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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말기 한국 작가의 일본어 글쓰기론
김윤식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머리말은 <친일문학론>의 저자 임종국에게 바쳐지고 있다. 제1부의 '사상선택은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대해 김윤식은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논리를 빌어 관계의 절대성을 통해 사상의 상대성을 벗어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곧 사상의 상대성이라는 관점에 설 때, '전쟁 책임론', '전향론'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의 윤리적 가치는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연장선의 논의로 '친일' 또한 선이냐 악이냐 하는 윤리적 가치 평가로 재단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윤식은 일제 말기를 살았던 한국 작가들을 이중어 글쓰기, 즉 일본어 글쓰기의 문제를 통해 세 가지 형식으로 분류한다. 이때 창씨개명의 여부는 중요한 척도로 기능하는데 창씨개명의 논리와 함께 창씨개명을 적극적으로 행했던 이광수의 경우를 이중어 글쓰기의 1형식이라 지목한다. 그것은 이것 저것을 깊이 고려한 논리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혼'의 이끌림이었다는 측면에서 다른 이중어 글쓰기와 구별된다. 이효석과 유진오로 분류되는 이중어 글쓰기의 2형식은 '혼'의 문제가 아닌만큼 청씨개명의 문제가 그리 심각할 필요가 없었지만 대신 논리적 복접성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들 1, 2형식과 구별되는, 그러니까 논리적 단순성과 복잡성, 혼의 문제와 논리의 문제를 다함께 아우르는 제3의 이중어 글쓰기에 최재서가 있다.
이 책은 대체로 이러한 논리적 골격을 통해 일제 말기의 이중어 글쓰기의 의미를 되돌아 보고 있는 저서라 할 수 있다. 이는 친일을 선/악 이분법의 논리로 접근하는 감정적이고 추상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논리적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으며 그런 작업의 선구로서 임종국의 작업을 환기하고 있는 것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