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論 - 제4판
김준오 지음 / 삼지원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박남철이라는 문제의 시인의 말을 빌리면 김준오는 이승훈의 뒤를 잇는 시론가다. 여하튼 장르비평을 선도 했던 김준오는 한국문학사에 있어 뛰어난 시론가의 한사람으로 평가해도 좋을 것 같다.

동일성의 시론을 펼치고 있는 이 책은 저자의 겸손에도 불구하고 독창적인 시론을 펼치고 있다고 보여진다. 연속성과 통일성으로서의 동일성이라는 관념은 김준오의 지적 세공을 거치면서 현대시의 뛰어난 분석적 논리로 정립되고 있다. 이같은 논리는 폴 헤르나디류의 장르론을 수용하면서 보다 치밀한 근거를 획득한다.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을 해체하는 '갈등'은 공시적 동일성의 논리로, 영원과 불변의 동일성을 해체하는 '변화'는 통시적 동일성의 논리로 각각 설명되고 있다. 동일성의 논리는 현대의 자본주의사회에서 갈등과 변화로인해 훼손된다는 점에서 루카치의 소설론을 닮았다. 사실 김준오는 현대사회의 이런 동일성 훼손의 상황을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예술의 비인간화'를 내세워 설명하면서 소설론적인 시론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라서 시의 요소인 언어, 리듬, 비유, 상징, 시제, 어조, 퍼소나, 거리를 설명하고 '현대시와 상상법', '시와 리얼리즘', '시와 설화', '현대시와 자연'에 대한 연구로까지 나아간다. 특히 '기억의 현상학'은 기억과 상상력을 구분하면서 상상력의 근원으로서의 기억을 이야기 하면서 시 창작과 시 이해에 있어 기억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참 재미있게 읽은 시론이다. 내 독서의 깊이가 얕아서이겠지만 김준오의 저서는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이제서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그의 장르론에 대한 탐구가 궁금해 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