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인간
구희 지음, 이유진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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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이란 게 얼마나 무섭냐면, 양심의 가책을 덮을 만큼 강력하다. p88

네이버 웹툰 <기후위기인간>이 단행본으로 나왔다. 이 웹툰을 보기 전에 환경파괴, 인류세, 여섯 번째 종말에 관한 다소 무거운 주제의 인문서를 읽었다. 그러나 위의 도서는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아, 어떤 환경도서를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기후위기인간>은 환경에 관한 다소 무거운 주제를 귀여운 그림체로 풀어서, 나는 물론 아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거 같았다.


그러나 그림체가 귀여운 웹툰이라고 해서 책 내용이 마냥 가벼운 것은 아니다. 책 뒷장에는 환경관련 인문서와 같은, 긴 참고목록이 있다. 참고목록에는 다수의 도서와 신문 기사, 공신력 있는 기관의 홈페이지가 나열되어 있어 얼마나 객관적으로 환경웹툰을 만들려고 했는지 알 수 있다.

내가 어릴 적에 들었던,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자연보호구호가 있다. 환경은 후손으로 빌려온 것이다, 그러므로 아껴 쓰고 보존해서 후손에게 잘 물려주어야 한다는 구호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길가에 나무와 꽃도 함부로 꺾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길가의 꽃과 나무를 꺾지 않은 것만으로는 지구를 살릴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지구는 말을 할 수 없으므로 진짜 지구가 아픈지 안 아픈지, 괴로운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급격한 기상변화, 생태계 사슬의 변화 등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인간이다. 그러므로 우리(인간)는 이를 자각하고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환경보호에 대한 실천은 나이가 들면서 무뎌졌다. 마음만 앞선 소비(한정판, 싸니까 일단 사자, 시발 소비, 지름신이 산 물건들)는 집안 곳곳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있다.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는 않지만, 무책임하게 구매한 물건들은 매립지 한구석의 쓰레기가 되어간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게 아닐까 고민한 적도 있다. 저자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한 것 같다. 그러나 저자는 고민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열심히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있다.


작가 <구희>는 개인이 1. 불필요한 쓰레기(불필요한 구매자제, 플라스틱제품 및 일회용품 사용자제 등)를 줄이고, 2. 탄소배출이 심한 육류의 소비를 줄일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3. 또한 유권자들이 친환경정책을 펼치는 사람들에게 투표할 것도 말하고 있다.


인구의 3.5%가 대의를 확신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 큰 사회 변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3.5%의 법칙_에리카 체노웨스)가 있다. 단 3.5%. 탄소 사회에 저항하고 새로운 세상을 고대하는 사람들은 이보다 휠씬 많을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p370


환경운동가들처럼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와 철저한 비건은 되지 못하지만 10개 중에 1개만이라도 실천해 보는 게 어떨까 싶다. 원래는 일회용 컵을 쓰지만 오늘은 텀블러, 원래는 버릴 옷이지만 일주일만 더 입기 등 작은 실천은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지만 때때로 편하다는 이유로 일회용품 등을 낭비하는 모순덩어리지만 질책보다는 그래도 작게나마 노력했다는 칭찬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면 큰 사회변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포레스트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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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 -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최우수상작 토마토 청소년문학
양은애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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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참으로 씩씩하다. 많이 울지언정 도망치지 않는다.
p164

아이의 기억을 되짚으며 부모는 아이를 찾아 나선다. 책 제목 <기억을 건너 너에게 갈게>에 모든 내용이 함축적으로 담겨있다.

이 책은 2021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으로, 외로운 아이와 바쁜 부모, 아이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도깨비와 아이의 공포를 먹고사는 악귀 어둑서니가 등장한다(책 소개 글에서 어둑서니와 도깨비를 보고 반가웠다. 나도 아이와 함께 신비아파트 애니메이션을 자주 보는데, 이 애니메이션의 연장선 같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인사말을 보니 작가도 아이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즐겨본다고 한다.

워킹맘 이주영은 회사와 집을 오가며 슈퍼우먼이 되려 했으나 세상은 만만치 않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체력은 쉬이 방전된다. 잦은 야근과 회식 때문에 아이와의 주말 약속도 지키지 못한다. 이게 다 아이를 위해, 가족이 행복하려고 회사에 나가 돈을 버는 건데 어쩌다 보니 남편과도 사이가 멀어지고 아이의 작은 마음에도 큰 생채기를 남긴다.
어둑서니는 기억과 기억 사이를 돌아다닌단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 어느 기억에 있는지는 나도 모르지.
p79

주영은 수인이를 데리고 아버지가 살고 있는 친정집으로 내려간다. 한적한 시골에서 지루함을 느낄 때 쯤 7살 수인이는 외갓집에 살고 있는 도깨비 벼리를 만나게 된다. 아이의 모습을 한 벼리와 수인이는 도깨비 언덕에서 신나게 논다. 한편 주영은 수인을 친정아버지에게 맡기고 자신은 일을 하러 다시 집으로 혼자 올라갈 생각을 한다. 수인이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주말마다 내려오겠다고 했지만 수인은 자신을 데려가지 않는 엄마에게 화를 내고 슬퍼한다. 그리고 이 슬픔과 분노는 어둑서니를 부르게 된다.

인간들의 절망이 주로 어디서 나오는 줄 알아? 바로 남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에서 나오는 법이야. 꽁꽁 숨기고 감추는 바로 그 비밀, 비밀이 많은 사람은 절망할 일이 많지.
p84

그렇게 수인이는 사라지고 마을 사람들은 실종된 아이를 찾아 헤맨다. 분명히 수인이는 방에 있었는데 어디로 사라진 걸까. 날이 저물고 수색은 다음날로 미뤄지지만 주영은 아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리고 수인이를 찾아헤매며 주영은 자신이 잊어버린 기억에 대해 생각한다.

워킹맘 주영은 자신이 수인과 대화하는 법을 잘 모른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주영이 워킹맘이라서가 아니라 우리도 부모는 처음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작은 아이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모두 어설프다. 아빠와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아빠와 엄마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작은 아이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리는 오늘도 실수를 하고 좌절을 하고 작은 행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청소년 소설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겠지만, 부모 역할이 버거운 어른이 보아도 좋은 책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엄마, 아빠이면서 우리 엄마, 아빠의 하나뿐인 자식이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토마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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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베이식 아트 2.0
자비에르 질 네레 지음, 정은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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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밑그림은 메디치가의 궁전에, 레오나르도의 그림은 산타마리아노벨라에 있는 교황 응접실에 있었다. 작품이 걸려 있는 동안, 두 장소는 온 세상 사람들이 연구하러 오는 학교였다.
p18 _1559년 벤베누토 첼리니의 말 중에서

미켈란젤로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엠마누엘레 임부치 감독, 이탈리아 영화)를 보다가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책으로 보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미켈란젤로는 1475년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의 예술 재능을 알아본 아버지 루도비코(처음에는 아들에게 그림그리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함)는 거장 도메니코 기를란다요의 공방에 아들을 보낸다. 기를란다요는 어린 미켈란젤로를 다시 산 마르코 정원 소속의 베르톨도(도나텔로의 제자)에게 보낸다. 그는 13살의 어린 소년이었지만 예술적 재능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베르톨도는 미켈란젤로를 로렌초 데 메디치 가문이 설립한 궁정 조각 학교에 입학시킨다. 미켈란젤로는 메디치 가문을 위해 작품을 만들어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다른 학생들에게 혹평을 일삼는다. 결국 그는 심하게 맞아 코가 기형적으로 삐뚤어지게 된다. 영화와 책을 읽으며, 미켈란젤로는 스스로가 천재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구나 느꼈다. 자신의 조각상에 이름도 몰래 새겼다가 나중에는 이름도 안 새겼다는 일화가 있다. 어차피 이러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미켈란젤로밖에 없기 때문에 굳이 서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부심^^.

그렇지만 그의 직언과 독설은 그를 평생 고독하게 만든다.

로렌조 데 메디치가 죽고 스무살 전후의 미켈란젤로는 병원에서 숨어 지낸다. 거기서 시체를 해부하며 인체구조를 배우기 시작한다. 이 사실을 알고 책의 조각상들과 그림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의 작품에는 유독 핏줄들과 근육들이 잘 묘사되어 있는 듯하다. 어떤 해설가는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 천지창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의 뇌가 보인다고 한다.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와 천지창조, 피에타와 다윗, 미켈란젤로는 훌륭한 조각가이자 화가이다. 그러나 그는 그림 위에 조각이 있다며, 그림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그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미켈란젤로가 그린 그림들을 보여주며, "이 작품들은 그림 그리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그린 거야."라고 알려주었다. 아이가 자기도 이 그림 본 적 있다며 웃었다.

미켈란젤로는 동시대를 산, 스무 살 연상의 레오나드도 다빈치를 저격하는 말도 했다고 한다!! 예술가들은 원래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인지 미켈란젤로가 특히 그런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그래서 미켈란젤로는 미술계로부터 천재라는 칭송을 받으면서도 이런 행보들로인해 외로운 삶을 살았다고 한다. 예술에 대한 고집도 있어서 작품 의뢰자들, 특히 율리우스 2세 교황 등과 원만한 협의가 안되기도 하였다(영화리뷰로 이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둘다 고집이 어마어마!).

위의 피에타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그러나 작품 설명과 함께 들으니 왜 이 작품이 유명한지, 왜 미켈란젤로가 그리고 깍은 성모 마리아는 항상 젊은 여인으로 표현되는지, 그녀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왜 성모 마리아 보다 나이가 더 든 모습으로 표현되는지 알 수 있었다.

책에는 미켈란젤로의 일생, 그를 추앙했던 사람들과 그와 갈등이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의 작품을 통해 이야기된다. 그는 89세로 생을 마감하기 일주일 전까지 론다니니 피에타(미켈란젤로 사망으로 미완성됨)에 매달렸고 비를 맞으며 말을 타고 다녔다. 타고난 천재이지만 또한 죽기 전까지 열정을 품은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의 음모로 한국인이 익히 아는 천지창조 등을 그리게 된다. 미켈란젤로는 후에 그 기간이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물론 나 같은 사람은 그런 사연을 모르고 그림을 보며 감탄만 자아냈는데...묻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실력이기도 하고...본인이 괴로웠다니 속상하기도 하다.

그림을 보며 내가 성서 속 성인과 악인을 잘 구분하지 못해 아쉬웠다. 성경의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에 대한 해설만 담은 책, 메디치 가에 헌정된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한 권의 해설책이 나올 거 같다. 미켈란젤로의 일생과 그의 작품을 훑었으니 다음 번에는 세부적으로 파고들어봐야겠다.

미켈란젤로의 일생과 그의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자 하는 분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마로니에 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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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 자유로운 삶을 위한 고전 명역고전 시리즈
장자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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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우리의 상식을 늘 파괴하는 사유의 소유자이다.
그의 책은 우리가 그동안 걸어온 삶의 길목에서 한 번쯤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얽매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고픈 마음이 들게 한다.
p38 <해제>중에서

동양 철학에 관한 고전을 읽고 싶었는데 이번에 장자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논어와 장자 등의 내용을 추리고 편집한 책도 많지만, 김원중 작가가 옮긴 <자유로운 삶을 위한 고전 장자>는 원문을 그대로 완역한 책이라고 한다. 해설과 한자를 그대로 실은 점이 마음에 든다. 한글 번역본이 막힐 때 원문의 한자와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자의 책은 우화가 많아 유가, 법가, 묵가 보다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선택하기도 했다.

장자는 기원전 369년 출생, 기원전 296년 사망(기원전 372년 출생, 기원전 289년 사망이라는 설도 있음)한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학자이다. 춘추전국시대에는 많은 학자와 학파가 태어나 제자백가(諸子百家) 시대라고 한다. 이 시기의 유명한 사상으로는 공자, 맹자, 순자의 유가(인의예지 중시), 묵자의 묵가(평등한 사랑을 중시), 한비자의 법가(법치주의를 중시_진나라 시황제가 국가를 다스리는 학문으로 채택) 그리고 노자와 장자의 도가(무위자연 주장) 등이 있다. 장자는 맹자와 동시대 사람이었다. 그러나 서로 도가와 유가라는 다른 식의 학문을 하였다.

기원전에 태어난 학자라, 장자에 대한 기록은 백 프로 정확하지 않다. 책에서도 연구자에 따라 장자의 기록이 조금씩 다르다고 나온다. 장자는 송나라 몽지역의 말단 관리였다고 한다. 당시 몽이라는 곳은 송나라, 초나라, 위나라가 국경을 맞댄 곳으로 송나라, 초나라, 위나라가 전쟁을 치르며 번갈아 지배했고 한다. 장자도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부상당하고 죽어나가는 걸 보며 무위도식을 주장하지 않았을까 보다. 자연이라는 큰 울타리에서 보면 인간 또한 하나의 자연일 뿐인데 이렇게 싸우며 영토를 차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자유로운 삶을 위한 고전 장자>는 곽상(郭象)이 주석하여 분류한 판본을 따라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 총 33편으로 구성했다. 내편이 장자가 직접 쓴 것이고 외편과 잡편은 장자의 제자들과 후세의 사람들이 쓴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편의 구문에는 장주라는 이름이 나오고, 외편과 잡편에는 장주를 높인 장자라는 호칭이 나온다. 이 책은 내편 소요유부터 앞에서 순서대로 읽거나, 잡편의 마지막 편을 먼저 읽고 내편 소요유부터 순서대로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장자는 우화를 통해 깨달음을 준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라, 직접 발언을 할 경우 위험부담이 있어 우화형식을 빌어 간접적으로 이야기 했다는 말도 있다. 장자에 나온 우화와 이야기로는 우리가 익히 하는 장주와 나비의 이야기(내편 제물론 편), 백정 포정의 이야기(양생주편), 혼돈의 이야기, 큰 물고기 곤과 큰 새 봉의 이야기 등이 있다. 내편에 나온 내용이 뒤의 외편과 잡편에도 반복되어 사고를 확장시킨다. 장자의 우화는 이야기만으로도 재미있고 읽고 난 후 생각할 거리를 준다. 곤과 봉만이 훌륭한 것일까, 하루살이와 작은 메추라기는 무시당해도 되는 것일까? 내가 사람이고 나비가 아니라고 어떻게 장담할 것인가. 자유롭게 살던 소는 부잣집에 들어가 온갖 행복을 누렸지만 결국 제물로 생을 마무리한다. 소가 조용히 밭에 있었다면 주어진 수명대로 살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권세를 누리다 살 것인가 조용히 천수를 누를 것인가, 쓸모가 있는 것이 좋은가 쓸모가 없는 것이 좋은가, 그리고 그 쓸모는 누구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 것인가 등......

장자를 읽을 때 서문을 읽고 편마다 있는 해설을 먼저 읽고 본문을 읽는다면 장자를 이해하기가 좀 더 수월할 것이다. 물론 기원전 중국의 인물들과 정치 사정들, 한자들이 얽혀져 있어 마냥 쉽지 많은 않다. 이 책을 읽으며 다른 분들의 강의를 함께 들으면 장자, 그가 말한 자유로운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기존 유가에서 배운 내용과 상반되는 내용이 있어 즐겁게 읽었다.

(휴머니스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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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식회 필사노트 - 햇빛을 받은 꽃처럼 마음이 건강해지는 시 모음
김재우 엮음 / 테크빌교육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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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준단다.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궁금하다
내 꼬리를 잘라준 주인은 어떤 기도와 함께 나를 묻었을까
p70 <21st 슬픈 환생_이운진>

책을 필사하기 전 책 속에 있는 글들을 읽어보았다. 글을 읽는데 내 옆에서 우리 강아지가 힘없이 누워있다. 그래서인지 강아지에 대한 21번째 글 <슬픈 환생>이 유독 눈에 띈다. 시인의 말처럼 내 꼬리 뼈에 남은 흔적, 내 꼬리는 누가 잘라준 것일까. 나도 전생에 강아지였을까, 나도 주인이 있었을까. 강아지야, 너는 다음 세상에 불행하지 않고 마냥 행복한 사람으로 태어나거라.

수요시식회,
얼핏 읽고 들으면 수요일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임인가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제목을 잘 살펴보면 <수요詩식회>라고 쓰여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수요시식회는 수요일마다 시(詩)를 필사하는 모임인 것이다.

이 필사 노트에는 현직 국어교사 김재우 님이 고른 총 52개의 좋은 글들(시, 명언, 동요, 수필 등)이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김소월 님의 엄마야 누나야, 함석헌 님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부터 세종대왕의 세종어제훈민정음, 이어령 님이 검색이 아니라 사색이다 등이 필사 예제 글로 구성되어 있고, 글 하나마다 작가의 짧은 생각이 적혀있다.

저자는 시를 기본으로 필사하지만 시 이어서 쓰기, 동요, 명언, 소설 필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기재해 놓았다.
윤동주 시인은 백석 시인의 <사슴> 시집이 갖고 싶었으나 구할 수 없어 백석 시인의 시집을 필사했다고 한다. 저자 덕분에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윤동주 시인이 백석 시인의 시를 얼마나 원했는지 그 마음을 알게 되었다. 요즘에는 책도 많고 쉽게 볼 수 있고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 간절히 책을 원하고 시집을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필사는 좋은 글을 온전히 가슴에 담는 역할을 한다. 손가락에 펜을 들고 끄적이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오직 필사하는 글을 입과 머리로 되뇌며 집중할 뿐이다. 한 글자라도 빼먹지 않으려고.

예전에는 좋은 글귀를 수첩에 적어 다녔다. 요즘에는 휴대폰의 기능이 좋아져서, 이제 손으로 적기보다는 카메라로 찍고 문서를 캡처해 휴대폰에 저장한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잡아두고 싶은 글귀가 있다면 손으로 쓰면서 머리로 기억하고 가슴속에 담아두는 건 어떨까. 글씨가 예쁘지 않아서, 오랫동안 펜을 잡지 않아 익숙하지 않아서 망설인다면 짧은 문장 한두만이라도 적어보는 연습을 하면 괜찮을 것 같다. 나 역시 오랜만에 긴 문장을 썼더니 어색하다.

매주 수요일마다 한편씩 필사할 경우 일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필사 노트이기 때문에 양장본인 점이 마음에 든다. 양장본이 아닌 책은 밖에 들고 다니면서 필사하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가름끈이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인덱스 테이프로 대신해야겠다.

(테크빌교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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