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공동체>의 저자는 민족을 상상하게 하는 기제로써 지도 센서스를 들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논리의 연장에서 일제 식민지기 센서스를 통해 일본의 식민통치의 논리와 한국의 식민지 근대의 형성을 고찰하고 있다. 근대적 장치로서의 '통계'가 서구에서 일본으로 수용된 과정 그리고 그것이 식민지 조선에 도입되어 활용된 과정을 문제 삼으면서 일본의 센서스가 가진 의도와 그것의 실제적 활용을 논의한다. 지식을 독점한다는 것이 권력의 획득과 관련된다는 푸코의 논리는 식민권력과 통계의 논리를 이해는 거멀못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큰 연구로 나아가기 위한 작은 시작인만큼 보다 구체적인 후속 논의가 기대되는 작업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식민지기 사상운동의 두 가지로 민족주의 계열과 사회주의 계열로 구분하는 것은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 중에서도 민족주의 우파 계열의 논리에 큰 영향을 끼친 '사회진화론'을 분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구에서의 사회진화론은 <생존 경쟁론>, <유기체론>, <진화론>의 세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 특히 생물학적 다위니즘을 사회철학으로 정립시킨 스펜서는 경쟁을 긍정하는 자본주의 논리를 합리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서구에서의 사회진화론은 인종주의와 결합하여 백인우월주의를 긍정하는 논리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국에서 사회진화론은 개화, 근대화, 문명화의 논리로써 우승열패, 적자생존의 세계적 흐름인 제국주의 시대의 대응 논리로써 받아들여졌다. 이때 국가와 인종이 생존경쟁의 기본 단위로 설정되었으며, 문명화의 방법으로 도입된 것은 '모방', 특히 교육과 식산을 중심으로 한 서구 열강의 모방이었다. 진화의 방법은 생존경쟁에 의한 자연도태와 선택에 의한 인위도태의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리는 갈톤의 우생학에 영향받은 인위도태론에 큰 영향을 받았다. 또 대한제국기의 한국사회는 자유주의 조류와 국가주의 조류 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리는 국가유기체론의 입장에서 개인주의의 가치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경쟁의 주체를 대한제국기에는 국가로 설정했으며 병합 후에는 민족 구성원 각 개인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진화의 주체 역시 대한제국기에는 소영웅을 병합후에는 중추계급으로 설정하였다. 선행연구에서는 경쟁의 주체를 민족이냐 국가냐로 구분해 전자의 경우 병합후 진화를 위해 계속 노력을 해 나간 민권론 계열의 해외 독립운동파를 지목할 수 있다면 후자의 경우는 병합후 패배주의로 흘러 친일의 길로 나아간 국권론 계열로 지복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니까 한국 사회진화론의 특징은 '인위도태론'과 '국가주의'를 꼽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머리말은 <친일문학론>의 저자 임종국에게 바쳐지고 있다. 제1부의 '사상선택은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대해 김윤식은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논리를 빌어 관계의 절대성을 통해 사상의 상대성을 벗어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곧 사상의 상대성이라는 관점에 설 때, '전쟁 책임론', '전향론'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의 윤리적 가치는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연장선의 논의로 '친일' 또한 선이냐 악이냐 하는 윤리적 가치 평가로 재단될 수 없다는 것이다.김윤식은 일제 말기를 살았던 한국 작가들을 이중어 글쓰기, 즉 일본어 글쓰기의 문제를 통해 세 가지 형식으로 분류한다. 이때 창씨개명의 여부는 중요한 척도로 기능하는데 창씨개명의 논리와 함께 창씨개명을 적극적으로 행했던 이광수의 경우를 이중어 글쓰기의 1형식이라 지목한다. 그것은 이것 저것을 깊이 고려한 논리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혼'의 이끌림이었다는 측면에서 다른 이중어 글쓰기와 구별된다. 이효석과 유진오로 분류되는 이중어 글쓰기의 2형식은 '혼'의 문제가 아닌만큼 청씨개명의 문제가 그리 심각할 필요가 없었지만 대신 논리적 복접성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들 1, 2형식과 구별되는, 그러니까 논리적 단순성과 복잡성, 혼의 문제와 논리의 문제를 다함께 아우르는 제3의 이중어 글쓰기에 최재서가 있다.이 책은 대체로 이러한 논리적 골격을 통해 일제 말기의 이중어 글쓰기의 의미를 되돌아 보고 있는 저서라 할 수 있다. 이는 친일을 선/악 이분법의 논리로 접근하는 감정적이고 추상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논리적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으며 그런 작업의 선구로서 임종국의 작업을 환기하고 있는 것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이광수의 주요 작품 중에서 단편과 중편을 묶은 선집이다. 이 작품집에 실린 작품들은 이광수의 자전적 사실들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식민지 근대라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준비론으로 대응했던 이광수의 논리를 확인하려던 나의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다. 이들 중단편들에는 물론 식민지 근대를 살았던 이광수의 삶의 논리가 내재해 있을지 모르지만 그보다는 인간 이광수의 체험적 삶의 논리가 두드러져 있다. 그야말로 '큰이야기' 보다는 '작은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광수 문학에 들어서는 길에는 여러 갈래가 있겠지만 이 책을 그 입구로 삼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여겨진다. 그리고 이들 중단편의 작품 의식이 장편소설에서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일도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조동일 교수가 쓴 '한국 소설의 이론'은 우리 문학의 자랑스런 성과라 할 수 있다. 서양이론의 무분별한 수입이 만연하고, 주체적인 문학이론의 바탕이 두텁지 못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한국의 소설작품을 분석함으로써 소설이 무엇인지를 명쾌한 문체로 설명하고 있다. 문헌 분석을 통해 소설이라는 용어의 의미 변화 과정과 서양에서 소설을 지칭하는 용어들을 관계를 살피면서 한국에서 소설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로 정착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갈래론을 통해 서사장르의 장르종으로서의 소설의 성격을 밝히고, 이기철학과의 관계를 통해 소설이 현실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소설이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발생하고 전개 되었는지를 분석하고, 특히 영웅소설의 작품 구조와 사회적 성격을 밝히는 과정에서 앞장에서 내세운 이론적 탐색의 소설적 적용을 총체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조동일의 이론은 루카치의 소설이론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고 있는것 처럼 보인다. 루카치는 헤겔의 역사철학을 수용하면서 소설의 유형을 '추상적 이상주의'와 '환멸의 낭만주의'로 나누고 이의 종합적 시도로써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를 설명한다. 뒤이어 소설의 전망으로서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를 주목했다. 여기서 조동일은 자아와 세계라는 철학적 주제를 문학이론에 적용하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그의 갈래론에서는 헤겔미학이 종종 인용되는데, 이 또한 자아와 세계의 관계를 비롯한 철학적 문학분석의 방법론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철학은 연역적 사고를 통해 현실의 일반적 원리를 찾아내려고 하는데, 이러한 방법의 강점을 받아들여 문학이라는 언어의 층위와 현실의 층위를 함께 연관짓고 있다. 이런 연관에서 문학의 갈래론을 이끌어 내고, 그기서 구체적인 장르종들을 분석하면서 역사적 상황에서 철학적 논리와 문학적 대응이 각각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밝혀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의 문학 방법론은 루카치 '소설의 이론'의 역사철학적 분석에서 영향받은바 큰 것이다. 조동일은 우리 문학에서 출발해 (특히 구비문학에서) 세계문학을 다시 쓰려는 방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철학사와 문학사의 흐름을 함께 고려하는 기본적인 연구 방법을 계속 정교하게 가다듬고 실제로 적용하고 있다. 우리 문학의 구체적 실상을 파악해서 나온 조동일의 이론은 탈식민지 시대의 전형적 모범이라 평해도 좋으리라. 앞으로의 그의 작업이 어떻게 매듭을 맺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