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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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도 다른 사람과 같아지고 싶었어요.

p437 벤의 대화 중에서


패배자의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는 벤에게, 다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상상 속 존재라고 말해주는 오스나트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저자 요아브 블룸은 이스라엘 출신의 SF·판타지 소설작가이다. 책 홍보문에 책과 위스키로 빚은 미스터리 판타지라는 문구를 보고 이 책을 선택했다. 김혼비의 <오늘도, 술>, 김현우의 <술푼 영화>에 이어 위스키 소설이라니, 어쩌다 보니 요즘 술 관련 책을 간간히 읽는거 같다. 술은 잘 못 마신다. 책 속 벤의 주량 정도가 내 주량이다. 바 Bar에 가서 물을 시키는 우리의 주인공 벤!


책은 450페이지 정도로 두께감이 있다. 그런데 미스터리 추리물을 좋아한다면 잘 읽힌다. 이 책은 여기에 SF까지 가미되어 있다.


소설의 줄거리는, 양로원에 취재차 간 벤 슈워츠먼이 하임 울프라는 노인과 친해지게 되고, 하임 울프가 죽은 후 변호사가 벤을 불러 그가 남긴 30년산 글렌피딕 위스키 한병을 유산이라며 벤에게 넘겨준다. 그 직후 벤은 서점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책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를 산다. 그 후 벤은 낯선 남자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위기마다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가 도움을 준다.


소설 속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가 바로 우리가 읽고 있는 책과 동일한 책이다. 전지적 작가가 벤을 비롯한 소설 속 인물과 독자인 <나>에게 자꾸 말을 건다.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건지 작가와 책이 나에게 말을 거는 건지 헷갈린다. 책에 암호를 풀기 위한 장치가 되어 있어, 17장 p268로 돌아가 암호를 맞춰보기도 했다. 번역자가 암호문에 맞춰 번역하느라 고생했을거 같다.


책과 위스키, 위스키와 책으로 만들어진 미스터리 소설이 맞았다. 하임 울프와 벤처 부인은 사람들의 경험을 위스키에 담아 다른 사람에게 판매, 주입했다. 경험에 따라 사람이 바뀔 수 있다는게 가장 큰 메시지이다.


이 소설이 이스라엘 문학이라, 이스라엘의 도시 지명과 풍경이 나오는데 낯설었다. 그러나 편집자와 번역가가 주석을 글 바로 아래 달아준 덕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미국과 유럽의 영화와 음악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친근했다.


오스트리아의 보디빌더가 화성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볼 수 있겠는가(p340)라는 농담구에서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토탈리콜가 떠오르고, 다른 장면에서는 비틀즈의 음악과 짐캐리의 영화가 떠올랐다.


독특한 전개의 미스터리 SF소설로, 공포스럽거나 괴기스러운 장면도 없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한동안 술은 못 마실거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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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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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숨을 쉰다. 그 한숨은, 절반 행복한 한숨이었다.

p299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중에서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20대 무렵 한창 읽었다. 최근 소담 출판사에서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리커버하여 출간하고 있어,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다시 읽고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리커버판이다. 이 책은 작가가 1989년에서 2003년 사이에 쓴 단편소설을 모아 출판한 것이다. 그래서 공중전화와 같은 옛날 감성이 책 속에 종종 등장한다.


소담출판사에서 리커버한 에쿠니 가오리의 <울 준비는 되어 있다>나 <프랑수아즈 사강의 시리즈>의 표지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이번 표지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조금 아쉽다.


만약 일이 인생의 전부라면, 난 그깟 인생 들고양이한테 줘버리겠어

p111 포물선 중에서


이 책은 단편 <러브 미 텐더, 선잠, 포물선, 재난의 전말, 녹신녹신, 밤과 아내와 세제, 시미즈 부부,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기묘한 장소> 총 아홉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밤과 아내와 세제처럼 4페이지짜리 단편도 있고, 선잠처럼 긴 호흡의 단편도 있다. 저자는 이 중 3편 정도가 마음에 든다고 하던데, 어떤 작품이였는지는 답하고 있지 않다. 나는 <포물선>이 제일 인상적이다. 반짝반짝 빛나던 대학생이 사회인이 되어 술 마시며 성토하는게, 일본이나 한국이나 비슷하구나 싶어서이다. 나의 20,30대와 비슷해 보여서기도 하고 말이다.


또한 단편들 중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이전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반짝반짝 빛나는>의 10년 후 이야기이라고 한다. 어쩐지 등장인물 이름이 낯익다 했다. 에쿠니 가오리의 글은 섬세하다, 등장인물들 또한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들이다. 애인과 어영부영 헤어진 채 새로운 사람을 만났지만, 이전 애인에 대한 생각으로 밤마다 큰 뱀이 자신에게 오는 악몽을 꾸는 여자(선잠), 벼룩에 물린 이후 관계를 돌아보게 되는 여자(재난의 전말),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다른 성향의 각기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여자(녹신녹신) 등은 모두 예민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글 중 바람을 피는 등 다중연애를 하거나 동성연애, 양성연애 등 관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에쿠니 가오리의 지문같은 이야기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글을 읽으며 20대를 회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권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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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뇌, 망각하는 뇌 - 뇌인지과학이 밝힌 인류 생존의 열쇠 서가명강 시리즈 25
이인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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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이라고 하면 막연히 어려운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서가명강 시리즈는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것이라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서가명강>은 서울대에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를 줄인 말로 이 책 <기억하는 뇌, 망각하는 뇌>는 이 시리즈의 25번째 책이다.

이 책은 뇌인지과학이 밝힌 인류 생존의 법칙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 뇌인지과학과 이인아 교수가 이 책의 저자이다. 총 4부로 이루어져 있고 1부에서 4부로 이어지는 동안 뇌 그림이 변화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1부 뇌는 학습한다, 고로 생존한다>에서는 뇌는 끊임없이 학습한다고 설명한다. 생존을 위해 해로운 것은 피하고 이로운 것을 취하기 위해서이다. 회상과 재인의 차이, 절차적 학습과 절차적 기억에 대한 설명 등을 영화 메멘토와 AI 알파고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2부 학습한 것은 기억이 된다>에서는 일화기억(Episode)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언제, 어디서, 무엇에 관해 기억하고 있으면, 이 기억은 일화기억으로 인정된다고 한다. 처음에 일화기억은 인간만이 갖고 있다고 주장되었는데, 니케 클레이턴이 덤불어치 실험을 통해 인간 뿐 아니라 동물도 일화기억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뇌가 기억하지 못할 때와 과하게 기억할 때의 문제점을 설명한다. 우리가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뇌의 기능이 저하된 치매현상과 뇌가 (생존과 관련된) 특정현상을 과하게 기억하고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예로 들고 있다.

<3부 일생의 기록관 해마, 경험하고 기억하다>에서는 해마에 대해 살명한다. 해마는 공간기억, 일화기억, 상상력과 의사결정 등, 즉 사건을 기록하는 기록관 역할을 담당한다. 사람의 얼굴 양 옆 쪽으로 각 1개씩 총 2개가 있다.

해마는 순간/찰나를 기억하고 그에 대한 핵심기록만 남기기 때문에 기억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이 것이 해마의 딜레마이다.

헨리 몰레이슨(HM) 뇌전증 환자 윌리엄 스코빌 박사가 해마제거 수술을 한 후 메먼토의 주인공처럼 일화기억을 못하는 상황을 예로 든다. 그리고 기억의 패턴완성과 패턴분리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대부분 뇌세포는 한번 사멸하면 대체 불가능하니, 뇌를 소중히 여기라고 작가는 덧붙이고 있다.

<4부 뇌 속 기억의 비밀을 모두 알게 된다면?>를 통해 궁금하던 점이 조금 해소되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것을 계기로, 인공지능 AI가 무섭게 느껴졌다. 곧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따라잡고,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펼쳐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이 책을 읽고, 알파고는 막대한 전력을 쓰고 안전한 곳에서 바둑을 위한 계산만 한 것에 반해, 이세돌 기사는 1.5키로 그램의 뇌만으로 AI와 겨룬 것이므로, 알파고가 인간 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뇌와 같아지려면 아직 멀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지인이 헤어스타일을 바뀌거나 옷을 바꿔입어도 동일인으로 금방 인지하는데, 현재의 인공지능 그 것이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수 많은 뇌인지과학자들이 뇌의 구조를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발전하고 있으니, 인공지능연구의 겨울은 짧게 끝나고 새로운 봄이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21세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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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초성퀴즈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6
박빛나 지음, 현상길 감수 / 유앤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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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캐릭터들이 나와서 <빵빵 시리즈>이다. 만화와 퀴즈가 결합되어 있어 아이랑 이 시리즈를 책을 종종 본다. 그런데 이 만화책의 캐릭터를 <빵>이라고 하는데 왜 자꾸 구황작물처럼 보이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빵 색깔이 다 갈색계열이라 그런가 보다.

빵빵한 초성퀴즈에서는, 빵빵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새로운 친구 <묘한이>가 전학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퀴즈를 좋아하고 특히 퀴즈 내는 것을 좋아하는 우유 캐릭터 <묘한이>. 빵들이 다니는 학교에 전학 온 우유라니 설정이 코믹하다.

묘한이가 빵 친구들과 퀴즈를 내고 맞추는 내용이 주요 줄거리이다. 이 만화를 보고 있으면 예전 1박2일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다. 여자팀과 남자팀으로 나누어 퀴즈쇼도 하고, 벌칙으로 야외 취침, 식사권 쟁탈, 숙소까지 버스와 자전거로 이동 등 여러가지 상과 벌이 있다. 묘한이가 퀴즈를 내는 pd 같고 나머지 빵빵 친구들이 출연진 같다. 이 책은 초성퀴즈라는 책답게 정답의 초성을 제시해 준다. 주제는 수수께끼, 한국의 전통문화, 끝말잇기, 초등상식, 세계의 도시 등 다양하다.

이야기는 초등학생 대상의 만화답게 즐겁고 훈훈하게 끝난다. 상벌이 있었지만 즐거웠다면서. 이 책은 유치부나 초등1 학년에게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단어를 알고 한글을 많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등2학년 이상의 아이가 읽으면 좋을거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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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사냥꾼 풀빛 그림 아이
김민우 지음 / 풀빛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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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입장에서 볼 때, 아이들은 엉뚱하고 자잘한 사고를 일으키는 것 같다. 두 아이의 아버지 <김민우>작가가 쓰고 그린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왜 엉뚱한지, 아이들 나름의 입장에서 왜 심각한지 이야기하고 있다.

꼬마 아이에게 이 세상은 괴물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어른들이 되면 괴물들이 보이지 않는다. 괴물은 집 밖에도 있고 집 안에도 있다. 매우 크기도 하고 매우 작기도 하다. 어떤 괴물은 무채색이고 어떤 괴물은 알록달록 무지개색이다. 두 아이는 일상에서 다양한 괴물들을 만났지만 한번도 진적이 없는 무적의 아이들이다.

여기까지가 아이들 입장이고,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왜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까, 왜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뭘 그리 보고 있을까, 걸어가면 되지 왜 촐랑촐랑 뛰어갈까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책 속 엄마의 표정이 바로 내 표정이다.


책 앞 표지를 넘기면 괴물사냥용 무기들이 보인다. 그 중에서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총이 인상적이다. 어릴 적에 동생이랑 만들어서 갖고 놀았는데, 오랜만에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난다.

아이는 학교에 입학하고 나이를 한살 두살 먹으면서 괴물을 볼 수 없게 된다. 어릴 적 상상력을 잃어버리고, 학교에서 해야될 일이 많아지면서 놀 시간도 줄어들어서 일 것이다.

앞 뒤표지의 골목길 그림과 괴물의 그림이 귀엽다. 일반적인 건물은 수채화로, 괴물들과 괴물사냥꾼인 아이 둘은 투명티커를 붙여놔서, 햇빛에 비춰보면 반짝반짝 빛난다. 그리고 앞 속지에는 사냥꾼의 무기, 뒤 속지에는 마을의 괴물지도가 그려져 있어, 책을 보기 전과 본 후에도 아이와 이야기할 꺼리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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