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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해의 폴짝 - 정은숙 인터뷰집
정은숙 지음 / 마음산책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좋아하는 소설가가 인터뷰이로 참여했다길래 헐레벌떡 구입해서 읽었다. 왠진 모르지만 마음산책은 인터뷰집을 잘 엮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됐다. 정은숙 편집장이 각 인터뷰 첫 머리에 쓴 작가에 대한 단상에는 마음산책 저자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데다 편집자와 저자 사이의 각별한 유대관계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인터뷰의 티저로 보이는 듯한 이 부분이 제일 재미났다.) 책, 문학, 출판사의 스무 해를 돌아본다는 기획도 너무 좋고, 저자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면 할 수 없는 질문들도 좋다. 게다가 이 책을 읽으며 마음산책의 영업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터뷰에 마음산책이 출간했거나 출간 예정인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데, 모조리 그 책들을 읽고 싶어진다. 말들 시리즈, 짧은 소설 시리즈는 올해 안으로 꼭 여러 권 읽어봐야겠다.
인터뷰집은 그나마 나에게 친숙한 작가들 순으로 읽어내려갔다.. 몇 분에 대한 느낌을 간략히 써 보자면,
백수린 작가님, 이방인과 여성저전서사라는 키워드. 손보미 작가 인터뷰는 여기서 제일 웃겼는데,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고, 나도 손보미 유니버스라는 곳에 얼른 들어가고 싶어졌다. 뭔가.. 여기 나온 소설가들의 이미지하고는 이질적이었는데,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바라보는 행위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니 본질은 똑같다는 생각. 소설가의 공통된 작업은 이해. 김연수 작가는 어째 글 쓰는 수도승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이기호 작가는 밑줄 그은 부분이 젤 많았음. 인물을 자기가 만들어 낸 하나의 조각으로 여기다보면, 인물들이 현실의 우리와는 다른, 질문 그 자체로만 남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신 부분이 인상 깊었다. 이승우 작가는.. 사실 거의 끝부분에 읽었는데, (나에게 멀게 느껴지는 작가였다) 삶의 태도에 대해 말씀하시는 부분이 내게 가장 위로가 됐다.. 본인이 들으면 어이없겠으나,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느껴졌다 (ㅋㅋ) (애초에 등단 40년차 소설가와 나를 동일시한다는 것 자체가 자의식 과잉이긴 한데) 지금 내 상황과 맞닿아 있어서 그런가보다. "저는 무슨 일을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일단 시작했으면 열심히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내게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하려고 애를 써요. 그러나 잘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잖아요." 맞아요, 작가님.. 잘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