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착한 너구리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유혜자 옮김, 홍성지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세계적인 아동문학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가 전하는 행복동화, 주니어김영사 <착한 너구리>는 자신만큼이나 타인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착한 마음을 통해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소중함을 깨달으며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착한동화예요. 보통은 머릿말과 글의 순서를 싣는 차례 대신에 꽤 자세한 주인공의 특징을 소개한 글이 인상적인데요. 너도밤나무 숲에 사는 꼬마 너구리 다니는 몸길이 52cm, 꼬리길이 16cm, 몸무게 5.5kg의 땅딸막한 몸집에 행동은 항상 느리고 말투까지 어눌해서 미련해 보이지만 누구보다도 마음씨가 착한 친구라죠. 대체로 숲속 동물친구들과 다 친하게 지내는 편인데 유독 한 친구만 다니를 괴롭히는 모양이에요. 매번 참기만 하던 다니도 이번만큼은 약삭빠른 토끼 훕스를 혼내주리라 결심을 하네요. 

 

 

 한편, 다니네 집 옆에 사는 여우 프리다가 한마디 거들기를 저렇게 약삭빠른 녀석을 상대해서 이기려면 머리가 좋아야 하기때문에 속임수를 써야 한다고 충고해요. 그리고 훕스가 매일 저녁, 두더지 발리의 지하 창고로 몰래 들어가서 당근을 먹고 나온다는 비밀을 알려주죠. 그때, 녀석을 창고에 가둬 다시는 자신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맹세를 기필코 받아 내려는 속셈인데요. 이런 남을 골탕먹이려는 속임수가 나쁜 걸 알면서도 자신의 억울한 입장에서 보면 정당한 일 같은 거, 심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감정을 변호하고 위로하려는 반칙은 아주 흔하죠. 안그래도 책을 읽으며 남 얘기같지 않은 것이 신학기 반편성이후에 유독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와 같은 반이 되어 속상하다고 울상인 아들녀석 일로 온전히 제 걱정으로 옮겨 붙었는데요. 여차하면 학교 담임선생님을 찾아뵙고 상담을 해야 하나, 그 친구만 따로 불러 따끔하게 야단을 쳐야 하나 이런저런 걱정이 앞서더군요. 

 

 

 

 

 

 그래서 더 다니의 결심으로 벌어진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가 될지 무척 궁금한데요. 대체로 비슷한 경험을 비춰볼때 어떤 이유이든 비겁한 속임수로 상대를 골탕 먹이는 행동은 늘 게획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던가, 결말이 좋지 않던가, 후회가 남던가 하잖아요. 아니라 다를까 "제 아무리 빠른 놈이라도 나처럼 힘이 센 친구에게 까불면 안된다는 걸 분명히 가르쳐 주고 말겠어!" 큰 소리 뻥뻥 치던 다니에게도 계획에 없던 난처한 일이 생기고 말죠. 그만 두더지가 파 놓은 땅 속 창고 안으로 떨어질때 훕스가 땅바닥에 철퍼덕, 납작하게 깔리고 말았는데요. 훕스가 "저리 비켜! 넌 너무 무거워서 내 뼈가 다 부러지겠어! 숨도 못 쉬겠단 말이야!" 라고 몹시 낑낑대며 말할때까지도 다니는 그동안 당한 설움을 한번에 쏟아내듯 "뼈가 부러졌으니 이제 나를 발로 차지도 못하고, 나한테 뭘 던지지도 못하고, 숨을 못 쉬니 욕도 못하겠네!" 라고 무척 의기양양했었죠.

 

 

 하지만 훕스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사, 사, 살려 줘! 다, 다, 다시는 안 그럴게." 항복을 해오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기쁘거나 좋거나 행복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친구가 자신때문에 다리를 다쳐서 뛸 수도, 걸을 수도 없다는 불만섞인 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죠. 왜냐하면 창고 안으로 몸을 던지는 일은 웬만한 용기만 있으면 충분했지만 창고에서 밖으로 나가는 일은 점프를 잘하거나, 위로 능숙하게 기어오를 어느 정도의 기술이 필요했던 걸 뒤늦게 안 거죠. 만약 여러분이 다니라면 어떤 방법을 썼을까요?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다니는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때마다 할아버지라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해본데요. 그리고 고민끝에 다니는 자신의 튼튼한 앞발을 이용해 땅 위로 올라갈 때까지 비스듬하게 땅굴을 파기 시작하는데요. 그것이 징징대고 있는 훕스 옆에 앉아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보다 낫다라고 생각해서라니 정말 아이다운 엉뚱함과 순수함이 잘 묻어나죠. 

 

 

 

 게다가 그 긴 시간이 걸려 힘들게 땅굴을 판 뒤, 겨우 훕스가 다니의 꼬리를 움겨잡고 여우 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평소에 자신에게 못되게 굴어 얄미운 친구라 할지라도 친구가 힘들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주려는 다니의 착한 마음씨 때문인 거 같아요. 늦은 시간까지 감감무소식이던 아이들 걱정에 집을 나선 부모님 앞에서 우리가 서로를 미워했던 마음을 땅 속에 파묻고 오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능청스런 변명을 늘어놓으며 둘 사이의 관계가 조금은 달라졌을 거 같아요. 비록 다니의 바람처럼 아주 친한 친구 사이는 아니래도 서로 다정하게 인사를 나눌만큼 사이가 가까워진 걸 보니 저희 아이문제도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있겠네요. 아니면 아이가 남들이 다 갖는 물건을 꼭 가져야 한다며 떼를 쓴다면요.

 

 

 두번째 '빨간 모자가 갖고 싶어!' 다음 이야기에서 다니가 그토록 갖고 싶어하던 빨간모자를 누구에게 양보했는지 계속되는 다니의 일상을 쫓아 착한 마음이 갖는 힘을 경험해봐요. 소위 착하면 손해라는 지나친 경쟁사회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아이의 뛰어난 재능이나 능력만이 우선시 되는 경향이라 아이가 착하고 칭찬받는 건 어릴 적 잠깐뿐, 아이가 성장하면서는 점점 외면 당하기 일쑤죠. 저부터도 예전에 비해 아이의 착한 행동이나 마음씨에 대해 공부만큼 잘한다, 혹은 멋지다고 응원한 적이 참 드므네요. 그러다보니 이제는 아이가 착하다는 게 뭘 의미하는 지 제대로 알 거 같아요. 현재 우리 아이가 몸도 마음도 무척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는 의미란 걸요. 그리고 세상 친구를 만나 자신의 그 착한 마음을 선물하기도 한다는 거 꼭 기억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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