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고 싶었던 아이 - 테오의 13일
로렌차 젠틸레 지음, 천지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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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아주 어린 자살지망자이다. 겨우 여덟살. 이탈리아인이니 우리나라 셈으로 헤아려도 아홉에서 열살 남짓일 것이다. 테오의 13일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내 어릴 적도 생각하게 되었다. 입학식 날 할머니를 붙잡고 여쭈었던 말이, 할머니 수업 중에 방귀가 나오면 어떡해요? 였다. 그게 큰 고민거리였으니 테오와는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기억 속의 나는 곤충채집에, 공기놀이, 고무줄 뛰기 등을 하고 놀았다. 그런 소소한 추억들이 나의 <여덟살>을 통째로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기억하고 있는 대부분의 것이긴 하다. 테오 역시 친구들과 이런 저런 놀이를 하며 잘 지내는데 한편으로는, 여덟살 소년치고 다소 무거운 고민을 가지고 있다.

 

『아홉살 인생』의 여민이 말처럼 인생은 아홉살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테오의 경우, 여덟살.) 환경이 여민이를 철든 어린이로 만들었듯이 테오의 가정환경은 아이를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으로 이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인생에서는 승리가 중요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아빠의 말씀 그대로- 테오는 자신이 원하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나폴레옹을 만날 결심을 한다. 나폴레옹을 만나고 싶은 이유는 백전백승의 비결을 전수받기 위해서이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님을 화해시켜 화목한 가정을 얻고자 한다. 그 동안 배운 것과,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계획을 구체화하는 테오는 이탈리아 사람답게(?) 신화도 알고 있다.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저승에서 이승으로 데려오는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자신도 나폴레옹을 데려올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장면에서는 그 발상이 깜찍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했다. 테오는 결국 대장군을 만나기 위해서는 죽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내가 죽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세어 보고 해답을 찾아나간다.

 

아이의 질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부모의 등 뒤로, 나폴레옹과의 상봉 계획을 세우는 테오의 모습이 교차될 때는 섬찟하기도 했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배우자와의 불화로 복잡해진 머리에 어린이의 순수한 질문이 자리잡을 수 없었을 터. 아빠와 엄마의 사정도 이해하려는 테오의 예쁜 마음은 순수한 만큼 아프기도 했다. 목표 달성 직전, 자랄만치 자란 여덟살의 세계를 깨트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관심이었다. 아이의 질문을 지나치지 않은 어른의 한 마디였다.

 

어린아이의 죽음이 안타까운 건 가능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라는 어른들의 말을 나름대로 잘, 해석하는 테오를 보며 나는 과연 원하는 것을 위해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내게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나의 무심한 행동과 말들도 돌아보게 되었다. 누군가를 위로하려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은 매일 새로운 전투를 치르는 우리가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좁지만 순수하고, 꼬이지 않은 세계의 이야기는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것, 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존재하고 있는 바람처럼, 그러한 존재인 나폴레옹을 느껴보라는 뜬구름 같은 말. 이탈리아 출신의 젊은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내게 다짐케 한다. 게으른 일상에서 벗어나 많이 생각하고, 순간을 소중히 여겨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를 놓치지 않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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