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베이식 아트 2.0
자비에르 질 네레 지음, 정은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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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밑그림은 메디치가의 궁전에, 레오나르도의 그림은 산타마리아노벨라에 있는 교황 응접실에 있었다. 작품이 걸려 있는 동안, 두 장소는 온 세상 사람들이 연구하러 오는 학교였다.
p18 _1559년 벤베누토 첼리니의 말 중에서

미켈란젤로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엠마누엘레 임부치 감독, 이탈리아 영화)를 보다가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책으로 보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미켈란젤로는 1475년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의 예술 재능을 알아본 아버지 루도비코(처음에는 아들에게 그림그리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함)는 거장 도메니코 기를란다요의 공방에 아들을 보낸다. 기를란다요는 어린 미켈란젤로를 다시 산 마르코 정원 소속의 베르톨도(도나텔로의 제자)에게 보낸다. 그는 13살의 어린 소년이었지만 예술적 재능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베르톨도는 미켈란젤로를 로렌초 데 메디치 가문이 설립한 궁정 조각 학교에 입학시킨다. 미켈란젤로는 메디치 가문을 위해 작품을 만들어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다른 학생들에게 혹평을 일삼는다. 결국 그는 심하게 맞아 코가 기형적으로 삐뚤어지게 된다. 영화와 책을 읽으며, 미켈란젤로는 스스로가 천재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구나 느꼈다. 자신의 조각상에 이름도 몰래 새겼다가 나중에는 이름도 안 새겼다는 일화가 있다. 어차피 이러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미켈란젤로밖에 없기 때문에 굳이 서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부심^^.

그렇지만 그의 직언과 독설은 그를 평생 고독하게 만든다.

로렌조 데 메디치가 죽고 스무살 전후의 미켈란젤로는 병원에서 숨어 지낸다. 거기서 시체를 해부하며 인체구조를 배우기 시작한다. 이 사실을 알고 책의 조각상들과 그림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의 작품에는 유독 핏줄들과 근육들이 잘 묘사되어 있는 듯하다. 어떤 해설가는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 천지창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의 뇌가 보인다고 한다.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와 천지창조, 피에타와 다윗, 미켈란젤로는 훌륭한 조각가이자 화가이다. 그러나 그는 그림 위에 조각이 있다며, 그림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그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미켈란젤로가 그린 그림들을 보여주며, "이 작품들은 그림 그리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그린 거야."라고 알려주었다. 아이가 자기도 이 그림 본 적 있다며 웃었다.

미켈란젤로는 동시대를 산, 스무 살 연상의 레오나드도 다빈치를 저격하는 말도 했다고 한다!! 예술가들은 원래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인지 미켈란젤로가 특히 그런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그래서 미켈란젤로는 미술계로부터 천재라는 칭송을 받으면서도 이런 행보들로인해 외로운 삶을 살았다고 한다. 예술에 대한 고집도 있어서 작품 의뢰자들, 특히 율리우스 2세 교황 등과 원만한 협의가 안되기도 하였다(영화리뷰로 이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둘다 고집이 어마어마!).

위의 피에타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그러나 작품 설명과 함께 들으니 왜 이 작품이 유명한지, 왜 미켈란젤로가 그리고 깍은 성모 마리아는 항상 젊은 여인으로 표현되는지, 그녀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왜 성모 마리아 보다 나이가 더 든 모습으로 표현되는지 알 수 있었다.

책에는 미켈란젤로의 일생, 그를 추앙했던 사람들과 그와 갈등이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의 작품을 통해 이야기된다. 그는 89세로 생을 마감하기 일주일 전까지 론다니니 피에타(미켈란젤로 사망으로 미완성됨)에 매달렸고 비를 맞으며 말을 타고 다녔다. 타고난 천재이지만 또한 죽기 전까지 열정을 품은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의 음모로 한국인이 익히 아는 천지창조 등을 그리게 된다. 미켈란젤로는 후에 그 기간이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물론 나 같은 사람은 그런 사연을 모르고 그림을 보며 감탄만 자아냈는데...묻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실력이기도 하고...본인이 괴로웠다니 속상하기도 하다.

그림을 보며 내가 성서 속 성인과 악인을 잘 구분하지 못해 아쉬웠다. 성경의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에 대한 해설만 담은 책, 메디치 가에 헌정된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한 권의 해설책이 나올 거 같다. 미켈란젤로의 일생과 그의 작품을 훑었으니 다음 번에는 세부적으로 파고들어봐야겠다.

미켈란젤로의 일생과 그의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자 하는 분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마로니에 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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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 자유로운 삶을 위한 고전 명역고전 시리즈
장자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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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우리의 상식을 늘 파괴하는 사유의 소유자이다.
그의 책은 우리가 그동안 걸어온 삶의 길목에서 한 번쯤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얽매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고픈 마음이 들게 한다.
p38 <해제>중에서

동양 철학에 관한 고전을 읽고 싶었는데 이번에 장자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논어와 장자 등의 내용을 추리고 편집한 책도 많지만, 김원중 작가가 옮긴 <자유로운 삶을 위한 고전 장자>는 원문을 그대로 완역한 책이라고 한다. 해설과 한자를 그대로 실은 점이 마음에 든다. 한글 번역본이 막힐 때 원문의 한자와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자의 책은 우화가 많아 유가, 법가, 묵가 보다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선택하기도 했다.

장자는 기원전 369년 출생, 기원전 296년 사망(기원전 372년 출생, 기원전 289년 사망이라는 설도 있음)한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학자이다. 춘추전국시대에는 많은 학자와 학파가 태어나 제자백가(諸子百家) 시대라고 한다. 이 시기의 유명한 사상으로는 공자, 맹자, 순자의 유가(인의예지 중시), 묵자의 묵가(평등한 사랑을 중시), 한비자의 법가(법치주의를 중시_진나라 시황제가 국가를 다스리는 학문으로 채택) 그리고 노자와 장자의 도가(무위자연 주장) 등이 있다. 장자는 맹자와 동시대 사람이었다. 그러나 서로 도가와 유가라는 다른 식의 학문을 하였다.

기원전에 태어난 학자라, 장자에 대한 기록은 백 프로 정확하지 않다. 책에서도 연구자에 따라 장자의 기록이 조금씩 다르다고 나온다. 장자는 송나라 몽지역의 말단 관리였다고 한다. 당시 몽이라는 곳은 송나라, 초나라, 위나라가 국경을 맞댄 곳으로 송나라, 초나라, 위나라가 전쟁을 치르며 번갈아 지배했고 한다. 장자도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부상당하고 죽어나가는 걸 보며 무위도식을 주장하지 않았을까 보다. 자연이라는 큰 울타리에서 보면 인간 또한 하나의 자연일 뿐인데 이렇게 싸우며 영토를 차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자유로운 삶을 위한 고전 장자>는 곽상(郭象)이 주석하여 분류한 판본을 따라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 총 33편으로 구성했다. 내편이 장자가 직접 쓴 것이고 외편과 잡편은 장자의 제자들과 후세의 사람들이 쓴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편의 구문에는 장주라는 이름이 나오고, 외편과 잡편에는 장주를 높인 장자라는 호칭이 나온다. 이 책은 내편 소요유부터 앞에서 순서대로 읽거나, 잡편의 마지막 편을 먼저 읽고 내편 소요유부터 순서대로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장자는 우화를 통해 깨달음을 준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라, 직접 발언을 할 경우 위험부담이 있어 우화형식을 빌어 간접적으로 이야기 했다는 말도 있다. 장자에 나온 우화와 이야기로는 우리가 익히 하는 장주와 나비의 이야기(내편 제물론 편), 백정 포정의 이야기(양생주편), 혼돈의 이야기, 큰 물고기 곤과 큰 새 봉의 이야기 등이 있다. 내편에 나온 내용이 뒤의 외편과 잡편에도 반복되어 사고를 확장시킨다. 장자의 우화는 이야기만으로도 재미있고 읽고 난 후 생각할 거리를 준다. 곤과 봉만이 훌륭한 것일까, 하루살이와 작은 메추라기는 무시당해도 되는 것일까? 내가 사람이고 나비가 아니라고 어떻게 장담할 것인가. 자유롭게 살던 소는 부잣집에 들어가 온갖 행복을 누렸지만 결국 제물로 생을 마무리한다. 소가 조용히 밭에 있었다면 주어진 수명대로 살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권세를 누리다 살 것인가 조용히 천수를 누를 것인가, 쓸모가 있는 것이 좋은가 쓸모가 없는 것이 좋은가, 그리고 그 쓸모는 누구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 것인가 등......

장자를 읽을 때 서문을 읽고 편마다 있는 해설을 먼저 읽고 본문을 읽는다면 장자를 이해하기가 좀 더 수월할 것이다. 물론 기원전 중국의 인물들과 정치 사정들, 한자들이 얽혀져 있어 마냥 쉽지 많은 않다. 이 책을 읽으며 다른 분들의 강의를 함께 들으면 장자, 그가 말한 자유로운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기존 유가에서 배운 내용과 상반되는 내용이 있어 즐겁게 읽었다.

(휴머니스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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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식회 필사노트 - 햇빛을 받은 꽃처럼 마음이 건강해지는 시 모음
김재우 엮음 / 테크빌교육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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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준단다.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궁금하다
내 꼬리를 잘라준 주인은 어떤 기도와 함께 나를 묻었을까
p70 <21st 슬픈 환생_이운진>

책을 필사하기 전 책 속에 있는 글들을 읽어보았다. 글을 읽는데 내 옆에서 우리 강아지가 힘없이 누워있다. 그래서인지 강아지에 대한 21번째 글 <슬픈 환생>이 유독 눈에 띈다. 시인의 말처럼 내 꼬리 뼈에 남은 흔적, 내 꼬리는 누가 잘라준 것일까. 나도 전생에 강아지였을까, 나도 주인이 있었을까. 강아지야, 너는 다음 세상에 불행하지 않고 마냥 행복한 사람으로 태어나거라.

수요시식회,
얼핏 읽고 들으면 수요일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임인가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제목을 잘 살펴보면 <수요詩식회>라고 쓰여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수요시식회는 수요일마다 시(詩)를 필사하는 모임인 것이다.

이 필사 노트에는 현직 국어교사 김재우 님이 고른 총 52개의 좋은 글들(시, 명언, 동요, 수필 등)이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김소월 님의 엄마야 누나야, 함석헌 님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부터 세종대왕의 세종어제훈민정음, 이어령 님이 검색이 아니라 사색이다 등이 필사 예제 글로 구성되어 있고, 글 하나마다 작가의 짧은 생각이 적혀있다.

저자는 시를 기본으로 필사하지만 시 이어서 쓰기, 동요, 명언, 소설 필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기재해 놓았다.
윤동주 시인은 백석 시인의 <사슴> 시집이 갖고 싶었으나 구할 수 없어 백석 시인의 시집을 필사했다고 한다. 저자 덕분에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윤동주 시인이 백석 시인의 시를 얼마나 원했는지 그 마음을 알게 되었다. 요즘에는 책도 많고 쉽게 볼 수 있고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 간절히 책을 원하고 시집을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필사는 좋은 글을 온전히 가슴에 담는 역할을 한다. 손가락에 펜을 들고 끄적이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오직 필사하는 글을 입과 머리로 되뇌며 집중할 뿐이다. 한 글자라도 빼먹지 않으려고.

예전에는 좋은 글귀를 수첩에 적어 다녔다. 요즘에는 휴대폰의 기능이 좋아져서, 이제 손으로 적기보다는 카메라로 찍고 문서를 캡처해 휴대폰에 저장한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잡아두고 싶은 글귀가 있다면 손으로 쓰면서 머리로 기억하고 가슴속에 담아두는 건 어떨까. 글씨가 예쁘지 않아서, 오랫동안 펜을 잡지 않아 익숙하지 않아서 망설인다면 짧은 문장 한두만이라도 적어보는 연습을 하면 괜찮을 것 같다. 나 역시 오랜만에 긴 문장을 썼더니 어색하다.

매주 수요일마다 한편씩 필사할 경우 일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필사 노트이기 때문에 양장본인 점이 마음에 든다. 양장본이 아닌 책은 밖에 들고 다니면서 필사하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가름끈이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인덱스 테이프로 대신해야겠다.

(테크빌교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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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로 읽는 서양 철학 이야기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 1
인동교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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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은 참된 행복이란 쾌락을 느끼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어찌할 수 없는 것(출신, 타고난 부, 명성)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때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해.
p81 <핼레니즘 시대의 철학> 중에서

서양소설을 읽거나 인문학 서적을 읽을때 마다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서양 철학과 성경을 좀 공부해 둘 걸! 서양사회의 정신적인 토대가 되는 철학과 종교를 이해하면 그들이 쓴 책들을 훨씬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왜 나는 서양철학을 깊게 공부하지 못했을까? 나 같은 일반인은 서양철학에 선뜻 다가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발음하기 어려운 철학자들과 학파의 이름, 라틴어와 다양한 유럽어로 쓰인 구절,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철학용어들이 철학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아이들은 어떨까. 그나마 불교, 유교로 대표되는 동양철학(및 종교)은 어릴 적부터 귀동냥으로 들은게 있어 그나마 가깝게 느껴지지만 서양철학은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되기 때문에 막막할 것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중세 철학의 끝, 근대 철학의 시작이라고 일컬어지는 르네 데카르트에 대해 설명하고, 그의 철학으로 현대 인간중심의 서양문화가 만들어졌다고 말로 설명해봤자 아이들은 절반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당장 우리가 서양사회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쉽게 철학을 알려줄 수 있을까?

그래픽노블로 읽는 서양 철학이야기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저자가 많은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인문학, 특히 서양철학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소개글에 하룻밤에 읽는 한 권의 인문학이라는 말이 있다. 명랑만화 스타일의 그래픽노블이라 그림만 봐도 재미있다. 그리고 글밥이 많지 않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중간에 슬램덩크 패러디도 있고, 유행가 패러디도 있어 웃으면서 읽었다(우리 애는 슬램덩크 패러디를 이해하지 못한다. 최근 슬램덩크 극장개봉했는데 다른 아이들은 이 패러디 알아보겠지…;;).

그림체와 대사가 재미있어 읽는건 빨리 읽을 수 있지만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여러번 반복해서 봐야한다. 다행히 아이들은 재미있는 만화책을 여러번 반복해서 보는 경향이 있어 자연스레 반복해서 읽을 것 같다.

아테네시대의 철학자인 소피스트학파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 중세암흑시대의 철학(철학은 신학의 시녀), 근대 인간 중심의 철학, 현대 개인성 회복의 철학들이 시대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처음부터 읽는게 좋지만, 아이들의 경우 마음에 드는 부분부터 자유롭게 읽게 놔둬도 좋을듯하다. 프리드리히 니체도 소개될 줄 알았는데, 빠져 있어서 조금 아쉽다^^

(시간과공간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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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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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서 그토록 많은 것을 배우다 보니
나는 더는 기독교인도, 힌두교도도, 이슬람교도도,
불교도도, 유대교인도 아니다……
내가 그토록 많은 진리를 깨닫다 보니
나는 이제 남자도, 여자도, 천사도 아니며,
더욱이 순수한 영혼이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p282 <페르시아 고대 시인인 하피즈의 시> 중에서

튀르키예(구, 터키)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혼재되어 있는 곳으로, 동양에서 봤을 때도, 서양에서 봤을 때도 이국적인 나라다. 작품 속 튀르키예 부르주아들 역시 자신들의 나라를 다양한 것들이 혼재된 혼란스러운 나라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 엘리프 샤팍은 노벨문학수상자 후보로 거론되는 튀르키예 작가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외교관인 부모님을 따라 미국과 유럽의 다양한 나라에서 살다가 지금은 투르키예 이스탄불에 정착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소설 <이스탄불의 사생아>로 인해 국가 모욕죄 혐의로 기소된 적도 있다고 한다(무죄로 풀려남). 작가의 이력과 이 책 이브의 세 딸을 통해 튀르키예와 중동의 종교 무슬림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형상 아래에는 "나쁜 것을 보았다.". 나쁜 것을 들었다."라고 쓰여 있었다. 세 번째 형상 아래에는 '나쁜 짓을 했다!"라고 쓰여 있었다.
_중략_ 그녀는 세 번째 원숭이, 사악한 원숭이었다.
p411

이브의 세 딸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교차로 보이며 이야기된다. 하나는 페리의 현재 시점(2016년 튀르키예 부르주아의 만찬장)이고 하나는 과거 시점(페리의 어린 시절 가족사와 2002년 옥스퍼드 재학 시절)이다. 세 아이의 어머니이자 선량한 튀르키예 시민 페리는 사춘기 딸과 힘겨운 하루를 보내는 부유층의 평범한 주부이다. 페리와 그녀의 10대 딸은, 부유한 사업자가 연 부르주아 만찬에 가던 중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사고 틈새로 페리의 오래된 죄의식이 조금씩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균열은 점점 더 커지고 그녀는 감춰둔 죄의식을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 책의 주인공인 페리는 튀르키예 집안의 늦둥이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러나 그녀의 집안은 무슬림 종교색이 강한 어머니와 둘째 오빠, 반무슬림 또는 무종교성향의 아버지와 첫째 오빠로 나뉘어 있다. 그녀는 가족들의 눈치를 보며 아버지의 편을 들어주려고 한다. 어린 시절 사건으로 아버지는 술을 더욱 가까이하게 되고 어머니는 종교에 더 심취하게 된다. 페리가 일곱 살 즈음 큰 오빠의 투옥으로 집안의 갈등은 더 커진다. 페리가 여덟 살 되던 해 납치를 당할 뻔하고 그로 인해 그녀는 안개에 싸인 아기 환영을 보기 시작한다.

페리는 숨 막히는 튀르키예와 갈등이 많은 가족을 떠나는 한편,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 유학을 생각한다. 그리고 2000년 영국 옥스포드로 드디어 유학을 떠난다. 영국에서 페리는 외로운 외국인이었다. 그리고 돌아온 고향에서도 무슬림이 아닌 페리는 이방인이었다. 영국에서 지낼수록 페리는 어머니를 비롯한 고향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영 못마땅했다. 자유로운 연애와 혼전 관계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영국 사회와, 신부의 처녀성 검사를 위해 오밤중에 병원에 신부를 끌고 가는 튀르키예 사회...

이브의 세 딸은 무슬림 영향권 아래에 있는 세 여자를 의미한다. 반무슬람인인 튀르키예 여자 페리, 이란에서 태어났으나 정치적 망명으로 여러 국가를 전전하다 영국에 정착한 쉬란, 이집트계 미국인이자 모나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만난다. 페리는 무신론자에 가까운 아버지와 독실한 무슬림 어머니 사이에서 유유 부단하게 살고 있다. 쉬란의 가족은 이란의 내분으로 정치적 망명을 하였다. 쉬란은 자신들을 밖으로 내몬 이란과 무슬림에 대해 극히 거부감을 느낀다. 모나는 히잡을 쓰고 코란을 해석하여 알라를 섬기는 독실한 무슬림이다.

무슬람이라는 영향 아래 우유부단 무슬림, 반무슬림, 극무슬림 성향을 띤 세 여자는 우연한 기회에 한집에 모여살게 되고 쉬란과 모나는 서로의 의견을 가지고 서로 대립한다. 페리는 그곳에서도 침묵을 지킨다. 이브의 세 딸이라고 불리지만 그들은 종교적으로 친밀함과 공통점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속에서 지나치게 과장하다 보면, 신처럼 숭배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그 사랑이 반응이 없으면, 단번에 신을 파괴해 버리고요.
p552

옥스퍼드 대학의 신(神) 강좌의 안토니오 자카리아스 아주르 교수는 숫자 10은 온전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10명의 학생과 1명의 교수, 즉 11이라는 불완전한 인원을 모아 강의를 개설한다. 2016년 부유한 사업가의 만찬에는 13명의 부르주아들이 만찬을 즐긴다. 불길한 숫자 13에는 집 주인인 사업가와 그의 아내, 페리와 아드난, 은행 CEO, 언론사 사장, 유명 기자와 그의 여자 친구, 성형외과 의사, 미국인 펀드 매니저(유일한 외국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광고 회사 대표 (후에 심령 술사가 더해져 14명이 됨)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은 국내 정세가 악화되면 언제든지 해외로 이주할 수 있는 부르주아이다. 그래서 페리는 농담으로 이번 만찬을 튀르키예 부르주아의 최후의 만찬이라고 비꼰다.

만찬으로 가는 길과 만찬에서의 일, 만찬이 끝날 무렵 벌어진 일은, 과거에 있었던 페리의 기억과 맞물려 간다. 이야기는 절정에 다다르다가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이 책에는 무슬림과 관련된 사건들이 종종 언급된다. 그 중 하나가 9.11 사건이다. 그 뉴스를 보며 경악하는 사람들, 걱정하는 사람들과 조소를 날리는 사람들이 있다. 종교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일이 발생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종교를 믿고 해명하는 사람과 철저히 무시하는 사람들 또한 책에 나온다.

페리의 첫째 오빠 고문 사건에서는 우리나라 7,80년대 고문 사건이 떠오른다. 전기고문, 파이프 고문 등 끔찍한 고문 장면이 묘사된다. 둘째 오빠 하칸의 결혼식에서는 히잡 드레스를 입은 새언니의 모습이 나온다. 더위로 고생하면서도 드레스를 벗지 못하는 새언니와 달리 오빠는 결혼 예복을 훌훌 벗어버린다. 결혼식이 끝나고 새언니의 엄마는 신부의 허리에 처녀임을 나타내는 처녀 리본을 매 준다. 그리고 그날 밤 새언니의 처녀성을 의심하는 둘째 오빠와 그의 가족들, 명예를 위해 딸을 끌고 병원에 가는 새언니의 엄마... 내 마음속에 복잡한 심정이 인다.

영국에서 공부하여 유럽 문화를 본 페리는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입을 다문다. 그리고 이 결혼이 유지될까 생각하지만 페리의 엄마(새언니의 시어머니) 말처럼 상처 위에 결혼은 계속 이어진다.

부르주아 만찬의 뼈 있는 농담도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쓰인 사회 종교철학 인문학 서적 같다.

(소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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