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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3 - 1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평점 :
3권은 흥분해서 읽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멈춰야만 했다. 《로마의 일인자》는 가이우스 마리우스를 뜻한다. 마리우스의 영웅적 면모와 리더십에 푹 빠져서인지, 게르만 원정 이후로 그가 쇠약해지는 것을 보며 책장을 넘기기 힘들었다. 기원전 100년은 마리우스가 집정관을 지낸지 여섯 번째 해이다.
3권의 초반(기원전 104년, 마리우스 집정관 2기)은 유구르타 왕의 평가로 시작한다. 그는 마리우스를 〈불멸의 정신〉을 가진 이로 칭하며, 술라도 우수하지만 그는 행위에 〈영혼을 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얼마나 대단한 혜안인지! 유구르타의 말대로 〈전쟁의 신 마르스의 목소리를 듣는〉 마리우스는 게르만 족의 이동을 기다린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를 상황에서 그는 병사들을 이용해 가도를 건설하고, 도로 보수 등을 시작한다. 다른 지도자였다면 어땠을까? 소설 속에 드러난 마리우스와 술라는 모두 기존 권력에 대한 대항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제3의 시선으로 사건을 파악하도록 한다. 비전투 시기 병사들을 도로 보수 등에 투입함으로써 상태와 지형을 파악하고 더불어 훈련도 함께 한다- 국가의 녹을 먹는 병사들을 놀릴 순 없다는 마리우스의 생각은 합당하지만 당시엔 앞서가는 생각이었다.
전쟁에서의 역할 놀이를 즐기던 술라는 게르만 족의 이동을 기다리며 좀이 쑤신다. 그는 아프리카에서부터 생각하고 준비해 온 계획을 마리우스에게 털어놓는다. 게르만인 행세를 하며 동태를 살피는 스파이가 되는 것. 가이우스는 문득 거리감을 느낀다. 실패는 생각조차 않고 성공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술라. 그건 반신반인의 혈통이어서일까. 마리우스는 마르타의 예언 속 〈가이우스라는 이름을 가진 카이사르 집안의 위대한 로마인〉을 떠올린다.
원정을 떠난 마리우스에게 로마의 사정을 알리는 것은 루푸스의 편지이다. 루푸스는 친우에게 가족과 가십은 로마 공직생활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로마에 일어난 곡물 위기는 마리우스의 정치적 위기를 불러온다. (로마의 곡물은 대부분 수입한다) 최고의원 스카우루스는 이 사건의 주모자로 재무관 사투르니누스를 찍어 내고, 사투르니누스는 마리우스의 지원을 받아 호민관이 된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투르니누스와 그의 친구 글라우키아의 급진성이 이후 마리우스의 발목을 잡게 되며, 그들의 개혁(선동)을 통해 원로원이 시민들의 힘과 분노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게르만 원정으로 돌아와 콜린 매컬로를 감탄하게 하는 것은, 뭉뚱그려 설명되곤 하는 〈게르만 족의 이동〉을 재현했다는 것이다. (이동 경로 지도를 보면 입이 벌어진다.) 20년 가까이 알프스 산맥 등지를 돌아다닌 게르만 족. 그들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 그들은 전통적으로 작물 재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인구가 늘자, 먹을 것이 부족해져 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동의 편이를 위해 일정조건에 맞지 않는 이들은 죽인다. 무리 대부분이 젊은 층) 술라와 세스토리우스의 활약을 통해 게르만 족의 동태를 파악한 마리우스는 원정을 성공으로 이끌고 로마를 구해낸다. 돌아온 마리우스는 〈로마 제 3의 건국자〉이자 명실공히 〈로마의 일인자〉가 된다.
마리우스는 지쳤다. 전쟁에서의 승패는 확실하지만, 정치라는 전쟁은 그에게 맞지 않다. 뇌졸중으로 마비가 온 남편을 염려한 율리아의 간호는 그를 로마 정치로부터 차단함으로써 마리우스가 호민관 사투르니누스를 제어할 기회를 놓치게 한다. 사실 그의 모자란 정치력(혹은 단순함, 호쾌함)은 카툴루스에게 게르만 원정의 깃발을 다 넘긴다거나, 사투르니누스의 법적 합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등에서 드러난다. 스카우루스의 말대로 〈마리우스는 정치가가 아니〉라는 점은 결국 〈로마의 일인자〉의 자리에서 그를 끌어내리게 하는 원인이 된다. 정치적 위기 속에 마리우스는 사투르니누스에게 등을 돌리고 원로원의 손을 들면서, 원로원의 오랜 불신을 타개한다.
한편 술라는 마흔이 되었다. 욕망과 사랑을 억누르고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술라는 마리우스에 충성하면서도 그로부터 독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아우렐리아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마리우스와 같이 〈대기만성형〉 인물임을 깨닫고 미래의 권력자인 스키피오 2세 등을 구워 삶기 시작한다. 그의 이중성은 주변인들도 깨닫고 있지만 그를 상쇄하는 위험한 매력과 멋진 용모와 혈통, 능력은 결국 그를 로마의 일인자가 되게 할 것이다. 2부인 《풀잎관》은 술라의 이야기다.
여성에 관한 대목도 빠질 수 없다. 게르만족 원정에 등장하는 게르만 여성들- 역사의 조연도 되지 않는 그들의 존재.. 그나마 술라의 아내가 된 헤르마나의 이야기가 아쉬움을 달래준다. 2권에서 등장한 리비아 드루사는 스키피오 2세와 혼인하는데, 오빠의 명령으로 억눌린 삶을 살았던 리비아는 자신이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유가 주어져도, 그것이 허용됨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한편 루푸스의 조카딸이자, 카이사르 가문의 둘째 며느리 아우렐리아는 인술라(아파트 개념)의 안주인으로서 자리잡는다. 아우렐리아에게 주어진 자유는 그녀가 보다 능동적인 삶을 꾸려나가게 한다. 파트리키로서, 수부라 사람들의 사랑과 인정을 한 몸에 받는 아우렐리아.. 서민들과 이토록 가깝고 그들의 삶 깊숙이 파고든 이가 있었던가? 그의 아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이름이 괜히 가이우스가 아닌 것이다. 서민적인 이름과 귀족적인 이름. 수부라의 젖어미들이 그를 키워낸다. 인술라 얘기가 나올 때는 참 즐거웠다. 아우렐리아의 꼼꼼한 매력과 더불어 생각지 못한 인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1권에 등장한 보밀카르의 살수 데쿠미우스의 교차로 술집이 바로 아우렐리아가 구입한 바로 그 인술라에 있었다!
《로마의 일인자》를 읽으며 아주 오랜만에, 가슴이 떨리는 독서를 했다. 기원전 110년에서 100년까지 이탈리아 촌놈이 시대의 부름을 받아, 일인자에 등극하는 과정을 통해 흥미를 넘어 통쾌함을 느꼈다.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는 로마가 제국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갖은 인간상과 정치, 문화를 통해 삶의 여러 면들을 조망하고 현대를 돌아보게끔 한다. 기원전이라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로마는 생각보다 더 발전되고 체계적인, 놀라울 정도로 대단한 정치와 문명을 이룩했던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출간한 소설인데 벌써부터 후속작 출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