말씀을 듣고나니 아빠가 한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요. 이전에 이따금 버기 호스와 함께 낚시를 할때는 고작 작은 송사리 말고는 잡아 본 물고기가 없어서 아빠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알아요. 그렇지만 칼포니아는 나무에 기대서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까지 계속 생각했어요. "내가 물고기라면 입으로 뭘 물고 싶을까?" 라고요. 

 

 그리고는 자신이 만일 물고기라면 하도 꿈틀꿈틀대는 징그러운 지렁이대신 특별하고 아주 예쁜 것들만 물려고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장면에서 놀라운 건 주인공 칼포니아가 눈을 감고 골똘히 낚시 생각을 할때 소녀가 기댄 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면 나뭇가지와 잎 사이가 온통 물고기 모양으로 그려져 있어요. 거기에 어린 아이다운 순수한 매력이 강아지도 물고기도 모두가 자신의 친구인 거 같아요. 칼포니아가 생일잔치에서 쏘고 남은 분홍빛 종이로 커다란 장미들을 만들어서 갈래머리에 달고는 달랑 낚시대 하나 챙겨들고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알버타 아주머니를 찾아가 조언을 구할 생각이었죠. 역시나 알버타 아주머니 가게에 손님이 뚝 끊긴 것만 봐도 이 마을에서 생선이 잡히지 않는다는 건 마을 사람 모두가 가난해진다는 의미라 하루라도 빨리 이 어려운 시절이 지나갔으면 하는 간절함이 크죠.

 

"알버타 아주머니, 아주머니는 숲속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분이시니,

어디가야 커다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지 좀 알려 주세요."

 

 

  다행히 알버타 아주머니는 커다란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장소를 알고 계신 듯, 칼포니아에게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비밀을 알려주셨어요. 바로 숲속의 비밀의 강을 칼포니아라면 대번에 그 강을 알아보고 찾을 있을 거라는 확실한 믿음을 소녀의 코끝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가라 하셨죠. 하지만 칼포니아조차 정확한 정보도 없이 오직 코끝의 감각으로 뭔가를 찾아낸다는 것이 한심스러워

자신을 따르는 버기 호스에게 "코는 늘 앞쪽만 가리키는데, 어디서 꺾어야 하는지 어떻게 알지?"

문득문득 궁금증을 쏟아냈어요. 그러면서도 어느덧 오솔길을 벗어나 숲속으로 들어서는 칼포니아는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토끼를 따라서 코끝이 가리키는 대로 방향을 틀고, 다시 얼마쯤 지나서는 파란 어치 한마리가 우람한 참나무 가지 사이로 날아드는 걸 보자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코끝의 방향이 바꾸며 걷게 됐죠. 

 

 그리고 그 숲길의 끝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비밀의 강이 펼쳐지는데.. 물고기들이 어찌나 많은지 서로 앞을 막아서며 헤엄치고 있을 정도로 많은 물고기에 칼포니아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어요. 정말 알버타 아주머니가 말한 비밀의 강을 찾아내고 자연에게서 소중한 걸 얻기 전에 먼저 허락을 구하는 칼포니아의 착한 마음씨는 천사나 다름없어요. 사람들이 자연을 마치 우리 소유물인냥 주인 행세를 하고 함부로 훼손하는 욕심에 아무런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면 이런 위대한 자연의 선물은 기대할 수 없을 거 같아요. "얘들아, 난 어려운 시절을 겪고 있는 우리 마을을 도우려고 여기 왔어. 그러니까 미안한데, 너희를 좀 잡아가도 화내지 말아줘." 게다가 강둑에 매여 있는 자그마한 빨간 배 한척을 타고 노를 저어 강 한가운데서 낚시를 시작하는데요. 칼포니아가 물고기 미끼로 사용하는 건 다름 아닌 머리장식인 줄 알았던 분홍 종이꽃, 분홍 장미 한송이를 낚싯바늘에다 매달아서 물고기를 낚으러 해요.

 

처음에는 한동안 물 위를 동동 떠다니더니,

 서서히 물속으로 가라앉는 분홍 장미를 커다란 메기 한마리가 덥석!

 

 

  눈 깜짝할 사이에 물고기를 낚아채 올리는 칼포니아의 손길 바빠져요. 나중에는 칼포니아가 버기 호스와 함께 겨우겨우 집으로 가져갈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물고기들을 낚아 올렸지요. 그때마다 버기 호스도 무척 기뻐했어요. 하지만 칼포니아 기뻐하는데는 좀 다른 이유가 있는 듯 하네요. 마을 사람들이 메기를 워낙 좋아해서 아빠가 좀 더 비산 가격을 부를 수 있을 거라 좋아했던 이유 다음으로 원래 메기라는 물고기는 성질이 몹시 고약해서 머리에 달린 날카로운 수염으로 사람까지 찌르러 들기때문에 애써 잡은 생선이 그나마 메기라 마음이 덜 미안하다는 거죠. 그러니 이 어린 소녀의 간절한 소원이 이뤄진 셈이에요. 더군다나 이 많은 물고기를 어떻게 집으로 가져 갈 지가 고민일때, 강 주변에 무리지어 피어 있는 실유카 이파리를 질긴 끈으로 사용하는 거마저 모두 자연의 도움을 받아 순조롭게 해결하죠. 

 

 이젠 길고 가늘면서 뻣뻣한 실유카 아파리를 따서 물고기들의 아가미를 꿴 다음, 낚시대에 주렁주렁 엮어 어깨에 짊어지고 집에 가는 일만 남았어요. 칼포니아는 알버타 아주머니의 말씀대로 이곳, 비밀의 강을 찾을 수 있었던 똑같은 방법으로 집을 가 보리라 마음 먹었지만 어느새 사방은 어둑어둑해지고 밤에만 움직이는 동물들이 어슬렁어슬렁 눈에 띄기 시작했어요. 그 중에는 저녁 먹잇감을 사냥하러 나온 동물들도 있어 무척이나 위험해 보이죠. 바로 그때, 죽은 나무 꼭대기에 커다란 부엉이가 큰 눈을 빙글빙글 굴리며 먹음직스런 물고기를 내려다보는데 심지어는 부엉이보다도 더 덩치가 크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커다란 짐승들이 불쑥, 보는 이의 심장이 더 쪼그라 들 정도로 무섭기 그지 없어요. 그나마 칼포니아는 침착하게 가장 싱싱한 메기를 배고픈 짐승들에게 정성껏 대접해요. 낚시대에 꿰어 놓은 메기를 풀어내는 건 만만찮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놈으로 골라 내어 깨끗한 풀밭에 내려놓으며 자신이 자연에게서 받는 소중한 것들을 기꺼이 굶주린 그들에게 나눠주는 거죠. 

 

누군가 널 겁주려 할때, 가장 먼저 마음을 읽어 줘야 해.

그럼 절대로 더 괴롭히지 않을테니까. 가끔씩 어떤 누군가는

"고마워."라며 인사말도 건넬 테니까. 

 

 

  칼포니아가 친구인지 적인지 알 수 없는 검은 표범에게 자신이 대접할 수 있는 최고의 만찬을 준비하고는 그들한테도 분명 사람과 똑같은 어려운 시절이 온 거 같다고 생각하죠. 어쩌면 힘든 시기를 함께 겪고 있는 또 다른 이웃이라 생각해서 무사히 그 어두운 숲길에서 벗어나 집으로 갈 수 있었는지도 몰라요. 드디어 집으로 향하는 오솔길에 들어섰을때는 이미 버기 호스는 기쁨에 들떠 컹컹 짖어대며 앞서 달려가고 있고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동물들이 처음과 다르게 소녀를 안전하게 배웅하는 듯 보이고요. 또한 어둠이 깔린 나무들 역시 각기 다른 표정의 얼굴들로 소녀를 감시하는 듯, 마치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자연의 신비로움이 자연에 대한 더 많은 비밀이 있음을 암시하는 듯 하죠. 특히 알버타 아주머니께 물고기를 드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자 아주머니는 정말 믿을 수 없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표정으로 자연의 모든 신께 감사의 기도부터 올리죠.

 

  마침내 사랑하는 엄마, 아빠의 품 속으로 돌아온 칼포니아는 몹시 지칠대로 지쳐 있어 엄마, 아빠가 물어보시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어요. 다만, 다음날 아침이 되서야 아빠가 생선을 팔기 위해 일찌감치 가게로 나갔다는 걸 알아챘어요. 그리고 아빠의 생선가게에 생선을 사러 온 사람들로 북적댔어요. 다만 생선값을 지불 할 수 없는 가난한 이웃들에게는 물고기를 외상으로 나눠줬어요. 결국 마을 사람들은 그토록 살기 힘든 시기를 잘 견디고 형편이 차층차츰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물론 알버타 아주머니의 가게에도 손님이 찾아오면서 다시금 마을에 안정과 활기를 되찾게 되었겠죠. 그러면서, 칼포니아는 버기 호스를 데리고 비밀의 강을 다시 찾아나서 보지만 두번 다시는 찾을 수가 없었어요. 아무리 예전 기억을 더듬어 코가 가리키는 대로 이쪽이든 저쪽이든 몇날 며칠을 찾아 헤매도 이상하게도 작은 물웅덩이만 찾아냈지요. 그건 풍요로운 비밀의 강은 실재 강이 아니라 간절한 바람이 이뤄 낸 자연의 고귀한 선물이기에 원한다면 언제든 그곳에 갈 수 있어요. 

 

칼포니아처럼 두 눈을 꼭 감고 내 마음 속 비밀의 강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세요. 하늘에는 황금빛 물결이 너울대고 강에는 옥빛 물살이 출렁이는

여전히 아름다운 비밀의 강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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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은 어떤 날일까요? - 명절 어떤 날일까요? 2
양태석 지음, 김효진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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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댕기머리 아이들이 고운 한복을 차려 입고 세배를 하고 있어요. 오늘은 어떤 날일까요? 그럼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생기지 않고 이가 튼튼해진다고 해서 호두나 땅콩, 밤, 잣 등의 부럼을 깨물어 먹는 날은 어떤 날일까요?  눈치챈 친구들은 바로바로 정답이 머릿속에 떠오를텐데요. 바로 주니어김영사 어떤 날일까요? 시리즈 <명절은 어떤 날일까요?> 는 일년 열 두달 맛있는 음식과 재밌는 놀이가 가득한 우리나라 명절 이야기를 옛날 전통풍습 그대로 예쁜 그림책에 담았어요.

 

 더욱이 얼마전에 설과 대보름을 보낸 터라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어어져 온 우리 고유의 명절에 담긴 의미나 유래를 들려주기 참 좋은데요. 예로부터 계절에 따라 좋은 날을 택하여 여러가지 행사를 치르다 자연스럽게 명절로 정착. 대부분 날짜가 모두 1, 3, 5, 7, 9 같은 양수(홀수)가 겹친 날로 음력을 말하는데요. 달력에 빨간날로 표기된 국경일과 달리 보름달이 뜨는 음력 15일에 한해 무사태평을 기원하고 소원을 비는 주요 명절 행사마다 공통된 특징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그 첫번째로 알아볼 우리 명절이 다름아닌 음력 1월 1일, 일 년 중 가장 큰 명절인 설날인데요. 이 날은 집안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고 온가족이 둘러앉아 하얀 떡국을 끓여 먹는 거 까지는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죠. 하지만 설날에 즐겨하는 우리 민속놀이를 한번 비교해 보세요. 요즘 아이들이 컴퓨터, 휴대폰 게임기 딱 한가지로 놀때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제기차기, 팽이 돌리기 가지 수만 해도 완전 비교돼죠. 또한 음력 1월 15일 대보름은 또 어떠하고요. 오곡밥이나 약밥, 여러가지 나물을 무처 먹으며 대보름에 소원을 비는 달집태우기를 하는데요. 

 

 비교적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구경조차 하기 힘든 신기한 볼거리죠. 대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짚이나 솔가지를 덮어 달집을 만든 다음, 달이 뜰 무렵에 달집에 불을 붙여 달집이 끝까지 잘 타면 그해에 풍년이 든다고 해요. 가끔은 뉴스를 통해 불이 산으로 옮겨 붙어 자칫 큰 산불이 날 뻔한 사고가 일어나는 만큼 아이들이 함부로 따라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겠죠. 그럼 봄기운이 완연한 음력 3월 3일 삼짇날에는 또 어떤 전통 풍습이 있었을까요?  이날은 쌀가루에 반죽한 진달래꽃 화전을 부쳐 먹으며 산이나 들로 나가 화전놀이를 즐겼고요. 옛날 사람들은 호랑나비나 노랑나비를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어 나비를 보면서 나비점을 치기도 했데요. 

 

 

 

 

 그리고 4월 5~6일경 한식에는 조상님의 산소를 찾아가 제사를 지내고 조개와 된장으로 국물을 낸 쑥탕또는 국수를 끓여 먹는데요. 어떤 이유에서 이날이 '한식'이란 말이 생겨났는지 알고보니 각 가정에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해먹던 옛날 생활방식을 자연스럽게 엿볼 수도 있네요. 다음으로 음력 5월 5일 단오는 4대 명절 중 하나로 불릴만큼 큰 명절로 '수리'또는 '수릿날'이라고 해서 이날은 수리취를 넣어 만든 수리취떡과 쑥떡, 망개떡 등을 먹는데요. 보기만 해도 신명나는 흥겨운 민속놀이가 설 못지 않게 다양하게 펼쳐지고요. 또 창포물에 머리를 감거나 다가올 여름에 시원하게 잘 지내라는 의미에서 부채를 선물하기도 한데요. 그런 점에서 다음에 소개되는 음력 6월 15일 유두역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뜻으로  단옷날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의식과 매우 비슷하네요.

 

 이날 행사의 다른점은 농사를 도와주는 산에게 제사를 지내고 산 속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으며 나쁜 액운과 더위를 쫓는 거죠. 그 다음으로 음력 7월7일 칠석은 은하수 양쪽에 있는 별 견우성과 직녀성이 일년에 한번 만나는 날로 신기하게도 이날은 아침 저녁으로 비가 오는 날이 잦데요. 사람들은 칠석날 저녁에 내리는 비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서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고 다음날 새벽에 내리는 비는 두 사람이 헤어지는 게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라고 이 무렵에 내리는 비를 '칠석물'이라 지었데요.  또한 음력 7월 15일 백중날은 다르게 '머슴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날은 머슴을 둔 집에서는 하루 동안 일을 쉬게 하고 술과 음식을 차려 주고 특별히 농사가 잘 된 집에서는 머슴을 소에 태워 마을을 한 바퀴 돌기도 했다니 그만큼 농삿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겠죠. 

 

 

 

 

 그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절 중 하나로 음력 8월 15일은 어떤 명절일까요? 다른 말로 한가위, 중추절이라고..도 하는 추석이 정답인데요. 이날은 한해 동안 농사지은 여러가지 곡식과 과일로 조상님께 정성껏 차례를 지내는 건 물론이고요. 햅쌀로 빚은 송편을 먹고 둥근 보름달 아래서 여자들은 강강술래, 남자들은 씨름, 거북놀이, 소먹이 놀이 등을 하면서 역시나 풍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이웃들과 돈독한 정을 나누죠. 음력 8월 다음인 9월 9일 중양절에는 봄에 피는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부쳐 먹듯 이맘때 지천으로 활짝 핀 노란 국화로 국화전을 부쳐 먹는 걸 아셨나요? 옛날 선비들은 국화로 담근 국화주를 가지고 경치가 좋은 곳에서 시도 짓고 그림도 그렸데요. 그리고 배, 유자, 석류알, 잣을 잘게 썰어 꿀물에 탄 화재도 즐겨 마시고요.

 

 마지막으로 섣달그믐에 아이들이 잠을 못 자고 연신 졸린 눈을 비벼대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는 이유도 무척 궁금할 거 같아요. 그건 섣달그믐 밤에는 새벽닭이 울기 전에 잠이 들면 눈썹이 하얗게 변한다 해서 밤새 잠을 자지 않는 거래요. 제가 어렸을때만 해도 깜빡 잠들고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거울앞에서 눈썹 색이 변했나 안변했나 확인해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음력으로 한해의 마지막 날이라 명절처럼 뜻깊은 섣달 그믐에는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남은 밥과 반찬을 모아 비빔밥을 해 먹고요. 또한 동네가 떠들썩하게 시끄러운 폭죽을 터트리며 놀기도 하는데요. 이날 폭죽을 터트리면 악귀가 폭죽 소리에 놀라 도망간다고 해서 옛날 대궐에서는 한 해를 마감하는 대포를 쏘았다고 해요. 

 

 

 

 

 이렇듯 매 명절마다 그 뜻을 기리는 정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듯 명절날 가족들이 모여 명절 음식을 해 먹고 정성껏 조상을 섬기고 이웃과 정을 나누는 정겨운 우리 전통문화는 생활 속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자랑스런 우리 문화유산임에 틀림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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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착한 너구리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유혜자 옮김, 홍성지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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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아동문학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가 전하는 행복동화, 주니어김영사 <착한 너구리>는 자신만큼이나 타인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착한 마음을 통해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소중함을 깨달으며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착한동화예요. 보통은 머릿말과 글의 순서를 싣는 차례 대신에 꽤 자세한 주인공의 특징을 소개한 글이 인상적인데요. 너도밤나무 숲에 사는 꼬마 너구리 다니는 몸길이 52cm, 꼬리길이 16cm, 몸무게 5.5kg의 땅딸막한 몸집에 행동은 항상 느리고 말투까지 어눌해서 미련해 보이지만 누구보다도 마음씨가 착한 친구라죠. 대체로 숲속 동물친구들과 다 친하게 지내는 편인데 유독 한 친구만 다니를 괴롭히는 모양이에요. 매번 참기만 하던 다니도 이번만큼은 약삭빠른 토끼 훕스를 혼내주리라 결심을 하네요. 

 

 

 한편, 다니네 집 옆에 사는 여우 프리다가 한마디 거들기를 저렇게 약삭빠른 녀석을 상대해서 이기려면 머리가 좋아야 하기때문에 속임수를 써야 한다고 충고해요. 그리고 훕스가 매일 저녁, 두더지 발리의 지하 창고로 몰래 들어가서 당근을 먹고 나온다는 비밀을 알려주죠. 그때, 녀석을 창고에 가둬 다시는 자신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맹세를 기필코 받아 내려는 속셈인데요. 이런 남을 골탕먹이려는 속임수가 나쁜 걸 알면서도 자신의 억울한 입장에서 보면 정당한 일 같은 거, 심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감정을 변호하고 위로하려는 반칙은 아주 흔하죠. 안그래도 책을 읽으며 남 얘기같지 않은 것이 신학기 반편성이후에 유독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와 같은 반이 되어 속상하다고 울상인 아들녀석 일로 온전히 제 걱정으로 옮겨 붙었는데요. 여차하면 학교 담임선생님을 찾아뵙고 상담을 해야 하나, 그 친구만 따로 불러 따끔하게 야단을 쳐야 하나 이런저런 걱정이 앞서더군요. 

 

 

 

 

 

 그래서 더 다니의 결심으로 벌어진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가 될지 무척 궁금한데요. 대체로 비슷한 경험을 비춰볼때 어떤 이유이든 비겁한 속임수로 상대를 골탕 먹이는 행동은 늘 게획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던가, 결말이 좋지 않던가, 후회가 남던가 하잖아요. 아니라 다를까 "제 아무리 빠른 놈이라도 나처럼 힘이 센 친구에게 까불면 안된다는 걸 분명히 가르쳐 주고 말겠어!" 큰 소리 뻥뻥 치던 다니에게도 계획에 없던 난처한 일이 생기고 말죠. 그만 두더지가 파 놓은 땅 속 창고 안으로 떨어질때 훕스가 땅바닥에 철퍼덕, 납작하게 깔리고 말았는데요. 훕스가 "저리 비켜! 넌 너무 무거워서 내 뼈가 다 부러지겠어! 숨도 못 쉬겠단 말이야!" 라고 몹시 낑낑대며 말할때까지도 다니는 그동안 당한 설움을 한번에 쏟아내듯 "뼈가 부러졌으니 이제 나를 발로 차지도 못하고, 나한테 뭘 던지지도 못하고, 숨을 못 쉬니 욕도 못하겠네!" 라고 무척 의기양양했었죠.

 

 

 하지만 훕스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사, 사, 살려 줘! 다, 다, 다시는 안 그럴게." 항복을 해오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기쁘거나 좋거나 행복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친구가 자신때문에 다리를 다쳐서 뛸 수도, 걸을 수도 없다는 불만섞인 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죠. 왜냐하면 창고 안으로 몸을 던지는 일은 웬만한 용기만 있으면 충분했지만 창고에서 밖으로 나가는 일은 점프를 잘하거나, 위로 능숙하게 기어오를 어느 정도의 기술이 필요했던 걸 뒤늦게 안 거죠. 만약 여러분이 다니라면 어떤 방법을 썼을까요?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다니는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때마다 할아버지라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해본데요. 그리고 고민끝에 다니는 자신의 튼튼한 앞발을 이용해 땅 위로 올라갈 때까지 비스듬하게 땅굴을 파기 시작하는데요. 그것이 징징대고 있는 훕스 옆에 앉아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보다 낫다라고 생각해서라니 정말 아이다운 엉뚱함과 순수함이 잘 묻어나죠. 

 

 

 

 게다가 그 긴 시간이 걸려 힘들게 땅굴을 판 뒤, 겨우 훕스가 다니의 꼬리를 움겨잡고 여우 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평소에 자신에게 못되게 굴어 얄미운 친구라 할지라도 친구가 힘들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주려는 다니의 착한 마음씨 때문인 거 같아요. 늦은 시간까지 감감무소식이던 아이들 걱정에 집을 나선 부모님 앞에서 우리가 서로를 미워했던 마음을 땅 속에 파묻고 오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능청스런 변명을 늘어놓으며 둘 사이의 관계가 조금은 달라졌을 거 같아요. 비록 다니의 바람처럼 아주 친한 친구 사이는 아니래도 서로 다정하게 인사를 나눌만큼 사이가 가까워진 걸 보니 저희 아이문제도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있겠네요. 아니면 아이가 남들이 다 갖는 물건을 꼭 가져야 한다며 떼를 쓴다면요.

 

 

 두번째 '빨간 모자가 갖고 싶어!' 다음 이야기에서 다니가 그토록 갖고 싶어하던 빨간모자를 누구에게 양보했는지 계속되는 다니의 일상을 쫓아 착한 마음이 갖는 힘을 경험해봐요. 소위 착하면 손해라는 지나친 경쟁사회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아이의 뛰어난 재능이나 능력만이 우선시 되는 경향이라 아이가 착하고 칭찬받는 건 어릴 적 잠깐뿐, 아이가 성장하면서는 점점 외면 당하기 일쑤죠. 저부터도 예전에 비해 아이의 착한 행동이나 마음씨에 대해 공부만큼 잘한다, 혹은 멋지다고 응원한 적이 참 드므네요. 그러다보니 이제는 아이가 착하다는 게 뭘 의미하는 지 제대로 알 거 같아요. 현재 우리 아이가 몸도 마음도 무척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는 의미란 걸요. 그리고 세상 친구를 만나 자신의 그 착한 마음을 선물하기도 한다는 거 꼭 기억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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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번지 유령 저택 3 - 유언장에 숨어 있는 비밀 456 Book 클럽
케이트 클리스 지음, M. 사라 클리스 그림, 노은정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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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 겁나라 따져순회 재판소 판결에서 어린이 삽화가 드리미 호프는 이제 부루릉 B. 그럼플리와 올드미스 C. 스푸키의 법적 아들로 입양이후 흠잡을 데 없는 착한 아들이고 싶었던 그가 어떤 특별한 이유로 그러지 못했다는 건지 궁금증이 커지네요. 

 

 흠짓, 손짓발짓으로 자신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는 그 일이 세상에서 가장 철없는 어떤 질문에서 시작되었다니 이제부터 드리미가 하려는 개 이야기에 주목. 드리미는 겁나라시 오싹 시립 도서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람을 보면 헤벌쭉 웃는 덩치 큰 개가 자신을 따라오는 걸 뿌리칠 수 없었는데요. 

 

 그렇지 않아도 전부터 개를 한마리 꼭 키우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에 이 개가 무척 마음에 드는 걸 어쩔 수 없어요. 그래서 편지에 개를 키워도 되는지, □그래라, □안된다, □글쎄다 함께 사는 가족의 동의를 구하려 하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 

 

 

 

 

 일단, 죽을 만큼 개를 싫어해서 한 집에서 키울 수 없다는 올드미스는 '□안된다'에 한 표! 자신을 고양이같은 유령으로 표현하면서 그 개를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다른 집에 보내야 한다는 반대의견인데요. 반면에 평생 개를 좋아해서 '개 같은 사람'으로 살았다는 부루퉁은 찬성표인 듯하나 그전에  읽어버린 개는 반드시 원래 개 주인한테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이라 드리미의 실망이 클 수 밖에 없어요. 

 

 한편 귀한 물건들이 꽤 많이 수집한 열렬한 수집가였던 백만장자 쿠리쿠리 스멜이 세상을 떠나자 그의 엄청난 재산을 독차지하려는 자식들이 마치 개와 고양이처럼 아옹다옹 다투는데요. 고인이 남긴 유언장이 공개되기 전, 마지막 편지에는 살아생전에 서로 눈만 마주쳐도 아옹다옹하는 자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아쉬움이 큰 나머지 죽어서라도 자식의 잘못된 점을 바로 잡으려는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이 느껴져요.

 

 한 부자가 있었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네. "내 병이 너무 깊어 유언장을 쓸 수 없어." 그래서 그는 대신 짧은 시를 썼네./ 달랑 둘뿐인 자식은 멀리 있어서 작별인사조차 할 수 없어서 죽음을 앞에 두고 목 놓아 울 수 밖에 없고 그래서 갖은 궁리 끝에 어찌어찌해서/ 아직 몸이 건강할때 아직 살아 있을 때 재산이 의미있게 쓰이도록 보기보다 큰 가치를 품고 있도록 마련해 두었으니 이제 그것을 찾으러 갈 때! 라고. 수수께끼같은 몇 줄의 시로 재산보다 더 값진 소중한 보물을 찾을 힌트를 줘요. 

 

 

 

 

 

 그것이 겁나라 시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희귀하고 값비싼 옛날 동전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오래되고 보잘것없는 동전마다 그렇게 흥미진진한 역사가 숨어있다는 게 놀라워요. 마지막에 1913년에 만들어진 5센트짜리 백동전의 가치는 백만장자 쿠리쿠리 스멜의 전재산과 맞먹는 엄청난 액수여서 연일 희귀동전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기만 하네요. 

 

 겁나라 빨라 신문 올바로 오비트 변호사 인터뷰기사에 쿠리쿠리 스멜의 유언장이 공개될 때 그 동전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예상에도 여전히 키티키티 스멜과 워리워리 스멜 오누이는 부친의 유언장 공개가 서둘러 이루어지지 않아서 불만에 가득 차 있죠.

 

 거기에 그들이 미친듯이 온 동네를 들쑤셔가며 숨겨진 보물을 찾는 동안  여러번 자신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수수께끼같은 오행시는 평소 유쾌한 농담을 즐기는 호탕한 성격대로 그저 그런 썰렁한 유머감각이나 뽑내는 시가 아니었어요. 특히 두번째 희귀동전이 발견된 겁나라 맛나 식당 오늘의 특별메뉴에 적힌 오행시는 서로가 숨이 막힐 듯 깜짝 놀라는 표정부터가 너무 재밌죠.

 

 누가봐도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어리석은 자식들을 나무라는 표현이 정말 기가 막혀요. 과연 어느 대단한 독설가가 이런 어리'동전'할 독설을 할지..「돈에 눈이 멀어 다투는 것처럼 한탄스러운 일은 없다. 아, 넌덜머리가 난다! 서로 부딪힐 때면 짤랑거리는 그것이, 내가 숨겨둔 그것이 너희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것이다.」  

 

 

 

 

 그 짤랑거리는 동전의 의미나 숨은 가치를 이런 식으로 상황에 맞게 비유적으로, 아주 재치있게, 익살스럽게 잘 표현할 수 있는 지 솔직히 믿기 어려운 미스터한 유령이야기를 전혀 허무맹랑하지 않는 실제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작가의 능력에 다시 한번 놀라곤 하는데요. 매권마다 작가 자매의 어릴적 잊지 못할 추억이 새록새록 묻어나는 책의 탄생 스토리를 읽고나면 더 그런 거 같아요. 

 

 그리고 드디어 최종 유언장이 공개 당일, 고인의 녹취록에 담긴 마지막 시에는 한겨울 찬바람보다도 쌀쌀맞은 철없는 못난 자식이 이제라도 철이 들어 부모의 진심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네요. 다행히 뒤늦게나마 아버지의 보물보다 못한 자신들의 행동을 깊이 뉘우치고 동물과 다르게,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마음을 먹었다는 게 얼마나 귀하고 가치있는 아버지의 유산인지 몰라요. 

 

 심지어 단란했던 부루퉁과 올드미스까지 너무나 다른 성격의 개와 고양이처럼 티격태격 다투는 모양새가 누구에게나 처음은 다 서툴고 힘겨운 법. 이 책에서 어느 지혜로운 유령이 강조하듯, 작은 변화부터 실천하면 결국에는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교훈을 참고로 사랑하는 사람의 실수는 좀 감싸주되 새로운 기회도 함께 주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요. 

 

추신: 마지막에 아일랜드식 알쏭달쏭 오행시 쓰는 법을 익혀 ⓐⓐⓑⓑⓐ 각운에 맞춰 재미난 오행시 짓기에 직접 도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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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중계 고래 싸움 일공일삼 82
정연철 지음, 윤예지 그림 / 비룡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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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 중학년을 위한 창작읽기책, 비룡소 일공일삼 시리즈 여든 두번째 이야기 <생중계 고래싸움>은 세상에 나또한 잘났다고 큰 소리 뻥뻥치는 힘센 고래들 싸움에서 억울하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작은 새우들의 이유있는 반란에 주목. 그들이 한 목소리 억울하다 울부짖는 심경은 어쨌든 시끄러운 고래들 싸움에서 더이상 할말 못하고 억울하기만 했던 새우살이는 절대사절. 이제부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구부정한 허리 펴고, 당당하게 맞설 용기를 내보는데요. 새우라고 다같은 새우는 아닐 터, 엄마 아빠라는 두 고래 틈에서 수시로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가끔은 숨 막힐 정도로 갑갑한 어린 새우부터 차례로 만나볼까요.

 

 첫문장 첫마디에 자신을 연악한 새우라 소개한 다정이는 툭하면 고래 싸움에 고래 밥이 되는 처량한 새우신세가 못마땅. 오죽하면 티격태격 다투는 엄마 아빠의 싸움을 취미생활로 보는지 끊임없이 잔소리를 생산하는 아빠와 절대 물러서지 않는 엄마의 스타일을 분석하기에 이르는데요. 그 때문에 새우 등이 터지는 날은 부지기수~ 매번 싸움의 막바지에 애가 누굴 닮아서 어떻고 저렇고 하도 많이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니 그때마다 머리에 쥐가 나는 건 당연지사겠죠. 거기에 어떨 때는 말다툼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이때문이란 게 엄청난 스트레스죠. 아빠의 주특기인 버럭소리부터 지르는 순간 아이의 간은 콩알만 해져요.

 

 

  그런데 자꾸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런 억울한 새우신세가 집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거죠. 같은반 성질 더러운 왕싸가지 고래와 유일하게 불의에 맞서는 터프한 하마 고래의 날카로운 신경전은 계속되고 막강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기 일보직전까지 두 주먹 불끈 쥐고 그동안 자신이 당한 수모를 앙갚음하는데 성공. 그 보다 더 치사하면 더 치사하고 더 비겁한 방법으로 회심의 일격을 가하는 독한 새우도 있는데요. 심각한 학교 왕따문제가 어떤 식으로 아이들 마음에 상처가 되고 또 다른 왕따를 초래하는지 한때 그들 사이에 절친, 단짝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상대에 대한 배신이 씁쓸한 상황. 누가봐도 서로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긴 마찬가지네요.

 

 몇번째 비슷한 도난사고가 끊이지 않는 보라네 교실에서 체육시간에 6학년 전체 소지품 검사를 실시하는 가운데 학생들이 소지하면 안되는 여러 압수물품들이 쏟아져나오죠. 화투장, 트럼프 카드, 맥가어버 칼, 이상한 잡지 등등. 하지만 끝내 잃어버린 보라의 명품지갑은 나오지 않자 교실 분위기는 더 술렁이고 있었어요. 아무렴 이제껏 일어난 수많은 도난사고 중 해결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던 전례를 봐서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여겨도 당사자 입장에서는 사물함에 열쇠까지 채워 잘 넣어둔 물건이 없어졌다는 건 명백한 절도라는 입장인데 알고보니 이번이 처음도 아닌 듯. 분명 평소 고가의 브랜드로 도배하다 싶이 하는 보라를 일부러 골탕먹이려는 범인의 속셈이 밝혀지는 가 싶더니 의외의 최대 반전은 범인으로 거의 단짝친구 규원이가 지목이 되면서 친구들로부터 의심받는 기분이 얼마나 더럽고 수치스러운지 직접 겪어 보라는 보라의 매서운 진짜 속마음!

 

  

 바로 지갑 속에서 언젠가 규원이와 다정하게 찍은 스티커 사진을 갈기갈기 찢더니 그 자리에서 칼을 꺼내 지갑도 찢어 버리는 보라. 뒤늦게 칼끝에 베인 손가락의 새빨간 핏방울이 마치 그 새빨간 지갑의 조각들이 가슴 속에서 둥둥 떠다니다 뾰족한 모서리로 심장을 콕콕 찌르는 거 같은 양심의 가책은 피할 수 없네요. 어쩌다 날마다 붙어 다니며 모든 고민을 털어놓던 둘 사이가 서로의 등에 칼을 꽂는 원수 사이가 됐는지..머릿속으로 그 진한 우정도 단칼에 베어 버릴만큼 야박한 보라엄마도 되어보고, 규원엄마도 되어보고, 보라입장도 되어보고, 규원이도 되어봐도 마음만 복잡하네요. 좀 더 다가가 따뜻한 위로라도 건네고 싶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네요. 그에 비하면 한창 연애문제로 이런저런 골치가 아픈 기용이 신세는 좀 나은 편. 다만 매력이 다른 두 이성앞에서 눈에 콩깍지가 쓰이고 벗겨지는 기막힌 타이밍에 체면을 좀 구길 뿐이네요.

  

 거기에 이 사이 낀 김과 고춧가루의 상관관계를 알고나면 철부지 아들녀석의 첫사랑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부모가 없을 거 같아요. 하지만 가장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던진 무기력한 아빠새우에 대해서는 어떤 관심과 반응을 보일지는 여러 생각들이 드는데요. 하루종일 하는 일없이 컴퓨터만 붙잡고 사는 능력없는 가장이기에 사사건건 아빠를 못잡아 먹어 안달 난 엄마와 그보다 한술 더 떠 틈만 나면 아빠를 공격하는 딸고래를 피해 감쪽같이 사라진 아빠는 현실에서 모든 희망이 꺾인 채로 살아가는 것이 무의미했죠. 오히려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에서 아빠가 꿈꾸던 행복한 가정을 혼자서라도 그렇게 이루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그나마 유일하게 외로운 아빠의 섬에, 하나밖는 등대의 불을 밝히고 아빠를 직접 찾아나선 든든한 아들이 있기에 아빠는 더이상 외롭지가 않네요. 그러니 누가 본디 고래든 새우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태도나 주장은 삼가고 주변에 크게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기울릴 줄 아는 마음 넓은 고~래가 다들 됐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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