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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 한계 시간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68
율리 체 지음, 남정애 옮김 / 민음사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무지 독특하다. 과연 무엇이 진실이냐? 는 물음은 <라쇼몽> 이후 끊임없이 변주돼 문학에 나타난다는 생각을 했다. 화자 스벤은 독일에서 도망쳐 나와 외딴 섬에 자리 잡은 인물이다. 잠수해서 들어간 수심 100m, 심해에서 안정을 느낀다. 그의 독백에 마음이 많이 갔다. 나 또한 어느 때는 하염없이 굴을 파 들어가 앉아 있는 성격이기에.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인, 테오의 빈정거림에 따르면 "최고의 개인주의자"인 스벤을 보며 난 저 정도는 아니지, 생각하기도 했지만.
초반부는 욜라와 테오의 관계가 아리송하게 느껴져서 괴로워하며 읽어나갔다. 그러나 인물들의 결핍을 서서히 들여다보며 소설에 빠져들었다. 잠수 이야기가 나와서 낯설기도 한데, 어느 순간 잠수 강습을 받고 있는 양 잠수에 몰입해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특히 후반부 스벤의 탐사 부분은 손에 땀을 쥐고 읽었다.
잠수에 대한 은유도 세련됐고, 분위기도 독특하고. 간만에 새로운 느낌을 주는 소설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