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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지은 집 - 가계 부채는 왜 위험한가
아티프 미안 &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빚으로 지은 집
아티프 미안,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2014년 10월 30일 초판 1쇄, 열린책들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이 마무리되면서 내년 미국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금리 인상으로 한계가구 중 일부가 디폴트할 것으로 예상되나 통화정책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하우스푸어 정책을 진행하다 포기했는데 이유는 주택경기의 회복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하우스푸어로 상징되는 가계부채의 상황은 어떠할까?
이 책은 미국의 대침체와 관련하여, 세계를 뒤덮은 암울한 경제상황이 가계부채에서 시작되었음을 가정하고, 다양한 통계자료를 통해 가설이 사실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데이터를 올바르게 분석하기 위해 <레버드 로스 프레임워크>를 도입한다.
2008년 찾아온 미국의 대침체는 지난 대공황 시기와 놀랍도록 비슷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내 가계 부채는 급격하게 늘어났으며, 가계 지출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가계 부채의 원인이 되는 모기지 대출은 어찌해서 늘어나게 되었는가? 저자들은 지난 90년대 동아시아 위기에서 그 단초를 찾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 이 국가들은 미국 국채를 사들이기 시작했고 해외 자금이 미국 내로 흘러 들었으나, 이 자금들이 불태화되지 않은 것이 재앙의 시초라는 것이다. 은행에서는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이들에게도 대출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와 관련한 사기도 성횡하였다. 결국, 신용팽창으로 인한 자산가격의 거품이 가계 부채를 불러온 것이다.
이는 가난한 이들이 더 가난해진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집값이 하락하면 순자산이 적은 가계에 충격을 준다.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갚아야 할 대출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이들은 결국 빈털터리가 된다. 채무자들은 자산을 팔아야 하고, 그들은 자산을 시장가격보다 낮게 팔게 된다. 문제는 잠재적 구매자와 감정평가사가 이러한 투매된 가격에 맞춰 해당 지역의 다른 집들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지역의 모든 집값이 동시에 하락한다.
이렇게 가계부채가 많고 집값이 크게 떨어진 지역에서는 주택 소유자의 순자산이 대폭 감소하면서 소비도 줄었다. 가계 부채의 증가와 자산 가격의 폭락 그리고 심각한 경제후퇴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하지만 이들이 욕심부려 진 빚을 왜 다른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갚아야 하는가? 있을 수 있는 얘기다. 여기에 대한 해답 또한 <채무자 섬과 채권자 섬> 모델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과 관련한 실제 사례도 등장한다. 이유는 바로 <경제문제는 채무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결과는 자산과 부채의 분배 상태가 불평등하기 때문에 일어났다. 주택과 금융 자산, 즉 순자산을 많이 소유한 계층은 그들이 투자한 주식의 거품이 붕괴하더라도 큰 타격을 입히지 않았다. 이미 그 위험성을 알고 투자하기도 했고, 그들의 자산구조는 주택이 순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 저소득층의 자산 구조와 달랐기 때문이다. 결국 주택 시장의 붕괴는 한계가구에 타격을 입혔고 총수요를 감소시킴으로써 미국의 대침체를 불러온 것이다.
저자들은 <책임 분담 모기지>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직접 가계 부채를 공략하자고 주장한다. 금융 중개 기능도 중요하지만 스페인 사례와 같이, 결국 은행도 가계 부채의 증가로 총수요가 감소하면 타격을 입게 된다. 따라서 이 모든 상황의 원인이 되는 가계 부채를 주식의 형태를 띤 채무 재조정을 통해 해결해보자는 것이다. 이 모델은 도덕적 해이가 불러올 상황까지 마크하고 있으며 앞에서 열거한 자료들에 의거,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채권자들과 정부 당국이 과연 새로운 형태의 이 모델을 받아들일 것인가? 저자 역시 현실적으로는 실현가능성이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결국 이 책에서 저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통화 정책, 재정 정책만으로는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없으며 환부를 도려내듯이 가계부채부터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용어, 도표의 등장 없이도 현 경제상황을 투시할 수 있게끔 하는 좋은 책이다. 이보다 더 쉽게, 그리고 와 닿게 경제를 논할 수 있을까? 지역 경제블록이 덩치를 키우면서 글로벌 시장의 벽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미국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문제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가계부채가 1000조를 넘어섰으며, 급격한 가계지출 감소로 가계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우리 한국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2014년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가계부채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아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책날개에 씌어진 2014년 최고의 경제학 서적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