빰빠라밤! 빤스맨 8 - 두 빤스맨의 대결 빰빠라밤! 빤스맨
대브 필키 지음, 위문숙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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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랄라 초등학교에서 말썽 좀 피운다 싶은 납작머리 깜씨와 뽀글뽀글 라면머리 꼬불이 두 장난꾸러기 친구가 3차원 최면 반지로 교장 선생님을 학교 영웅, 빤스맨으로 변신시켜 학생들을 괴롭히는

악당을 물리친다는 빤스맨 시리즈! 이번 <두 빤스맨의 대결> 8번째 이야기에서는 모든 것이 현실과 반대인 거꾸로 세계에서 온 악동 깜씨와 꼬불이 그리고 불량 빤스맨과 영웅 빤스맨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기대되요.  

 

 시작부터 말썽의 화살이 못미더운 어른들때문이라는 주장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닌 듯 아이들 입장에서는 어려서 뭐든 잘한다~ 잘한다~ 칭찬할 때는 슈퍼스타 대우를 받다가 얼마 뒤, 교장실에 불러가 

꾸중을 듣는 게 이해가 안간다는 논리. 특히나 깜씨와 꼬불이가 다니는 학교의 불독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 꿈과 희망을 짓밟을 생각만 하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신바람이 날 정도로 괴팍하다니 그 심술맞은 교장선생님의 괴팍한 마음은 아이들 눈물방울을 먹고 쑥쑥 자라는 거래요.

 

 날마다 교장실 앞에서 아무 이유없이 아주 사소한 행동을 해도 모든 아이들에게 '방과후 남기' 카드를 나눠주는데  밉살맞기로 따지자면 이래저래 아이들을 괴롭히는 선생님들역시 교장선생님보다 한 수 위. 바로 그런저런 이유에서 깜씨와 꼬불이는 수시로 어른들을 감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니

이쯤되면 학교 선생님이 악당이 따로 없어요. 이건 결과적으로 하지마라~ 하지마라~하면 더 하고 싶은 아이들 심리가 그대로 

 

 장난기 가득한 자신들의 말썽을 정당화하려는 나름의 논리가 딱딱 들어맞아요. 게다가 지금까지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깜씨 글, 꼬불이 그림의 '빤스맨에 관한 진실'을 보면 넘 재밌어요. 문제는 뜨겁게 달궈진 보라색 이동 변소의 고장때문에 원래대로라면 중생대 백악기인 6500만 년 전의 선사 시대로 가려던 게 그만 요란한 진동과 소음이 멎고 엄청난 연기 속에 도착한 곳이 원래 출발했던 학교도서관? 뭔가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계속해서 현실과 다른, 몹시 수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모두가 친절한 선생님, 평소처럼 장난쳐도 야단은 커녕 배꼽 잡고 웃는 교장 선생님, 최고급 급식 식당, 그리고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체육관 규칙이 즐겁게 놀기.. 뭐 이런 이상적인 학교생활이 전혀 낯설게 비쳐요. 마치 현실이 거꾸로, 반대인 거꾸로 세계가 현실인 듯 엄한 규율과 짜여진 형식을 내세워 학교는 학교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아이들의 고달픈 현실 풍자는 극의 재미를 더해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그저 빤스맨 하나로 유치하게 웃어 넘기는 만화책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요.

 

 이곳, 거꾸로 세계에는 납작머리 깜씨가 뽀글뽀글 라면머리 티셔츠 입고 뽀글뽀글 라면머리 꼬불이가 납작머리 깜씨의 넥타이를 한 악동 깜씨와 꼬불이가 등장해요. 사태는 점점 더 악화되어 판박이 악동들은 3차원 최면 반지로 착한 교장 선생님을 불량 빤스맨으로 만들고 자신들만의 초호화 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그러다 결국 악질 피자 도둑으로 경찰과의 추격전 끝에 더 강력한 초강력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더욱 놀라운 슈퍼 파워를 갖게 되는데..

 

 거기에 그들의 애완동물인 줄루와 크래커를 납치해서 자신들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도록 최면을 거는가 하며 전 세계를 자신들의 손아귀에 쥐락펴락할 엄청난 음모를 꾸미고 있어요. 하지만 한가지, 이 엄청난 음모를 막을 수 있는 열쇠가 바로 불량 빤스맨의 최대 약점일 수 있고 불량 빤스맨의 최대 파워가 영웅 빤스맨의 최대 위기를 맞을 수 있어요. 아니라 다를까 겨우겨우 허둥지둥 현실세계로 도망쳐 온 깜씨와 꼬불이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상대, 악당 깜시와 꼬불이의 한판 승부가 남았어요.

 

 그런데 그 바쁜 와중에도 깜씨네 가족과 꼬불이네 가족의 저녁모임이 그들의 발목을 잡는 거에요.

그 자리엔 꼬불이의 엄마와 할아버지, 깜씨의 엄마와 아빠, 여동생, 증조할머니가 모인 가족만찬이라 어떤 중대한 일로 참석하지 못하는 핑계는 용납할 수 없어요. 특별히 할머니, 할아버지 날 축하하는 '사각팬티 할배와 내복 왕할매의 모험' 최신 만화책을 선물하는 깜씨와 꼬불이. 그건  악당 외계인이 최신형 괴짜 노인 로봇으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음모를 파헤쳐 동네 유일하게 진짜 할아버지 할머니 두 영웅이 나서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하는 내용이에요.

 

 어쩜 할아버지 할머니 영웅에 어울리는 지팡이, 보행보조기 사용 무기도 복장도 넘 기발해요. 그러니 끝까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초특급 블록버스터 장치가 가득해요. 여기 단계별 신나는 파라락 극장을 실감나게 보는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고요. 오른손, 왼손 손의 위치도 점선으로 친절하게 표시. 보다 실감나는 영화의 명장면을 위해 파라락~ 손떨림은 자유자재, 직접 입으로 효과음은 보너스. 두 개의 그림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애니메이션처럼 시종일관 신나는 액션과 요절복통 웃음 핵폭탄이

빵빵 터져요^^

 

 일명 파라락 극장 특허 출원 중인 신나는 파라락 극장 총 6편. 거대 괴물로 변한 햄스터 줄루에 맞써 싸우는 영웅 빤스맨의 대활약상을 3D못지 않은 입체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고요. 올 겨울방학 아이들이 절대 놓쳐서는 안될, 가장 신나고 재밌게 읽은 책 중에 하나. 책뿐 아니라 방학중에 본 여러 편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인기캐릭터가 아닌가 싶어요. 저희 아이들은 이 책을 읽자마자 다시 만화 그리기에 불붙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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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의 허준을 만나다 마법의 두루마리 15
햇살과나무꾼 지음, 이상규 그림, 김호 감수 / 비룡소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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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학자인 아빠를 따라 경주로 이사한 호기심 많은 준호, 민호 형제는 새집 지하실에서 마법의 두루마리를 발견. 둘은 석기 시대, 삼국 시대, 고려 시대, 조선시대 등 시간을 넘나들며 우리 역사 속으로 짜릿한 모험을 떠나는데요. 이번 열 다섯번째 역사 여행지에서는 중인 신분에도 '정1품 보국숭록대부'라는 높은 벼술에 오른 조선 최고의 명의 허준을 통해 우리 고유의 전통의학인 한의학의 특징, 치료법, 조선시대 의료기관에 대해 알아봐요.

 

 주위는 온통 소나무가 병풍처럼 둘러 쳐진 바위산들이 첩첩이 이어져 있는 산골. 두루마리 지도에는 한반도 북부 왼쪽끝에 둥근 점이 찍혀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지도만 봐서는 어디가 어디인지 도통 짐작이 가지 않아요. 일단 옷부터 갈아입기로 한 아이들은 지난번 암행어사를 만났을 때 입었던 것과 비슷한 누런 삼베옷으로 바꿔 입고 산비탈 양지 바른 곳 옥수수와 콩밭이 드문드문 보이는 마을로 내려가기 시작해요. 

 

 초여름 아직 여물지 않은 옥수수, 콩이 조선 시대에 한반도 북쪽 지방에서 주로 재배하던 작물인 것도 알고 상당히 배경 묘사도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라 당장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장감이 감돌아요. 울창한 소나무탓에 낮에도 컴컴한 그늘이 잔뜩 드리워진 숲길은 따금 성가시게 달려드는 벌이나 하루살이가 전부일 뿐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아요. 그 때 어디선가 앵앵거리는 벌소리 같은 아기 울음소리에 따라서 산울타리가 둘러진 초가집에 다다랐을 때 마당에는 아무도 없고 집 안에서 아기 울음소리만 들는 게 뭔가 이상해요. 

 

 아니라 다를까 방문을 열자 숨 넘어갈 듯 울어 젖히는 아기와 우는 아기를 달래지 못하고 힘없이 쓰러져있는 아기엄마는 창백한 얼굴에 붉은 열꽃이 핀 채 겨우 손가락만 파르르 떨고 있어요. 아기는 태어난지 백일도 안된 갓난아기라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아기와 아주머니가 위험할 수 있어 당장 어디서 약을 구해야 하는지, 병을 고쳐줄 의원을 불러야 하는지 안절부절 못해요.  그런데 이 마을 전체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고 며칠째 식구 수대로 구토, 설사와 함께 시름시름 앓고 있어요.  

 

 아마도 마을 전체에 무서운 전염병이 돌고 있는 게 아닌지, 옛날에는 의원이 많지 않고 약값도 비싸서 백성들은 병이 나도 의원을 찾아가기 보다는 병에 걸린 것이 나쁜 귀신이라 여겨 이른 새벽 정화수 떠놓고 기도를 올리거나, 굿을 하거나, 부적을 붙여 귀신을 쫓았다니 더 큰일이네요. 더군다나 두창은 전염병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전염병 중에 하나로 조선시대에는 아직 전염병을 고치는 약도 없을 뿐더러 아무리 명의라 해도 순식간에 나라 곳곳에 퍼져나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가는 전염병에는 속수무책. 직접 지켜보는 준호와 민호의 심경은 하늘이 노래지는 거 같아요.

 

 지금까지 이곳저곳 백방으로 뛰어다녀도 과연 누구의 도움을 받기란 쉬운 일같지 않는데요. 상투가 허연 구암선생님이 황급히 약장에서 필요한 약재와 침과 쑥뜸도구를 챙겨 집을 나선 사이, 남아서 구암선생님의 심부름을 하게 된 수진은 마당의 멍석에 널려 있는 약초들을 꼼꼼히 살펴보며 냄새도 맡아보고 쌉싸름한 쑥 맛도 느껴봐요. 그리고 민호는 작은 작두로 싹둑, 뭔가를 썰어보고 영락없는 의원 댁 구경에 정신을 쏘옥 빼요. 한편 구암선생님을 도와서 그 처음 해보는 아궁이 불 피우고 가마솥 닦고 물 긷는 허드렛일을 마다않고 해내는 아이들이 대견. 

 

 거기에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같이 위중한 마을 사람들의 상황을 살피고 이집저집 정확한 병명을 조사하는 일도 능숙하게 돕지만 구암선생님은 어느새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만큼 아픈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어요. 그가 바로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없어도 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병을 증상별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치료법과 약 짓는 법을 알기 쉽게 내과, 외과를 비롯해 유행병, 부인과, 소아과 등의 질병, 약, 침, 뜸 등에 관한 내용을 총 25권의 책에 정리한 동의보감을 쓴 허준. 무엇보다 비싼 약값 때문에 여러가지 약을 쓸 수 없었던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 우리 산과 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 중심으로 한 가지 약만 써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법 등

 

  그의 오랜 의원 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15년에 걸쳐 완성한 책이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죠. 그것도 유네스코 세계기록 문화유산 가운데 의학 책은 동의보감이 유일. 다시금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리 겨레의 보물, 동의보감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높은 긍지를 느껴요. 또한 동의보감과 함께 조선 세종 때 쓰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학 책에 대한 관련 정보가 유용하고요. 조선시대 왕과 왕실 사람들을 진료하고 약을 짓고 의학책을 펴내는 관청인 내의원부터 궁에서 사용하는 약재를 관리하고 또 시험을 통해 의관을 뽑는 전의감과 이름만 들어선 헷갈리는 혜민서와 활인서의 하는 일을 잘 알고요. 

 

 허준과 같은 조선의 명의가 이렇게나 많은 줄 새삼 한 분, 한 분의 이력에 관심이 가네요. 특히 '허준' '마의' 같은 TV사극으로 익숙한 주인공들은 실존인물과 어떻게 다른지도 참 궁금하기도 하네요. 여전히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세 아이는 좀처럼 여행의 여운, 흥분이 가시지 않는데요.  그도 그럴것이 구암, 허준 선생님이 준호를 의원이 될 소질이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훌륭한 의원이 되기 위해서 어떤 자질을 가져야 하는 지 말씀하실 때 잠시만이라도 조선 최고의 명의 허준 옆에서 의술을 배울 기회를 놓친 게 못내 아쉬운 준호예요. '날마다 우리 집에 와서 의술도 배우고 내 일을 도울 생각이 없느냐?' 얼마나 가슴 벅찬 감동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지 짐작이 가죠.

 

 민호역시 벌에 쏘여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릴 때 잔뜩 겁먹은 자신의 이마에 직접 침을 놓은 분이 허준 선생님이란 게 평소 침 맞는 거 좋아하는 엄마에게라도 마구마구 자랑하고픈 아이 마음이 이해가요. 그래서 더 똑같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준호, 민호 형제의 신기한 역사여행에 빠져드는 거 같아요. 이번 추운 겨울방학에 다른 마법의 두루마리 시리즈의 조선이야기도 함께 읽으면 좋겠어요. 여기,  당당히 역사 지식을 겨루보는 마법의 두루마리 역사 원정대 반쪽티켓이 있어요. 도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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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을 잇는 다리, 이순신 대교 - 교량공학자 반가워요, 공학자 2
서지원 지음, 권송이 그림, 김호경 멘토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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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7년 착공된 부산과 영도를 잇는 유일한 교량인 부산 영도다리가 다리를 들었다 내리는 기계가 낡고 다리에 연결된 수도관 문제로 그 기능을 멈춘지 47년만에 다시 다리 상판을 들어 올리는 도개기능이 복원되면서 새로운 부산의 관광명소로 주목. 부산이 고향인 저로서도 무척 기분 좋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요. 부산을 대표하는 광안대교외 또 하나의 상징적인 다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않을까 큰 기대를 해봐요. 그런 점에서 우리 생활의 편의를 제공하는 사회 기반 시설인 교량이 한 도시의 랜드마크로 유명한 곳이 참 많죠.

 

 주니어김영사「반가워요 공학자」시리즈, <내 꿈을 잇는 다리 이순신대교>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현수교인 이순신대교를 두고 교량에 관한 다양한 과학 상식도 익히고 나아가 미래 교량공학자를 꿈꾸는 직업탐구의 기회도 주네요.  보통 처음에는 또래친구들처럼 교량공학자에 대해 잘 모르던 주인공 순신이가 자신의 이름과 똑같은 이순신장군을 만나고 어떻게 교량공학자 꿈을 꾸게 되는지, 땅꼬마 쑤신이를 빨리 만나러 가요. 저 멀리 광양 앞바다에 광양과 여수를 연결하는 다리 건설 공사가 한창인데 벌써 몇 년째 계속되는 공사는 언제 완공될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들리는 소문에는 공사장 주변 바다에 유령들이 득실거린다는 소문이 무성해요. 그것도 임진왜란 때 죽은 왜적 유령이 나타나 공사를 방해하기때문에 다리가 빨리 완공되지 못하는 거라니 매일같이 먼 바다에 뚝, 끊긴 다리를 보는 기분이 오싹하겠어요. 그런데 순신이네 민박집 한 손님이 그 유령소문에 크게 관심을 보여요. 알고보니 그 아저씨가 순신이와 부모님이 떨어져 있는 여수와 광양을 잇는 다리를 만드는 사람, 교량공학자였던 거. 지난 4년 쉬지 않고 다리 공사를 해온 터라 잠시 휴가가 필요했던 거였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보기에는 총 길이 2260미터, 폭 25.7미터 왕복 4차선 가진 그 엄청난 다리 공사가 더디게 보였을 지도 모르고요.

 

 그를 바라보는 순신이의 마음도 마찬가지. 하루 빨리 공사가 끝나서 다리가 완성되면 이동시간이 기존 80분에서 10분으로 줄면 보고싶은 엄마, 아빠를 금방 만날 수 있으니 휠씬 좋겠죠. 그럼, 교량의 역할이나 교량공학자는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봐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 많고 많은 섬을 연결하는 다리는 주로 사람뿐 아니라 자동차, 기차, 전철과 같은 편리한 교통수단 이동, 생활에 꼭 필요한 공산품, 전기, 물, 인터넷도 안전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다리를 설계하는 감독관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 그러니깐 하나의 다리를 지으려면 구조나 지반, 재료 등 다양한 영역의 공학 기술이 필요한데 

 

 교량공학자는 각 분야의 전문 공학자와 협력해 다리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과정을 책임지는 직업이네요. 과거에는 단단한 나무와 돌이 주된 재료였다면 근대 산업혁명이후 도시로 많은 물자를 운반하기 위해 많은 다리가 놓이면서 보다 길면서도 안전한 다리를 빨리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다리 만드는 공법도 개발. 시대에 따라 교량의 재료나 모양, 만드는 방법도 엄청나게 발전한 셈이에요. 그건 교량공학자가 들려주는 우리나라 옛날 다리의 아치형 돌다리, 대표적인 널다리인 살곶이 다리, 거더교 등 자세한 사진설명이 나와있어 비교가 쉬워요.
 
 학창시절 수학여행 추억이 깃든 경주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가 불국사 대웅전 앞 자하문으로 오르는 아치형 다리였다니 몰랐네요. 그리고 오늘날 콘크리트와 강철을 주재료로 한 현대식 다리 시대를 이끈 토마스 텔퍼드가 얼마나 세계적인 교량공학자인지 그의 업적을 보면 대단히 놀라워요. 그런데 이 책에선 성가실 정도로 질문이 많은 수다쟁이 유령으로 나와 웃음을 자아내요. 재잘재잘 토마스 할아버지의 소시적 다리 얘기를 듣는 순신이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곤 해요. 다음날, 학교 강당에서 교량공학자 백건우 박사님의 강연이 있을때 강연에 앞서 알쏭달쏭 다리에 대한 퀴즈도 잘 맞춰요.

 

 아마도 밤마다  토마스 할아버지에게 들은 얘기가 순신이에게는 힌트가 되었나봐요. 그 어려운 퀴즈도 척척 선생님이 준비한 아크릴 상자에 든 근사한 다리 모형은 순신이 차지. 특별히 직접 다리 건설 현장을 보여주겠다는 선생님의 호의에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아요. 거기에 우리나라와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다리 구경에 시선을 확 사로잡는 최고 수준의 화려하고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 우리나라 인천대교, 한강을 가로지르는 가장 긴 방화대교, 밤이면 10만 가지 이상의 조명이 화려하게 수놓아 '다이아몬드 다리'라 불리는 부산 광안대교, 다리 1층은 사람과 자전거 도로로 2층은 자동차가 다니는 구조가 인상적인 거금대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금문교로 더 알려진 골든케이트교, 특별하게 다리 기둥 하나가 박물관과 전망대로 꾸며진 호주의 하버교 등 각각의 세계적인 다리가 어떤 형식으로 지어졌는지 작품이 따로 없어요. 자신또한 그런 멋진 다리를 짓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 설렌다는 순신이의 마음이 이해가 돼요. 다리 계획 단계에서 어떤 형식으로 만들지 결정짓는 것부터 설계도도 달라지고 시공방식도 달라지는 과정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 공동의 작업인지 잘 알겠어요.

 

 그 중 현수교와 사장교의 차이, 오직 주탑을 중심으로 마치 돛단배의 돛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교각 위에 비스듬히 경사진 케이블로 상판을 연결하고 좌우대칭 팽팽하게 잡아당겨 균형을 유지하는 힘으로 다리가 완성된다는 게 엄청 신기해요. 아무리 사전에 바다또는 주변 기상변화를 조사했다고는 하나 이번 필리핀 하이옌과 같은 초특급 태풍에 바다 한가운데 우두커니 놓여진 다리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도 드는데요. 여기, 여수 앞바다에 죽은 왜적들이 만들어낸 엄청난 원한의 태풍도 굳건히 지켜내는 이순신 장군을 모습을 보니 실제 다리에 영향을 미치는 과학적 원리보다 왠지 모를 믿음이 더 가요. 

 

 더욱이 실제 이순신대교가 있는 여수시 묘도와 광양시 금호동 사이의 바다는 임진왜란 때 노량해전이 펼쳐진 노량해협 근처라서 꼭 이 책의 이야기가 실화같게 느껴져 재밌어요.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에는 어떤 다리가 놓을지 한번 상상해 보는 것도 즐겁고요. 미래에 철, 콘크리트가 아닌 유리섬유나 강화플라스틱 같은 특수한 소재로 만들어진 투명한 다리여도 좋고, 다리 위 나무와 숲길을 만들어 산책할 수 있거나 스릴만점 롤러코스터같은 신나는 놀이기구형 다리여도 참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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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의 탄생 일공일삼 91
유은실 지음, 서현 그림 / 비룡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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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눈에 반해 결혼한 부부에게 서로 꿈꾸는 결혼생활과 다른 남편의 버릇, 아내의 모습보다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게 가장 큰 고민. 어느 날 남편이 황금빛 똥이 변기에 가득 쌓이는 태몽을 꾸고 결혼15년 만에 귀한 아기가 생긴 걸 알고 부부는 기뻤죠. 게다가 병원에서 가르쳐 준 출산 예정일은 행운의 7이 두개나 겹치는 7월 7일. 아내가 으레 황금색 꿈이 행운의 금덩어리로 오해할 정도로 남편은 차마 아내의 얼굴에 대고  황금색 똥꿈에 대한 사실을 말할 수 없었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자랐고 아내는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면 좋을까 태교에서 신경썼어요. 그리고 드디어 7월 7일 새벽 0시 4분에 부모의 엄청난 기대를 안고 건강한 아들이 태어났지요. 부부는 아이 이름을 '1등하는 수재'가 되란 뜻의 일수란 이름을 지었어요. 백일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이름만 봐도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넘치는지 잘 알겠어요. "자장자장 우리 아가, 우리아가 잘도 잔다. 수재되어 돈 잘 벌고 돈방석에 앉혀다오..자장자장 백점 일등, 자장자장 일등 수재."

 

 엄마는 아들 똥이 돈으로 보이는 행복으로 자장가 노래도 돈방석 노래로 바꿔 불렀어요. 하지만 일수 아버지의 생각은 아내랑 달랐어요. '혹시 나를 닮아서 공부를 못하면 어떡하지? 이름이 너무 거창한 거 아닐까?' 좀 평범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에 아내를 설득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일수 엄마는 일수가 적당히 잘 먹고 잘 크는 거 이상 애지중지 귀하게 키웠어요. 어느덧 일수는 무럭무럭 자라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일수 엄마는 흐뭇했지요. 일수가 1학년 첫 시험에서 100점, 두번 째, 세번 째 시험도 모두 100점을 받았어요. 그런데 백점은 거기까지.

 

 받침있는 글자 받아쓰기가 시작된 다음부터는 날마다 연습을 해도 100점 맞지 못했어요. 학교에서 유일한 말썽은 코딱지를 너무 많이 파서 콧속이 허는 거외 선생님뿐 아니라 동네 아이들도 일수가 있는 듯 없는 듯한 조용한 아이, 특별히 잘하는 것도 눈에 띄는 것도 없는 평범한 아이로 그의 존재를 까먹기 일쑤였죠. 그나마 동네아이들은 초등학교 앞 일수네 문구점에서 공짜로 얻어먹는 불량식품때문에 일수를 놀이에 끼워주기도 하고 해마다 일수 생일잔치는 동네잔치 수준으로 먹을 게 많았죠. 하지만 더 이상 약간의 공짜 불량식품도 통하지 않는 고학년에 접어 들어서는 그저 '완벽하게 보통'인 일수의 학교생활이 좀 나아지는 듯 처음으로 특별활동부 서예부 선생님께 소질있다는 칭찬을 들어요.

 

 틈만 나면 떠들고, 준비물 안 챙겨오고 붓으로 낙서하고, 먹물로 장난치는 아이들 사이에서 말썽 한번 안 피우는 일수는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아요. 실력이 나날이 발전하진 않았지만 일수에게도 꿈이 생겼어요. 그리고 개교 30주년 기념 전시회에 서예부 대표로 일수의 작품이 전시. 일수 엄마는 아들의 작품을 자랑스러워하며 이 다음에 한석봉 뺨치는 명필이 될 거라 확신에 차 일수를 데리고 동네 최고 명필을 찾아가는데 과연 일수는 어머니의 기대대로 한석봉같은 최고의 명필이 될 수 있을지 이야기는 저 어렸을때 밤마다 화장실 귀신이 나타나 빨간 휴지줄까? 파란 휴지 줄까? 공포에 떨었던 옛날이야기를 듣는 거 같은 재미가 가득해요.  

 

 초등 3학년, 저희집 아들역시 유치원때부터 줄곧 변함없었던 축구선수에 대한 꿈을 초등학교 입학해서 특별활동부로 축구부에 들던 때가 겹쳐 보이더군요. 그야말로 운동장에 비가 와서 축구를 할 수 없는 날 빼고는 늘 축구공을 가지고 놀았던 저희 아들은 주위에서도 축구꿈나무쯤 인정하는 눈치. 내심 이러다 국가대표같은 훌륭한 축구선수가 될 지 모른다는 기대도 가졌었죠. 그러나 축구부 특별활동 시간에 운동장에서 편을 나눠 축구 경기라도 할라치면 공을 쫓아 열심히 뛰는 게 아니라 상대편 골대 앞에서 웅크리고 앉아 흙장난 하다 공이 패스해 오면 그제야 슛만 하는 아들을 보고 일찌감치 아들에 대한 헛된 기대는 미련없이 접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더 남들이 뭐라 건 아들밖에 모르는 일수 엄마를 보며 내내 일수 아버지 마음같았어요. 더욱이 자신이 잘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일수의 마음이 한없이 불편하다는 걸 알고나서는 더 그러하죠. 이제 그만 좀 아들에 대해 기대를 접을 만한데..아무리 부탁해도 아들 자랑을 멈추지 않는 엄마는 포기란 모르네요. 그도 그럴것이 과거에는 자식 하나만 보고 억척스럽게 살아 온 우리 부모님이 자식을 훌륭하게 키워내는 헌신적인 사랑으로 느껴졌다면 오늘날은 아이 스스로 뭐 하나 결정하지 못하는 잘못된 부모교육을 꼬집는 듯해서 뜨끔하네요. 

 

 하지만 일수 엄마가 남편의 충고에 따라서 아들에 대한 기대를 접는 순간, 삼십 분도 되기 전에 원래 마음으로 돌아오는 장면만 봐도 예나 지금이나 부모에게 자식의 미래는 살아가는 희망이고 전부란 생각이 드네요. 아무리 지나친 부모 사랑이 자식에게 독이 된다해도 부모는 그 희망으로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버티고 살아가는 힘이 되니까요. 소위 못난 자식일수록 부모는 더 억척스럽게 이 악물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거 같아요. 반면에 주인공 일수와 한글자만 다른 일석이는 일수가 가장 부러워하는 소위 잘난 친구. 커서 어엿한 일석반점 주방장 사장님이 돼서 특별한 메뉴개발에 여념이 없는 일석이라도 묘하게 일수와 같은 고민에 힘들어해요. 

 

 마치 서예 학원 원장이 일수에게 했던 말이 메아리가 되어 우리 자신에게 되물어요. "나는 누구인가? 네 쓸모는 누가 정하는가?" 그리고 내 아이의 쓸모는 누가 정하는가? 이미 부모의 절대권력으로 자식을 손아귀에 쥐고 흔들어도 절대 겉으로 드러내지 마세요. 부모의 기대가 크면 클 수록 내 아이의 작은 실수도 엄청난 시련이 될 수 있는 만큼 아이 스스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게 어떤 대단하고 특별하게 중요한 기대에도 너무 기대지 마시고 묵묵히 지켜봐주세요. 한편, 가훈업자 일수씨처럼 올해도 얼마남지 않은 12월에 다가오는 새해를 뜻깊게 맞이하는 자신만의 가훈찾기에 도전해 보는 것도 나를 찾는 여행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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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티미 1 - 몽땅 실패 주식회사 456 Book 클럽
스테판 파스티스 글.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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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주니어 456북클럽 <명탐정 티미 ①몽땅 실패 주식회사>는 타고난 명석한 두뇌, 사건을 해결하는 예리한 분석력, 추리력을 갖춘 뛰어난 탐정이 오히려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로 소름돋는 기상천외한 꼬마 명탐정이 나타났어요. 그의 이름이 티미 실패. 원래 성과 다르게 티미를 부르는데는 본인만 모를 뿐 그럴만한 이유가 다 있어요. 일단 자기 이름을 내건 탐정회사의 창업자이자, 대표이사, 최고 경영자인 티미 앞에서는 절대 '실패'가 들어간 농담은 참아주시길...아마도 이 책을 다 읽을때쯤 '실패'란 단어가 얼마나 티미에게 어울리지 않은 단어인가를 잘 아실 거 같아요.

 

 그럼 그가 말하는 위대한 탐정 회사의 성공기를 시작하기 전에 <몽땅 실패 주식회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업자를 소개할 차례. 그 만남부터가 남다른 먹방을 자랑하는 북극곰, 몽땅이에 대해 보통 주인에게 사랑을 받는 똑똑한 애완동물과 다른 차원의 동업자 관계가 배꼽을 잡아요. 그런데 후덜덜 탐정 체면이 말이 아니에요. 어딘가 전혀 전문적이거나, 수준이 높거나,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 ㅋㅋㅋ

우헤헤 웃음을 자아내죠. 아니라 다를까 일단, 사건 의뢰가 들어오면 아무데서나 잠자기 좋아하는 몽땅이를 깨워 자신의 실패 전용차인 세그웨이를 타고, 동업자 몽땅이는 걸어서 늘 현장에 먼저 도착해 하는 어떤 행동이 문제예요. 

 

 아무리 지적인 탐정이미지를 고려해 몽땅이에게 고객의 쓰레기통을 뒤지면 안 된다고 타일러 보지만 이런 못마땅한 짓을 계속한다는 건 불만. 이쯤되면 몽땅 실패 주식회사 동업자가 아니라 일부러 회사 운영을 방해하는 훼방꾼인지 몰라요. 오죽하면 명탐정 티미가 성공을 위해 극복해야 할 많은 장애물 중 하나로 기록할 정도. 그나마 천만다행인 건, 엄마가 경품으로 탄 세그웨이 타는 법에 익숙하지 않은 티미때문에 늘 먼저 도착한 몽땅이가 쓰레기통에서 먹을 만한 것을 다 먹어 치울 시간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고객 현관문을 두드릴 즈음에 나란히 함께 고객을 맞을 수 있어요.푸핫!

 

 

 마침, 티미 전용 전화기로 사건을 의뢰한 같은 반 친구인 구나네 집에 도착한 두 사람은 구나의 안내를 받으며 범죄(?) 현장으로 이동. 다른 아이들처럼 핼러윈 날 받은 초콜릿을 다 잃어버린 구나는 침대 옆, 텅빈 탁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초콜릿으로 가득찬 호박모양 플라스틱 통에 들어 있던 초콜릿 종류를 정확히 하나도 빠짐없이 나열하기 시작하는데요. "마스바 두 개, 트윅스 한 개,..아몬드조이 열한 개, 스니커즈 다섯 개, 그리고 키세스 여덟 개." 그 사이, 덩치 큰 몽땅이가 또 사고를 치고 탐정 수사비 지불 방법에 대한 기본적인 고객상담이 잘 마무리되는 그 때, 

 

 구나의 동생 게이브의 방을 지나다 본 용의자의 모습은 누가 봐도 범인이 형 초콜릿을 몰래 훔쳐 먹은 동생인 걸 알겠네요. 하지만 게이브 얼굴에 초콜릿이 잔뜩 묻어 있고, 바닥에 초콜릿 껍질이 가득하고, 호박모양의 텅빈 플라스틱 통이 나뒹굴고 있는 결정적 단서에도 누구나 아는 뻔한 추리를 마다하는 명탐정 티미는 냉철함을 잃지 않아요. 그에 눈에 비친 게이브는 여느 집 동생이 그러하듯 잘 씻지 않아 지저분한 평소 모습인 거죠. 오히려 아무 단서없이 구나 초콜릿 사건에 진전이 없을 무렵 일명 '왕지저분' 게이브를 신문하기로 맘 먹은 티미는 게이브의 진술에서 아주 중요한 단서를 찾아내죠.

 

 그건 게이브가 형 초콜릿이 없어지던 날 밤..자기 방에서..우적우적 초콜릿을 먹은..결정적인 알리바이가 있다는 거. 그러니 구나 사건 수사 이틀째, 몽땅 실패 주식회사 본부에는 긴장감이 맴돌아요. 다름 아닌 몽땅 실패주식회사 사무실이 엄마 옷장 속에 있는 한, 질식할 듯 비좁은 사무실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만 해요. 사업을 하다보면 이런 일은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지난 주 저녁을 먹으면서 엄마와의 원격 회담은 매몰차게 거절. 상황만 더 어렵게 만들고 말았네요. 하는 수 없이 엄마를 상대로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법적인 조치를 연구해보려고 하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네요.푸헤!

 

 하지만 명탐정 티미는 이런 일시적인 문제따위에 전혀 굴하지 않아요. 으레 탐정 일이라는 게 그러하듯 속으로 구나 사건만 잘 해결하면 소문을 타고 탐정 수입이 어마어마해질 거라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죠. 바로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곳 새로 지은 높은 빌딩 꼭대기 층, 맘에 드는 사무실을 봐 둔 게 있나봐요. 아무튼 그때까진 임대료 0달러 조건에 맞춰 엄마 옷은 건드리지 않는 약속을 잘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그러니 몽땅 실패 주식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지켜온 원칙 하나가 사업상 '엄마에게 절대 비밀'인 게 이해가 돼죠.

 

 놀랍게도 그는 학교 조별시험에서 답안지에 나무대신 숲을 보는 큰 그림을 그릴 줄 알고 만일 지난번과 같이 자꾸 탐정사업에 운 나쁜 일이 생겨도 걱정하지 않는 이유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새로운 발명가가 될 수 있다는 그를 보면서 걱정은 잠시 접어두세요. 곧 그가 직접 만든 새로운 이동 수단, 몽땅차를 보면 더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을 테니까요. 비록 동업자는 수치심을 느낄지 언정 사업상 이마저 할 일이 남아 있는 것만도 감지덕지란 생각을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정말 기발해요. 

 

 마치 몇년 째 변함없는 5살의 정신세계로 사랑 받는 짱구 캐릭터보다 더 긍정의 아이콘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엉뚱한 매력이 딱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캐릭터 같죠. 계속되는 구나의 초콜릿 사건 말고도 죽은 햄스터 사건, 엄청난 두루마리 투척사건, 엄마가 가장 아끼는 세그웨이 분실 사건 등 앞으로 티미가 해결해야 할 사건이 산더미예요. 그중에서도 그 어떤 일보다 심각한 경쟁회사의 등장은 한때 은행이었던 크고 근사한 탐정 사무실에 비싼 망원 렌즈가 달린 카메라, 고성능 망원경, 숨길 수 있는 마이크 등 최신식 수사 장비를 갖추고도 실력은 옛 방식대로 수사를 고집하는 진정한 탐정이 보기에 그닥 형편없다는 평가.

 

 그럼에도 매번 '더 나은 탐정 사회 구현 위원회'에 보내는 불만 제기, 추가 조치에 대한 탄원서는 왜 자꾸만 쌓여만 가는지 알 수 없어요. 더 이상 엄마에게 한 거짓말도 탄로가 나버리고 학교에선 0점을 받고 몽땅 실패 주식회사 본부마저 아파트 복도로 쫓겨나고, 결국에는 동업자와 헤어지는 최악인 상황에도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이런 엉터리 오브 엉터리 탐정은 처음. 결코 실패를 모르는 명탐정 티미를 사랑할 수 밖에 없어요. 지금도 세상과 맞서 때론 정의롭고, 때론 고독하게 싸우는 어린 돈키호테의 모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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