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보는 철학사 여행
고사까슈우헤이 / 사민서각(다정원) / 1997년 8월
평점 :
품절


철학사의 그 심원함을 어찌 한권의 책 속에 담아 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런 물음을 가소롭게 한다. 윌 듀란트의 '철학 이야기'가 철학사의 심원함을 이야기로 풀어내 들려줬을때의 즐거움은 그림을 곁들인 철학사 여행을 통해 또다시 찾아왔다.

물론 방대한 서양 철학의 대하를 간단히 요약할때의 비약과 단순화는 어떤 왜곡을 만들어 낼 수 밖에 없으리라. 그러나 철학의 난해함에 질려버린 그리하여 인문정신으로 부터 멀어져 버린 우리 현대인들의 정신적 불모상황을 고려한다면 그런 단순화의 왜곡은 그리 몰아세워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어떠한 사적 기술이 그렇듯이 서양 철학사를 관통하는 분명한 관점을 보여준다. 그것은 로고스로서의 철학이 세계의 실체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말하는 것이다. 이 여정의 종착지는 헤겔이다. 헤겔은 의식(주체)과 세계(객체)의 지양을 통한 변증법적인 자아의 운동논리를 통해 절대정신을 추구한다. 이 거대한 종합은 독일 관념철학이 도달한 최고의 경지였고 그 후의 마르크스와 그 추종자들의 논리는 헤겔의 울타리안에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근대철학은 역학적 사고를 도입함으로써 세계를 단순화 하고 정신과 자연을 분리하여 근대적 사고의 위대한 성취와 한계를 동시에 갖게 된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이 가진 취약은 스피노자의 범신론과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로 보완되지만 이들 대륙의 합리주의는 흄과 로크 등의 영국 경험론자들에 의해 반박 당한다. 이 반박의 정당성을 인정한 칸트는 불가지론적인 인식론을 내세운다. 칸트 인식론의 불완전함은 이념과 이상의 추구라는 실천의 논리로 극복되는 듯 보였지만 이는 또다시 현실적 존재와 이상적 주체의 분열을 가져온게 된다. 여기서 이러한 분열과 이원론의 폐해를 종합적으로 극복하려 했던 이가 헤겔인 것이다.

요약의 요약은 왜곡의 왜곡이 될뿐이다. 이 책은 더 많은 독서를 자극한다. 특히 헤겔에 대한 여러 의혹들은 나를 당혹스럽게 그리고 괴롭게 한다. 루카치의 사유를 지금까지 천착하면서도 명확한 이해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는 헤겔이라는 거대한 산맥을 넘지 못한 탓이리라. '미학'과 '정신현상학'에 대한 독서는 또다시 나에게 부담을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