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 스포주의, 신성모독주의, 디스주의! 

 

밑줄긋기를 하니 한 권이 정리된다. 소제목을 붙여보자면 찌질한 아담, 인류 최초 살인자의 조언, 아버지 그건 비겁한 변명입니다, 카인 재평가, 전형적인 명분론, 디스는 이렇게...가 되겠다. ㅋㅋㅋ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래, 모든 것이 가능하다. 심지어 목숨을 며칠 더 부지할 수 있게 열매 몇 개만 따 올 테니 에덴동산에 좀 들어가게 해달라고 천사에게 부탁해 보자는 하와의 범상치 않은 생각조차 가능하다. 여느 남자와 마찬가지로 아담은 무엇이 되었건 여자의 뇌에서 태어난 기획이라면 그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이었기에 하와더러 실망할 각오를 하고 혼자 가라고 말했다. (...) 미쳤군. 심약한 것보다는 미치는 게 나아. 나한테 불손하게 굴지 마, 아담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게다가 나는 심약하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 그럼 우리는 비긴 거네, 더 할 말 없어. 좋아, 하지만 여기서는 내가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 여호와도 그렇게 말했지, 하와는 그렇게 동의는 했지만 표정만 보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사람 같았다. (24,25쪽)

그들을 에덴동산에 들이지 말라는 임무를 맡은 천사 경비원 아자엘은 기독교인 같은 태도로 그들을 환영하고, 먹을 것을 주었으며, 무엇보다도 평생 도움이 될 몇 가지 귀중한 아이디어를 전해주었는데, 이것이야말로 몸, 따라서 영혼의 구원을 위한 진정한 길이었다. 이 부부는 그에게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랄 지경이었으니, 심지어 하와는 아자엘을 끌어안고 눈물을 몇 방울 흘리기도 했다. 이런 애정 표시에 그녀의 남편은 몹시 불쾌하여, 나중에 목구멍에서 튀어나오는 그 질문을 누를 수가 없었다, 혹시 그자에게 대가로 뭘 준 거 아냐. 누구한테 뭘 줘, 하와는 남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면서 그렇게 물었다. 누구라고 생각해, 그자에게, 아자엘에게 말이야, 아담은 조심스럽게 두 가지 질문 내용 가운데 한 가지는 빼고 말했다. 그분은 천사야, 그룹 중의 하나라고, 하와는 대답했고, 더 말할 필요도 없다고 느꼈다. 어떤 사람들은 이날 진짜로 성의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32,33쪽)

정 그러고 싶다면 노예를 시키세요. 아니, 노예를 보내 죽일 만큼 노아를 경멸하지는 않아. 하지만 나는 노예인데 내가 노아를 죽이기를 바라잖습니까. 그건 다르지, 내 침대에 누운 남자는 노예가 아니야, 아니, 노예일지도 모르지만, 나와 내 몸에만 노예일 뿐이야. 왜 직접 죽이지 않나요, 카인이 물었다. 왜냐하면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럴 능력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남자는 여자를 매일 죽이는데요, 누가 알아요, 노아를 죽여서 부인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지. (83,84쪽)

하지만 이해해야 한다, 내 아들아, 너한테는 선택권이 없어, 그리고 이제 부탁을 한 가지 해야겠구나, 작은 부탁이다. 뭔데요. 여기에서 일어난 일은 잊자꾸나. 글쎄요, 그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지금도 제가 묶인 채 장작더미 위에 올라가 있고, 아버지가 팔을 들어 올리고, 칼날이 번쩍이는 게 눈에 보여요. 그건 내가 아니었다, 나는 제정신일 때는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아. 여호와가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다는 뜻인가요, 이삭이 물었다. 그래, 자주 그러지, 거의 언제나 그러지, 아브라함이 대답했다. 그게 사실이라 해도 손에 칼을 쥔 사람이 아버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요. 여호와는 모든 걸 짜놓으시지, 마지막 순간에 개입하셨을 거야, 실제로 너도 천사를 보았잖느냐. (...) 아버지, 제가 죽었느냐 안 죽었느냐가 핵심이 아니고, 물론 저한테는 그것도 아주 중요한 문제인 게 분명하지만, 우리가 그런 여호와, 바알만큼 잔인한 여호와, 자신의 자식들을 집어삼키는 여호와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핵심이에요. (99,100쪽)

카인은 살인자일지는 모르나 기본적으로 정직한 사람이며, 릴리스를 만나 여자의 기쁨을 만끽한 방탕한 세월조차, 부르주아의 눈에는 괘씸해 보일지 몰라도, 그의 타고난 도덕적 감각을 바꾸어놓지는 못했다. 그가 용감하게 하나님과 맞서는 모습만 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아직 따뜻한 아벨의 시신을 두고 둘이 토론을 벌였음에도, 여호와는 아직 카인의 그런 태도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173,174쪽)

카인의 협력은 점점 더 중요해졌는데, 그럼에도 카인이 먼저 움직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자 노아는 그와 남자 대 남자로서 이야기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 노아가 말하며 카인에게 다 알지 않느냐는 듯이 한쪽 눈을 찡긋했다. 어르신의 부인까지 포함한다는 건가요, 카인이 물었다. 그래, 꼭 그렇게 해주게. 그 여자는 내 아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되거든. 게다가 이건 명분도 있으니까요, 카인이 말했다. 신성한 명분이지, 여호와라는 명분일세, 노아도 상황에 어울리는 엄숙한 말투로 동의했다. (202쪽)

너는 진실로 카인, 아우를 죽인 그 비열하고 악한 자로구나. 당신만큼 비열하고 악하지는 않습니다, 소돔의 아이들을 잊지 마십시오. 크나큰 정적이 흘렀다. (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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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3 21: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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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3 22: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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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4 0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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