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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식회 필사노트 - 햇빛을 받은 꽃처럼 마음이 건강해지는 시 모음
김재우 엮음 / 테크빌교육 / 2022년 11월
평점 :
품절
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준단다.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궁금하다
내 꼬리를 잘라준 주인은 어떤 기도와 함께 나를 묻었을까
p70 <21st 슬픈 환생_이운진>
책을 필사하기 전 책 속에 있는 글들을 읽어보았다. 글을 읽는데 내 옆에서 우리 강아지가 힘없이 누워있다. 그래서인지 강아지에 대한 21번째 글 <슬픈 환생>이 유독 눈에 띈다. 시인의 말처럼 내 꼬리 뼈에 남은 흔적, 내 꼬리는 누가 잘라준 것일까. 나도 전생에 강아지였을까, 나도 주인이 있었을까. 강아지야, 너는 다음 세상에 불행하지 않고 마냥 행복한 사람으로 태어나거라.
수요시식회,
얼핏 읽고 들으면 수요일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임인가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제목을 잘 살펴보면 <수요詩식회>라고 쓰여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수요시식회는 수요일마다 시(詩)를 필사하는 모임인 것이다.
이 필사 노트에는 현직 국어교사 김재우 님이 고른 총 52개의 좋은 글들(시, 명언, 동요, 수필 등)이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김소월 님의 엄마야 누나야, 함석헌 님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부터 세종대왕의 세종어제훈민정음, 이어령 님이 검색이 아니라 사색이다 등이 필사 예제 글로 구성되어 있고, 글 하나마다 작가의 짧은 생각이 적혀있다.
저자는 시를 기본으로 필사하지만 시 이어서 쓰기, 동요, 명언, 소설 필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기재해 놓았다.
윤동주 시인은 백석 시인의 <사슴> 시집이 갖고 싶었으나 구할 수 없어 백석 시인의 시집을 필사했다고 한다. 저자 덕분에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윤동주 시인이 백석 시인의 시를 얼마나 원했는지 그 마음을 알게 되었다. 요즘에는 책도 많고 쉽게 볼 수 있고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 간절히 책을 원하고 시집을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필사는 좋은 글을 온전히 가슴에 담는 역할을 한다. 손가락에 펜을 들고 끄적이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오직 필사하는 글을 입과 머리로 되뇌며 집중할 뿐이다. 한 글자라도 빼먹지 않으려고.
예전에는 좋은 글귀를 수첩에 적어 다녔다. 요즘에는 휴대폰의 기능이 좋아져서, 이제 손으로 적기보다는 카메라로 찍고 문서를 캡처해 휴대폰에 저장한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잡아두고 싶은 글귀가 있다면 손으로 쓰면서 머리로 기억하고 가슴속에 담아두는 건 어떨까. 글씨가 예쁘지 않아서, 오랫동안 펜을 잡지 않아 익숙하지 않아서 망설인다면 짧은 문장 한두만이라도 적어보는 연습을 하면 괜찮을 것 같다. 나 역시 오랜만에 긴 문장을 썼더니 어색하다.
매주 수요일마다 한편씩 필사할 경우 일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필사 노트이기 때문에 양장본인 점이 마음에 든다. 양장본이 아닌 책은 밖에 들고 다니면서 필사하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가름끈이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인덱스 테이프로 대신해야겠다.
(테크빌교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