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든 공산당 선언 세계를 뒤흔든 선언 1
데이비드 보일 지음, 유강은 옮김 / 그린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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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선언>이라는 위대한 문건을 나는 박종철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나온 책으로 읽었다. 그리고 이 책으로 다시 읽었다. <공산당 선언>은 짧지만 당시의 복잡한 역사적 맥락을 함축하고 있어서 쉽게만은 읽을 수 없는 글이다. <세계를 뒤흔든 공산당 선언>은 바로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한 안내서다. 공산당 선언과 관련된 역사적 컨텍스트들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알려주는 안내서의 구실을 한다.

하지만 그 안내는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그 설명이라는 것이 너무 단순하고 소박해서 <공산당 선언>의 주석서로 읽기엔 부족함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짧은 설명으로 <공산당 선언>에 대한 배경설명보다 마르크스주의 역사 자체를 정리하려는 그 무모함이다.

<공산당 선언>에 대한 가장 친절한 해설서로는 <선언 150년 이후>라는 책과 강유원의 것을 들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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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든 열흘
존 리드 지음, 서찬석 옮김 / 책갈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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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드의 일대기를 적은 <존 리드 평전>이 있다. 이 책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Reds>다. 빨갱이라는 뜻이다. 미국의 언론인이었던 존 리드는 지금의 미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빨갱이'로서의 삶을 끝까지 산 사람이다.

영화는 혁명이냐 사랑이냐의 문제, 그 중에서 사랑에 더 무게를 두고 있어 미국식 사고의 전형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존 리드의 인생에서 그리고 러시아 혁명사에서 역사적인 문건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를 뒤흔든 열흘>은 노동자, 농민, 병사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부르주아와 반대파 사회주의자들의 저항을 극복해 나가면서 혁명을 이루어내는 볼셰비키들의 뜨거운 열기가 담겨있다.

열띤 토론과 연설을 통해 반대파들의 논리를 비판하고 민중들의 지지를 받는 트로츠키, 레닌의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존 리드는 이들에 대한 인상, 이들의 외모까지도 꼼꼼하고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마치 그 때 역사의 현장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만든다.

2월 혁명의 결과로 짜르의 전제정권이 타도되자 부르주아와 온건 사회주의자들의 지지를 받는 임시정부가 들어선다. 볼셰비키는 전 러시아 소비에트 회의를 통해 이 임시정부를 지양하고 제헌의회의 구성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공장의 관리권을, 농민들에게 경작권을, 병사들에게 평화를 주는 개혁적 조치를 단행하려한다. '모든 권력은 소비에트에게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회의, 집회, 토론, 연설, 선동을 통해 자신들의 논리를 관철하려는 볼셰비키와 이들을 저지하려는 반대파들.

결국 역사의 승리는 볼셰비키에게로 귀결되었다. 존 리드는 다수 민중들의 단순하지만 거대한 욕구를 제대로 읽고 실현시켜준 것이 볼셰비키가 승리한 유일한 이유라고 분석한다. 얼마전 한국의 진보진영은 선거에서 참패했다. 이들이 실패한 것은 국민들의 욕구를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승리한 쪽은 믿어도 좋을까?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국민들의 판단에 대한 자기반응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란 그리 복잡하지도 그리 단순하지도 않다.

그리고 혁명에 승리한 볼셰비키들의 러시아는 지금 어떻게 되었나. 영원한 승리도 영원한 실패도 없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워야 하는 것들은 이런 것이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대목들이 있다. 혁명의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도시의 한 구석에서는 도박과 향락의 파티가 벌어지고 영화관은 만원이다. 역사는 주체의 균질적인 혁명역량의 결집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상적인 또 하나의 장면, 대학생과 한 병사와의 대화, 대학생은 혁명파 병사를 논리적으로 추궁하지만 병사는 그런 논리와는 상관없이 혁명에 대한 지지를 굽히지 않는다. 엘리트와 민중, 이론과 현실,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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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팔코네> 서평단 알림
대단한 책 - 죽기 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책들에 대한 기록 지식여행자 2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언숙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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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평단 모집에 참가하여 읽게 되었다.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은 책 읽기가 세상 읽기이며, 동시에 삶 읽기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은 독서일기와 서평으로 이루어져 있다. 독서일기에는 요네하라 마리의 일상 생활, 당대 일본의 정세를 배경으로 수 많은 책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통해 읽혀진 내력들이 기록되어 있다. 책읽기를 통해 세상을 읽고, 책을 읽고 세상을 읽는 것이 곧 세상 살이의 치열함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독서의 주체인 애독자로서의 오네하라 마리는 책을 매개로 하여 세상과 만나고 세상을 힘써 해석하는 진풍경을 보여준다. 책을 통해 세계는 새롭게 재구성된다. 독서의 가치란 무엇인가를 따로 설명하지 않고 책읽기의 체험 자체를 생생하게 드러냄으로써 그 가치를 알려주는 책. 그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독서가 단지 여가를 보내는 행위가 아닐뿐 아니라 지식 탐구라는 관념으로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책읽기는 눈으로 머리로 그리고 온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하는 공부로서의 독서.

일본어와 러시아어, 동시통역사라는 그녀의 직업. 책읽기의 자의식은 언어에 대한 자의식으로부터 출발했으리라. 언어, 세계, 삶, 책! 적극적인 세계구성으로서의 독서, 삶구성으로서의 독서.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한 가장 절실한 탐구를 보여주는 역작으로서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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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e0525 2007-12-2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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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 - 지성의 근본주의 비투비21 5
마크 네오클레우스 지음, 정준영 옮김 / 이후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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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출발점은 파시즘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 망령된 무엇이 아니라 오늘날까지 여전히 실존하는 반동적 모더니즘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파시즘은 근대 산업자본주의의 산물로서 내재적 파괴력을 가진 모더니티의 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파시즘은 반계몽주의와 반유물론을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맑스주의와 자유주의는 모두 유물론의 두 측면이라는 점에서 비판된다.

니체의 비합리적인 것에의 관심, 이성과 지력을 직관과 생의 비약으로 대체한 베르그송, 합리적인 개인도 군중의 영향 아래서는 비합리적일 수 있다고 하면서 군중의 이런 비합리적인 힘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을 내세운 르봉 등의 사상과 이론은 파시즘의 근간이 되었다. 그리고 반유룰론적 이론혐오즘과 노동계급의 정치화라는 뿌리를 가진 파시즘은 대중심리학, 엘리트이론, 수정된 맑스주의에 의거한다. 파시즘의 본질을 드러내는 본능, 감정, 직관, 의지 등의 말들은 모두 그 반계몽주의, 주지주의에서 비롯하는 것이며 맑시즘과 파시즘은 분명한 차이를 갖고 있는데, 맑시즘의 중심개념이 계급, 역사, 혁명이라면 파시즘의 그것은 민족, 자연 전쟁이라는데서 그 변별점이 있는 것이다.

지도자 숭배를 종교적 헌신으로, 지도자를 교황으로, 당에서의 축출을 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시즘은 종교적이라 할만하다. 그것은 또한 이성보다는 신념과 신뢰 그리고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파시즘에서 전쟁은 문명의 최고단계로 여겨지고 전쟁에 대중을 동원하기 위해 대중은 민족이란 개념으로 재탄생한다. 전쟁은 혁명과 해방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옹호되고 심지어 전쟁의 미학화로까지 이어진다. 또 민족은 파시즘의 핵심적 개념인데 계급해방의 논리는 민족해방의 논리에 종속되고 혁명의 주체는 프롤레타리아에서 민족으로 전위된다. 파시즘의 군중심리학 또한 이성적 신봉이 아닌 민족 감정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독일의 나치즘과 이탈리아의 파시즘을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은 나치즘이 생물학적 인종주의를 숭배한다는데 있다. 그리고 국가개념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나치즘에서의 국가는 민족적 구성체를 위한 임시적 집합으로 보는 점에서 정신적 윤리적 실체로서의 국가 개념을 상정하는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다르다. 따라서 독일의 인종주의는 민족의 순수성을 보존하는 것을 국가의 역할로 보고 있다. 나치즘의 반유태주의도 이런 인종주의에 기반한 이방인 혐오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반유태주의, 인종주의는 독일 파시즘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민족주의의 이방인 혐오증이 가진 보편적 문제이므로 예외적인 현상으로 치부할 수 없다고 하였다. 오늘날의 외국인 노동자 문제, 이주민 문제, 소수민족 문제 등을 생각해 볼 때, 저자의 일관된 논리와 같이 이러한 파시즘의 현상들은 우리 현실 속에서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파시즘은 모더니티, 민주주의의 발흥, 합리주의와 프랑스 혁명의 전통을 이상화된 민족의 통일성을 위협하고 원자화와 소외를 불러오는 근대적 타락의 형태라고 규정한다. 민족은 개별자를 보편적 집합적 힘과 연결시키므로써 개인을 집단에 용해시킨다. 민족적 사유는 위험한 존재인 노동계급을 통합하고 진압할 수도 있다.

파시즘은 표면적으로는 서회주의의 용어와 슬로건을 표방하면서도 역사적으로는 자본주의를 옹호한다. 그것은 사적 소유의 인정에서도 확인된다. 파시즘은 다만 금융 혹은 은행자본을 비판할 뿐이다. 사회주의의 수사는 대중 동원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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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근대어문일체 형성과정
김채수 엮음 / 보고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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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문일치의 형성은 일본의 언문일치를 경험하면서 촉발되었고 일본 역시 서구의 언문일치를 경험함으로써 가능해졌다.

이 책에는 세 논자의 논문과 함께 일본에서의 언문일치 논의들을 번역한 글들이 부록으로 덧붙어 있다. 이들의 논의의 핵심은 언문일치가 근대화 혹은 문명화의 논리와 등가를 이룬다는데 있다. 그리고 언문일치를 형성함에 있어 신문과 소설의 역할에 주목한다. 중세 보편으로서의 한자가 권력의 위계와 서열을 표상하는 장치의 일종이었다면 민족어에 대한 자각은 그러한 서열화의 구분을 해체함으로써 '국민'을 창조하려는 논리와 맞닿아 있는 것다

언문일치의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단정의 표현과 시제의 표현이라는 담화체 문장을 통해 그것이 실현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민권운동과 그 영향에서 쓰여진 정치소설과 대신문, 소신문의 기사 그리고 최초의 사실주의 소설인 후타바테이 시메이의 <부운>과 이후의 자연주의 소설들에 의해 언문일치가 완성되어 갔다. 한국에 있어서는 이광수와 김동인의 영향 그리고 한성주보와 독립신문과 같은 신문기사의 영향이 언문일치를 완성시켜나가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국이 언문일치의 과정에서 한문을 배제해 나가는 쪽으로 진행되어 나갔다면 일본은 한문을 혼용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이는 일본어는 음소를 통해 표현된다는 특징에서 비롯된 차이일 것이다.

자유민권운동의 확산과 근대적 독자의 성립을 위해 언문일치가 기여한 의의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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