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주요 작품 중에서 단편과 중편을 묶은 선집이다. 이 작품집에 실린 작품들은 이광수의 자전적 사실들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식민지 근대라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준비론으로 대응했던 이광수의 논리를 확인하려던 나의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다. 이들 중단편들에는 물론 식민지 근대를 살았던 이광수의 삶의 논리가 내재해 있을지 모르지만 그보다는 인간 이광수의 체험적 삶의 논리가 두드러져 있다. 그야말로 '큰이야기' 보다는 '작은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광수 문학에 들어서는 길에는 여러 갈래가 있겠지만 이 책을 그 입구로 삼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여겨진다. 그리고 이들 중단편의 작품 의식이 장편소설에서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일도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