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사냥꾼 풀빛 그림 아이
김민우 지음 / 풀빛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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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입장에서 볼 때, 아이들은 엉뚱하고 자잘한 사고를 일으키는 것 같다. 두 아이의 아버지 <김민우>작가가 쓰고 그린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왜 엉뚱한지, 아이들 나름의 입장에서 왜 심각한지 이야기하고 있다.

꼬마 아이에게 이 세상은 괴물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어른들이 되면 괴물들이 보이지 않는다. 괴물은 집 밖에도 있고 집 안에도 있다. 매우 크기도 하고 매우 작기도 하다. 어떤 괴물은 무채색이고 어떤 괴물은 알록달록 무지개색이다. 두 아이는 일상에서 다양한 괴물들을 만났지만 한번도 진적이 없는 무적의 아이들이다.

여기까지가 아이들 입장이고,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왜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까, 왜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뭘 그리 보고 있을까, 걸어가면 되지 왜 촐랑촐랑 뛰어갈까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책 속 엄마의 표정이 바로 내 표정이다.


책 앞 표지를 넘기면 괴물사냥용 무기들이 보인다. 그 중에서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총이 인상적이다. 어릴 적에 동생이랑 만들어서 갖고 놀았는데, 오랜만에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난다.

아이는 학교에 입학하고 나이를 한살 두살 먹으면서 괴물을 볼 수 없게 된다. 어릴 적 상상력을 잃어버리고, 학교에서 해야될 일이 많아지면서 놀 시간도 줄어들어서 일 것이다.

앞 뒤표지의 골목길 그림과 괴물의 그림이 귀엽다. 일반적인 건물은 수채화로, 괴물들과 괴물사냥꾼인 아이 둘은 투명티커를 붙여놔서, 햇빛에 비춰보면 반짝반짝 빛난다. 그리고 앞 속지에는 사냥꾼의 무기, 뒤 속지에는 마을의 괴물지도가 그려져 있어, 책을 보기 전과 본 후에도 아이와 이야기할 꺼리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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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일주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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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어릴 적 어린이동화책과 애니메이션으로는 봤는데, 완역본으로 읽어 본적은 없다. 열림원에서 쥘 베른 시리즈를 완역본을 출간하여, 이번 기회에 드디어 완역본을 읽게 되었다. 어릴 적에 동화책으로 재미있게 읽어서, 처음에 어떻게 여행이 시작되었고, 어떻게 내기가 끝났는지는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떻게 모험이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쥘 베른은 1828년에 프랑스에서 태어나 1905년에 사망했다. 인생의 대부분을 19세기에서 산 인물이다. 그는 11살 때 동갑내기 사촌누이에게 연정을 품고, 그녀를 위해 인도산 산호목걸이를 구해주려고 인도행 원양선에 몰래 탔다가 아버지에게 붙잡혀 온다. 그 후 아버지에게 상상 속에서만 여행을 하겠다고 약속한다. 그의 책 제목들을 보면 <해저 2만리>, <15소년 표류기>, <지구 속 여행>, <달나라 탐험> 등 상상 속 여행이 굉장하다.

80일 간의 세계 여행은 부유한 런던 신사들의 <혁신클럽>에서 시작된다. 지구 한바퀴를 얼마만에 돌 수 있는가라는 이야기가 오가고 내기에 관심이 많은 신사 <필리어스 포그>가 80일만에 지구 한바퀴를 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5명의 클럽신사에게 2만 파운드의 내기를 제안하고 여행을 시작한다.
만능열쇠라는 뜻의 장 파스파르투는 필리어스 포그의 새로운 하인이 된지 하루만에, 주인과 함께 세계일주를 떠나게 된다. 여행을 싫어하고 규칙적인 독신남자를 주인으로 모시게 되어 기뻐했는데, 몇 시간만에 기쁨이 고난이 되었다. 그 둘은 런던에서 이집트 수에즈, 인도 봄베이, 캘커타,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일본 요코하마, 미국샌프란시스코, 뉴욕을 거쳐 다시 런던으로 돌아온다. 그 둘은 기차도 타고, 큰 선박, 작은 배는 물론, 마차, 땅 위를 달리는 요트, 코끼리 등 다양한 탈 것을 타고 이동한다.

한편, 필리어스 포그가 런던을 떠나기 얼마 전 영국은행으로부터 거금을 훔쳐달아난 범죄자가 있었는데, 범인의 인상착의가 필리어스 포그와 닮아있다. 이에 엄청난 현상금을 노린 형사 픽스는 필리어스 포그를 범인으로 점찍고 미행한다. 결국은 들통나고 필리어스 포그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필리어스 포그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기계 같은 인물이다. 그러나 구걸하는 여자에게 돈을 쥐어주고, 위험에 빠진 여인이나 사람들을 구할 때 반전의 매력, 인간미가 보인다. 파스파르투는 다양한 직업을 거쳐온 (작가와 같은) 프랑스인답게 사고는 종종 일으키지만, 외지에 혼자 놔둬도 먹고 살만큼 듬직한 인물이다. 필리어스 포그와 정반대의 인물로 이 책 속 코믹요소를 담당하고 있다. 일본에서 돈 한푼 없은 미아가 되어도, 옷을 팔아 밥을 사먹고, 극단에 들어가 공연을 하는걸 보고 너무 웃었다. 필리어스 포그가 그 엉뚱한 매력에 빠져 그를 계속 구해주나 보다. 파스파르투가 <나는 참 비싼, 돈이 많이 드는 하인>이라는 말을 하는걸 보고 알긴 아는구나 생각했다. 미워할 수 없는 사고뭉치이다. 그 와중에 형사 픽스는 처음에 얄밉다가 중반에 듬직해졌다가 마지막에 다시 얄미워졌다.

아우다의 위기는 필리어스 포그와 그 일행이 선량한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할 뿐, 왜 이 여인이 계속 이 책에 등장하는 지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딱히 로맨스물도 아닌데 말이다.

쥘 베른의 서적 한두권은 늘 어린이 권장도서 목록에 늘 올라와있다. 그가 아동문학출판사 관계자들과 친분이 있어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작품해설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은 39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감이 있는 책이나, 위기가 금방 해결된다. 그리고 독자로서 필리어스 포그가 믿음직스러워 이 위기에서 곧 탈출할거라는 확신이 있다. 1800년대 유럽인의 입장에서 아시아를 보는 관점도 흥미로우니 시간이 허락된다면 완역본으로 읽어보길 바란다.

https://youtu.be/Mk66xHqkd18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80일간의세계일주 #쥘베른 #열림원 #필리어스포그 #파스파르투 #만능열쇠 #형사픽스 #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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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날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4
카롤린 라마르슈 지음, 용경식 옮김 / 열림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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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는 더 이상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렇지만 나를 포함해서 그 개를 구하려고 한 사람이 적어도 반 다스나 되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p110 <자전거를 타고> 중에서

개는 있지 말아야 할 장소에 있었을 뿐이다!

김연수 소설가의 추천과 <개의 날>이라는 특이한 제목에 이끌러 이 책을 골랐다. <개의 날>이 한국 번역가 또는 한국출판사에 의해 다시 지은 제목일까 싶어, 프랑스 원제 <Le Jour Du Chien>를 프랑스-영어 번역기로 돌려보았다. 원제 뜻도 <개의 날 dog day>이다.

이 책의 앞 부분에 <블라드미르 나보코프_롤리타 저자>의 <우리가 버린 개>에 관한 문구가 적혀있다. 이 문구는 어디서 온 것인지 궁금하다. 롤리타에서 읽은 기억이 없는데……

책은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개 한마리가 있다. 100키로가 넘는 속도로 차가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그 것도 중앙분리대를 향해 달리는 개 한마리는 6명의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들은 그 개 처럼 버림받은 사람들이다. 아니 사실 그 개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것인지, 그냥 혼자서 집을 뛰쳐나온 것인지, 원래 혼자 살던 들개인데 방향을 잘못 잡아서 고속도로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를 관찰한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서, 개가 버림받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개를 보고도 어떤 이는 개가 죽었다, 어떤 이는 아직도 개가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개의 모습만 진실이다. 나머지는 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빚대어 만들어낸 이야기이다.

이 책에 나오는 6명의 인물, 부인에게 버림받은 트럭운전기사, 말동무 소피에게 버림받은 교회의 신부 장, 어머니에게 냉대당하고 유모 리에브에게 버림받은 빨간레인코트의 여자, 사람들에게 바림받은 게이 호모 필, 남편에게 버림받은 과부, 엄마에게 버림받은 안은 현재 외로운 사람들이다. 그들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개를 보고 마음 한켠의 응어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6명은 자신이 버림받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외로워하지만, 어쩌면 버림받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현재 본인이 외롭고 삐뚤어진 이유를 과거에서 찾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누군가가 나를 버렸다고 여기는 것일 수도 있다. 다친 오빠를 돌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 유모를 기억하는 빨간레인코트 그녀처럼 말이다. 영아라서 실제로는 기억도 없을텐데, 자신의 현상황을 그때와 연관지어 생각한다. 과부와 딸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오해를 하고 있다. 모녀가 제일 사랑한 남편 니코, 아빠 니코가 없어져 둘의 감정의 연결고리도 끊어졌다.

개의 진실을 파헤치는 소설인 줄 알고 가볍게 골랐는데, 결국 죽음을 향해 달리는 개에 관한 철학적인 소설이었다. 책 뒷표지에 김연수 소설가의 작품소개글, 감상평이 나와있다. 책을 읽기 전에 뒷표지부터 읽으면 도움이 될 듯하다. 난 그러지 못했다.

(열림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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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네 가게 - 2021 제9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동화 부문 수상작 상상 고래 19
정유소영 지음, 모예진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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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오셨어요. 아무네 가게는 죽은 자, 산 자, 사람, 동물, 아무도 가리지 않아요. 아무리 가게가 보인다는 건 지금 많이 힘들 다는 뜻이니까요. 저희가 도와드릴께요.어떤 물건이 필요하세요, 손님?

p9 들어가며 중에서


아무네 가게? 책 앞표지를 보면 강아지가 가게 앞 좌판에 물건을 깔아놓고 앉아있다. 그리고 그 뒤로 머리가 벗겨진 할아버지가 가게 안 계산대 옆에 앉아있다. 누가 <아무>일까.


꾸벅꾸벅 맨날 조는 할아버지 이름이 <아무어르신>이 았다. 아무어르신이 운영하는 아무네 가게에는 알바생 삽살개 <아무개>가 있다. 아무어르신은 평범한 할아버지같은데 진짜 정체가 뭔지 모르겠다. 삽살개 아무개는 어떻게 알바견이 된 것인지, 아무어르신은 아무개를 여기저기 부려먹기만 한다. 아무개는 할아버지에게 앙탈도 부려부는데 할아버지는 못 들은척 한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아무어르신이 힘들어하는 아무개를 위해 귀염둥이 알바생을 추가해주기는 하는데, 새로 들어온 알바생도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아무개의 일이 갑절로 쌓인 느낌, 피곤의 무게가 더욱 늘어난 느낌이 든다.


처음에 이 글을 읽었을 때, 이미예 작가의 <달러구트 꿈백화점>이 생각났다. 두 작품 다 상처를 치유해주고 보듬어주는 따뜻한 이야기이고,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이어주는 게 비슷해서 두 작품이 닮아보였다. 다만 아무네 가게는 어린이들이 읽기 쉽게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책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고민에 치중해서 썼다.


<아무>의 사전적 의미는 <1. 어떤 사람을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르는 인칭 대명사. 2. 어떤 사람을 구체적인 이름 대신 이르는 인칭 대명사.>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처음에는 서로에게 특별하지 않은 아무였지만, 위기를 겪고 더 이상 <아무>가 아닌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작가는 사람들이 서로 이어져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역설적으로 아무네 가게라고 책 제목을 지은게 아닐까 싶다. 작가의 말을 보니 <아무>는 상처가 아물다라는 뜻으로도 쓴다고 한다. 상처를 아물게 해줘서 <아무네 가게>인가 보다.


새로운 등장인물과 함께 다음 이야기도 나오길 바란다. 그리고 이 책에서 끝내지 못한 아무개의 비하인드스토리도 다음 책에서 풀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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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윤슬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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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인기 작가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면, 온 세상이 부끄러워 밖에도 못 나갈 테니 딱한 일이지만, 그렇게 될 리도 만무하니 또한 딱하다.

p205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중에서



영원한 현역이 되고 싶다는 박완서 작가의 말을, 그 분의 딸 호원숙 수필가의 글을 통해 다시 곱씹게 되었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1970년 부터 2010년까지 박완서 작가가 쓴 660편의 에세이 중에서 일부를 골라 출간한 에세이집이다. 40년 동안 써내려온 에세이이다 보니 마흔의 박완서와 예순이 훌쩍 넘은 박완서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이 책은 6개의 큰 주제와 그 안의 35개의 작은 주제 속에 짤막한 에세이를 담아냈다.


그도 꽃다운 시절이 있었고 결혼을 했다. 천지신명께 백년해로를 맹세했고 친척 친구들에게 앞날을 축복받으며 착한 여자의 지아비가 되었고, 지금 이 구걸도 그 무겁고 무서운 지아비 노릇이다라는 생각이 뭉클하니 내 심장 언저리를 뜨겁게 했다. p40 사십 대의 비 오는 날_소도구로 쓰인 결혼사진 중에서


나와 박완서 작가는, 나와 우리 할머니만큼 세월의 공백이 있다. 그래도 세월의 공통분모라고 할수 있는, 지금은 잊혀진 버스 차장(어릴 적 뉴스에서 봤다), 백화점 셔틀 버스, 공중전화 카드 등이 에세이를 통해 다시금 나와 할머니, 나와 박완서 작가를 과거로 이끌어준다. 지금의 아이들은 모르는 나와 엄마와 할머니의 추억을 말이다.


또한 에세이는 박완서 자신이 작가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 가족에 대한 사랑, 먼저 하늘나라로 간 남편과 20대의 나이에 하늘나라로 간 아들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에 대해서 쓰고 있다. 

세월이 차곡차곡 쌓이면 슬픔도 차곡차곡 쌓인다고 하는데, 일흔이 넘는 동안 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보낸 슬픔을 어찌 잊으랴 싶다. 특히 자식을 앞세운 슬픔은, 에세이를 통해 여러 번 언급된다.


그리고 지금은 갈 수 없는 북한땅, 어린 시절에 살던 개성의 작은 동네에 대한 향수를 할아버지와, 뒷마당, 할머니의 베보자기를 통해 그리고 있다.


작가는 어린시절 개성에서 20리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숙부들과 함께 살았단다.작가가 태어나던 날, 딸이라는 걸 알고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밤새 옥편을 붙잡고 딸아이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짓느라 밤을 샌다. 간난이, 섭섭이 같은 이름이 아니라 제대로된 이름을 지어주려고 두 남자가 고심하는 모습이 흐뭇하다. 


아주 오래 전 박완서 작가의 이름을 처음 접했을때, 남성작가인가 생각했다. 1930년대 흔히 듣던 여자이름이 아니라, 힘 있고 당찬 느낌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내 주위의 할머니 이름과 많이 달랐기 때문에 가진 편견이었다. 


장남인 아버지가 맹장염으로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갑작스레 죽자 어머니는 아들을 서울에서 공부시키겠다며 서울로 무작정 떠난다. 그리고 딸 박완서가 학교갈 나이가 되자, 딸도 서울로 데리고 간다. 종손이 모질다며 집안 어른들로부터 욕을 먹으면서, 서울에서 삯바느질로 겨우 입에 풀칠하면서 애 둘을 키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어머니로부터 <넉넉한> 사랑을 배웠다며 그 시절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물질 보다는 사랑이 넉넉했던 시절, 어머니 안에서 넘치는 사랑을 받았기 때문인가 보다. 나이가 들면 내가 사랑받기 보다는 사랑해주어야 할 자식, 손주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 시절을 그리워할 수도 있겠다.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쓰면서도 작가는 간혹 울컥울컥한 이야기를 담담히 쓴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작가가 남편에게 65세가 되어도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다면 무임승차를 하지 말자고 한다. 구두쇠 남편은 웃으며 알겠다고 하는데, 그 남편이 결국 64세에 죽어 그 약속을 지켰다며 담담히 이야기한다. 세월이 약이라고 오랜 세월이 흘러, 단장을 끊는 슬픔도 무뎌질 수 있구나 싶다.


같은 이야기라도 작가의 눈으로 보고 작가의 손으로 쓰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오랜만에 대가의 묵직한 에세이를 읽었다.


박완서 작가는 어른들을 위한 책만 쓰신 줄 알았는데, <7년 동안의 잠>과 같은 어린이동화도 여러 권 쓰셨다고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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