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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을 잇는 다리, 이순신 대교 - 교량공학자 ㅣ 반가워요, 공학자 2
서지원 지음, 권송이 그림, 김호경 멘토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12월
평점 :
1937년 착공된 부산과 영도를 잇는 유일한 교량인 부산 영도다리가 다리를 들었다 내리는 기계가 낡고 다리에 연결된 수도관 문제로 그 기능을 멈춘지 47년만에 다시 다리 상판을 들어 올리는 도개기능이 복원되면서 새로운 부산의 관광명소로 주목. 부산이 고향인 저로서도 무척 기분 좋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요. 부산을 대표하는 광안대교외 또 하나의 상징적인 다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않을까 큰 기대를 해봐요. 그런 점에서 우리 생활의 편의를 제공하는 사회 기반 시설인 교량이 한 도시의 랜드마크로 유명한 곳이 참 많죠.
주니어김영사「반가워요 공학자」시리즈, <내 꿈을 잇는 다리 이순신대교>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현수교인 이순신대교를 두고 교량에 관한 다양한 과학 상식도 익히고 나아가 미래 교량공학자를 꿈꾸는 직업탐구의 기회도 주네요. 보통 처음에는 또래친구들처럼 교량공학자에 대해 잘 모르던 주인공 순신이가 자신의 이름과 똑같은 이순신장군을 만나고 어떻게 교량공학자 꿈을 꾸게 되는지, 땅꼬마 쑤신이를 빨리 만나러 가요. 저 멀리 광양 앞바다에 광양과 여수를 연결하는 다리 건설 공사가 한창인데 벌써 몇 년째 계속되는 공사는 언제 완공될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들리는 소문에는 공사장 주변 바다에 유령들이 득실거린다는 소문이 무성해요. 그것도 임진왜란 때 죽은 왜적 유령이 나타나 공사를 방해하기때문에 다리가 빨리 완공되지 못하는 거라니 매일같이 먼 바다에 뚝, 끊긴 다리를 보는 기분이 오싹하겠어요. 그런데 순신이네 민박집 한 손님이 그 유령소문에 크게 관심을 보여요. 알고보니 그 아저씨가 순신이와 부모님이 떨어져 있는 여수와 광양을 잇는 다리를 만드는 사람, 교량공학자였던 거. 지난 4년 쉬지 않고 다리 공사를 해온 터라 잠시 휴가가 필요했던 거였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보기에는 총 길이 2260미터, 폭 25.7미터 왕복 4차선 가진 그 엄청난 다리 공사가 더디게 보였을 지도 모르고요.
그를 바라보는 순신이의 마음도 마찬가지. 하루 빨리 공사가 끝나서 다리가 완성되면 이동시간이 기존 80분에서 10분으로 줄면 보고싶은 엄마, 아빠를 금방 만날 수 있으니 휠씬 좋겠죠. 그럼, 교량의 역할이나 교량공학자는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봐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 많고 많은 섬을 연결하는 다리는 주로 사람뿐 아니라 자동차, 기차, 전철과 같은 편리한 교통수단 이동, 생활에 꼭 필요한 공산품, 전기, 물, 인터넷도 안전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다리를 설계하는 감독관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 그러니깐 하나의 다리를 지으려면 구조나 지반, 재료 등 다양한 영역의 공학 기술이 필요한데
교량공학자는 각 분야의 전문 공학자와 협력해 다리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과정을 책임지는 직업이네요. 과거에는 단단한 나무와 돌이 주된 재료였다면 근대 산업혁명이후 도시로 많은 물자를 운반하기 위해 많은 다리가 놓이면서 보다 길면서도 안전한 다리를 빨리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다리 만드는 공법도 개발. 시대에 따라 교량의 재료나 모양, 만드는 방법도 엄청나게 발전한 셈이에요. 그건 교량공학자가 들려주는 우리나라 옛날 다리의 아치형 돌다리, 대표적인 널다리인 살곶이 다리, 거더교 등 자세한 사진설명이 나와있어 비교가 쉬워요.
학창시절 수학여행 추억이 깃든 경주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가 불국사 대웅전 앞 자하문으로 오르는 아치형 다리였다니 몰랐네요. 그리고 오늘날 콘크리트와 강철을 주재료로 한 현대식 다리 시대를 이끈 토마스 텔퍼드가 얼마나 세계적인 교량공학자인지 그의 업적을 보면 대단히 놀라워요. 그런데 이 책에선 성가실 정도로 질문이 많은 수다쟁이 유령으로 나와 웃음을 자아내요. 재잘재잘 토마스 할아버지의 소시적 다리 얘기를 듣는 순신이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곤 해요. 다음날, 학교 강당에서 교량공학자 백건우 박사님의 강연이 있을때 강연에 앞서 알쏭달쏭 다리에 대한 퀴즈도 잘 맞춰요.
아마도 밤마다 토마스 할아버지에게 들은 얘기가 순신이에게는 힌트가 되었나봐요. 그 어려운 퀴즈도 척척 선생님이 준비한 아크릴 상자에 든 근사한 다리 모형은 순신이 차지. 특별히 직접 다리 건설 현장을 보여주겠다는 선생님의 호의에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아요. 거기에 우리나라와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다리 구경에 시선을 확 사로잡는 최고 수준의 화려하고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 우리나라 인천대교, 한강을 가로지르는 가장 긴 방화대교, 밤이면 10만 가지 이상의 조명이 화려하게 수놓아 '다이아몬드 다리'라 불리는 부산 광안대교, 다리 1층은 사람과 자전거 도로로 2층은 자동차가 다니는 구조가 인상적인 거금대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금문교로 더 알려진 골든케이트교, 특별하게 다리 기둥 하나가 박물관과 전망대로 꾸며진 호주의 하버교 등 각각의 세계적인 다리가 어떤 형식으로 지어졌는지 작품이 따로 없어요. 자신또한 그런 멋진 다리를 짓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 설렌다는 순신이의 마음이 이해가 돼요. 다리 계획 단계에서 어떤 형식으로 만들지 결정짓는 것부터 설계도도 달라지고 시공방식도 달라지는 과정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 공동의 작업인지 잘 알겠어요.
그 중 현수교와 사장교의 차이, 오직 주탑을 중심으로 마치 돛단배의 돛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교각 위에 비스듬히 경사진 케이블로 상판을 연결하고 좌우대칭 팽팽하게 잡아당겨 균형을 유지하는 힘으로 다리가 완성된다는 게 엄청 신기해요. 아무리 사전에 바다또는 주변 기상변화를 조사했다고는 하나 이번 필리핀 하이옌과 같은 초특급 태풍에 바다 한가운데 우두커니 놓여진 다리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도 드는데요. 여기, 여수 앞바다에 죽은 왜적들이 만들어낸 엄청난 원한의 태풍도 굳건히 지켜내는 이순신 장군을 모습을 보니 실제 다리에 영향을 미치는 과학적 원리보다 왠지 모를 믿음이 더 가요.
더욱이 실제 이순신대교가 있는 여수시 묘도와 광양시 금호동 사이의 바다는 임진왜란 때 노량해전이 펼쳐진 노량해협 근처라서 꼭 이 책의 이야기가 실화같게 느껴져 재밌어요.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에는 어떤 다리가 놓을지 한번 상상해 보는 것도 즐겁고요. 미래에 철, 콘크리트가 아닌 유리섬유나 강화플라스틱 같은 특수한 소재로 만들어진 투명한 다리여도 좋고, 다리 위 나무와 숲길을 만들어 산책할 수 있거나 스릴만점 롤러코스터같은 신나는 놀이기구형 다리여도 참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