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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이승훈 외 지음 / 마카롱 / 2023년 4월
평점 :
공모집에는 신예 작가와 그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은 다섯 명의 작가가 그려낸 다섯 편의 단편이 실린 2023년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단편 수상집이다. 표지에 대회명, 수상자와 작품명이 담겨 있다. 단편집이다 보니 표지 그림에는 별뜻을 두지 않았는데 다 읽고 다시 보니, 바다 그림은 <울다>를, 새는 <여보, 계>를, 구름처럼 보이는 바람은 <인간다운 여름>를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다섯 편의 소설 중 세 편은 휴머노이드, 한 편은 좀비 전염병, 한 편은 처절한 인생 이야기이다.
심판원에 대한 일반 지시! 심판원은 경기장에 입장하면 오르지 야구의 대표자로서 경기를 관장하는 일에만 전념하여야 한다. 심판원은 사태가 악화됐을 때 그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
p30. 야구규칙서 8장 심판원에 대한 일반 지시_이승훈
그들은 분명 똑같은 잘못을 반복할 겁니다.
p88. 울다_ 김단한
나는 한 창고해서 출하됐어.
p151. 인간다운 여름_고반하
<야구규칙서 8장 심판원에 대한 일반 지시>은 마지막 남은 인간야구심판원 <선배님>과 AI심판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울다>는 칠순의 마지막 해녀 순향과 바다를 누비는 로봇 <울다>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 <인간다운 여름>은 휴머노이드, 복제인간, 로맨틱이드, 기계살인단(줄여서 기살단, 러다이트 운동의 정신), 방송국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준다.
인공지능과 작년 말 공개된 챗 GPT이 최근 큰 화제를 끌고 있다. 그래서인지 휴머노이드에 대한 소설이 가장 많이 수록되어 있다. 사람과 휴머노이드의 경계는 무엇인지, 사람과 비슷한 외모에 비슷한 감정이 프로그래밍된 휴머노이드를 일반 가전기기처럼 취급해도 되는지, 세 편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금도 식당에 가면 서빙하는 로봇이 있고 카페에 가면 아메리카를 내려주는 로봇도 있다. 이러한 로봇들이 서빙만 하는 것이 아니라 편의점은 물론, 일반 회사에서 아르바이트생과 사원으로 근무하는 상상을 해보자. 로봇은 숨을 쉬지 않아도 되니 해저 기지를 짓는데 유용할 수도 있다. 휴머노이드들이 로봇인 것을 숨기고 사람들 속에 숨어사는데, (고성능 휴머노이드들은) 사람이랑 똑같이 생겨서 분간을 할 수 없을수도 있다. 소설 속 이야기들이 머지않아 현실세계에서도 벌어질법하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도 한국인은 아침마다 꾸역 꾸역 일터에 나갈 것이라는 유머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p176. too much love will kill you _ 함서경
좀비 전염병 이야기는 얼핏 코로나19 초기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마스크를 구하려고 약국과 슈퍼 앞에 길게 줄을 선 풍경, 백신이 출시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모습들, 초기에 코로나 환자 동선 공개를 할 때 악플을 달던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책 속에서 운이 좋아 비감염자가 되었거나 후유증이 없는 감염자들은, 운이 나빠 감염자가 되었거나 극심한 후유증을 얻은 사람들을 공격한다. <그럼에도!>를 외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슬프다.
서로 부부는 아니어도 홀로 살아남은 그 가련한 병아리와 외롭고 배고픈 자네가 서로에게 달달한 벗이 되란 거지. 병아리는 삐약삐약, 자네는 여보게, 여보게 하면서.
p239. 여보, 계(Hey, chicken!)_강솟뿔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게 본 작품은 <여보, 계(Hey, chicken!)>이다. 코믹소설을 좋아하기도 하고 위의 이야기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이다. 위의 이야기들이 카카오 90% 초콜릿을 먹는것 처럼 씁쓸했다면, <여보, 계(Hey, chicken!)>는 카카오 50%정도의 달콤함이 있다. 물론 이 작품 속 청춘들의 삶은 팍팍하다. 마흔에 가까운 가난한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와 더 가난한 시나리오 작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백수인듯 백수 아닌 처절한 청춘 둘, 한 명은 옥탑방에서 한 명은 반지하에서 청춘을 불태우고 있다. 성과가 보장된다면 이러한 고생도 아름답다 하겠지만 터널이 너무 길어 답답하다. 터널 통과 못하고 삶이 끝나면 어쩌지 걱정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무거운 이야기지만 가벼운 농담과 행동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서 코믹웹툰을 보는 것 같다. 자살시도 중인 사람에게 조의금 낼 돈이 없으니 자살하지 말라고 멱살을 잡는 이야기가 코믹스럽다. 그러나 다 읽고 보면 실제 가난한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보여 오소소하다.
장편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기 좋은 단편선이다. 요즘 신예작가들이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요즘 문화계 트렌드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읽어볼만 하다.
(마카롱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