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의 이론
조동일 지음 / 지식산업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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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일 교수가 쓴 '한국 소설의 이론'은 우리 문학의 자랑스런 성과라 할 수 있다. 서양이론의 무분별한 수입이 만연하고, 주체적인 문학이론의 바탕이 두텁지 못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한국의 소설작품을 분석함으로써 소설이 무엇인지를 명쾌한 문체로 설명하고 있다.

문헌 분석을 통해 소설이라는 용어의 의미 변화 과정과 서양에서 소설을 지칭하는 용어들을 관계를 살피면서 한국에서 소설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로 정착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갈래론을 통해 서사장르의 장르종으로서의 소설의 성격을 밝히고, 이기철학과의 관계를 통해 소설이 현실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소설이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발생하고 전개 되었는지를 분석하고, 특히 영웅소설의 작품 구조와 사회적 성격을 밝히는 과정에서 앞장에서 내세운 이론적 탐색의 소설적 적용을 총체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조동일의 이론은 루카치의 소설이론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고 있는것 처럼 보인다. 루카치는 헤겔의 역사철학을 수용하면서 소설의 유형을 '추상적 이상주의'와 '환멸의 낭만주의'로 나누고 이의 종합적 시도로써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를 설명한다. 뒤이어 소설의 전망으로서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를 주목했다. 여기서 조동일은 자아와 세계라는 철학적 주제를 문학이론에 적용하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그의 갈래론에서는 헤겔미학이 종종 인용되는데, 이 또한 자아와 세계의 관계를 비롯한 철학적 문학분석의 방법론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철학은 연역적 사고를 통해 현실의 일반적 원리를 찾아내려고 하는데, 이러한 방법의 강점을 받아들여 문학이라는 언어의 층위와 현실의 층위를 함께 연관짓고 있다. 이런 연관에서 문학의 갈래론을 이끌어 내고, 그기서 구체적인 장르종들을 분석하면서 역사적 상황에서 철학적 논리와 문학적 대응이 각각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밝혀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의 문학 방법론은 루카치 '소설의 이론'의 역사철학적 분석에서 영향받은바 큰 것이다.

조동일은 우리 문학에서 출발해 (특히 구비문학에서) 세계문학을 다시 쓰려는 방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철학사와 문학사의 흐름을 함께 고려하는 기본적인 연구 방법을 계속 정교하게 가다듬고 실제로 적용하고 있다.

우리 문학의 구체적 실상을 파악해서 나온 조동일의 이론은 탈식민지 시대의 전형적 모범이라 평해도 좋으리라. 앞으로의 그의 작업이 어떻게 매듭을 맺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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