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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한입 더 - 철학자 편
데이비드 에드먼즈 & 나이절 워버턴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철학 한입 더>, Philosophy Bites Back은 아이튠즈의 팟캐스트의 철학 부문에서 경이로운 성공을 거둔 대담 음성 파일(방송은 아니니까!)을 글의 형태로 바꾸어 엮은 책이다. 전작인 <철학 한입>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고 이번이 두번째 책이다. 대담은 [○○의 철학에 관해 ○○에게 듣다] 라는 제목으로, 진행자인 데이비드 에드먼즈와 나이젤 워버턴과 초대된 철학자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이 책의 장점은 말할 것 같으면 1. 재미있다! 2. 재미있다! 3. 재미있다! ...... n+1. 나의 대뇌 피질의 일정 부분을 철학 한 입 만큼의 교양으로 채워준다는 것이다. 왜 재미있느냐고 물으신다면, 재미있어서 그렇다고 할 수 밖에요...
사실 철학은 우리 삶을 관통하면서도 멀게만 느껴지는 주제다. 누가 그랬더라. 의식주의 욕구가 채워지면 그만큼 교양에 대한 욕구, 지적인 욕구를 채우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고. 그러한 점에서 <철학 한입 더>는 잘 차려진 뷔페와도 같은 책이다. 안타깝지만 식사(?)는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제공되며, 골라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철학가의 사상을 소개하고 있다. 식사량이 많지 않은 이유는 독자와의 밀당을 위한 영리한 전략인 듯 하다. 그 주제를 잘 모르는 독자일지라도 한입 정도는 소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이 책은 독자가 너무 골치아프지 않게, 하지만 읽고 나면 "그래, 나는 이런 내용을 궁금해 했더랬지!" 혹은 "이제 흄의 사상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게 된 것 같은데?"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사상가에 대해 조금 더 찾아볼까"라는 능동적인 생각이 들 정도의 정량을 제공한다. 마중물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장점은 2012년에는 이 팟캐스트의 1200만 다운로드 기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사실 대화로 철학이나 교양을 풀어가는 이야기는 이전에도 존재했다. 지금 떠오르는 것은 한때 세간을 풍미했던 <소피의 세계>, <수학 귀신>이라는 책이다. 두 책들 모두 각각의 주제를 좀 더 쉽게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철학 한입>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팟캐스트 파일 안에서 뛰노는 "살아있는" 음성을 잡아 잠시 책에 옮겨 놓은 것과 같은 생생함이다.
이 책의 대담 모두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쉽게 설명하려고 해도 어려운 주제들도 있다. 이름이야 들어봤을지 몰라도, 처음 듣는 철학자의 철학 이야기는, 어깨 너머 세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기웃거려봐도 긴가민가하기도 하다. 어찌 첫 술에 배부르랴? 그럴 때는 과감하게 다음 사상가를 탐색할 것을 권한다. 다른 시대, 다른 사상가네 문도 두드려보고 발도 담가 보면 앞선 시대의 사상가 역시 조금씩 이해가 갈 듯하고 또 흥미가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대담들이 재미있는 이유는 철학자들에 대한 다른 이야기들도 함께 곁들여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데카르트가 x축, y축의 좌표를 발견한 장본인이라는 사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명제이다. 하지만 데카르트가 고맙지만 고맙지 않은(?) 발견을 한 사람이라니, 소소한 사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몽테뉴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죽음과의 입맞춤'이 그에게 가져온 변화와 그가 후대 철학자에게 미친 영향들은 왜 그가 철학사에서 중요한 인물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번도 그를 철학자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말이다. 우리 시대에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마키아벨리의 피렌체 활동모습을 보면서는 단테 알리기에리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공상도 좀 했다. <향연>을 읽어서인지 플라톤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었고, 그의 철학이 어려운 나머지... (죄송하지만) 우스갯소리로 변태(!)같다고 생각했던 위대한 철학자, 헤겔의 변증법에 대한 대담 역시 흥미로웠다. 이해하기 힘들었던 해체론의 데리다의 용서에 관한 이야기까지, 고대에서 현대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나를 철학의 세계에 살짝 빠뜨렸다가 그 세계를 그리워할만큼의 미련을 남긴다.
이 책을 있게 한,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에 대한 대담의 일부분을 소개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은 가르칠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가 그에게 배울 것이 있을까요?
소크라테스는 우리가 무언가를 배웠더라도 자신이 가르쳤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중요한 것 중에서 소크라테스가 옳게 말한 것이 있어요.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그러니까 교육을 받거나 교육을 한다면 - 가장 좋은 것은 둘을 함께 하는 것이죠 - 소크라테스적 방법이야말로 본질적 방법이에요. 소크라테스적 방법이 교육의 전부는 아니지만, 우리가 <교육은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의 핵심에 있는 무언가를 이루고 있으니까요.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을 성찰하고 우리도 우리 자신의 생각을 성찰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명령이나 독단이나 고집이나 강요 없이 남과 토론하는 것 말이에요. 대화 참여자는 자신에게 진실해야 해요. 자신의 믿음에 솔직하고 자신의 믿음이 아귀가 맞는지 정직하게 이야기하고 상대방을 존중해야 해요. 이 모든 교훈은 분명 소크라테스가 가르쳐 준 것이죠. 4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