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 쿠쉬룩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1
서윤빈 외 지음, 전청림 해설 / 열림원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 사람이 만나면 관계가 생기지만 셋이 모이면 세계가 탄생한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다. p133 <하나 빼기_이혜오>중에서

책 제목만 들어서는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다. 림 LIM이 무엇을 뜻하는지, 쿠쉬룩은 또 어느 나라말(외계어?)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제목이 뜻하는 바를 알고 싶기도 하고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어떤 주제로 어떤 글을 쓰는지 알고 싶기도 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림은 숲을 뜻하는 숲 림(林) 자가 아닌지 살짝 생각해 본다. 쿠쉬룩은 수메르어로 상자를 뜻한다고 책 안에 적혀 있다.

림 LIM 젊은 작가 단편집은 첫 소설을 출간한지 5년 미만의 젊은 작가들의 단편 모음집이다. 열림원 출판사에서 출간한 이 책은 일 년에 두 권씩 발매될 예정이며, <림 LIM : 쿠쉬룩>이 그 첫문을 연다! 7명의 작가 중 낯익은 <천선란> 작가의 이름이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목이기도 천선란 작가의 쿠쉬룩을 먼저 읽고 나머지 작품을 차례대로 읽어보았다.

인간의 미래는 죽음, 불안, 불확실, 절망, 나아지지 않음, 달라지지 않음, 변화하지 않음, 정세의 악화, 그런 것들로 가득해. 누구도 미래를 기대하지 않아. 누구도 미래를 바라지 않아. 누구도 미래에서 희망을 느끼지 않아. 인간에게 미래는 그렇다.p171 <쿠쉬룩_천선란> 중에서

이 단편집은 가까운 미래를 다루는 <마음에 날개 따윈 없어서>, <돌아오지 않는다>, <쿠쉬룩>과 학창 시절을 다루는 <영의 존재>, <이십 프로>, <하나 빼기>, 동화를 다시 재해석한 <멀리서 인어의 반향은>으로 나눌 수 있다. 단편을 읽을 때마다 젊고 아름다웠지만 치열했고 친구가 전부였던 학창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가 눈앞에 있는 거 같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가장 마음 편히 읽은 작품은, 최의택 작가의 <멀리서 인어의 반향은>이다. 책을 읽는 동안 어릴 적부터 수없이 보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와 인어공주의 OST, 가재 세바스찬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작가는 인어공주를 재해석하여 써놓았다. 인간이 되는 약물을 자주 복용해 내성이 생긴 아리엘 공주와 사악한 문어 마법사의 엉뚱한 딸 샤샤, 멀쩡한 허우대에 마음이 여린 에릭 왕자로 바꿔서 말이다. 최의택 작가 노트에 담긴 말처럼 쿨내나는 동화 인어공주이다.

실은 우리가 공유하고 공감한 것이 서로의 불행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던 날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나는 너의 꿈이었을까. p64 <영의 존재_서혜듬> 중에서

아울러, 이혜오 작가의 <하나 빼기>가 나의 지나간 학창 시절을 보는 것 같다면 설재인 작가의 <이십 프로>는 아직도 진행 중인 우리 아이들의 학창 시절을 엿보는 것 같다. 성적에 매달려 앞만 보고 달리는 모습에 마음이 무겁고 불편하다. 설재인 작가는 전 특목고 교사였다. 그래서 학생들을 관찰한 경험이 풍부하고 학교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들의 뒷모습을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 <이십 프로>가 더 사실처럼 느껴진다. 물론 빙의라는 소재를 썼지만 이 부분을 제외하면 지금도 있을법한 이야기이다.

한 작품 뒤에 바로 작가의 노트가 실려있다. 어디서 소재를 얻었는지 어떤 목적으로 글을 썼는지 주변 평은 어땠는지 짤막하게 기재되어 있다. 젊은 한국작가의 글이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하다. 몇몇 주제는 그리 가볍지 않으니, 집중해서 읽어보길 바란다^^

(열림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3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42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22년 11월
평점 :
품절


독서모임 추천 책이다. <만일 내가 인생을 산다면>은 김혜남 신경정신과 의사의 에세이이다. 이 책은 2015년에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고, 2022년 제목을 바뀌고 내용을 일부 삭제 및 추가하여 재출간되었다. (현재 20만 부 넘게 판매되어 양장 에디션이 나왔다는데... 왜 내가 사면 왜 스페셜 에디션이 나오는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도 스페셜 커버가 나오고... 슬프다. 나도 양장본 좋아하는데 ㅜㅜ)

30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한 저자가 마흔이 된 독자에게 해 주고 싶은 말 42(소주제는 43개인데, 무슨 의미일까? 파킨슨병 진단을 받기 전 나이인 42세로 돌아간다는 뜻일까?)라는 소개 글이 적혀있다. 마흔셋, 개인 병원을 개업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저자는 파킨슨 진단을 받는다. 파킨슨병은 희귀질병으로 몸이 점점 굳다가 발병 후 15년~17년이 지나면 사망 또는 심각한 장애를 얻는 병이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르는 약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는데, 약을 먹는다고 몸이 마냥 좋아하지는 것도 아니다. 병의 일시적인 호전 및 전체적인 병의 속도를 늦춰줄 뿐이다. 그녀의 말처럼 3시간 동안만, 2시간 동안만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들어 줄 뿐이다. 그녀는 60세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 또는 심각한 장애를 얻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원망하였다. 그러다 불현듯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로 한다.

2015년에 출간된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에는 저자의 딸과 아들에게 해줄 이야기를 적었다고 한다. 2022년에 재출간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에서는 딸과 아들에게 해줄 이야기를 걷어내고 마흔 살에 알았다면 좋았을 내용을 추가하였다고 한다. 그녀가 마흔으로 돌아간다며 그녀는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해 줄 것인지 들어보자.

두 언니와 남동생은 예쁘고 멋있는 외모를 타고났는데, 본인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주위에서도 왜 너만 그러냐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다고 한다. 외모 콤플렉스는 어릴 때 상처가 되었지만 그녀는 결국 강점을 개발하여 열등감을 벗어난다. 돈과 외모만 가졌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할 정도로^^ (병이 발병한 후에는 병과 빚만 가졌다고 한단다).

또한 저자가 고등학생 시절, 연년생 둘째 언니가 대학 예비 소집을 갔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한 달 뒤 할머니까지 돌아가신다. 언니의 몫까지 해내기 위해 저자는 버티기를 한다. 슬픔을 참고 대입을 준비하고, 전문의 준비를 하며 버틴다. 우리는 흔히 버티기가 나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의 버티기는 추후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었다.

환자와의 상담 내용과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그래서 이 책에는 신경정신과 의사로서, 육십을 넘게 산 인생 선배로서 어린이, 청소년, 중년, 노년에게 하는 이야기는 물론 사회 초년생을 포함한 직장인, 부모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조언이 담겨있다.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불행이 오며, 완벽한 시기라는 것은 없다. 나라는 사람은 미움과 불행을 떠안은 사람이 아니라 다만 상황이 좋지 않아 나쁜 대접을 받은 것이다. 모든 것이 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지 말아야 한다. 배운다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문제의 해결 방법은 자신 안에 있으니 자신만 태도를 바꾸면 삶이 훨씬 가벼워진다. 읽을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나중에 우리 아이가 조금 더 커서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프로이트가 정의한 정상적인 사람은 약간의 히스테리, 편집증, 강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남들이 정해준 기준에 따라 나를 포장하면서 살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크게 해를 가하지 않는 이상) 나답게 나를 위해 살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빚 갚는 기술 - 돈 한 푼 안 들이고 채권자 만족시키기 고전으로 오늘 읽기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선주 옮김 / 헤이북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리오 영감>으로 유명한 오노레 드 발자크는 1799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그는 소로본 대학 법대를 중퇴하고 수많은 가명으로 글을 쓴다. 본명으로 쓴 최초의 글이 1829년에 나온 <올빼미당원 (Les Chouans)>이라 올빼미당원을 발자크의 데뷔작으로 치지만, 발자크는 1829년 이전에도 수많은 글을 썼다.

발자크는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인쇄소를 차리고 유명 작가의 문학서적과 가명으로 쓴 자신의 책도 출판하지만, 경영에는 소실이 없었는지 결국 빚만 잔뜩 남기고 사업을 말아먹는다. 빚을 갚기 위해 하루에 커피 40잔씩 마시며 발자크는 글을 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쓰지도 않는 글을 대가로 돈을 빌려서 다른 채권자에게 빚을 갚는 모습도 눈에 선하다. 생전에 유명한 작가 반열에 올랐음에도 왜 빚에 허덕였는지, 정말 독특한 작자가 아닐 수 없다. 정원에다 기후에 맞지 않는 사치스러운 파인애플 나무를 키우면서, 동생에게는 옷이 해질까 봐 외출도 못 나간다는 편지를 쓴다. 샤를르 보들레드는 그런 발자크를 보며 글을 쓰는 재주만큼이나 빚 청구서를 쓰는 재주가 있다고 언급한다. <빚 갚는 기술>을 읽다 보면 발자크의 생존법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이 아니라 실제 경험담이구나.

<빚 갚는 기술>은 발자크가 인쇄소를 운영하던 시절인 1827년, 가명으로 쓴 책이다. 화자인 조카 앙페제 남작(발자크의 가명)이 삼촌의 유지에 따라, 삼촌이 어떻게 많은 채권자들에게 많은 돈을 빌리고도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그 경험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결국 돈 한 푼 갚지 않고도 채권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한 한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고 버티는 이야기이다. 이 책의 부제가 <돈 한 푼 안 들이고 채권자 만족시키기>이다. 채권자 입장에서 들으면 속이 터질만한 제목이다^^.

삼촌 앙페제 남작은 채권자를 생산자로 보고 채무자를 소비자로 본다. 가난한 채무자는 돈 많은 채권자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빌려 사는 것이 문제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빌린 돈을 갚는 게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갚지 말라고 한다. 삼촌은 빚의 종류, 채권자와 채무자의 종류, 여러 나라에서 빚을 안 갚으면 발생하는 일 등을 자신의 경험과 함께 나열한다. 진지하게 읽으면 이 삼촌은 정말 몹쓸 사람 같아 화가 나지만, 별별 사람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라고 생각하면 웃으면서 읽을 수 있다.

삼촌은 부자에게 돈을 빌리라고 한다. 그들에게 자신이 빌린 몇 푼의 돈은 큰 금액이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채권자들을 오전 10시부터 집 응접실에 대기시키고 순서대로 한 명씩 이야기하라고 한다. 웃음 포인트는 돈을 갚는 게 아니라 돈을 더 빌릴 궁리를 하라는 것! 채권자들이 돈을 갚을 수 있냐고 물어보면 돈이 없을 수도 있다고 짧게 얼버무리며 말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건강한 신체를 유지해 언제든지 (죽지않고) 돈을 갚을 수 있을 것 같은 모습(희망)을 보이는게 중요하다고도 한다. 삼촌이 채권자들에게 끊임없이 희망고문을 하며 돈을 당당하게 빌리는 모습, 채무자가 아파하는 모습에 어쩔 줄 몰라하는 채권자의 모습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없나 돌아보게 된다.

삼촌은 집을 빌릴 경우 어떤 수위를 만나야하고 어떤 집을 빌려야 하는지도 알려준다(길이 보이는 5층 이상 아파트로 빌려야 한다. 왜냐하면 채권자를 오는 것을 보며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고 채권자가 높은 계단을 오르는 동안 채권자가 지칠 수 있기 때문이다). 듣다 보면 발자크의 삶과 너무 겹친다. 채권자를 피해 다니느라 이사를 수없이 다니고, 늘 정문과 후문(도망치는 용도)이 함께 있는 집을 선호하는 발자크 역시 채권자를 피해 다녔기 때문이다. 심지어 후원자가 그에게 돈을 주고 싶어도 (빚쟁이를 피해 도망다느라 바쁜) 발자크를 만날 수 없어 후원해줄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책을 다 읽고 앞표지를 다시 본다. 가난한 자는 부자의 주머니를 털고 있고, 부자는 가난한 자의 주머니를 뒤지나 나오는 게 없다. 그래도 둘은 서로 손을 잡고 협력한다. 이것이 글 속 삼촌과 어쩌면 발자크가 생각하는 채권자와 채무자, 즉 생산자와 소비자의 모습일 것이다. 책의 말미에 화자는 삼촌은 이런 방법으로 살아왔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채권자와 채무자가 되기 쉽지 않다며 따라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야기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야지 불법적인 행위를 따라하면 안된다!

알쓸인잡(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에서 김영하 작가가 발자크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발자크의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발자크와 너무나 닮아있는 <빚 갚는 기술>을 읽게 되어 너무 재미있었다. 빚이라는 것은 발자크 개인에게 있어서는 무거운 짐이지만, 빚이 있었기에 우리가 발자크의 수많은 글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한마디로 말하기 힘들다.

(헤이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래의 일을 마치 과거에 직접 겪은 것처럼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사람.p92 <미래과거시제> 중에서

김초엽 작가의 에세이 <책과 우연들>에 배명훈 작가의 <안녕, 인공존재>가 소개되었다. 배명훈 작가의 이력만큼이나 작가의 SF소설이 궁금했는데, 마침 작가의 SF 단편들을 묶은 <미래과거시제>가 출간되어 읽어보았다.
이 책은 저기능 로봇 마사로와 심해 도시 건설 프로젝트 인간 책임자 유희의 이야기를 담은 <수요곡선의 수호자>, 2113년 차카타파음이 사라진 미래 한국을 그린 <차카타파의 열망으로>, 미래과거시제로 말하는 사람을 그린 <미래과거시제>, 지구에서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 안에서 학창 시잘 종이접기를 잘 하는 친구를 20년 만에 만난 <접히는 신들>, 잠실 롯데타워에 나타난 외계인과 지구접선인을 그린 <인류의 대변자>, 로봇조종사와 전쟁의 이야기를 그린 <임시 조종사>, 응원 애플리케이션에 관한 <홈, 어웨이>, 반은 사람이고 반은 기계인 <절반의 존재>, 스토리 생성 프로젝트를 담은 <알람이 울리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당 소설이 끝날 때마다 작가의 말이 나와, 앞 작품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소개해준다. 그래서 소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보이지 않는 손'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 로봇이야. 수요곡선의 수호자지.p19 <수요곡선의 수호자>중에서

사람보다 뛰어난 인공지능과 로봇들이 득세하는 세상, 사람들은 창작의 의욕을 잃고 실업자가 되어 간다. 그때 <오직 소비만>하는 로봇 마사로가 나타난다. 요즘 챗GPT 등 뛰어난 인공지능이 나타나 걱정이었는데, 마사로가 손을 모으고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격리 실습실이 시간을 격리하듯, 한 시대는 바로 앞 시대와 거리를 두었다.
매우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p74 <차카타파의 열망으로>

차카타파의 열망으로은 코로나 100년 후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차카타파음이 사라진 한국이 작품컨셉이라 맞춤법이 엉망이다. 처음에는 출판사에서 실수한 줄 알고 맞춤법 오류를 제보해야 하나 고민했다. 역사학과 격리 실습 코스 중인 대학원생과 톱스타 여배우 서한지의 모습이 연애소설 같기도 하고 SF 소설 같기도 하고 헷갈린다.
미래과거시제에서는 튀르키예(구. 터키) 알트나이 교수의 튀르키예어 강의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래과거시제로 말하는 강은신과 김은경 그리고 김은경의 친구 미술대 교수 우매희가 나온다. 김은경과 우매희라는 이름은 다른 작품에서도 나온다. 물론 처한 상황, 직업이 모두 다르고 이름만 같다. 배명훈 작가의 이름 돌려쓰기인가^^
접히는 신들에서는 서소희와 그의 학교 동창 김은경이 나온다. 서소희라는 이름 역시 다른 작품에서도 나온다. 이름이 중복되어서 처음에는 이 책이 단편모음집이 아니라, 옴니버스 장편소설인가 잠깐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내가 가도 되는 거야. 아, 정말이지 다행이지 뭐야. 인류가 충분히 어리석어서.
그래야 내가 마음 편히 대변할 수 있으니까.p203 <인류의 대변자>

인류의 대변자는 잠실 롯데타워, 타칭 사우론의 탑에 나타난 외계인의 이야기로 <접히는 신들>과 외계인의 형상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다. 검은색 반짝이 옷(우주군 정복)을 입은 우주군 조은수와 공군 우매희가 나온다. 그리고 매우 현실적인 대한민국 이야기도 나와, 헉!했다. 우리에게 수능이란 무엇인가?!

묻지 마오 구인공고, 어떤 일인지 묻지를 마오.p221 <임시 조종사>중에서

<차카타파의 열망으로>가 맞춤법이 엉망이라서 읽기 힘들었다면 <임시 조종사>는 판소리처럼 쓴 소설이라 어려웠다. 취업난을 겪은 로봇 조종사 지하임과 전쟁에 관한 미래 이야기인데, 문체는 구한말 느낌이 난다. 읽는 내내 판소리 춘향전과 흥부가의 리듬에 맞춰 노래하듯 읽었다. 눈으로 읽는데도 숨이 차다.

이 하찮은 소설가 나부랭이, 늪에 빠져서 나부랭 나부랭 울고 있는 거 건져줬더니 어디서 에헴질이야? p280 <홈, 어웨이>중에서

나부랭 나부랭, 에헴질이라는 말이 너무 재미있었다. SF소설에서 이런 말 듣기 쉽지 않는데 말이다^^

그외 슬럼프에 빠진 작가 김은경과 친구 한민지(타칭, 한먼지), 라이벌 작가 서소희의 이야기 <홈, 어웨이>와 무엇을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한 <절반의 존재>, 홀로그램과 영화 인셉션이 생각나는 <알람이 울리면>도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에 나온 배명훈 작가의 SF 소설들은 톡톡 튀면서 무겁지 않다. 그리고 책장을 덮으면 여운이 남는다. 특히, 로봇 마사루와 한벽을 뜯으면 남은 벽들은 어떻게 되냐는 물음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다혜 님의 추천사 <배명훈은 웃기다, 진지하다, 치밀하다>는 말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북하우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래의 일을 마치 과거에 직접 겪은 것처럼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사람.p92 <미래과거시제> 중에서

김초엽 작가의 에세이 <책과 우연들>에 배명훈 작가의 <안녕, 인공존재>가 소개되었다. 배명훈 작가의 이력만큼이나 작가의 SF소설이 궁금했는데, 마침 작가의 SF 단편들을 묶은 <미래과거시제>가 출간되어 읽어보았다.
이 책은 저기능 로봇 마사로와 심해 도시 건설 프로젝트 인간 책임자 유희의 이야기를 담은 <수요곡선의 수호자>, 2113년 차카타파음이 사라진 미래 한국을 그린 <차카타파의 열망으로>, 미래과거시제로 말하는 사람을 그린 <미래과거시제>, 지구에서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 안에서 학창 시잘 종이접기를 잘 하는 친구를 20년 만에 만난 <접히는 신들>, 잠실 롯데타워에 나타난 외계인과 지구접선인을 그린 <인류의 대변자>, 로봇조종사와 전쟁의 이야기를 그린 <임시 조종사>, 응원 애플리케이션에 관한 <홈, 어웨이>, 반은 사람이고 반은 기계인 <절반의 존재>, 스토리 생성 프로젝트를 담은 <알람이 울리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당 소설이 끝날 때마다 작가의 말이 나와, 앞 작품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소개해준다. 그래서 소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보이지 않는 손'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 로봇이야. 수요곡선의 수호자지.p19 <수요곡선의 수호자>중에서

사람보다 뛰어난 인공지능과 로봇들이 득세하는 세상, 사람들은 창작의 의욕을 잃고 실업자가 되어 간다. 그때 <오직 소비만>하는 로봇 마사로가 나타난다. 요즘 챗GPT 등 뛰어난 인공지능이 나타나 걱정이었는데, 마사로가 손을 모으고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격리 실습실이 시간을 격리하듯, 한 시대는 바로 앞 시대와 거리를 두었다.
매우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p74 <차카타파의 열망으로>

차카타파의 열망으로은 코로나 100년 후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차카타파음이 사라진 한국이 작품컨셉이라 맞춤법이 엉망이다. 처음에는 출판사에서 실수한 줄 알고 맞춤법 오류를 제보해야 하나 고민했다. 역사학과 격리 실습 코스 중인 대학원생과 톱스타 여배우 서한지의 모습이 연애소설 같기도 하고 SF 소설 같기도 하고 헷갈린다.
미래과거시제에서는 튀르키예(구. 터키) 알트나이 교수의 튀르키예어 강의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래과거시제로 말하는 강은신과 김은경 그리고 김은경의 친구 미술대 교수 우매희가 나온다. 김은경과 우매희라는 이름은 다른 작품에서도 나온다. 물론 처한 상황, 직업이 모두 다르고 이름만 같다. 배명훈 작가의 이름 돌려쓰기인가^^
접히는 신들에서는 서소희와 그의 학교 동창 김은경이 나온다. 서소희라는 이름 역시 다른 작품에서도 나온다. 이름이 중복되어서 처음에는 이 책이 단편모음집이 아니라, 옴니버스 장편소설인가 잠깐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내가 가도 되는 거야. 아, 정말이지 다행이지 뭐야. 인류가 충분히 어리석어서.
그래야 내가 마음 편히 대변할 수 있으니까.p203 <인류의 대변자>

인류의 대변자는 잠실 롯데타워, 타칭 사우론의 탑에 나타난 외계인의 이야기로 <접히는 신들>과 외계인의 형상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다. 검은색 반짝이 옷(우주군 정복)을 입은 우주군 조은수와 공군 우매희가 나온다. 그리고 매우 현실적인 대한민국 이야기도 나와, 헉!했다. 우리에게 수능이란 무엇인가?!

묻지 마오 구인공고, 어떤 일인지 묻지를 마오.p221 <임시 조종사>중에서

<차카타파의 열망으로>가 맞춤법이 엉망이라서 읽기 힘들었다면 <임시 조종사>는 판소리처럼 쓴 소설이라 어려웠다. 취업난을 겪은 로봇 조종사 지하임과 전쟁에 관한 미래 이야기인데, 문체는 구한말 느낌이 난다. 읽는 내내 판소리 춘향전과 흥부가의 리듬에 맞춰 노래하듯 읽었다. 눈으로 읽는데도 숨이 차다.

이 하찮은 소설가 나부랭이, 늪에 빠져서 나부랭 나부랭 울고 있는 거 건져줬더니 어디서 에헴질이야? p280 <홈, 어웨이>중에서

나부랭 나부랭, 에헴질이라는 말이 너무 재미있었다. SF소설에서 이런 말 듣기 쉽지 않는데 말이다^^

그외 슬럼프에 빠진 작가 김은경과 친구 한민지(타칭, 한먼지), 라이벌 작가 서소희의 이야기 <홈, 어웨이>와 무엇을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한 <절반의 존재>, 홀로그램과 영화 인셉션이 생각나는 <알람이 울리면>도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에 나온 배명훈 작가의 SF 소설들은 톡톡 튀면서 무겁지 않다. 그리고 책장을 덮으면 여운이 남는다. 특히, 로봇 마사루와 한벽을 뜯으면 남은 벽들은 어떻게 되냐는 물음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다혜 님의 추천사 <배명훈은 웃기다, 진지하다, 치밀하다>는 말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북하우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