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신론 - 2008년 재편집판
김일열 지음 / 새문사 / 200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학의 현재 연구 수준을 평가하기에 좋은 책 한권을 읽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 겠지만 우리의 한국학이라는것이 그 중에서도 특히 국문학이라는 것은 그 역사가 100년이 채 못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우리 국문학은 시간에 비해 엄청난 진전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말이 국문학에 대한 일괄적인 찬사가 아님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조윤제, 김태준, 손진태, 김재철, 이능화, 정노식과 같은 일세대 한국학의 선구자들이 일본에 의해 굴절된 독일 문헌학을 배워 우리 한국학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볼 때, 현재의 한국학은 지난 시절의 해악을 얼마나 청산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김일렬 교수의 이 저서는 나름의 성과를 보여준다. 김태준의 <한국소설사>는 한국 소설사의 선구적 업적으로서 위대하지만 이 책의 곳곳에서 김태준의 작업을 극복한 흔적들이 보인다. 그 뿐 아니라 그러한 극복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기존의 여러 연구 성과들을 종합하고 이를 저자 나름대로 정리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표명하고 있는데, 그런점에서 가치가 있는 저서라고 말해도 좋을것 같다. 한국 고전 소설 전반에 대한 전체적 정리를 이 한권의 책이 떠맡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 소설사의 각 단계를 대표하는 작품들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통해 개별 작품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군담소설과 영웅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류충렬전'을 들고 있고, 판소리계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춘향전'을 분석 함으로써 개별소설 전체를 다루지 않으면서도 비교적 일반적인 한국 고전 소설의 전개와 그 성격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이러한 작업들이 지속되면서 진전을 보여줄때, 우리 소설론으로 세계 소설사를 설명할 수 있는 보편성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조동일의 <한국 소설의 이론>은 그런 가능성을 열어 놓은 저서이고, 앞으로 우리의 과제는 명백하다. 국문학의 특수성을 세계문학의 보편성에 합류시키는 작업이 그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현대희곡론
민병욱 지음 / 삼영사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희곡 시나리오론의 교재였던 이 책은 지금까지의 서양의 희곡이론들을 포괄적으로 개설하고 있다. 희곡장르가 엄연히 문학의 하위갈래임에도 불구하고 문학적 담론에서 소외받는 이유는 희곡장르 특유의 성격적 운명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것은 희곡의 양다리 걸치기에서 오는 필연인데, 문학과 연극의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희곡의 운명은 어느쪽에서나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이두현의 한국의 연극사 정립과 맞닿는 작업으로서 우리 가면극과 인형극 굿의 거리에서의 연희를 포괄하는 희곡론이 정리되고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서양희곡론의 조잡한 짜집기에 불과하다. 좀더 심하게 말하면 저자가 여러책들을 다이제스티브하게 정리한 체계적인 독후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책이 대학의 교재로 사용될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의 부당함이겠지만, 그에 앞서는 현실의 부당함은 희곡장르의 연구결핍과 그로인한 그 결과물로서의 이론서부족을 들 수 있겠다. 연구서가 궁핍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민병욱의 '현대희곡론'도 나름대로의 가치는 인정해 주어야 하겠지만, 수많은 주석만큼이나 원서의 뜻을 왜곡할 수 밖에 없었을 참고도서의 요약은 이 책의 가치를 함부로 비판하기에 충분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학사회학 대우학술총서 구간 - 문학/인문(논저) 47
김현 지음 / 민음사 / 1988년 8월
평점 :
품절


대우학술총서로 기획된 이 책은 문학사회학의 개괄적 해설과 서지정리를 담고 있다. 불문학자이자 비평가로서 당대 최고의 필봉을 날렸던 김현의 저서라는데서 각별함을 느낀다. 그가 남긴 여러 저작들은 아직도 한국에서 문학하는 이들이 지나가야할 길로서 남아있다. 다분히 현학적인 서구추수를 보이곤 하지만 그것은 한국문학 비평가로서의 불문학전공자가 가지는 한계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서양학이 일본이라는 제국주의의 굴절을 거치면서 그 학문적 전통이라는 것은 치졸할 수 밖에 없었고, 지금까지의 우리 서양학은 그 굴절된 전통의 회복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문학의 사회적 성격이야 문학의 본질적 성격이지만 그 학적 전통은 그리 유구하지 못하다. 그것은 그 학적 결과들을 정리하고 있는 이 책의 양적 질적 빈약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타알부인과 텐느로 부터 출발한 서양의 문학사회학은 몰리에르류의 풍토론이었다고 할 수 있겠고, 그 학적 쇄신은 헤겔과 마르크스의 전통을 가진 독일에서 이루어졌다. 마르크스주의의 기계론적이고 교조적인 문학사회학적 해석은 계급투쟁 반영으로서의 문학론을 내세웠던 플레하노프를 쥬다노프같은 이들이 정치적으로 악용할때 발생한다. 그 해악를 정치한 논리로 극복하려했던 이들은 루카치와 바흐친 그리고 골드만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아도르노, 벤야민, 로웬달, 마르쿠제 등이다. 이들의 작업에 대한 연구물들은 이 책의 저작당시보다 풍성하게되었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문헌학의 작업으로 문학사회학의 뛰어난 업적을 남긴 아우얼 바하의 <미메시스>, '비기능적 책읽기의 사회적 조건을 밝히는 사회학'으로서 문학의 '생산 - 배본 - 소비'를 천착한 에스카르피, 독자의 중요성을 일깨운 수용미학으로서의 문학사학을 정립한 콘스탄쯔학파의 야우스와 이져, 이들의 작업들은 문학사회학이 인접학문들을 능동적으로 흡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있다.

한국의 경우는 1920년대의 카프를 중심으로한 계급문학론의 소개와 비평적 활동, 그리고 79년의 김치수의 <문학 사회학을 위하여>와 한국사회과학연구소에 내 놓은 <예술과 사회>가 있었고, 그 질적 양적 빈약함을 숨길 수 없는 처지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작당시와는 달리 60년대 이후의 민중 민족 문학론과 순수 참여논쟁은 문학의 사회적 성격과 사회의 문학적 반영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을 유도했고, 그 결과물로서의 다양한 저작들이 나와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략 20년 전에 쓰여진 이 책은 지금과 비교할때, 많은 부분 증보가 필요하지만 저자의 부재는 못내 아쉬움을 남긴다. 지금은 많은 번역물들과 우리 나름의 문학사회학적 연구수준을 갖추고 있는것처럼 보여지지만 그 내실은 어떠한지 함부로 속단할 처지는 아닌것 같다. 그리고 서앙의 경우는 프레드릭 제임슨, 레이몬드 윌리엄스, 테리 이글턴과 같은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문예비평 그룹과 프랑스의 삐에르 부르디외 같은 이들의 문학 사회학적 작업들도 언급되어야 할 것이다.

이 저서는 '문학의 자율성을 최대한도로 인정하면서, 문학의 사회적 성격을 규명하려는 시도의 잠정적인 결과'임을 당당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문학의 자율성과 문학의 사회적 성격은 여러모로 서로 대치관계에 있고 논쟁적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서로 배반적인 이 관계의 논리적 성찰은 우리의 끊임없는 노력을 요구한다.

문학사회학의 연구가 주로 소설사회학적 연구로 치우쳤다는 것은 그 나름의 반성을 촉구하지만, 소설의 장르적 성격이 얼마나 사회적인가를 역설적으로 입증한다고도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詩論 - 제4판
김준오 지음 / 삼지원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박남철이라는 문제의 시인의 말을 빌리면 김준오는 이승훈의 뒤를 잇는 시론가다. 여하튼 장르비평을 선도 했던 김준오는 한국문학사에 있어 뛰어난 시론가의 한사람으로 평가해도 좋을 것 같다.

동일성의 시론을 펼치고 있는 이 책은 저자의 겸손에도 불구하고 독창적인 시론을 펼치고 있다고 보여진다. 연속성과 통일성으로서의 동일성이라는 관념은 김준오의 지적 세공을 거치면서 현대시의 뛰어난 분석적 논리로 정립되고 있다. 이같은 논리는 폴 헤르나디류의 장르론을 수용하면서 보다 치밀한 근거를 획득한다.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을 해체하는 '갈등'은 공시적 동일성의 논리로, 영원과 불변의 동일성을 해체하는 '변화'는 통시적 동일성의 논리로 각각 설명되고 있다. 동일성의 논리는 현대의 자본주의사회에서 갈등과 변화로인해 훼손된다는 점에서 루카치의 소설론을 닮았다. 사실 김준오는 현대사회의 이런 동일성 훼손의 상황을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예술의 비인간화'를 내세워 설명하면서 소설론적인 시론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라서 시의 요소인 언어, 리듬, 비유, 상징, 시제, 어조, 퍼소나, 거리를 설명하고 '현대시와 상상법', '시와 리얼리즘', '시와 설화', '현대시와 자연'에 대한 연구로까지 나아간다. 특히 '기억의 현상학'은 기억과 상상력을 구분하면서 상상력의 근원으로서의 기억을 이야기 하면서 시 창작과 시 이해에 있어 기억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참 재미있게 읽은 시론이다. 내 독서의 깊이가 얕아서이겠지만 김준오의 저서는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이제서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그의 장르론에 대한 탐구가 궁금해 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함께 가보는 철학사 여행
고사까슈우헤이 / 사민서각(다정원) / 1997년 8월
평점 :
품절


철학사의 그 심원함을 어찌 한권의 책 속에 담아 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런 물음을 가소롭게 한다. 윌 듀란트의 '철학 이야기'가 철학사의 심원함을 이야기로 풀어내 들려줬을때의 즐거움은 그림을 곁들인 철학사 여행을 통해 또다시 찾아왔다.

물론 방대한 서양 철학의 대하를 간단히 요약할때의 비약과 단순화는 어떤 왜곡을 만들어 낼 수 밖에 없으리라. 그러나 철학의 난해함에 질려버린 그리하여 인문정신으로 부터 멀어져 버린 우리 현대인들의 정신적 불모상황을 고려한다면 그런 단순화의 왜곡은 그리 몰아세워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어떠한 사적 기술이 그렇듯이 서양 철학사를 관통하는 분명한 관점을 보여준다. 그것은 로고스로서의 철학이 세계의 실체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말하는 것이다. 이 여정의 종착지는 헤겔이다. 헤겔은 의식(주체)과 세계(객체)의 지양을 통한 변증법적인 자아의 운동논리를 통해 절대정신을 추구한다. 이 거대한 종합은 독일 관념철학이 도달한 최고의 경지였고 그 후의 마르크스와 그 추종자들의 논리는 헤겔의 울타리안에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근대철학은 역학적 사고를 도입함으로써 세계를 단순화 하고 정신과 자연을 분리하여 근대적 사고의 위대한 성취와 한계를 동시에 갖게 된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이 가진 취약은 스피노자의 범신론과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로 보완되지만 이들 대륙의 합리주의는 흄과 로크 등의 영국 경험론자들에 의해 반박 당한다. 이 반박의 정당성을 인정한 칸트는 불가지론적인 인식론을 내세운다. 칸트 인식론의 불완전함은 이념과 이상의 추구라는 실천의 논리로 극복되는 듯 보였지만 이는 또다시 현실적 존재와 이상적 주체의 분열을 가져온게 된다. 여기서 이러한 분열과 이원론의 폐해를 종합적으로 극복하려 했던 이가 헤겔인 것이다.

요약의 요약은 왜곡의 왜곡이 될뿐이다. 이 책은 더 많은 독서를 자극한다. 특히 헤겔에 대한 여러 의혹들은 나를 당혹스럽게 그리고 괴롭게 한다. 루카치의 사유를 지금까지 천착하면서도 명확한 이해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는 헤겔이라는 거대한 산맥을 넘지 못한 탓이리라. '미학'과 '정신현상학'에 대한 독서는 또다시 나에게 부담을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