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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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입한 것은 여름이었고, 읽고 덮고를 반복하다 다시 두 편을 읽었다. 대상 수상작인 김금희의 「너무 한낮의 연애」와 최정화의 「인터뷰」 이다. 김금희의 작품은 동명으로 소설집이 나와 있고, 리뷰를 읽은 기억이 있지만 이런 내용일줄은 몰랐다. 한낮의 종로. 맥도날드에 앉아 청년 시절을 회상하고, 그 때처럼 퀸의 노래를 들으면서 울고 걷는 필용.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나를 우쭐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내 이야기가 얼마나 허무맹랑하건 상관없이 들을 줄 아는, 일종의 권력욕을 채워주는 그런 존재. 현재와 과거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는 필용에게 양희는 자존심 회복제 같은 것이었을 터다. 그렇다고 양희가 적극적으로 그의 욕구를 충족시켜준 것은 아니다. 그냥 나무처럼 그 자리에 있었을 뿐.

왜 ‘연애’인가. 왜 ‘한낮’일까. 우리 오늘부터 사귀자, 다짐하지는 않았어도 점심을 함께 하고 헤어지는 것... 매일 만나 대화한다는 것은 상대를 내 일상으로, 내 인생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양희의 고백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진 않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인지를 확인하고 안심하고, 그 마음이 날아갔을 때는 치졸한 반응을 보인다. 용기없는 것은 이십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하여, 과거 좋은 때를 떠올리며 기억 속 자신의 비겁함은 삭제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원하는 것을 얻었던가. 오히려 한낮에 드러난 비참함에 눈물을 쏟았을 뿐이다.

최정화의 「인터뷰」는 이 작품집을 산 이유이기도 하다. 『지극히 내성적인』이라는 단편집을 읽고 그가 쓰는 장편이 궁금했다. 악스트 지에 연재되었던 소설이 얼마 전, 은행나무에서 『없는 사람』으로 출간되어 읽어보려 한다. 이 작품은 그 소설을 기다리면서 읽어보려고 산 것이고, 단편집에 수록되었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인터뷰」의 주인공도 공허하다. 허상을 좇는 피상적인 인간 관계 속에 지쳐 있는 주인공. 듣고 싶은 것을 들려주어 타인에게서 얻는 관심에 만족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탓, 탓, 탓. 벌어진 모든 것은 누구의 탓이다. 이 탓들 속에서 문득 건강하지 못한 정신을 떠올리게 된다. 사회도 그 구성원들도 병들어가고 있기 때문일까.

현실을 비정하게 그리는가? 그렇지는 않지만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일반적인 인물이라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쓸모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는 것은 사회에서는 물론 가정에서도 마찬가지. 주인공이 호프집에서 만난 커플에 대하는 태도나 사회나 장인이 주인공에 취하는 태도나 별 다를 바 없다. 그냥 아내가 불쌍하다. 부수적인 존재로 등장하기에... 이 단편을 읽고 나면 장르는 다르지만 홍상수 영화를 본 뒤의 느낌이 있다. 비교하긴 그렇지만 일종의 하이퍼 리얼리즘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영화와 다른 의미로 최정화의 단편은 내 취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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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 23: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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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19: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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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7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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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7 23: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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