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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티미 1 - 몽땅 실패 주식회사 ㅣ 456 Book 클럽
스테판 파스티스 글.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10월
평점 :
시공주니어 456북클럽 <명탐정 티미 ①몽땅 실패 주식회사>는 타고난 명석한 두뇌, 사건을 해결하는 예리한 분석력, 추리력을 갖춘 뛰어난 탐정이 오히려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로 소름돋는 기상천외한 꼬마 명탐정이 나타났어요. 그의 이름이 티미 실패. 원래 성과 다르게 티미를 부르는데는 본인만 모를 뿐 그럴만한 이유가 다 있어요. 일단 자기 이름을 내건 탐정회사의 창업자이자, 대표이사, 최고 경영자인 티미 앞에서는 절대 '실패'가 들어간 농담은 참아주시길...아마도 이 책을 다 읽을때쯤 '실패'란 단어가 얼마나 티미에게 어울리지 않은 단어인가를 잘 아실 거 같아요.
그럼 그가 말하는 위대한 탐정 회사의 성공기를 시작하기 전에 <몽땅 실패 주식회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업자를 소개할 차례. 그 만남부터가 남다른 먹방을 자랑하는 북극곰, 몽땅이에 대해 보통 주인에게 사랑을 받는 똑똑한 애완동물과 다른 차원의 동업자 관계가 배꼽을 잡아요. 그런데 후덜덜 탐정 체면이 말이 아니에요. 어딘가 전혀 전문적이거나, 수준이 높거나,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 ㅋㅋㅋ
우헤헤 웃음을 자아내죠. 아니라 다를까 일단, 사건 의뢰가 들어오면 아무데서나 잠자기 좋아하는 몽땅이를 깨워 자신의 실패 전용차인 세그웨이를 타고, 동업자 몽땅이는 걸어서 늘 현장에 먼저 도착해 하는 어떤 행동이 문제예요.
아무리 지적인 탐정이미지를 고려해 몽땅이에게 고객의 쓰레기통을 뒤지면 안 된다고 타일러 보지만 이런 못마땅한 짓을 계속한다는 건 불만. 이쯤되면 몽땅 실패 주식회사 동업자가 아니라 일부러 회사 운영을 방해하는 훼방꾼인지 몰라요. 오죽하면 명탐정 티미가 성공을 위해 극복해야 할 많은 장애물 중 하나로 기록할 정도. 그나마 천만다행인 건, 엄마가 경품으로 탄 세그웨이 타는 법에 익숙하지 않은 티미때문에 늘 먼저 도착한 몽땅이가 쓰레기통에서 먹을 만한 것을 다 먹어 치울 시간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고객 현관문을 두드릴 즈음에 나란히 함께 고객을 맞을 수 있어요.푸핫!
마침, 티미 전용 전화기로 사건을 의뢰한 같은 반 친구인 구나네 집에 도착한 두 사람은 구나의 안내를 받으며 범죄(?) 현장으로 이동. 다른 아이들처럼 핼러윈 날 받은 초콜릿을 다 잃어버린 구나는 침대 옆, 텅빈 탁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초콜릿으로 가득찬 호박모양 플라스틱 통에 들어 있던 초콜릿 종류를 정확히 하나도 빠짐없이 나열하기 시작하는데요. "마스바 두 개, 트윅스 한 개,..아몬드조이 열한 개, 스니커즈 다섯 개, 그리고 키세스 여덟 개." 그 사이, 덩치 큰 몽땅이가 또 사고를 치고 탐정 수사비 지불 방법에 대한 기본적인 고객상담이 잘 마무리되는 그 때,
구나의 동생 게이브의 방을 지나다 본 용의자의 모습은 누가 봐도 범인이 형 초콜릿을 몰래 훔쳐 먹은 동생인 걸 알겠네요. 하지만 게이브 얼굴에 초콜릿이 잔뜩 묻어 있고, 바닥에 초콜릿 껍질이 가득하고, 호박모양의 텅빈 플라스틱 통이 나뒹굴고 있는 결정적 단서에도 누구나 아는 뻔한 추리를 마다하는 명탐정 티미는 냉철함을 잃지 않아요. 그에 눈에 비친 게이브는 여느 집 동생이 그러하듯 잘 씻지 않아 지저분한 평소 모습인 거죠. 오히려 아무 단서없이 구나 초콜릿 사건에 진전이 없을 무렵 일명 '왕지저분' 게이브를 신문하기로 맘 먹은 티미는 게이브의 진술에서 아주 중요한 단서를 찾아내죠.
그건 게이브가 형 초콜릿이 없어지던 날 밤..자기 방에서..우적우적 초콜릿을 먹은..결정적인 알리바이가 있다는 거. 그러니 구나 사건 수사 이틀째, 몽땅 실패 주식회사 본부에는 긴장감이 맴돌아요. 다름 아닌 몽땅 실패주식회사 사무실이 엄마 옷장 속에 있는 한, 질식할 듯 비좁은 사무실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만 해요. 사업을 하다보면 이런 일은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지난 주 저녁을 먹으면서 엄마와의 원격 회담은 매몰차게 거절. 상황만 더 어렵게 만들고 말았네요. 하는 수 없이 엄마를 상대로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법적인 조치를 연구해보려고 하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네요.푸헤!
하지만 명탐정 티미는 이런 일시적인 문제따위에 전혀 굴하지 않아요. 으레 탐정 일이라는 게 그러하듯 속으로 구나 사건만 잘 해결하면 소문을 타고 탐정 수입이 어마어마해질 거라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죠. 바로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곳 새로 지은 높은 빌딩 꼭대기 층, 맘에 드는 사무실을 봐 둔 게 있나봐요. 아무튼 그때까진 임대료 0달러 조건에 맞춰 엄마 옷은 건드리지 않는 약속을 잘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그러니 몽땅 실패 주식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지켜온 원칙 하나가 사업상 '엄마에게 절대 비밀'인 게 이해가 돼죠.
놀랍게도 그는 학교 조별시험에서 답안지에 나무대신 숲을 보는 큰 그림을 그릴 줄 알고 만일 지난번과 같이 자꾸 탐정사업에 운 나쁜 일이 생겨도 걱정하지 않는 이유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새로운 발명가가 될 수 있다는 그를 보면서 걱정은 잠시 접어두세요. 곧 그가 직접 만든 새로운 이동 수단, 몽땅차를 보면 더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을 테니까요. 비록 동업자는 수치심을 느낄지 언정 사업상 이마저 할 일이 남아 있는 것만도 감지덕지란 생각을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정말 기발해요.
마치 몇년 째 변함없는 5살의 정신세계로 사랑 받는 짱구 캐릭터보다 더 긍정의 아이콘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엉뚱한 매력이 딱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캐릭터 같죠. 계속되는 구나의 초콜릿 사건 말고도 죽은 햄스터 사건, 엄청난 두루마리 투척사건, 엄마가 가장 아끼는 세그웨이 분실 사건 등 앞으로 티미가 해결해야 할 사건이 산더미예요. 그중에서도 그 어떤 일보다 심각한 경쟁회사의 등장은 한때 은행이었던 크고 근사한 탐정 사무실에 비싼 망원 렌즈가 달린 카메라, 고성능 망원경, 숨길 수 있는 마이크 등 최신식 수사 장비를 갖추고도 실력은 옛 방식대로 수사를 고집하는 진정한 탐정이 보기에 그닥 형편없다는 평가.
그럼에도 매번 '더 나은 탐정 사회 구현 위원회'에 보내는 불만 제기, 추가 조치에 대한 탄원서는 왜 자꾸만 쌓여만 가는지 알 수 없어요. 더 이상 엄마에게 한 거짓말도 탄로가 나버리고 학교에선 0점을 받고 몽땅 실패 주식회사 본부마저 아파트 복도로 쫓겨나고, 결국에는 동업자와 헤어지는 최악인 상황에도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이런 엉터리 오브 엉터리 탐정은 처음. 결코 실패를 모르는 명탐정 티미를 사랑할 수 밖에 없어요. 지금도 세상과 맞서 때론 정의롭고, 때론 고독하게 싸우는 어린 돈키호테의 모습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